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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70화 (1,369/1,826)

§ 나는 될놈이다 1370화

-아 왜? 우리 쪽 PD가 젊고 트렌디하잖아. 시청률도 가장 많이 나왔고.

-그건 그쪽 방송사가 규모가 있어서지. 어디서 약을 팔아? 우리 쪽 PD가 그만큼 제작비 썼으면 시청률 두 배는 됐을 거다.

-아. 추하게 그만 좀 싸워요.

…이런 쓸데없는 다툼 끝에 어떻게든 합의가 되었다.

“대충 한국대표팀 소속 선수들 소개하고, 각자 어떻게 살고 어떻게 지내는지 이런 걸 조명할 것 같은데….”

물론 가장 주목을 받는 건 태현과 이세연일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을 이야기할 때 둘의 활약을 빼놓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 그거군요.”

“응?”

이다비가 알겠다는 듯이 입을 열자 태현은 의아해했다.

“태현 님의 일상이 너무 지루하고 똑같아서 방송에 나올 게 없다는 거죠?”

“…아니. 그런 거 아닌데… 그런 생각을 했었니?”

“아, 아니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태현의 목소리가 촉촉해지자 이다비는 급히 말을 돌렸다.

그런 게 아니었어?

“내 일상이야 똑같더라도 뭐 그건 그쪽에서 신경 쓸 일이니까. 재미없으면 자기네들이 잘라내던가 알아서 해야지. 내가 억지로 없는 일상을 만들 수는 없는 거잖아?”

“그렇죠.”

물론 관계자들은 잘라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태현이 소파 위에 앉아서 숨만 쉬는 걸 내보내도 사람들은 매우 흥미롭게 지켜볼 게 분명했다.

평소에 워낙 안 보여줬으니 저런 거라도 감지덕지인 것이다.

“그쪽에서 이세연이 여기 밥 먹으러 오는 거 꼭 찍고 싶다고 하더라. 재밌을 거 같다고 간절히 부탁을 하던데.”

저번에 한, 이세연이 팀 KL 밥 먹으러 온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관계자들은 무릎 꿇고 부탁했다.

그 재밌는 소재를 그냥 넘긴다면 방송 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이세연이 팀 KL 숙소 가서 밥 먹고 나오는 것만 따로 올려도 되겠다!

“세연ㅇ… 아니, 이세연 선수도 와요?”

“응. 아마 그렇게 되겠지?”

“그러면 재료 준비해놔야겠네요.”

“어. 있는 재료로 할 생각이었는데.”

태현은 김치찌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다비는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방송 나가는 건데 그래도 뭔가 좀… 그럴듯해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김치찌개 맛없어?”

“아니요! 정말 맛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러면 된장찌개 대접할까?”

“그런 의미가 아닌데요.”

태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슨 소리 하는지는 알아. 뭐 고기 사다가 스테이크 해서 하는 게 좀 더 그림이 산다는 거겠지.”

“꼭 그런 건 아니지만요.”

“근데 내가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아서. 이런 것까지 뭐 연출을 해야 해? 그냥 숙소 밥 먹고 싶다니까 숙소 밥 먹이는 거지.”

“알겠어요. 그러면 메뉴는 생각해 보셨어요?”

“찌개 끓이고, 케인이 아까 한 거 보니까 계란말이랑 잡채 괜찮아 보이고, 김 살짝 구워서 간장이랑 올리고, 요즘 병어가 좋던데 병어 다듬어서 조림도 해볼까? 나물도 없으면 좀 허전하니 같이 올리고….”

순식간에 반찬 열몇 개를 줄줄 뱉는 태현을 본 이다비는 할 말을 잃었다.

한정식이잖아요 그건…!

‘사람들이 연출이라고 욕하는 거 아닐까?’

그냥 고급 고기 사서 스테이크 굽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래도 태현이 저렇게 한다는데 말릴 수는 없는 법.

“그러면 둘이서 같이 하죠.”

“그래. 도와주면 고맙지.”

식사를 끝내고 이야기를 마친 이다비는 집으로 돌아갔다.

방송 이야기를 들은 동생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방송이면 준비하는 과정부터 찍어서 내보내지 않아?’

‘오해 사기 되게 좋아 보이는데….’

‘쉿. 말하지 말자.’

* * *

-폐하께서는 위대한 영웅이십니다!

“그래.”

-돌아가서 폐하의 노래를 만들겠습니다!

“그래그래.”

-폐하에 대한 헛소문을 바로잡고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이 다 오해라고….

“그건 힘들 것 같지만 고맙다.”

교단 NPC들은 놀라울 정도로 태도가 변해 있었다.

‘나중에 사고 치면 교단 앞에 가서 또 스스로를 제물로 바쳐야 하나?’

그 정도로 효과가 너무 좋았던 것이다.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진작 스스로를 희생할걸.

[카르바노그가 지금 자기가 이상한 소리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달라고 말합니다.]

‘멀쩡한 소리 아닌가?’

일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찌 되었든 원정대를 이끌고 성공적으로 <굶주린 혼돈의 미로>를 공략했다.

랭커들이 들어가는 족족 죽어나간 던전을 공략한 뿌듯함은 보통이 아니었다.

여러모로 뒷수습이 남아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소한 문제였다.

‘던전에 있던 아이템들 최대한 챙겨 갖고 나왔으니, 오염 정화시키면서 하나씩 확인해 봐야겠군.’

굶주린 혼돈의 미로에 있던 아이템들은 그 특유의 기운에 오염되어서 정체불명의 아이템이 되어버린 게 많았다.

이런 건 또 하나씩 구분해야 했다.

“김태현.”

“뭐냐? 또 함정을 걸려고? 이상한 개수작 부리지 마라.”

태현은 이카로스가 다가오자 냉정하게 말했다.

이카로스는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다.

“아니야! 내 말을 들어다오.”

“지금 보아하니 내가 중국 국가대표팀을 예선탈락 시킨 것에 대해 매우 원한을 품고 있군. 다섯 발자국 안으로 다가오지 마라. 죽는다.”

태현의 말에 주변에 있던 다른 랭커들이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그럴듯한 이유였던 것이다.

중국이 예선탈락하고 나서 그 뒤의 반응은 아주… 화끈했다.

<우종위안 감독 실종… 행방불명, 도피했나?>

<쑹이머우의 기용은 실패였다-인맥과 추천으로 얼룩진 국가대표팀 선발>

<중국은 어떻게 약팀이 되었나?>

<부끄러운 망신…>

<대표 훈련 시설 난동으로 전소…>

중국 팬들은 슬픔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미쳐 날뛰었다.

그런 울분은 랭커들이라고 해서 딱히 다를 게 없었다.

길드 동맹에서 태현을 죽이려고 암살자를 새로 보냈어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말할 거면 그 거리에서 말해!”

“맞아! 떳떳하면 왜 말을 못하는데!”

“…….”

같이 김태현의 던전 공략을 스틸하자고 약속해놓고 자기 살 길 찾아서 배신하는 랭커들을 보며 이카로스는 속으로 욕했다.

저런 쓰레기 같은 놈들…!

은근슬쩍 태현 쪽에 붙어서 구박하는 꼴이 아주 가당찮았다.

“이건 길드 동맹 퀘스트인데….”

이카로스는 이 퀘스트에 얽힌 길고 기구한 사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웬 미친 놈들이 왕국의 남부를 역병 지대로 만들어버린 것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그래서 네가 필요한 거다.”

“감동적인데?”

“아니. 속지 마. 저 놈들의 함정일 수도 있어. 얼마든지 거짓말 할 수 있는 놈이라고.”

정작 태현은 가만히 있는데 다른 랭커들이 자꾸 초를 치자 이카로스는 분노했다.

“와서 확인해 봐라! 길드 전체에 공문도 내려온 일이다! 우리가 왜 방해하겠냐!”

‘역병 지대 정화라?’

[카르바노그가 할 법한 일이라고 추천합니다.]

역병 지대가 왕국 국경에도 영향을 끼치고, 오염된 몬스터들을 퍼뜨리고 악마를 불러오긴 했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깨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보상이었다.

역병 지대를 정화하면 관련 보상이 얼마나 나오겠는가.

‘하긴 역병 지대를 치울 때가 되긴 했지.’

오히려 역병 지대가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오스턴 왕국, 그러니까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발에 박힌 가시처럼 성가셨을 텐데 어떻게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걸까?

“만약에 역병 지대를 정화하게 될 경우, 그 경험치나 보상을 내가 독점해도 되나?”

“…해도 상관없다.”

이카로스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참았다.

저 정도도 안 해주면 김태현은 절대 오지 않을 테니까.

길드 랭커들은 자신들이 경험치를 받고 싶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흠… 좋아. 진지하게 고민해 보도록 하지.”

“!”

태현의 말에 이카로스는 매우 기뻐했다.

간신히 실수를 수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신 너희 퀘스트 관련 정보 다 내놔라.”

“…아, 아니. 그건 좀.”

“내가 너희의 함정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이거 봐도 믿을까 말까인데 안 주면 안 간다.”

이카로스의 개수작과 중국 팀 예선 탈락 때문에 태현의 경계심은 매우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수상하면 일단 붙잡고 볼 정도!

“…알겠다. 정보를 주겠다.”

이카로스는 포기하고 정보를 넘겼다.

이 정도면 매우 싸게 먹히는 편이었던 것이다.

30분 후.

‘아니 뭐 이런 미친 퀘스트가 있냐?’

태현은 어이없어했다.

역병 지대에 오스턴 왕국 데스 나이트들이 자리 잡은 것도 웃겼지만, 오스턴 왕가의 핏줄을 찾아오란 것도 더 어이가 없었다.

그걸 또 찾은 길드 동맹이 가장 어이없었고.

‘스타인하우어… 왜 익숙한지 모르겠군.’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 교단의 인재들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젠장. 어쩐지 끔찍하더라.’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말에 깨달았다. 왜 한 번도 본 적 없는 NPC가 익숙했는지.

숨길 수 없는 쓰레기의 기운!

그 기운이 스타인하우어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다행이군. 저놈이 아키서스 교단이 아니라 길드 동맹으로 들어가서.’

만약 저놈이 아키서스 교단에 들어왔다면 태현의 속을 한 번 더 뒤집어 놨을 것이다.

‘남은 퀘스트는 생각보다 되게 쉽군.’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어려웠지 정화 자체는 쉬웠다.

왕가의 핏줄을 찾은 다음에는 믿을 만한 사람, 그러니까 태현을 데리고 가면 되는 것이다.

태현이 가서 할 일은 별로 없다!

‘그러면 간단하게 가서 보상만 받고 나올까?’

* * *

-혹시 내통자가 필요하시진 않습니까?

“…….”

만나자마자 슬쩍 묻는 스타인하우어의 말에 태현은 경악했다.

아니 이놈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오스턴 왕국과 사이가 안 좋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폐하께서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신 분 아니십니까?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국왕의 작위를…]

[아키서스 교단 소속…]

[……]

[……]

[스타인하우어가 매우 친밀감을 가집니다!]

잘 모르는 NPC 입장에서는 태현을 오해하기 쉬웠다.

저렇게 명성이 높고, 저만큼 업적이 많은데, 보물창고를 산처럼 쌓아놓고 막대한 기사단을 거느리고 있지 않을까?

…그 예측 중에 맞는 의견은 별로 없었다.

수입 대부분을 영지 운영에 쏟아 붓는 가난한 국왕!

하지만 태현은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권력이 있긴 하지.”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저한테 정당한 대가만 주시면 바로 배신하겠습니다!

<스타인하우어의 배신-오스턴 왕가 퀘스트>

오스턴 왕가의 핏줄을 이어받은 스타인하우어는 왕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악한 모험가들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다.

탐욕스럽고 도박 좋아하는 스타인하우어는 대가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오스턴 왕국의 정보를 팔아넘길 것이다.

스타인하우어가 만족스러워할 만한 대가를 제공하라!

보상: ?, ??

[카르바노그가 쟤 나중에 저러다가 아키서스 교단 오는 거 아니냐고 불안해합니다.]

‘개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 카르바노그.’

태현은 정색했다.

할 말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어디서?

“둘이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냐?”

길드 동맹 랭커들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저 짜증 나는 NPC와 친해진 게 의외였던 것이다.

“별 이야기 안 했는데.”

“김태현. 저놈 조심해. 저거 완전 쓰레기 NPC야.”

“우리한테도 주사위 도박하자고 한 다음 지니까 돈 없다고 우기더라.”

“내가 저런 미친 NPC는 처음 본다 처음 봐.”

스타인하우어의 감시를 맡은 랭커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진상이었던 것이다.

‘뭐… 진상이어도 배신은 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그 진상을 길드 동맹 쪽에서 부려주면 태현은 상관하지 않았다.

오스턴 왕국에서 행복하게 살아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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