§ 나는 될놈이다 1380화
“원래 악마들은 내버려 두면 기고만장해지는 경우가 많으니, 주기적으로 고문을 통해 기세를 죽여야 한다.”
-아하!
-아하는 무슨 미친놈들 크아악!
[아키서스 교단에 새로운 방법을 퍼뜨립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악마 관리 스킬이 오릅니다!]
* * *
“다들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길잡이님과 함께한 건 기쁨이었습니다!
‘정말 말 예쁘게 하는군.’
태현은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원래 시대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충성스러운 모습!
원래 시대의 성기사들이라면 어떻게든 일 피하려고 수작을 부렸을 텐데….
“그나저나 신전 건물이 꽤 많이 부서졌는데. 괜찮은 건가?”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 부수고 새로 지을 테니까요.
“…어. 아깝지 않나?”
태현은 당황했다.
원래 시대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낭비벽!
그러나 성기사들은 단호했다.
-파이토스 교단의 타락한 신전을 내버려 두면 교단의 정기가 훼손됩니다!
-신성한 기운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이 정도는….
“그, 그래. 마음대로 해라.”
태현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태현이 관여할 일은 아니었으니까.
과거의 성기사들이 건물 좀 부수고 새로 짓는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그러면 저희도 이만 가봐도 될까요?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이 슬며시 말을 꺼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공격할 생각이었는데 그냥 살려서 쫓아낸 다음 써먹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깐. 잠깐.”
-예?
“재산은 두고 가야지.”
태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이 뒤에 수레 가득히 재산을 싣고 떠나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뻔뻔한 놈들!
‘원래 시대 아키서스 교단 사제들만큼이나 뻔뻔한 놈들이군.’
들키자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살짝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들고 가면 안 됩니까? 이게 사실 교단의 조각상이라 저희가 챙겨야 하는데….
-으음. 교단의 조각상이면 어쩔 수 없나.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은 순간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은 달랐다.
“조각상 가져가는 건 상관없는데 그 위에 덮인 금과 보석은 두고 가라.”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이 경악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실로 악마 같은 자다…!
-아키서스 교단에서도 저런 놈은 본 적이 없는데!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태현의 눈썰미에 경악했다.
그냥 성기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눈썰미였던 것이다.
[황금을…]
[보석을…]
[……]
한결 풀죽은 얼굴로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다시 물었다.
-이제 가도 됩니까?
“아니. 아직 안 되지.”
-예? 저희 이제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옷 입고 있잖아. 장비도 벗고 가.”
-…….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경악했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냐?
그러나 태현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장비가 가장 비싼 건데 그걸 갖고 가면 어떻게 해? 당연히 두고 가야지. 벌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과연…!
-역시 길잡이님이십니다!
[아키서스 교단에 새로운 방법을 퍼뜨립니다!]
[교단의 성기사들의 처벌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 * *
-역시 길잡이님이십니다.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펠마스는 태현이 퀘스트를 끝내고 돌아오자 매우 기뻐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역사가 바뀝니다.]
[카르바노그 교단의 멸망하는 역사가 사라집니다. 퀘스트가 완료됩니다!]
[……]
[……]
‘오오…!’
설마 했는데 정말 에다게르와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 때문에 카르바노그 교단이 덤터기를 썼던 모양이었다.
에다게르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내자 카르바노그 교단 퀘스트도 같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는 것!
[곧 원래 시대로 돌아갑니다.]
“…잠깐!”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왜 그러십니까? 길잡이님?
“나는 아키서스 님의 부름을 받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니…! 여기 남아서 저희를 좀 더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러면 니들이 그럴 수 있는 유물을 좀 심어놓고 그래! 교단 운영 너무 과격하게 하지 말고!”
태현은 빠르게 외쳤다.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다.
“교단 망하는 거 한순간이다! 망할 때 대비해서 보물 같은 거 신전 지하에 좀 숨겨놓고! 권능 담긴 유물들도 챙겨놓고! 다른 교단 약점들 리스트 같은 건 꼭 안 사라지게 잘 보관해 둬라!”
[아키서스 교단에 새로운…]
[……]
[……]
보고 있던 카르바노그는 감탄했다.
저 짧은 시간 사이를 저렇게 알뜰하게 쓰다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카르바노그가 교단 관련 고대 스킬이나 아이템 제작 방법, 건물 제작 방법 등을 챙겨보라고 조언합니다.]
고대에 실전된 각종 아이템 제작 방법이나 스킬 등등은 매우 귀중한 정보였다.
당장 교단의 많은 퀘스트들이 ‘이거를 찾아와 주세요!’, ‘저것도 찾아와 주세요!’ 같은 것 아니었던가.
하지만 태현은 냉정했다.
‘그건 쓰레기고.’
[…….]
‘아니. 그게 쓰레기라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 의미가 적다는 거야.’
얼마 안 남은 시간을 써서 스킬이나 아이템, 건물 제작 방법을 얻어내려면 기껏해야 한두 개.
그게 좋은 것일 수도 알 수 없었고, 무엇보다 태현이 배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기껏 얻어냈는데 태현이 못 배우는 스킬이면 피눈물만 날 것이다.
‘애초에 지금 교황이 연금술 좋아하는 거 같으니 나랑 스타일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
태현이 고른 건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땅 파라!”
-???
아키서스 교단의 정예 성기사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땅을 파기 시작했다.
왜 땅을 파라는 거지?
“보석 다 집어넣어! 파이토스 교단에게 챙긴 것들 다 묻어라!”
-예!
다행히 성기사들은 태현의 말에 반문 하나 하지 않았다.
원래 시대 성기사들은 ‘왜요?’, ‘왜죠?’, ‘왜 그래야 합니까?’가 나왔을 텐데….
“에다게르도 집어넣어!”
-…야! 야!!!
에다게르는 기겁했다.
이 미친 아키서스 길잡이 놈이 지금 그를 생매장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이 저주받을 놈아!
“어차피 봉인된 상태라 지하에 묻어도 죽진 않는다.”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봉인을 해도 신전 어딘가 구석에 봉인하면 찾아오는 사제한테 시비나 걸면서 ‘크큭… 힘을 원하는가…? 나를 풀어주면 힘을 줄 수 있다….’같은 걸 할 수 있었다.
하다못해 신전에 들어온 모험가나 도둑을 꾀어서 봉인을 풀 방법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신전 앞마당 깊숙이 파묻어버리는 건 좀 심하지 않은가!
-읍읍읍!
그러나 성기사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흙을 위로 덮기 시작했다.
보물들과 에다게르는 깊숙하게 파묻혔다.
“자. 여기에는 표식이 될 만한… 그래. 카르바노그 교단의 조각상을 세워놓는다.”
-예!
“잘했다! 앞으로 이건 건드리지 말라고 명령을 내려라! 꼭 지켜져야 해!”
-알겠습니다! 길잡이님! 우리의 목숨을 걸고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원래 시대로 돌아갑니다!]
* * *
[역사가 뒤바뀌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에 변화가 생깁니다.]
[파이토스 교단에 변화가…]
[카르바노그 교단에 변화가…]
[……]
꽤 난이도 높은 퀘스트를 해결한 덕분에 한 번에 레벨 2 업.
거기에 역사가 바뀐 덕분에 교단의 모습에도 변화가 생겼다.
‘파이토스 교단, 아키서스 교단은 당연히 변화가 생겼을 거고….’
두 교단에서 일을 했으니 당연히 변화가 생겼으리라.
파이토스 교단은 없던 빚이랑 부끄러운 과거가.
그리고 아키서스 교단은….
‘좀 좋은 변화였으면 좋겠는데.’
태현은 열심히 노력했다.
펠마스의 선조에게 ‘도박하지 마 이 자식아!’도 말했고, 너무 과격하게 운영하지 말라는 것도 전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비자금을 신전 앞마당에 숨겨놓은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왜 묻어놓은 거냐고 묻습니다.]
‘내가 파서 쓰려고.’
[…….]
카르바노그는 경악했다.
진짜 그런 생각이었어!?
‘왜. 과거에 있어봤자 못 쓸 아이템들이니까 내가 써야지.’
그보다 가장 궁금한 건 카르바노그 교단이었다.
멸망을 피한 카르바노그 교단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
태현은 깜짝 놀랐다.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어. 뭐야. 그냥 망했나?’
[카르바노그가 오스턴 왕국 남부는 싹 날아갔는데 여기서 찾으면 어떡하냐고 묻습니다.]
‘아. 그랬지.’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퀘스트를 깬 게 헛수고인 줄 알았던 것이다.
‘일단 비자금부터 찾아내자. 에다게르가 안 죽었으면 좋겠는데.’
<아키서스의 포병대>의 즐거움 중 하나는 악마를 수집하는 즐거움이었다.
가지각색의 악마를 수집해서 포병대의 카드를 늘려보세요!
…같은 즐거움이 있었던 것이다.
에다게르가 뭐 하는 놈인지는 몰라도 살아 있다면 쏠쏠한 도움이 되리라.
“…??”
[카르바노그 교단의 대형 신전 폐허를 발견합니다!]
[한때 어마어마한 위엄을 자랑했던 이 신전은 폐허가 된 지금에도 그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신전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
[……]
[<카르바노그 교단의 대형 신전 폐허>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아니….’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야?
태현은 침착하게 되짚었다.
‘일단 대형 신전 자체는 생길 수 있다.’
카르바노그 교단이 안 망했고 그 이후로 꾸준히 힘을 되찾았다면 거대 신전 정도는 세울 수 있었다.
마침 파이토스 교단 신전 하나 통째로 날아갔으니 땅도 생겼을 거고.
…그런데 거기가 왜 던전이 된 거지?
‘카르바노그 교단이 부리는 신수나 마수는 뭐가 있지?’
토끼, 거대 토끼, 초거대 토끼, 민첩 토끼….
[카르바노그가 그거 말고도 멀쩡한 몬스터들도 부릴 수 있다고 화냅니다!]
‘아. 그런가? 미안. 토끼만 생각이 나서. 어쨌든 그리 위험하진 않겠지.’
[<카르바노그 교단의 대형 신전 폐허>는 강력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입니다. 정말로 들어가시겠습니까??]
“…아니….”
태현은 정말로 당황했다.
대체 뭔 위험이야?
* * *
“흑흑! 간부님!”
“또 무슨 일이냐?”
“악마가 나타나서 저희가 열심히 지은 요새 벽을 다 부숴 버렸습니다요! 기껏 모은 재료를 다 써버렸으니 건설을 뭘로 해야 할지… 으흑흑!”
“또 부쉈단 말이냐!? 아니… 젠장. 기다려봐라. 길드에 요청해서 골드를 갖고 올 테니까.”
길드 동맹에서 나온 간부는 투덜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요새 벽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마치 폭탄으로 부순 것 같았다.
‘악마 놈들이 진짜 짜증 나게 구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건설 맡은 플레이어들을 거칠게 대했다가는 여기 올 사람들이 줄어들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길드 동맹 돈이었지 그의 돈이 아니었다.
-파티장님.
-왜?
다른 쪽으로 지도를 만들러 간 길드원들이 귓속말을 보내자, 간부는 의아해했다.
-여기 던전 발견했습니다.
-오! 잘했다. 위치 확인하고 깰 수 있으면 들어가 봐라.
간부는 반색했다.
던전은 영지의 귀중한 자원.
좋은 던전 하나 있으면 쏠쏠하게 돈이 벌렸다.
-카르바노그 신전이라는데요.
-처음 듣는 신인데? 멸망한 신 중 하나인가보다. 어때 보이냐?
-아주 쉬운 던전이라고 뜨는데요.
-그런 메시지창이 뜬다고? 별로인 던전인가? 그래. 한번 들어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