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375화 (1,374/1,826)

§ 나는 될놈이다 1375화

[퀘스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영지의 명성이 오릅니다!]

[한 달 동안 영지의 요리에 추가 버프가 들어갑니다!]

[……]

[……]

[……]

[불불이의 힘이 한층 더 성장합니다!]

-캬오오!

온갖 미친놈들이 날뛰었던 것과 달리 퀘스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생각보다 괜찮군.’

원래 골짜기 플레이어들을 소소하게 모아서 불불이를 성장시키려고 한 거였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았다.

일단 영지에서 이벤트나 퀘스트를 열면 각종 추가 버프가 들어가는 것이다.

안 그래도 효과 좋은 골짜기에서 이런 퀘스트를 여니 그 효과는 거의 사기적이었다.

-앞으로 이런 걸 종종 여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태현은 정색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번 열었다가는 골짜기가 난장판 될 것 같은데?

그러나 태현의 걱정과 별개로 골짜기의 분위기는 축제 그 자체였다.

대회가 끝나자 모인 요리사들이 요리를 쫙 풀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에는 먹어볼 수도 없는 랭커들의 고급 요리를 먹게 된 플레이어들은 신이 나서 함성을 터뜨렸다.

“여기 <심해의 괴수 활어회> 남은 거 뿌립니다! 줄 서세요!”

“<왕국 달콤한 크림빵>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오늘 안에 안 드시면 상합니다!”

“그 명문 길드, 파워 워리어 출신 요리사들이 최고의 포장마차에서 요리를 해드립니다!”

“팝콘 파나요?”

“…팝콘 말고 다른 더 좋은 요리를 제공합니다!”

“근데 팝콘이 좋은데 팝콘 해주시면 안 돼요?”

“맞아. 파워 워리어 하면 팝콘이지.”

“팝콘의 명문!”

“…근데 저희가 팝콘 말고도 다른 걸 잘하는데 좀 드셔보시면….”

“우우! 팝콘! 팝콘!”

“팝콘을 왜 안 해주는 건데!”

“비싸게 팔려고 그러는 거지! 알겠어! 원래 가격의 2배를 내겠어!”

“아니 그게 아니라, 저희가 다른 요리도 열심히 해서 그걸 보여드리고 싶은 건데….”

“3배!! 아니, 4배!”

“…애들아! 팝콘 준비해라!!”

물론 이렇게 잘 굴러가는 곳만 있진 않았다.

“여러분! 요리 공짜로 드립니다! 아니, 요리를 드시면 실버를 드립니다!”

“진짜요!? 그게 어떻게 말이 되죠? 그렇게 퍼주면 뭐가 남는데요?!”

“바로 여러분들이 남습니다!”

“와아아! 한 그릇 주세요!”

“잠깐만… 안 돼! 저 사람들 괴식 요리사야! 도망쳐!!”

“쳇. 들켰군! 붙잡아라!”

황당한 모습에 새로 온 플레이어들은 중얼거렸다.

-골짜기에 이상한 사람들 너무 많지 않아?

-골짜기 엄청 재밌고 좋은 곳이라고 들었는데 뭔가 이상해….

그러나 펠마스는 태현의 시큰둥한 반응에도 굴하지 않았다.

오늘 본 결과에서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돈 몇 푼 안 들이고 모험가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방법!

역시 경쟁이 답일지도 몰랐다.

보상이 얼마 안 되는데도 경쟁이 붙자 저렇게 밑천을 쏟아부으며 달려들지 않는가.

골짜기 건설 대회, 골짜기 제작 대회, 골짜기 기부 대회 등 여러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었다.

-맡겨만 주십시오!

“너한테만 맡겨서 좋은 꼴 본 적이 없지. 갈락파드 불러와라.”

-쳇….

* * *

[예술품의 수리를 시작합니다!]

-상당히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만….

골짜기의 기술자들은 오스턴 왕국 남부에서 건져 온 예술품들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상당히 훼손 정도가 심했던 것이다.

“오래 걸려도 괜찮다. 그리고 이것부터 먼저 해줬으면 좋겠는데.”

태현은 카르바노그 퀘스트를 깨기 위해 조각상을 내밀었다.

다른 예술품들보다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감동합니다!]

-이건….

“왜. 어렵나?”

태현은 걱정했다.

원래 예술품도 제작 난이도가 다 달랐다.

진흙을 대충 뭉개서 완성시킨 조각상은 개나 소나 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웠지만, 온갖 화려한 물감을 사용해 완성시킨 명화는 각종 스킬이 매우 높아야 건드릴 수나 있는 것이다.

<고대 제국의 훼손된 조각상>은 평범하고 조촐한 조각상이었지만 그래도 고대 제국 시절의 물건.

아주 어려운 기술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정말 쉬운데요?

-이 정도면 지금 바로 수리하겠습니다.

“…진짜?”

-예. 다른 예술품들에 비하면 너무 쉽군요. 재료도 돌밖에 쓰지 않았잖습니까.

-솔직히 대충 만든 것 같습니다만?

[…카르바노그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참습니다.]

‘울지 마. 잘 된 거니까.’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카르바노그 교단의 소박한 조각상>을 발견합니다.]

[<토끼는 죽지 않는다>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토끼는 죽지 않는다-카르바노그 교단 퀘스트>

신앙이란 강력하고 끈질긴 힘이라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 교단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 리는 없는 법.

당신은 카르바노그 교단의 소박한 조각상을 발견했습니다. 검소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카르바노그 교단답게 조각상에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조각상이 가리키는 위치로 향해 새로운 정보를 찾으십시오!

보상: ?, ??

[지도에 위치가 추가되었습니다.]

‘역시 오스턴 왕국 남부인가?’

찾았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스턴 왕국 남부의 폐허 중 한 곳이었다.

‘카르바노그. 교단이 검소해서 그런 거래. 울지 마.’

[카르바노그는 사실 사치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

* * *

“대륙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는 거 같은데.”

오스턴 왕국에 도착한 태현은 낮게 중얼거렸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이 나타납니다!]

원래 그렇게 난이도 높지 않은 필드였는데, 갑자기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이 나타나 공격을 시작했다.

레벨 낮은 플레이어들에게는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이벤트.

소문이 퍼져서 아예 고렙 플레이어들을 끼워넣고 같이 다닐 정도였다.

굶주린 혼돈이 대륙에 직접적으로 덤비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굶주린 혼돈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마계의 악마들이…]

이미 많이 소환되었던 악마들도 이 근처를 꽤 어슬렁거렸다.

당장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세계수만 해도 마계에서 건너올 수 있는 통로인 것이다.

[이데르고 교단의…]

그리고 역병지대가 사라진 것에 분노해서 찾아온 이데르고 교단 NPC들도 있었다.

신의 상징이라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어떤 같잖은 놈들이 정화를 해버린 것이다.

굶주린 혼돈에, 악마에, 이데르고 교단에….

몬스터까지 포함해서, 어지간해서는 혼자서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졌다.

왕국 남부가 좀 심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대륙이 다 앓고 있었다.

콰콰쾅! 콰쾅!

-굶주린 혼돈 님의 명령으로 이 모든 걸 파괴하겠다!

“아니 이런.”

태현은 용용이를 타고 날아가다가 멈췄다.

밑에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보였던 것이다.

열심히 짓고 있는 건물들이 굶주린 혼돈에게 부서지고 있다!

“용용아. 내려가라! 다른 애들은 공격 개시!”

-알겠다, 주인이여!

쐐애애액!

태현은 바로 하늘에서 아래로 급강하했다.

위에서 신수들이 쏘아내는 마법과 함께 태현이 들이닥치자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은 기겁해서 물러섰다.

-기습이다!

“태현 님?!”

“그래! 뒤로 물러서라!”

“아니!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

“?!”

태현은 의아해했다.

뭔 소리야?

“지금 너희가 짓는 거 부수고 있는 게 아니었나?”

“맞습니다!”

“근데 괜찮다고?”

“예! 새로 지으면 또 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너희 천재냐?”

태현은 감탄했다.

파워 워리어는 이 와중에 돈벌이를 새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열심히 해라!”

“예! 저희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시 날아가는 태현을, 파워 워리어는 열심히 배웅했다.

“자!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이 부수는 동안 빨리 도망가 있자!”

길드 동맹한테서 건설비 받아서 건설하고, 도중에 부서지면 ‘아니 여기 필드 몬스터 많아서 부서졌잖아요 ㅡㅡ 지켜주시던가 돈 다시 주세요’ 하면 길드 동맹은 지금 워낙 정신이 없어서 돈을 또 내놨다.

평소에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기회!

파워 워리어는 신나게 기다렸다.

* * *

[<이름 모를 남부 폐허>에 도착합니다!]

‘도시인가?’

역병이 한 번 휩쓸고 간 덕분에 주변은 성벽도 하나 없이 폐허가 되어 있었다.

태현은 <신의 예지>를 켜고 최대한 가까운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카르바노그가 저기를 보라고 외칩니다!]

카르바노그가 가리킨 곳을 보니 신전의 기둥이 보였다.

신전의 기둥이 있다는 건 이 근처가 신전이 있었다는 것.

‘근데 카르바노그 신전일 리는 없지 않나?’

카르바노그 신전이 멀쩡하게 기둥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카르바노그가 눈물을 글썽거립니다.]

‘아니. 내가 잘못 생각했다. 미안.’

[<카르바노그 교단의 소박한 조각상>이 공명합니다.]

[카르바노그 교단의 과거로 들어갑니다!]

[……]

[……]

[……]

“!”

과거 퀘스트!

어떤 인물이나 단체의 과거로 들어가서 체험하는 퀘스트.

왕국이나 NPC 관해서는 종종 나왔었지만 카르바노그 교단의 과거를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었다.

‘아키서스 교단도 이런 거 없는데 왜 카르바노그 교단만?’

[아키서스 교단의 과거를 정말 보고 싶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하긴 그건 그래.’

파아아앗!

빛이 번쩍이더니 순간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폐허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번영한 도시가 눈앞에 나타났다.

에랑스 왕국의 도시보다도 몇 배는 더 번영한 것 같은 도시!

성벽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고, 거리에는 거대한 골렘들이 마력과 증기를 내뿜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하늘에는 하늘성들이 여러 개 떠서 날아가고 있었고 그 근처에는 드래곤도 보였다.

태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고대 제국 시절이다!’

이 정도로 잘나가던 시절은 보통 고대 제국 시절밖에 없었다.

태현은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잡고 물었다.

“저, 여기 카르바노그 교단이 어디 있습니까?”

-아니. 젊은 친구가 왜 벌써부터 카르바노그 교단을 믿고 그래?

“…….”

[…….]

두 화신과 신은 정색했다.

말이 너무 심하잖아!

“카르바노그 교단이 뭐 어때서 그러십니까?”

-너무 소박하잖나. 다 늙은 사람이나 믿는 교단이지.

“그러는 그쪽은 무슨 신을 믿길래?”

-나는 아키서스 교단 소속이지. 위대한 모험가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아키서스 교단 소속 아니겠어?

[카르바노그가 화신을 노려봅니다!]

‘아니. 이건 내 잘못 아니잖아.’

고대 제국 시절에 아키서스 교단이 잘나갔던 게 태현 잘못은 아니었다.

-이번에 아키서스 교단의 성기사들이 소왕국의 왕족들을 불태우고 악마들을 구출해 왔지. 정말 기쁜 일이야.

“…어? 반대 아닙니까?”

태현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지?

-하하. 그 소왕국의 왕족들은 사악한 악마들과 결탁해 대륙을 혼란에 빠뜨리려던 악의 세력이었네.

“아아… 근데 악마들은 왜 구출해 왔습니까?”

-왜 구출해 왔냐니? 그래야 또 미끼로 써먹지!

상대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어쨌든 카르바노그 교단 위치로 알려주십시오.”

-쯧쯧… 알겠네. 따라오게.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

[……]

아무리 안쓰럽고 말리고 싶어도 태현의 화술이 높아서 그런지, NPC는 순순히 안내를 시작했다.

-자. 여기일세.

“…?”

태현은 의아해했다.

여긴….

아키서스 교단 신전이잖아?

‘설마 아키서스 교단 신도들 사람 속여서 납치한 다음 개종시키나?’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의심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