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378화 (1,377/1,826)

§ 나는 될놈이다 1378화

[카르바노그가 원래 거대 교단이면 타락하는 이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아키서스 교단은 그런 놈들 없었는데?

[아키서스 교단은 거대 교단이 아니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

-…….

[…카르바노그가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사실 카르바노그의 말이 맞았다.

거대 교단이라면 워낙 NPC들 숫자가 많으니 타락하는 이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륙에 있는 파이토스 교단의 신전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신전들이 모두 다 독실한 이들로만 이뤄져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었다.

게다가 고대 제국 시절은 워낙 다들 잘나가던 시절이라 기본적으로 방탕, 사치, 교만이 패시브였다.

-근데 지금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아키서스 교단만 좀 강경한 거 같은데?

[카르바노그가 원래 아키서스 교단이 좀 똘끼 넘치는 교단 아니냐고 말합니다.]

-…….

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

그건 그렇긴 해!

다른 교단들은 저런 일이 일어나도 ‘음 우리 교단에도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으니 너무 심하게 단죄하지는 말자’ ‘그래도 같이 신을 모시는 처지인데 너무 키워봤자 우리에게 좋을 거 없겠지’라며 물러서곤 했다.

그러나 아키서스 교단은 그딴 거 없었다.

-어디 적이랑 결탁한 놈을 그냥 내버려 두냐! 화형 교수형 참형 3종 세트로 단죄해야 한다!

-뭐? 우리 교단에서 나오면 어쩔 거냐고? 우리는 그런 짓 하다 걸리면 기본이 마계추방형에 옵션으로 인간폭탄형이 들어간다!

고대 제국 교단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경파!

마계의 악마들이 가장 치를 떠는 이유에는 단순히 아키서스에게 속아서가 아니었다.

그 이후로도 수없이 많이 쌓인 역사들이 있었던 것이다.

‘흠. 그래도 좀 뿌듯하긴 하군.’

태현은 살짝 기뻐졌다.

좀 강경하긴 해도, 아키서스 교단의 좋은 역사를 발견하지 않았는가.

[파이토스 교단의 부끄러운 역사 중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파이토스 교단을 상대할 때 거래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멸망으로 인해 잊혀졌던 아키서스 교단의 역사를 발견했습니다! 교단의 기록에 추가됩니다!]

[교단의 명성이 오릅니다!]

[교단의…]

[……]

[……]

태현이 뿌듯해하고 있는 사이, 아키서스 교단의 성기사들은 행동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이놈들은 말로 해서는 안 되는 놈들이다. 따끔한 맛을 보여줘라. 신전에 불을 질러라!

-예!

아키서스 성기사들은 품속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안에 든 찰랑거리는 액체가 불길하게 빛났다.

[<아키서스의 연금술>로 만들어진 <지옥의 악마를 가둔 듯한 화염병>을 발견합니다!]

[현재 연금술 스킬이 낮아 제조법을 얻지 못합…]

[……]

[……]

‘저건 뭔 미친 물건이냐?’

태현은 깜짝 놀랐다.

현재의 아키서스 교단은 태현의 영향으로 기계공학이 꽤 유행하고 있었는데, 과거의 아키서스 교단은 연금술이 유행한 모양이었다.

교황이 연금술의 달인인가?

-던져!

화르르르륵!

[지옥의 악마가 나타나 불을 지릅니다!]

-도망치는 놈들이 없도록 철저히 수색해라!

-길잡이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신다!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길잡이님께서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불의 세기를 올리라고 하신다!

[아키서스 교단 고대 정예 성기사들이 <신의 음성>으로 광화 상태에 빠집니다!]

[아키서스 교단 고대 정예 성기사들이 <오롯한 믿음>으로 광신 상태에 빠집니다!]

“…….”

니들이 광전사냐…?

-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나가게 해주세요!

선량해 보이는 시민이 신전 문 앞에서 엉엉 울며 성기사들에게 빌었다.

그러나 성기사들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타락한 주제에 어디서 감히 우리를 속이려 드느냐!

성기사들이 오히려 그 시민을 죽이려고 하자 태현이 나서서 말리려고 했다.

“아니. 저건 좀 너무하잖아. 지나가게 해….”

-크읏. 들켰군!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한테 이런 속임수는 통하지 않겠지!

촤아악!

[변장한 악마, 에다게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슬슬 고대 제국이 싫어지는군.’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원래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

태현은 원래 시대가 딱히 평화로운 시대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고대 제국에 비교하니 그 시대는 거의 선녀 같은 시대였다.

-길잡이님께서 악마를 찾아내셨다!!! 역시 길잡이님이시다!

-아키서스 님께서 길잡이님을 보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아키서스 교단 고대 정예 성기사들의 광화 상태가 한층 더 강해집니다!]

[아키서스 교단 고대 정예 성기사들의 광신 상태가 한층 더 강해집니다!]

-크크큭… 이렇게 된 이상 도시에 있는 놈들을 다 죽여 버리고 나갈 수밖에. 나를 도와라, 파이토스의 찌꺼기들아!

에다게르는 뒤를 보며 외쳤다.

그러자 파이토스 교단 NPC들이 말했다.

-아니. 우리가 골드를 받긴 했지만 그것까진 좀….

-…이런 멍청하고 어리석은 놈들 같으니! 지금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걸 모르느냐? 저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의 눈깔을 봐라!

에다게르는 앞을 가리켰다.

완전 뒤집혀서 살기 풀풀 날리는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

지독한 살기 때문에 질식할 정도였다.

-크르륵!

-악마 놈들! 찢는다! 큰 덩치! 내장도 크겠지! 찢고 죽인다!

성기사들이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마계의 악마도 오싹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파이토스 교단의 타락한 사제들은 악마보다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됐다.

그래도 같은 제국 동지인 만큼, 어떻게든 대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제국 법에 따르면 그냥 추방형 정도일 텐데, 그냥 추방형을 받고 말지.

-맞아. 추방 받은 다음 다른 도시로 가면 되지 않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다른 도시로 떠날 생각을 했다.

신전을 잃어버리는 건 매우 아까웠지만 악마와 결탁해서 같이 싸우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 돈도 안 되는 짓을 무엇하러 하나?

-이런 멍청한 놈들! 아키서스 교단은 그런 게 통하지 않아!

에다게르는 외쳤지만 파이토스 교단은 코웃음을 쳤다.

-악마놈 답게 속임수에 능하군.

-악마가 아키서스 교단을 잘 알까, 우리가 아키서스 교단을 잘 알까? 우리 하는 짓을 잘 보고 있으라고.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신전 벽 위에 올라가서 외쳤다.

-추방형을 받아들이겠다! 길을 열어주면 우리는 스스로 도시를 나가겠다!

-크르르릉… 개소리 하지 마라!

-아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악마를 본 이상 너희들을 절대 살려둘 수 없….

고대 제국 시절, 아키서스 교단의 성기사들은 후진을 몰랐다.

악마 발견한 이상 자기들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죽이려는 사나움!

그러나 태현은 이들을 말렸다.

“좋다. 추방형을 받아들이겠다면 봐주겠다!”

-길잡이님!!

“어허! 아키서스 님의 뜻을 무시하느냐!”

[최고급 화술 스킬을…]

[명성을…]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

[……]

태현은 권위와 명성, 그리고 직업으로 찍어 눌렀다.

광기 가득한 상태인데도 성기사들은 그 말에 납득해 버렸다.

-크윽. 아키서스 님의 뜻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움찔하던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그 말에 안심했다.

-그러면 이대로 도시 밖을 떠나겠다.

“그래. 썩 나가라.”

태현이 생각하기에 여기서 굳이 적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

저 갑자기 튀어나온 악마 놈만 잡으면 얼추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신전도 얻고, 타락한 사제들도 쫓아내고, 악마도 잡고….

…그러나 악마는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런 머저리 같은 사제 놈들이…!

콰직!

에다게르는 가까이 있는 파이토스 교단 사제를 붙잡더니 그대로 삼켜버렸다.

[에다게르가 파이토스 교단 정예 사제를 삼키고 그 힘을 흡수합니다!]

-네놈들부터 먼저 죽여 버리겠다!

-이 자식. 감히 숨겨준 은혜를 이렇게 갚아?!

-돈 받고 타락한 놈들이 은혜라고 지껄이는 꼴이 우습군!

-파이토스 님의 힘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

[에다게르가 <마계의 차원문 개방>을 사용합니다!]

[파이토스 교단 정예 사제가 <빛내림 망치>를 사용합니다!]

[……]

[……]

콰콰콰쾅!

‘아니. 생각보다 세잖아!?’

에다게르가 센 건 놀랍지 않았다.

에다게르는 마계의 악마였으니까.

저렇게 변장할 줄 아는 데다가 이름까지 가졌으면 절대 하급은 아니었다.

그러나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도 절대 약하지 않았다.

뇌물 받고, 재물 탐내고, 타락한 상태라 약한 줄 알았는데….

‘고대 제국 시절이라 그런가?’

-모여라. 악마를 처치하겠다! 우리의 진실된 믿음으로!

‘…너희 그 악마한테 뇌물 받았잖아….’

그러나 파이토스는 뇌물 좀 받아도 신도를 사랑해 주는 것 같았다.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강력한 신성 마법을 연달아 날리며 에다게르를 몰아붙였다.

에다게르도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는지 쩔쩔맸다.

[카르바노그가 이것 때문에 일이 크게 난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

태현은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그럴듯했던 것이다.

원래 태현이 없었다면 여기서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은 신전에 불지르면서 파이토스 교단+에다게르와 싸웠을 것이고….

저들의 강함을 봤을 때 쉽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악마들은 온갖 사악한 방법을 쓸 줄 아는 이들.

이 싸움이 도시 규모로 커졌다면?

‘…설마 진짜 이거 때문에 도시가 날아갔을 수도 있나?’

아키서스 교단이야 다른 도시나 성에도 아직 신전 많으니 괜찮지만, 카르바노그 교단은 안 그래도 빠듯한 처지에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아키서스 교단도 적들과 싸우느라 바쁜 와중에 계속 카르바노그 교단을 챙겨줄 수는 없는 상황이고….

“성기사들! 날 따라와라!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을 돕는다!”

-크르르르륵!

“…성기사들! 날 따라와라! 에다게르를 잡는다!”

-와아아아! 길잡이님!

-길잡이님 만세!

‘미친놈들.’

태현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같은 건데 이 차이는 뭐란 말인가!

* * *

-으아악! 아키서스 교단 놈들!! 우릴 속였구나! 믿었는데! 믿었는데!!

“…도와주러 온 거다.”

-그, 그게 정말이냐!?

파이토스 교단 사제들은 깜짝 놀랐다.

태현과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이 신전 문 박차고 안으로 들어오길래 ‘혹시나 했는데 악마 말이 맞았구나! 이 비열한 놈들이 우리를 같이 죽이려고 하는구나!’ 했던 것이다.

아키서스 교단이 도와주러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성격상 절대 도와줄 이들이 아닌 것!

[아키서스 교단의 평판이 오릅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역사가 새로이 추가됩니다!]

[파이토스 교단을 상대할 때 거래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여기서 도와준 게 현재로 돌아가서 쓸 수 있는 교환조건이 된다니.

태현은 깜짝 놀랐다.

‘싸움 끝나면 공격할까 했는데 그러지 말아야겠군.’

[…….]

‘아니. 내가 꼭 사악해서는 아니고, 내 성기사들이 그러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그랬어.’

[카르바노그가 굳이 자신한테까지 변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파이토스 교단과 싸우고 있는데, 아키서스 교단까지 끼어들자 에다게르는 급격히 당황했다.

-아키서스 교단 놈들아! 잘 생각해 봐라. 여기 있는 타락자들은 뇌물을 받고 재물을 탐해서 도시를 더럽힌 놈들이다! 너희들은 이런 놈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지 않느냐!

악마의 말은 확실히 강력했다.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이 움찔한 것이다.

악을 보면 참을 수 없는 정의로운 마음!

…하지만 에다게르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눈앞의 상대는 화술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감히 아키서스 교단을 상대로 속임수를 시도하다니! 저놈이 아키서스님을 모욕하고 능멸했다!”

-!

“저놈이 얼마나 우리를 우습게 봤으면 저런 말을!”

-!!

“그러고 보니 저놈, 아까 아키서스 교단이 거대 교단이 아니라고 한 거 같다! 파이토스 교단보다 한 수 아래라고 했다!”

-!!!

그러자 성기사들의 눈빛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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