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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76화 (1,375/1,826)

§ 나는 될놈이다 1376화

다른 교단의 위치를 물어보는 사람들을 아키서스 교단 신전으로 끌어온 다음, ‘아! 가지 말고 좋은 말씀 좀 들어봐!’ 하면서 붙잡으면….

‘내가 생각했지만 그럴듯해서 소름이 돋는군.’

태현은 카르바노그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카르바노그. 딱히 내 잘못은 아니지만 교단을 대신해서 사과할게.

[카르바노그가 왜 사과하냐며 의아해합니다.]

-?

그랬다.

눈앞의 일은 태현이 생각했던 것과 좀 달랐던 것이다.

-대체 언제까지 여기 있을 겁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사제가 나오더니, 카르바노그 교단의 사제한테 강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카르바노그 교단의 사제는 매우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

태현은 더 고개를 푹 숙였다.

이게 뭔…!

‘이 미친놈들이 신전을 뺏었구나!’

아키서스 교단 놈들이 카르바노그 교단의 신전을 뺏은 다음 ‘여긴 우리 땅이니 꺼져라!’라고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저런 꼴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아까보다 더 미안하다. 카르바노그.

[카르바노그가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새 신전을 지어드린다고 했잖습니까? 여기 이 작은 건물에서 지내시면 다른 사람들이 흉을 볼 겁니다.

-하지만 저희의 신께서는 저희의 힘으로 만들지 않은 신전은 기뻐하지 않으실 겁니다.

-저런… 카르바노그 님께서는 행복하실 겁니다. 이런 믿음 강한 사제들을 데리고 있다니. 그래도 언제든지 마음이 바뀌면 말해주십시오. 저희가 신전을 새로 드리겠습니다. 친구를 위해 새로 신전을 제공하는 건 기쁜 일이니까요.

-아닙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신전 건물을 잠깐 빌리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

“…….”

????????

‘뭐야????’

태현은 눈을 의심했다.

내가 뭘 본 거지??

“아… 아키서스 교단이 맞습니까? 아기서스나 아키써스 아냐?”

-무슨 불경스러운 소리를 하는 건가 이 사람이!

안내해 준 사람은 벌컥 화를 냈다.

감히 아키서스 교단 신전 앞에서 무슨 불경한 소리를!

“아니… 내 눈과 귀가 맞으면, 지금 아키서스 교단에서 카르바노그 교단을 도와주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맞나??”

신전 건물 없이 몰락한 카르바노그 교단을 배려해서 자기 신전 건물 중 하나를 내준 것이다.

말이 되나!??!

-아키서스 교단은 너그럽고 관대한 교단일세. 자네. 여기서 오래 지내고 싶으면 입을 조심하는 게 좋겠군. 아키서스 교단을 믿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야.

“…….”

-흥. 아무리 봐도 파이토스 교단 소속이 아닌가 싶은데….

안내해 준 사람은 투덜거리며 가버렸다.

‘카르바노그. 내가 다른 과거로 온 거 아닐까?’

[카르바노그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카르바노그의 교단은 그 특성상 몰락한 적이 많았다.

아무래도 토끼의 신은 믿을 사람이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카르바노그 본인마저 자신의 안식처에 잠들어 있었으니, 신도들 입장에서는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거야 그렇지만 아키서스 교단이 도와준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백 년이면 드래곤 레어도 사라지는데 이 정도 옛날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런가?’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아키서스 교단도 고대 제국 시절에는 잘나갔을 테니, 그때는 또 달랐을지도 몰랐다.

생각해 보니 교단의 운영 방식은 그 당시의 교황 영향을 받기 마련.

무의식적으로 태현처럼 운영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키서스 교단은 다르게 운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애초에 아키서스 교단은 한 번 망해서 전통이고 뭐고 다 날아간 상태였으니….

‘괜히 슬퍼지는데. 다 나처럼 운영한 줄 알았는데….’

태현은 입맛이 썼다.

나 말고 다른 아키서스 교단 교황들은 친절하고 사랑받는 아키서스 교단으로 운영했나?

태현과 카르바노그가 대화하는 사이, 두 교단의 사제도 대화를 끝내가고 있었다.

-정말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어떻게 그런 걸 쉽게 받을 수 있겠습니까.

훈훈 그 자체!

-그야 파이토스 교단의 신전 건물을 공짜로 뺏어 온 거니까요. 정말 편히 쓰셔도 됩니다.

-아키서스 교단이 공들여서 뺏어온 건물 아닙니까. 감히 저희가 쓸 수는 없습니다.

“…….”

아…!

아키서스 교단 맞구나!

* * *

<토끼의 과거-카르바노그 교단 퀘스트>

당신은 카르바노그 조각상의 힘으로 카르바노그 교단이 있던 과거의 광경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카르바노그 교단은 강력한 위세를 자랑했지만, 과거의 사건들로 인해 몰락하고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강, 강력한가?’

지금도 아키서스 교단 신전에 빌붙어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카르바노그 교단을 도와 그들이 맞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훗날 미래에서도 카르바노그 교단의 흔적을 더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보상: ?, ??

“…!”

태현은 깜짝 놀랐다.

과거로 돌아가서 현재에 간섭하는 퀘스트라니!

물론 이런 퀘스트가 판온에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극히 희귀한 퀘스트였다.

무엇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에 간섭하는 건 막대한 힘이 필요한 것이다.

-크윽! 위대한 영웅이여! 이대로는 대륙이 멸망하오! 우리 파이토스 교단의 대주교들이 모두 희생해서 그대를 과거로 보낼 테니, 과거로 돌아가서 굶주린 혼돈을 막아주시오!

-알겠습니다. 굶주린 혼돈을 막고 아키서스 교단을 최고로 만들겠습니다!

-뒷말은 빼고…!

…대충 이 정도쯤 되는 비장한 상황이 아니면 그런 퀘스트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카르바노그 교단의 조각상 하나만으로 이런 퀘스트가 나오다니.

대단한데??

[카르바노그가 우쭐해합니다.]

‘이렇게 미래의 신도가 과거로 올라올 힘을 남겨 놓을 정도였으면, 그냥 자기가 쓰는 게 낫지 않았을까?’

[…카르바노그가 사실로 찌르지 말라고 우울해합니다.]

태현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이건 낭비였다.

카르바노그 교단의 사제들이 ‘미래의 누군가가 발견했을 때 교단이 몰락해 있으면 이 힘을 빌려서 돕게 하자!’라고 준비를 해놓은 모양인데….

솔직히 그 힘이면 그냥 카르바노그 교단이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으니까 잘 된 거 아닐까?’

[카르바노그가 위로 고맙다고 말합니다.]

‘흠. 카르바노그 교단이 맞을 위기라….’

태현은 신전 앞에서 생각에 잠겼다.

고대 제국은 매우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나라였다.

그만큼 위기도 많고 적들도 많았다.

당장 태현의 기억에만 남는 게….

‘오크 난리 친 적 있고, 드래곤 와서 난리 친 적 있고, 굶주린 혼돈 당연히 난리 친 적 있고, 느부캇네살이 신 되겠다고 까분 적 있고, 악마 공작들 내려와서 까분 적 있고, 위의 하늘섬과 연락 끊긴 적 있고, 수인족 부족들 바다에서 몰려와서 날뛴 적 있고….’

너무 많아서 세기 힘들 정도!

‘그래도 굶주린 혼돈 아닐까?’

태현은 굶주린 혼돈을 가장 의심했다.

다른 어떤 적보다, 가장 위협적인 교단의 적이었던 것이다.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카르바노그 생각에 카르바노그 교단은 장렬하고 비장하게 맞서 싸웠을 거 같다고 말합니다.]

‘…아니.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불안해지는군.’

진짜 싸운 거 맞나?

뭔가 이상하고 추잡한 이유로 멸망한 거면 그거 막기도 좀 애매해지는데….

[카르바노그가 화를 냅니다!]

‘일단 가서 물어보자.’

퉁퉁퉁-

태현은 신전의 정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는 아키서스 교단의 신도입니다. 기도를 하러 왔습니다.”

-오! 들어오시지요.

아키서스 교단의 문지기를 맡고 있던 성기사는 웃으면서 문을 열어줬다.

파아앗!

[<고대 제국 아키서스 교단 신전>을 목격합니다!]

[아름다운 광경에 눈이 부십니다!]

[신성이 영구적으로 오릅니다!]

[지혜가 영구적으로 오릅니다!]

[행운이 영구적으로 오릅니다!]

[일시적으로 <아키서스 신전의 축복>이 부여됩니다.]

[……]

[……]

[……]

[영지에서 <고대 제국 아키서스 교단 신전>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고대 제국 아키서스 교단 신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페널티가 붙습니다. 완성시키려면 뛰어난 건축가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

“!!”

안에 들어오는 광경에 태현은 깜짝 놀랐다.

시냇물이 흐르고, 열매가 맺힌 나무는 조용히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아름다운 광경.

아키서스 교단 신전의 앞뜰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가꿔진 곳이었다.

그리고 그 평화로운 곳에는 신도들이 열매를 한 입 베어 물며 느긋하게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여기가 아키서스 교단이냐 퇴폐의 전당이냐?’

[이거 쉬는 거 가지고 퇴폐의 전당이라고 할 건 없지 않냐고 카르바노그가 당황해합니다.]

솔직히 그냥 쉬고 있는 거였지 퇴폐는 아니었다.

하지만 골짜기와 비교하면 좀 많이 놀랍긴 했다.

골짜기에 있는 아키서스 교단 신전은 실용의 극한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해진 구역에 딱딱 배치!

쓸데없는 장식이나 호화로운 사치는 절대 금물!

신전 앞뜰에는….

아니, 애초에 신전 앞뜰이 거의 없었다. 그런 쓸데없는 여유 공간을 굳이 배치하지 않는 것이다.

그럴 공간 있으면 악마 들어왔을 때 작동하는 함정을 하나 더 배치했다.

솔직히 신전이 아니라 요새에 가까웠다.

태현의 반응을 오해했는지, 아키서스 교단 사제는 웃으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신전이 많이 검소하지요? 이번에 명예로운 원정을 위해 많은 기부를 해서 이렇습니다.

“검소? 명예? 기부?”

너무 혼란스러운 단어에 태현은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

아키서스 교단이란 주어에 어울리는 단어가 맞나 저게?

[카르바노그가 정신줄 잡으라고 외칩니다!]

“그… 그렇군. 신전이 너무 검소해서 남들에게 명예를 이유로 많은 기부를 받았나?”

-…전혀 다른 이야기 같습니다만?

사제는 태현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좀 문제가 있어 보였던 것이다.

-이보게. 여기 신도분께서 상태가 좀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축복을 할 수 있게 물약을 가져다주겠나?

-예. 펠마스 대사제님.

“…뭔마스?”

[카르바노그가 여기 이상하다고 비명을 지릅니다!]

신답게 정신줄 붙잡고 있던 카르바노그도 비명을 지를 정도로 끔찍한 상황!

눈앞에 있는 선량한 사제의 이름이 펠마스라니.

* * *

찰랑거리는 금발에, 눈부시고 선한 미소.

어딜 가도 꿀리는 거 없는 미남이 바로 눈앞의 사제였다.

그에 비해 교단의 펠마스는….

눈 밑이 퀭하고 어딘가 도박에 중독된 것 같은 쓰레기의 냄새를 풍기는….

‘아니. 그만 생각해야지. 슬퍼지는군.’

태현은 진정했다.

이 상대가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 않은가?

“대사제의 자리를 맡고 있나?”

-예. 부끄럽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키서스 님께서 만족하시기만을 빌 뿐이지요.

“…합격!! 합격!!!”

-?!??

“아니. 미안하군. 하도 많은 적들과 싸우다 보니 가끔 좀 미친 소리가 나오는 병에 걸렸으니 이해해 주게.”

-아, 예.

펠마스는 태현에게 아키서스 교단이 해온 원정과, 앞으로 상대해야 할 적들과, 그리고 대륙과 왕국을 위협하는 적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 맞서 아키서스 교단이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라고!

-저희 교단은 제국의 가장 강력하고 날카롭고 뾰족하고 지독한 상처를 남기는 방패가 될 겁니다.

‘…그건 이미 방패가 아니지 않나?’

아키서스 교단에 어울리긴 했는데….

어쨌든 이쯤 되자 태현도 의심을 벗을 수 있었다.

그냥 진짜 동명이인인가 보다.

“혹시 도박은 안 좋아하지?”

-앗. 어떻게 아셨습니까? 주사위 도박을 좀 좋아하긴 합니다.

“…당장 그만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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