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360화 (1,359/1,826)

§ 나는 될놈이다 1360화

악마 공작 구시렉의 아들, 구시온이 우리 안에서 묶인 채 당당하게 외쳤다.

-어리석은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아! 이성도 없는 덩치만 큰 짐승 놈들을 부린다고 그 무엇이 대단하냐! 진정 대단한 것은 공작의 혈통을 부리는 것이다!

구시온의 말은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이골로약이 부리는 짐승 같은 악마들은 분명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어마어마하게 강해진 놈들이었지만, 이름 없는 짐승에 가까운 이들이었다.

그에 비해 태현이 부리는 악마들은 마계에서도 이름 있는 네임드들!

그 품격이 다른 것이다.

-…미친놈이 갇혀 있으면서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돌아버린 것이냐!?

하지만 그걸 말하는 놈이 우리 안에 갇힌 악마라면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골로약은 구시온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악마 공작의 아들이란 놈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것도 황당하기 그지없는데, 당당하게 개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저놈이 진짜 악마가 맞나?

아키서스 천사가 위장한 놈 아닐까?

아무리 이골로약이 황당해 해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이골로약의 반대편이었다.

이골로약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골로약 놈. 꼴이 우습기 그지없군. 악마 공작의 아들 정도는 데리고 다녔어야지!

-암. 우리에 넣어 다닐 거면 악마 공작의 아들 정도는 있어야지.

드워프들은 이골로약 들으라고 대놓고 도발했다.

그 효과는 확실했다.

-…오냐! 내가 네놈들을 손수 찢어 죽인 다음 저 악마를 내 우리에 집어 넣어주마! 가라! 내 부하들아!

[미궁성의 성주, 이골로약이 힘을 폭발시킵니다!]

[그를 쓰러뜨리십시오!]

그 순간 이골로약이 서있던 성벽이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살아 움직이는 성!

거대하고 단단한 성이 그대로 변하더니 마치 히드라 같은 탈것으로 변했다.

그 위에 탄 이골로약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내게 굴복해라! 필멸자들아! 굶주린 혼돈의 힘 앞에 무릎 꿇어라!!

“전투 준비!!!”

-아키서스의 축복,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태현은 시작부터 바로 장판을 깔고 버프를 걸어줬다.

평소보다 강한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 중요한 건 초반이었다.

초반이라고 스킬 아끼다가는 훅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일단은 닥치는 대로 버프를 몰아주면서 버티고 상대의 견적을 내야 했다.

여기 있는 이들도 전원 랭커. 그들은 빠르게 흩어지면서 각종 버프를 닥치는 대로 시전했다.

-신성의 찬가!

-위대한 망치의 가호!

-거룩한 사랑의 방패!

거기에 지금 옆에는 교단 사제단들이 있었다.

[이동 속도가 올라갑니다!]

[HP가…]

[HP 회복 속도가…]

[MP…]

[공격력이…]

[……]

[……]

순식간에 수십 개의 버프가 걸리고 능력치가 미친 듯이 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골로약은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오만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들고 있던 지팡이를 휘둘렀다.

-혼돈의 대지 지진!

“!!”

콰르르르르릉!

이골로약 앞의 땅이 미친 듯이 뒤집어지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공격하려고 달려들던 성기사들은 이를 악물며 멈춰 섰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여 오소서! 저 비겁한 놈들이 빌린 힘을 물리치소서!

[버프가 해제됩니다!]

[버프가 해제됩니다!]

[……]

‘역시 까다롭겠군!’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 혀를 찼다.

굶주린 혼돈은 신성 관련 직업들이라면 치를 떨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존재 자체가 신성 스킬 관련 카운터!

태현의 행운 스탯이나 직업 스킬들을 무시하고 뚫어버리는 힘인 것이다.

이럴 때 믿을 수 있는 건 역시….

‘컨트롤이지!’

-폭발 도약!

태현은 순수한 검술 스킬로 이골로약 가까이 접근했다.

날아오는 온갖 바위 파편들을 피하고 무시해 가면서 가장 먼저 접근한 것!

콰콰칵!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광기의 폭발 검법으로 인해 신성 폭발이 일어납니다!]

-이 성가신 아키서스 놈!!

폭풍을 뚫고 접근한 태현의 모습에 이골로약은 진저리를 쳤다.

역시 여기 모인 교단 놈들 중에서 제일 위협적인 건 아키서스 교단 놈들이었다.

무슨 짓을 할지 예상 자체가 불가능!

-아키서스의 저주,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행운을 소모합니다!]

[강력한 연속 공격이…]

[치명타가 터집니다!]

태현은 저주를 걸고 아키서스 검법으로 연속 공격을 퍼부었다.

겉으로 보면 틈도 주지 않고 살벌하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았지만 태현은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는 경계하며 끊임없이 다음 스킬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키서스의 이간질>은 놈 혼자라서 쓸 수 없고. <아키서스의 주사위>는 아까 쓴 상태라 아직 쿨타임이 안 돌아왔다.’

태현은 지금 추가로 쓸 만한 스킬들이 뭐가 있는지 빠르게 정리했다.

<아키서스의 영혼관>.

<공포의 화신>.

<아키서스의 노래>.

<고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각성>….

공포의 화신은 화술 쪽 스킬이라 언령 마법을 쿨타임 없이 난사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아.’

교단 사제들과 마법사들이 우글거리는 상황.

이미 마법은 충분했다. 게다가 이골로약 놈 또한 마법에는 일가견이 있어 보였다.

‘괜히 마법으로 싸웠다가 역효과 나는 수가 있다.’

이제까지 잡은 영혼의 힘을 빌리는 <아키서스의 영혼관>.

그리고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힘을 빌리는 <고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각성>.

이 두 가지는 한 번 쓰면 상태 자체가 바뀌는 대형 스킬이라 지금 쓰기 조심스러웠고….

-아키서스의 노래!

[아키서스를 믿었던 위대한 영웅들을 불러내어 그 힘을 빌립니다!]

태현은 새로 배운 마법 스킬을 쓰는 대신, 영웅을 추가로 불러내고 공격에 집중했다.

마법을 퍼부을 시간에 지금 검을 한 대 더 때려 박아야 하는 것이다.

[<아키서스의 노래>가 아키서스를 믿었던 위대한 영웅을 불러냅니다!]

[아탈리 왕국의 위대한 검술가, 왕국제일검 오도라브가 유령으로 소환됩니다!]

‘!’

태현은 안심했다.

저번 소환은 솔직히 좀 이상한 놈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 뽑기 실패하면 아무리 태현이라도 화가 났을 텐데, 다행히 뽑기에 성공한 것!

-폐하! 사악한 적과 싸우기 위해 저를 부르셨군요!

“그래! 패라!”

태현은 짧고 간단하게 상황을 요약했다.

-저자는 이골로약! 저자가 아직도 살아 있었단 말입니까!?

“그래! 패라!”

-저 자는 생전 아탈리 왕국에서도 유명한 마법사였습니다! 국왕 폐하의 신임을 받던 자였는데 어쩌다가….

“패라니까!”

-예!

[오도라브가 아탈리 왕가의 검술을 시전합니다!]

-뒤져 있던 놈이 왜 갑자기 나타나는 거냐!?

방어하던 이골로약은 오도라브의 모습에 질색을 했다.

왕국 시절은 아주 먼 옛날의 일이었는데, 공교롭게 그 시절의 유령이 나타난 것이다.

-이골로약! 정신을 차려라!

-난 지극히 제정신이다!

-너는 그런 놈이 아니었다! 네가 비록 마음이 좁고 옹졸해서 남의 공을 훔치고 날 음해하긴 했지만, 나는 네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믿고 있다!

‘…그냥 나쁜 새끼 아닌가?’

패고 있던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골로약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벌컥 화를 냈다.

-아주 보자보자 하니 정도를 모르고 날뛰는구나. 와라! 굶주린 혼돈의 힘이여!

[이골로약이 악마를 제물로 바칩니다!]

앞에서 싸우고 있던 악마 중 몇 마리가 그대로 핏물로 변해버렸다.

[아키서스의 저주가 해제됩니다!]

그걸로 아키서스의 저주를 풀어버린 이골로약은 바로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이골로약이 굶주린 혼돈의 힘을 불러내서 마법을 시전합니다!]

[광범위한 영역에 생명력 흡수가 펼쳐집니다!]

‘!’

태현은 경악했다.

상대가 정확하게 태현의 약점을 찌른 것이다.

넓은 범위에, 피하지도 못하게, 그대로 마법 시전!

과연 아키서스 교단과 한두 번 싸워 온 굶주린 혼돈의 권속이 아니었다.

예정보다 빠르지만 어쩔 수 없었다. 태현은 바로 아키서스의 영혼관을 사용했다.

-아키서스의 영혼관!

* * *

-죽여 버리겠다!!

-창살 치워라, 이 개 같은 화신 놈! 이리 들어와라!

스킬을 쓸 때마다 태현을 뜨겁게 환영해 주는 영혼관의 영혼들.

이제까지 쓰러뜨린 강적들의 쟁쟁한 영혼들이 여기 있었다.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한 명을 골랐다.

우이포아틀!

아스비안 제국의 황제이자, 죽음에서 돌아온 전사, 그리고 타고난 용사냥꾼!

‘지금 상황에 가장 적합하다.’

단단한 맷집, 탁월한 싸움 스킬, 막대한 HP까지.

[우이포아틀의 영혼은 봉인되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이포아틀의 힘을 꺼내 받습니다!]

[HP가 미친 듯이 크게 오릅니다!]

[MP가 미친 듯이 크게…]

[레벨이…]

[힘이…]

[……]

[스킬 <아스비안 대지의 창>을…]

[……]

[……]

[……]

* * *

미친 듯이 올라가는 버프들.

교단 사제단이 걸어준 막대한 버프를 뛰어넘는 사기적인 수준의 버프들!

[생명력 흡수가 시전됩니다!]

[막대한 HP로 인해…]

[신성 권능으로 저항을…]

[……]

[……]

주변을 바싹 마르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우이포아틀의 힘을 받아낸 태현은 버텨냈다.

완전히 달라진 태현의 모습에 이골로약은 경악했다.

-이런 미치광이 같은 아키서스 교단의 놈아! 남의 영혼으로 뭘 하는 것이냐???

이골로약은 태현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했다.

저건 남의 영혼을 빌려 쓰고 있다!

뭐 저런 미친놈이!

탁-

태현은 도약했다.

우이포아틀의 힘 덕분에 폭발 도약 같은 자잘한 짓거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다리로 땅을 박차고 오르면 날 수 있는 수준!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검 끝에 강렬한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스비안의 일격! 치명타 폭발!!

-크아아아아아아악!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대지의 기운이 모여 이골로약의 갑옷에 구멍을 냅니다!]

[이골로약이 스턴 상태에…]

[……]

[……]

태현이 그렇게 검을 휘둘러도 버티던 이골로약이었지만 이번 공격은 아팠는지 비명을 질렀다.

-감히…!

-이골로약! 정신을 차려라!

태현이 소환한 오도라브는 이골로약을 미친 듯이 패며 간절하게 외쳤다.

그 모습이 하도 기괴해서 태현은 저게 작전인가 싶었다.

입으로는 생각해 주는 척하면서 방심하게 만드는 건가?

[이골로약의 미궁성이 주인을 보호합니다!]

[이골로약이 굶주린 혼돈의 힘을 불러냅니다!]

영혼관까지 쓴 태현과 근접전으로 부딪히는 건 안 좋다고 생각했는지, 이골로약은 성벽으로 몸을 감싸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대마법 시전!

우드드득, 우드드드득!

“!!”

이골로약이 부리고 있던 악마 군단들이 갑자기 덩치가 폭발하듯이 늘고 마력을 사방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태현이 이골로약을 붙잡고 늘어지는 동안 악마 군단을 거의 다 사냥한 원정대는 기겁했다.

[악마들의 육신에 굶주린 혼돈의 힘이 내려옵니다!]

[악마들이 굶주린 혼돈의 괴수들로 변합니다!]

악마의 몸을 잡아먹고 새로 태어난 굶주린 혼돈의 괴수들!

이골로약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이번에 확실히 태현까지 죽일 생각으로 쐐기를 박았다.

콰직!

이골로약이 들고 있던 지팡이가 산산조각이 났다.

그 안에 모여 있던 힘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더니, 태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여! 저놈을 태워버리소서!

[이골로약이 영혼 지팡이를 바쳐 끔찍한 저주를 시전합니다!]

[혼돈의 저주가 죽을 때까지 추적해 올 것입니다!]

쳐내거나 피하는 건 무리였고 행운 스탯 믿고 버티는 것도 어림이 없어 보였다.

우이포아틀의 스킬로 버틸까 고민하던 태현은 직감을 믿고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아키서스의 제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