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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72화 (1,371/1,826)

§ 나는 될놈이다 1372화

제대로 된 예술품 하나만 갖고 있어도 영지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주민의 불만도나 충성도는 물론이고, 영지를 이용하는 플레이어들에게 각종 버프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당장 골짜기만 봐도 아키서스 교단 각종 예술품이 꾸준히 버프를 주고 있었다.

<아키서스의 예술관> 같은 곳은 아예 사방에서 약탈해 온 보물을 모아서 버프를 주는 곳이었고….

“어떠냐? 제법 괜찮지 않냐?”

아저씨들은 매우 뿌듯한 얼굴로 예술품들을 쳐다보았다.

관련 스킬이나 스탯이 낮아 감정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대충 봤을 때 뭔가 명품이라는 느낌은 왔다.

플레이어로서의 감!

“이거 고대 제국 시절 예술품입니다.”

“뭐?! 진짜!?”

“그 정도 명품이었냐???”

아저씨들은 깜짝 놀랐다.

대충 비싸 보인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고대 제국이 들어갈 줄이야.

“아니. 잠깐만. 고대 제국 시절이라고 무조건 명품은 아니잖아. 저번에 얻은 고대 제국 시절 흑빵은 상해서 먹을 수가 없었는데.”

“흑빵이랑 예술품이랑 같냐? 예술품은 명품이겠지.”

아저씨들이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낭비하자, 태현은 사이에 끼어들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걸 어떻게 옮길지가 중요한 거 같은데요.”

“으음!”

아저씨들은 태현의 말에 동의했다.

확실히 지금 나온 예술품들의 양은 보통이 아니었다.

이대로 갔다가는 평생 못 꺼내거나 아니면 다른 놈들이 먼저 꺼낼까 봐 일단 꺼내긴 했는데, 이걸 어쩐다?

“어차피 아저씨들 탈것 많지 않아요? 탈것 꺼내서 하나씩 올린 다음 나머지는 끌고 가면 될 것 같은데요?”

“길드 동맹이 호구 같아 보이냐? 아. 물론 호구 같아 보이겠지만 그 정도로 호구는 아니다. 태현아. 우르크 쪽으로 움직이면 무조건 걸려.”

몇 번이고 당해 왔던 길드 동맹은 꽤나 체계적인 경비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왕국 국경 근처에 길드원들을 주기적으로 순찰시키면서 감시를 돌리는 것이다.

길드원들 입장에서는 ‘아니 뭘 이렇게까지 합니까?’ 소리가 나왔지만, 쑤닝은 완고했다.

-안 해서 맞는 것보단 낫지!

쑤닝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스미스의 화이트 나이트나, 마법사 놈들이 모인 미다스, 아니면 그냥 김태현 같은 놈들만 경계하고 있었지만….

언제 다른 승냥이 떼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아. 쑤닝 그놈. 눈치는 되게 빨라가지고.”

“우리가 도적으로 위장해서 국경 넘어올 걸 어떻게 안 거지?”

“그러면 우르크 쪽으로 가지 말고 바로 남쪽으로 내려가시는 건? 바로 남쪽으로 내려가면 그냥 아탈리 왕국인데.”

“…!”

“어. 진짜 그래도 되나?”

오크 아저씨들은 반색했다.

국왕인 태현이 허락해 준다면 그것보다 편한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그거 복원해야 하는데 제가 하게 좀 해주시죠. 퀘스트 깨야 해서.”

“그 정도야 해줄 수 있지. 그럼 골짜기 근처에 놓고 기다리고 있을까?”

“왜 하필 골짜기?”

“그야 가장 가깝고 유명한 곳이잖냐.”

“우리도 오랜만에 골짜기 구경이나 가야겠다.”

아저씨들은 잘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우르크 지역에서만 플레이하다 보니, 왕국 도시에 놀러가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

골짜기는 예전에 초창기 때 잠깐 들리긴 했었지만 지금은 엄청나게 많이 달라졌을 터.

한 번 보고 싶었다.

“가서 계셔도 되긴 하는데….”

“좋아! 그러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겠다. 길드 동맹 놈들 보기 전에 역병 안개 뚫고 가야지.”

오크 아저씨들은 탈것을 꺼내더니 하나씩 주섬주섬 올리기 시작했다.

커서 움직이기 힘든 것들은 따로 묶은 다음 뒤에 실었다.

‘아니. 잠깐.’

태현은 그런 예술품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혹시 이건 제가 갖고 있어도 됩니까?”

“엥? 왜 그런 걸?”

“갖고 있어도 되기야 하는데 더 좋은 게 낫지 않겠냐? 이 조각상이 멋지지 않냐? 근육이 우락부락한 게 꼭 오크 같아서 멋있는데.”

“아니… 그건 아저씨들 가지시고요.”

태현과 아저씨들은 취향이 매우 달랐다.

아저씨들은 우락부락한 전사들이 잘 무장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좋아했지만, 태현이 고른 건….

매우 평범하고 작은 조각상이었다.

[카르바노그가 이걸 왜 골랐냐고 의아해합니다.]

‘아니. 네가 모르면 안 되지.’

[??]

태현은 조각상을 가리켰다.

매우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의 조각상이었지만, 그 사람의 발밑에는 토끼 한 마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카르바노그가 지금 그거 하나 때문에 고른 거냐고 황당해합니다.]

‘아니… 이 정도면 충분히 수상하지 않나? 난 카르바노그 네 교단과 관련 있는 조각상이라고 생각했는데.’

태현이 이렇게 생각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토끼 조각이 생각보다 정교했던 것이다.

사람은 대충인데 토끼는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면 그 의도가 이상하지 않은가.

[카르바노그가 듣고 보니 그렇다고 감탄합니다!]

‘…내가 말하기 전에 네가 알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

[신앙이 잊혀지고 사라진 지 언젠데 이제 와서 그걸 다 기억하겠냐고 카르바노그가 슬퍼합니다.]

‘내가 잘못했다 그래.’

카르바노그가 눈물로 호소하자 태현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고대 제국의 훼손된 조각상:

평화로운 일상을 묘사한 고대 제국 시절의 조각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훼손되고 손상된 탓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조각상에 기도 시 일시적으로 행운 1 증가.

[지속적인 관찰로 조각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고대 제국의 훼손된 조각상:

평화로운 일상을 묘사한 고대 제국 시절의 조각상이다. 자세히 보면 토끼의 신, 카르바노그를 상징하는 토끼를 새겨 놓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훼손되고 손상된 탓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조각상에 기도 시 일시적으로 행운 1 증가.

<토끼는 죽지 않는다-카르바노그 교단 퀘스트>

신앙이란 강력하고 끈질긴 힘이라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 교단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 리는 없는 법.

‘아키서스 교단 쉽게 사라졌는데….’

[정확히 따지자면 쉽게 사라진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퀘스트창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나왔다.

…카르바노그 교단은 그 영광을 잃어버렸지만, 분명 남아 있는 교단의 유산이 있을 겁니다.

이 조각상은 그 흔적을 찾아내는 길이 될지도 모릅니다.

조각상을 복원해서 숨겨진 길을 발견하십시오!

보상: ?, ??

‘아니…?’

진짜 카르바노그 교단에 남은 유산이 있었단 말인가?

태현은 깜짝 놀랐다.

[카르바노그도 깜짝 놀랍니다!]

카르바노그도 깜짝 놀랐다.

아니 그런 게 있어?

‘…….’

* * *

“김태현!! 사라진 줄 알고 걱정했잖냐!”

랭커들은 진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길드 동맹 랭커들이 태현을 이렇게 걱정한 경우는 이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어? 그 오크들은?”

“여기 너무 힘들다고 돌아가시던데.”

“저런! 정말 안 됐군! 우리가 좀 더 도와줬어야 했는데!”

랭커들은 그렇게 말했지만 얼굴에는 밝은 빛이 가득했다.

‘정말 아저씨들이 싫었나 보군.’

태현 한 명만 있어도 사람 속 뒤집어 놓기 충분한데, 아저씨들까지 같이 있으니 그 깐족거림이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봐라. 김태현. 다 왔다.”

피로 길을 뚫은 랭커들이 손을 뻗어 앞을 가리켰다.

역병이 사방에 깔린 지독한 곳이었는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교단까지!’

태현은 길드 동맹이 한 준비에 놀랐다.

길드 동맹의 정예 길드원들은 물론이고, 길드 동맹이 동원한 교단 NPC들이 여럿이었던 것이다.

하긴 역병 지대를 정화하는 데 플레이어의 힘만으로는 무리였다.

-아니.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은 왜 부른 거요? 그는 믿을 수 없는 자요!

익숙한 주교의 반응에, 태현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네크로맨서 같은 플레이어들이 마을에 갔을 때 ‘히익! 괴물!’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에 익숙하듯이, 태현 또한 교단 NPC들이 저러는 것에 익숙했던 것이다.

떠들려면 떠들어라!

나는 너희를 벗겨먹을 테니까!

-말이 너무 심하지 않소! 어디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님 앞에서!

“…?”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어라?

몰랐는데 아키서스 교단 NPC들도 나와 있었나?

-아, 아니. 저번에는 같이 욕해놓고 왜 이제 와서…?

-내가 언제 그랬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흠흠. 저도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님을 욕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황님이 주교님 친구도 아닌데 싸가지없게….

-주교님은 스스로를 희생해 보신 적도 없으시면서 교황님을 욕하는 건 좀 아닌 듯하오.

‘마지막 말은 뒤지란 소리 아닌가?’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었지만 스스로를 희생하란 건 그냥 뒤지란 소리잖아?

-아니 이런 못된 자들이…! 얼마를 받아먹은 거냐!

-감히 우리의 신앙심을 모독해?! 그 말 취소하지 않으면 역병 안개에 던져 버리겠다!

우당탕쿠탕!

[교단 NPC들이 다투기 시작합니다!]

“…….”

“…….”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황당해서 할 말을 잃고 태현을 쳐다보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등장하자마자 선량한 교단 NPC들을 싸우게 만들 수 있지?

“김태현. 대체 뭔 스킬을 갖고 있어야 저런 게 가능한 거냐?”

“스킬 아니거든?”

태현은 교단 NPC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말렸다.

일단은 지금 싸우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다들 진정해라. 저 주교를 이해해 줘라. 참새는 원래 봉황의 뜻을 알지 못하는 법.”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칭호…]

[신성…]

-아아… 역시…!

-저희가 이해하겠습니다!

-단체로 미쳐 버렸나?!?

혼자 이상한 사람이 된 주교는 펄쩍 뛰었다.

대체 뭔 마법을 부렸기에 여기 있는 NPC들이 다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체 뭐하는 거냐?

그리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그 모습에, 데스나이트들이 황당해했다.

오스턴 왕국의 데스나이트 부대.

정체불명의 플레이어가 지하 던전에서 꺼내준 다음부터, 왕국에 한 맹세를 지키기 위해 방랑하는 이들이었다.

이들 때문에 길드 동맹은 기껏 역병 지대를 정화시킬 방법을 찾고서도 기다려야 했다.

-아니, 아탈리 왕국의 폐….

“처음 보는군! 그래서 길드 동맹. 준비는 다 됐나?”

“다 됐다. 봐라. 데스나이트 놈들아! 여기 오스턴 왕가의 핏줄을 가진 NPC다!”

-오….

-꽤 핏줄이 옅은 거 같긴 하지만, 왕가의 핏줄을 잇긴 하셨구나!

데스나이트들은 스타인하우어를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은 혹시 내게 충성을 바칠 이들인가?

-그렇습니다. 후계자님!

-내가 명령을 하면 무조건적으로 따를 것인가?!

-그렇습니다. 후계자님!

-내가 왕국의 보물창고를 털고 그걸로 도박을 한다고 해도?

-…뭐 그러실 수도 있긴 하겠지만 꼭 그러셔야 합니까?

이쯤 되자 슬슬 길드 동맹과 데스나이트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잘못 데리고 온 거 아닐까?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재촉했다.

“뭐하냐? 빨리 합의 끝내고 정화하자. 나 할 일 많다.”

“…….”

길드원들은 갑자기 불길해졌다.

역병 지대 정화는 길드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게 더 큰 문제를 만드는 일은 아닐까?

“괜찮을 겁니다. 기껏해야 한 명 아닙니까.”

“맞습니다. 빨리 처리합시다.”

‘…왠지 예전 생각이 나는데.’

김태현 한 명 밟으려고 길드의 전력을 동원하면서, ‘그냥 무시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말에 ‘기껏해야 한 명인데 그냥 밟아버리면 그만이지!’라고 말했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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