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366화 (1,365/1,826)

§ 나는 될놈이다 1366화

남들이 원하는 것과 반대로 가라.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장기를 밀어붙일 수도 있었지만, 태현은 그런 거에 별 관심 없었다.

그냥 뭐 이대로 가지 뭐!

“쑹이머우! 어떻게든 해봐!”

태현이 앞으로 나오지도 않고 팀원들 도움 받아가며 안정적으로 딜링만 해대자, 아무래도 총 딜링에서 중국 쪽이 밀렸다.

게다가 쑹이머우는 태현 카운터를 위해 데려온 거라 이런 상황에서는 취약한 것이다.

“김태현을 저격해!”

“알, 알겠습니다!”

태현이 진형으로 들어오진 않았지만 쑹이머우는 준비한 마법을 겨눴다.

그 순간 태현은 바로 류다영 뒤로 돌아섰다.

상대의 조준을 방해하는 절묘한 움직임!

[상대를 노릴 수가 없어 마법이 취소됩니다!]

“!!!”

쑹이머우는 깜짝 놀랐다.

우연인가?

그러는 사이 태현은 다시 나와 탱커를 두들겨 팼다.

퍼퍼퍼퍽! 퍼퍼퍼퍼퍽! 퍼퍼퍽!

“그만, 좀, 패, 이, 자식, 아!”

한국팬들도 ‘와 저기 중국 탱커 좀 불쌍하지 않냐?’라고 할 정도로 미친 듯이 두들겨 팼다.

차라리 죽으면 그만 맞을 텐데, 버프가 많이 걸려 있고 힐을 빵빵하게 해줘서 죽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그냥 맞고 있을 수도 없었다.

태현은 바로 급소 노리고 장비 파괴하려고 수작을 부려오는 사람.

맞는 것도 정신을 집중해서 최대한 덜 아프게 맞아야 했다.

‘큭, 크윽, 크으윽, 다른 놈들 뭐하는 거야?’

쑹이머우는 다시 마법을 준비했다. 그러자 태현이 또 훌쩍 뛰어서 류다영 뒤로 숨었다.

[마법이 취소…]

“뭐하냐!”

“김태현이 자꾸 피합니다! 탱커 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우연이겠지! 다시 준비해!”

쑹이머우는 혼란에 빠진 얼굴로 다시 준비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쯤 되자 밖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도 눈치를 챘다.

‘피하고 있다!!’

중국 대표팀의 감독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물론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미리 피하는 건 랭커라면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 상대가 마법사 같이 한 방 한 방이 강력한 상대라면 더더욱 미리 읽을 줄 알아야 했다.

그러나 태현은 쑹이머우가 누군지 전혀 몰랐다.

이번 라운드에 처음으로 꺼낸 선수였으니까.

누군지도 모르는 선수의 마법을,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피한다고?

그게 말이 되나???

‘정보가 샜나??’

“저 플레이어는 아까부터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별거 아닌 거 아닐까요?!”

“아니. 내 생각엔 나 노리려고 따로 넣은 놈 같아. 아까부터 나 슬금슬금 쳐다보는 눈이 아주 수상해.”

류다영은 믿기지가 않았다.

그걸로 구분이 되나?

“후퇴! 후퇴해!”

결국 스킬이 다 떨어지고 MP도 간당간당해지자 중국 팀이 먼저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선수들의 눈빛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김태현 놈이 덤벼들 타이밍!’

‘와라, 김태현!’

이런 상황도 몇 번이고 준비한 선수들이었다.

후퇴하는 척하면서 함정을 파고 김태현이 옆으로 돌아서 들어오려고 하면 바로 저주 연타하고 폭딜을 꽂아 넣는다!

그런 상황도 모르는 채 팬들은 환호했다.

-한타 이겼다!!

-김태현이 최소한 둘은 자르겠지?

-셋은 자르겠지!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아까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한 전투를 보여주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뭔가 보여주겠지?

…그러나 태현은 따라가지 않았다.

“와. 쟤네 미친 거 아니냐? 대체 함정을 몇 개 갖고 온 거지?”

“진짜 함정 맞아?”

“맞아. 눈빛으로 나 따라와달라고 간절히 외치던데.”

태현의 말에 이세연은 몸서리쳤다.

저렇게 함정을 몇 겹이나 준비한 놈들이나, 그걸 감으로 알아차리고 물러나는 놈이나….

“어쨌든 상대가 물러났으니까 우리한테 유리해. 바로 언데드 소환해서 수비 굳히기 들어갈 거야. 모두 회복 준비해!”

그러는 사이 태현은 빠르게 주변을 확인했다.

<강철의 사원>답게 주변에는 고철이나 그런 물건들이 제법 많았다.

태현은 이세연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뚝딱뚝딱-

짧은 시간을 이용해 제작에 들어가는 태현!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습…]

[추가 보너스를…]

[……]

[함정을 완성했습니다!]

[함정을…]

사실 함정이라고 해도 그렇게 데미지가 높진 않았다.

기계공학 스킬도 스킬이지만 재료가 중요한 것이다.

여기 있는 임시 재료로, 최대한 빠르게 만들었으니 데미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지.’

그러나 태현이 노리는 건 다른 거였다.

혼란!

판온 1 때 대장장이로 여러 랭커들을 잡아봐서 잘 알았다.

한 번 혼란에 빠지면 그 다음부터는 제대로 된 실력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여기 함정이 있는데, 다른 곳에도? 더 강한 함정이 있으면 어쩌지? 김태현 이 새끼가 진짜 뭔 짓까지 해놓은 거지?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발걸음이 느려졌다.

-김태현 선수! 추격 대신 함정을 제작합니다!

-제작 직업이라고 하면 전투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놀랍게도 이번 월드컵에서 제작 스킬들이 몇 번 나온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 제작 스킬이 대회의 양상을 뒤흔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기계공학과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극한으로 올린 태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작 스킬을 중급 정도만 올려도 어디 쓸 정도는 됐다.

이런 식으로 즉석 함정을 만드는 시도가 몇 번 나왔던 것이다.

제작 스킬을 경기 내 시도하는 태현의 영향이었다.

-아마 이 함정을 설치하기 위해 쫓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김태현 선수가 쫓지 않길래 저는 무슨 문제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설마 저렇게 끝날까요?

-그러면 김태현 선수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김태현 선수는 이런 식으로 페이크를 준 다음 상대가 방심할 때 그 허를 찌르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그럴 듯한 전략입니다!

‘제발 그래야 하는데.’

듣고 있던 감독, 우종위안은 초조하게 생각했다.

저런 식으로 페이크를 준 다음 방심할 때 허를 찌르는 것도 놀랍게도 대비가 되어 있었다.

태현이 들었다면 ‘아니 미친 뭐 얼마나 준비를 한 거야?’ 할 정도로 치밀한 대비!

선수들은 절대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한 번만 물으면!

…그러나 태현은 정말 역습을 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 * *

-몬스터들 나타납니다! 사원의 몬스터들이 나타납니다! 함정 때문에 방향을 틀고 중국 대표팀으로 향합니다! 아!! 안 그래도 바쁜 중국 팀의 발목을 잡습니다!

승리 조건은 간단했다.

중앙 진지를 일정 시간 이상 방해 받지 않고 점령하고 있으면 이긴다!

그렇기에 한국 팀은 점령하고 난 뒤 중국 선수들을 쫓지 않고 점령 시간을 올리고 있었다.

태현이 쫓아오지 않자 결국 중국 선수들은 다시 재정비를 마치고 역습을 노렸는데….

하필이면 이게 운이 좋지 않았다.

사원의 몬스터들과 마주쳐 버린 것이다.

안 그래도 바쁜 길을 묶어버리는 상황!

‘잘하면 날로 먹겠다!’

태현은 다른 선수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이대로 굳히기 들어가자!

이렇게 시간만 끌면 1라운드를 그냥 이길 수 있었다.

킬이나 데스는 적어도 뭐 어떤가.

이기면 그만이지!

“진형 유지해! 언제 역습 들어올지 모른다!”

“하고 있어!”

[<강철의 사원> 전사들이 함성을 내지릅니다!]

[맹공이 시작됩니다!]

전사들의 공격에도 중국 선수들은 진형을 유지했다.

언제 어디서 기습이 들어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보고 있던 감독은 벌떡 일어서서 외쳤다.

“그냥 포기하고 움직여라, 머저리들아!! 시간 다 날아가겠다!”

준비한 전략이 아까운 건 알겠지만 지금은 태현을 대비해서 저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긴 것이다.

서로 흩어져서 파고 든 다음 어떻게든 난전으로 끌고 가 시간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 선수들은 끝까지 빈틈 하나 없이 움직였다.

감독은 속이 타서 죽을 것 같았다.

물론 그가 너무 엄격하게 지시를 내린 탓이었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생각할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저런 머저리들이…!’

“시간 얼마 안 남았어! 버텨!”

한국 팀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진지 앞에 함정과 언데드들을 총동원하고 길을 막아버리면 단기간에 뚫는 건 불가능한 상황.

중국 선수들은 어떻게든 부딪히고 덤벼들었지만, 한국 선수들은 완고하게 버텼다.

-이대로 끝나나요?? 이대로 끝나나요?? 10, 9, 8… 3, 2, 1! 아아아아!! 이게 뭡니까!!! 이게 뭡니까!!!!

-1라운드가 이렇게 끝납니다! 누가 이렇게 끝날 거라고 예상을 했겠습니까!!!

캐스터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롭게 한 라운드가 끝날 줄이야!!

-한국 대표팀이 예상을 벗어난 수비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으로 1라운드를 가져갑니다! 이로써 중국 대표팀은 한층 더 압박이 심해질 수밖에 없겠는데요!!

-어… 지금 중국 대표팀 감독이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아마 상황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서 아니겠습니까? 경기 중에는 모든 사람들이 김태현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거 아니냐, 무슨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겁먹은 게 아니냐, 이런 말들이 많았지만 아니었습니다. 김태현 선수는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무섭군요!

-다섯 명을 전부 잡나, 한 명도 못 잡나 어차피 이기는 건 똑같다! 놀랍습니다!!

해설자들은 뒤늦게 찬사를 토해내고 있었다.

보고 있던 팬들도 반응은 비슷했다.

-김태현 왜 안 잡음?

-김태현 왜 안 잡음??

-김태현 퇴물됐냐???!

평소에 보여주던 화려한 침입 플레이는 어디가고, 팀원들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태현에게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1라운드가 끝나자 그 반응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크흑… 저희가 눈이 있어도 알아보질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진정한 고수가 되면 안 죽이고도 이기는 거임.

-진짜 완벽했던 경기였다. 난 화려한 플레이보다 이게 더 좋았음. 전략 그 자체 아니냐?

└너 아까 김태현이 침입 안 한다고 쌍욕 박지 않음?

-그보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게 중요하지 않다고?

-너 어느 나라 사람이야?

-지금 중국 팀 탈락 가능성 90% 넘음.

-…….

-…….

그랬다.

사실 이미 16강 진출 확정인 한국 팬들에게, 승리보다 더 좋은 건 남의 불행!

한국대표팀 상대로 1라운드를 헌납했다는 건 그 뒤 2, 3라운드를 다 이겨야 한다는 뜻이었다.

태현을 밴한다고 해도 3라운드에서는 다시 태현이 나오는 상황.

1라운드에서 패배했다면 3라운드도 딱히….

-예선탈락!! 예선탈락!!!

-예선탈락!!!!

단순히 인터넷으로 보고 있던 팬들만 외치는 게 아니었다.

경기장에서 보고 있던 팬들도 예선탈락을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진행하던 캐스터가 당황해서 눈치를 볼 정도!

-이, 이거 언급해도 되나?

-모르는 척 넘어갑시다.

관중석에 있던 미국 팬들은 신나게 입을 모아 예선탈락을 외치기 시작했다.

경기장에 이만한 사람들이 모여 다른 두 나라의 경기를 보는 것도 희한한 일이었지만, 거기서 예선탈락을 합창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희한한 일이었다.

-과연 2라운드에서 중국 대표팀이 무언가 보여줄 수 있을지. 아… 어? 중국대표팀. 김태현 선수를 밴하지 않습니다! 이세연 선수를 밴합니다!

-놀… 놀랍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요?

“뭐냐 진짜?”

이 대담한 전략에는 태현도 당황했다.

“도박을 건 거 아닐까? 이대로 3라운드에서 져봤자 어차피 탈락이니까….”

“그런데 도박은 대부분 망하지 않나?”

“그거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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