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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79화 (1,378/1,826)

§ 나는 될놈이다 1379화

-저 저 짐승 같은 놈들!

에다게르는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을 보며 질색했다.

마계의 악마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던 것이다.

악을 만나면 눈깔이 뒤집히는 아키서스 교단의 성기사들!

-신을 믿는다는 놈들이 무슨 얼음땅의 짐승들같이 굴어도 되는 것이냐?!

-크르륵! 크르르륵!

“…….”

태현은 복잡한 표정으로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을 쳐다봤다.

아군이 이렇게 강한 건 좋긴 한데….

‘꼭 이렇게 미친놈들처럼 굴어야 하나?’

[아키서스 교단 고대 정예 성기사들의 광화를 계속해서 목격합니다!]

[<신의 음성> 스킬을 깨닫습니다! 교단에 <신의 음성> 스킬이 추가됩니다.]

[<오롯한 믿음> 스킬을 깨닫습니다! 교단에 <오롯한 믿음> 스킬이 추가됩니다.]

“!”

과거를 경험함으로써 아키서스 교단에서 사라졌던 옛 스킬들을 얻은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귀중한 보상이었지만….

‘아니, 좋긴 한데 이거 둘 다 광화 스킬 아니야?’

저 두 스킬 쓰고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의 눈이 뒤집힌 걸 본 태현 입장에서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러면 이제 교단 성기사들도 미쳐 날뛰는 건가?

[카르바노그가 대신 강해지지 않냐고 말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강해지기 위해서 그런 짓까지 해야 하나?’

태현이 고민하는 사이 아키서스 교단의 성기사들은 공격을 개시했다.

-악마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고막을 뒤흔드는 거센 외침!

아키서스 성기사들은 살벌하게 덤벼들었다.

[아키서스 교단 고대 정예 성기사들이 <신성한 연합 돌격>을 사용합니다!]

[에다게르가 튕겨 나갑니다!]

아키서스 성기사들은 힘을 모아 일제히 돌격했다.

기사들이나 쓰는 단체 돌격 스킬이었지만, 성기사들은 원래 양심 없는 직업.

사제와 기사를 합쳐 놓은 것 같은 직업이었기에 가능한 스킬이었다.

꽝!

그 위력은 살벌했다. 파이토스 교단의 사제들과 팽팽하게 힘을 겨루던 에다게르가 그대로 밀려났다.

-커헉…! 날 보호해라, 악마들아!

에다게르는 빠르게 손을 흔들었다.

소환 마법이 주특기였는지, 열린 차원문에서 여러 악마들이 튀어나와 에다게르의 앞을 막아섰다.

[악마들이 <지옥의 포효>를 사용합니다!]

[악마들이 <독성 혈액>을 사용합니다!]

[악마들이 <발목을 잡는 늪…]

[……]

나타난 악마들도 상당히 강한 것 같았다.

순식간에 버프와 저주를 건 다음 앞에 장판을 깔았다.

신전 위에 마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거대한 늪이 생기더니 길을 막았다.

성기사들의 발을 묶고 원거리에서 때리려는 속셈!

그러나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은 그냥 돌진했다.

-날 밟고 가라!

-알겠다!

“뭐하는 거냐 저거!?”

태현은 기겁해서 달려들었다.

어떻게 싸우나 보고 있었는데 저게 대체 무슨 미친 짓이란 말인가.

<아키서스의 희생>을 갖고 있는 태현도 저렇게 무식하게 싸우진 않았다.

-길잡이님! 왜 그러십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폭발 도약, 아키서스의 돌격!

태현은 바로 달려들어서 늪에 빠진 성기사들을 잡고 아키서스의 돌격을 사용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이럴 시간에 적을 한 대 더 때렸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냥 입 다물고 있어라.”

구해줘도 이런 말을 듣는 건 매우 참신한 경험이었다.

구해준 성기사들과 함께 태현은 레이드에 몰두했다.

-아키서스의 축복,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축복이…]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저… 저건!!

-역시 길잡이님이시다!!

펼쳐진 권능 스킬의 모습에,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은 깜짝 놀랐다.

평범한 신도들은 절대 쓸 수 없는 아키서스 교단의 고급 권능이 태현의 손에서 뻗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연 아키서스 님한테 선택을 받은 사람답다!

[아키서스 교단 고대 정예 성기사들이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더욱더 강력한 신앙심을 가집니다!]

[신성력이 증폭됩니다!]

[아키서스 교단 고대 정예 성기사들이 <집단 강신>을 사용합니다!]

[아키서스 교단 고대 정예 성기사들이 <아키서스의 방패>를 사용합니다!]

[……]

[……]

콰아아아아아아!

태현이 보여준 권능에 감동을 받은 성기사들은 미친 듯한 연속 스킬 콤보를 보여줬다.

보고 있던 태현이 깜짝 놀랄 정도!

‘아니… 얘네 무슨 성기사단장이냐?’

태현이 있던 시대에서는 저 정도 스킬을 쓰려면 성기사단장 정도는 되어야 했다.

근데 고대 제국 시절에는 그냥 성기사들 몇 명이 손을 잡고 ‘크아아아앗!’ 하면 저런 스킬이 쭉쭉 나오고 있었다.

…무섭다 고대 제국!

[모든 스탯이 일시적으로 크게 오릅니다!]

[공격력이 일시적으로 크게 오릅니다!]

[……]

[……]

-저, 저, 저 미친놈들 진짜…!

에다게르는 경악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계의 악마들이 아키서스 교단을 꺼려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잔인하고, 타협 불가능하고, 광기와 독기로 가득 차 있다는 점도 있었지만….

저 투철한 신앙심 덕분에 시도 때도 없이 신의 힘을 추가로 불러내는 것이다.

고대 제국 시절은 신이 떠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절이라, 곳곳에 신의 힘이 남아 있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NPC들은 이런 힘들을 기가 막히게 잘 불러냈다.

-좋다. 아키서스 놈들. 오늘은 너희들이 이겼다!

패배를 직감한 에다게르는 당당하게 외쳤다.

강대한 악마는 패배할 때도 비굴해지지 않는 법.

오늘 여기서 죽더라도 마계에서 힘을 회복한 다음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때는 좀 더 교묘하고 사악한 방법으로 돌아오리라!

-찢어!

-죽여!

-갈아버려!

-…….

에다게르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각오를 다진 악마들도 무섭게 만드는 아키서스 성기사들!

그러나 태현이 그들을 말렸다.

“멈춰라!”

-예??

-길잡이님…! 설마 악마한테 돈을 받으신 겁니까?!?

-어허! 어디서 그런 소리를! 길잡이님을 파이토스 교단 사제로 보는 것이냐!?!?

-죄, 죄송합니다! 제가 감히… 저를 죽여주십시오! 아니! 제가 제 목을 찌르겠습니다!

“…그만해 좀.”

태현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왔을 때는 ‘와 아키서스 교단이 이렇게 잘나가다니 부러운데? 우리 골짜기도 여기 1/10만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지만….

같이 지내다 보니 상당히 많이 피곤해졌다.

뜨거운 미친놈들!

“내가 말리려고 하는 건 지금 너희들의 행동이 잘못되서다.”

-설마…! 네놈. 명예를 아는 것이냐?

에다게르는 살짝 감동했다.

잔인하게 수십 갈래로 찢어 죽이는 대신, 깔끔하게 목을 쳐주는 것일까?

아키서스 교단에도 이런 명예를 아는 놈이 있었다니….

“악마를 죽이면 어디로 가나?”

-마계로 돌아갑니다.

“거기서 힘을 회복하면 어떻게 하지?”

-다시 대륙으로 나타납니다.

“그래! 그런 반복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최대한 늦게 돌아오게 잘게 찢어 죽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에다게르는 질색했다.

미친놈들!

“아니지. 여기서 붙잡아서 마계로 못 돌아가게 봉인해 버려야지.”

-!

아키서스 성기사들은 태현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악마를 보면 일단 찢고 자르고 봐서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악마를 봉인하면 무엇이 좋으냐? 먼저 그놈에게서 마력을 추출해낼 수 있다. 이는 다른 광석이나 시약이 필요 없는 친환경 에너지라고 할 수 있지.”

-세상에 그런 방법이!

-악마한테서 마력을 추출해 낼 수가 있습니까?

“그래. 내가 그 방법을 안다.”

<아키서스 포병대> 드워프들에게서 마력추출장치 제작법을 이미 예전에 배운 태현이었다.

성기사들은 감동에 젖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가 벌어졌을 때는 그 악마를 방패로 쓸 수도 있고, 이 악마를 미끼로 다른 악마들을 불러낼 수가 있다. 가끔 마계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면? 놈을 고문할 수가 있지.”

-아키서스 님이시여!

성기사들은 급히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표정은 이미 감격 그 자체!

[아키서스 교단에 새로운 방법을 퍼뜨립니다!]

[아키서스 교단이 <악마 포획>을 교단 과제 중 하나로 밀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

‘앗. 잠깐. 괜한 짓 했나?’

태현은 멈칫했다.

카르바노그 교단 멸망만 막으면 되는데, 아키서스 교단까지 같이 건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를 건드리면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른 개입은 태현이 예상치 못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괜찮겠지? 어차피 아키서스 교단은 한 번 멸망했을 텐데.’

[카르바노그가 그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말합니다.]

“대충 다 말한 거 같군.”

-저놈을 당장 잡아서 사지를 자르고 목을 잘라서 가두겠습니다!

“목을 자르면 죽지.”

-목을 빼고 자르겠습니다! 가자!!

-미친놈들!!

듣고 있던 에다게르는 기겁했다.

태현이 좀 멀쩡한 놈인 줄 알았는데 더 미친놈이었던 것이다.

“잡아라! 저놈을 우리에 가둬서 두고두고 우려먹어야겠다!”

-아키서스의 저주!

태현은 권능 스킬까지 사용해서 에다게르를 포박했다.

에다게르는 거세게 저항했지만, 이미 아키서스의 힘을 받은 성기사들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쿵!

“봉인할 만한 우리를 갖고 와라!”

-무엇이 필요합니까?

“여기는 파이토스 교단의 신전이다. 파이토스 교단의 보물을 좀 빌려도 괜찮겠지!”

-아니 그건 좀….

-뒤지고 싶냐??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제들은 깜짝 놀라서 방해하려다가 목에 칼이 들어오자 바로 말을 바꿨다.

아키서스 성기사들이 진짜 무서웠던 것이다.

-여기 파이토스 교단 놈들이 쓰던 아다만티움 봉인함이 있습니다!

-여기 레드 드래곤의 루비를 봉인하고 있는 마력 감옥이 있습니다!

-여기 천상의 핵을 감싸고 있는 왕관도….

“아니 그런 게 왜… 갖고 와라!”

파이토스 교단이 축재한 부(富)는 장난이 아니었다.

시민, 왕족, 악마 등등한테서 뜯어낸 만큼 보통 사치스러운 게 아니었던 것!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울상이 되어서 말했다.

-아이고! 나으리! 그건 제발! 그 루비를 사기 위해 신도들을 얼마나 등쳐먹어야 했는지 아십니까!

-그 루비의 힘을 봉인시키기 위해서 신전의 금을 박박 긁어모아야 했습니다! 망치까지 녹여야 했다구요!

“…아키서스 교단도 교단이지만 너희도 좀 심하지 않냐??”

태현은 황당해했다.

아무리 고대 제국이 타락과 방탕의 시기라지만 여기 사제들은 좀 심했던 것이다.

먼 미래의 파이토스 교단 NPC들은 ‘우리 선조들은 영광스럽고 신실했단다’하면서 떠들고 다니던데, 이건 진짜 좀….

[마계의 공작, 에다게르를 포획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과거를 뒤바꿨습니다! 마계의 질서가 바뀝니다!]

‘어?’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창에, 태현은 깜짝 놀랐다.

마계의 공작이었나?

“이런 후줄근한 놈이 마계의 공작이라고?”

-감히 날 모욕해!? 나 소환공 에다게르를!?

“아니… 마계의 공작은 좀 더 강해야 하지 않나?”

[카르바노그가 좀 많이 죽어서 약해진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아….’

고대 제국 시절은 악마들이 대륙에 많이 쳐들어오던 시기.

그만큼 많이 맞고 많이 쫓겨나던 시기였다.

아무리 악마 공작이라 하더라도 마계에서 대륙으로 올 때는 힘이 확 깎이는데, 거기서 더 맞고 맞고 맞으면 저렇게 후줄근해지는 것이다.

-날 모욕하다니. 네놈의 이름을 기억해두겠다. 나 에다게르의 복수를 잊지 마라! 너의 후손, 후손의 후손이 그 대가를 받게 될 터이니! 그것이 두렵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복종하, 으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악!

-이 악마 자식이 어디서 입을 놀려!

-주둥이와 머리통을 분리해 주마!

분노한 아키서스 성기사들은 주먹부터 휘둘렀다.

그리고는 태현에게 매우 미안해했다.

-길잡이님. 죄송합니다! 손이 멋대로 나가버렸습니다!

-죽음으로 사죄하겠습니다!!

“아니. 잘 하고 있다. 이건 계속 해도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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