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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59화 (1,358/1,826)

§ 나는 될놈이다 1359화

‘아키서스 교단은 언제나 안 좋은 역할만 맡는 거 같군.’

[양심 없냐고 카르바노그가…]

“설치 끝났다! 터뜨릴 테니 물러나도록!”

자리에 모인 모두가 걱정과 기대 섞인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여기 있는 이들이 전원 동원되어서 벌인 대공사였다.

이게 먹히지 않으면 미로 던전 공략은 다시 처음부터 고민해야 했다.

과연 어떻게 될까?

콰르르르릉….

폭발 소리는 밑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왔다.

폭발이 한 번 터진다고 전부 동시에 터지지 않았다. 천천히, 연쇄적으로….

마치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더 커지듯 폭발음이 커져 나갔다.

꽈르르르릉!

[땅이 흔들립니다!]

[땅이 흔들립니다!!]

[정체불명의 대지진이 일어납니다!]

“!”

“!!!!!”

[<미로 지하의 땅굴-전설 기계공학 퀘스트>를 성공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이 대공사를 흔들리지 않고 지휘한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스킬 <지진 폭탄>을 얻습니다!]

<지진 폭탄>

대지진을 보며 영감을 얻은 미치광이가 만들어낸 스킬이다.

스탯 중 일부를 랜덤으로 사용해 폭탄에 지진의 힘을 담아낼 수 있다.

예전에 태현이 <드래곤 폭탄> 스킬을 얻은 것처럼, 이번 대지진 성공에 대한 대가로 <지진 폭탄> 스킬이 들어왔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 기뻐할 시간도 없었다.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굶주린 혼돈이 세운 힘의 벽이 서로 흔들리며 충돌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폭발합니다!]

혼돈의 힘으로 만들어진 벽끼리 부딪히자 무시무시한 충격음과 함께 주변이 뒤집어졌다.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인해 하수인들이 광란 상태에 빠집니다!]

[하수인들의 힘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하수인들이 폭주합니다!]

“아니….”

“…….”

태현과 이세연은 당황해서 서로 쳐다보았다.

이런 상황을 기대하진 않았던 것이다.

벽이 무너져내린 건 좋았지만 더 강해진다고?

[하수인들끼리 싸우기 시작합니다!]

“…!”

굶주린 혼돈이 세운 벽이 충돌하고 사라지자, 따로 떨어져 있던 하수인들이 서로를 보며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같은 굶주린 혼돈의 부하라 하더라도 협동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이들.

순식간에 지옥 같은 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악!

-저기 저 구울 놈들을 쓸어버려라!

구울 군대와 늑대인간 군대가 서로 치열하게 맞붙었다.

동시에 오크 전사들과 엘프 궁수들도 살벌하게 격돌했다.

태현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왜 날 쳐다보냐?”

이 자식이 오크 종족이라고 설마…?

태현은 정신을 차린 뒤 말했다.

“지금 들어가자!”

얼핏 들으면 저 난장판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미친 생각처럼 들리겠지만, 태현은 지극히 진지했다.

원래 남들이 싸울 때가 기회였다.

혹시라도 굶주린 혼돈이 개입해서 저놈들을 다시 떼어놓고 제정신으로 만들어버리면 기회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지진이 일어나서 이 주변이 난장판이 되고 자기들끼리 싸울 때가 기회!

“성기사들 앞으로!”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

[……]

태현이 다급하게 명령하자 교단 NPC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앞에 섰다.

원래라면 좀 더 버텼어야 했는데….

“돌격! 성기사들이 방패가 되어서 길을 만들어줘라!”

“이야. 저 성기사들 진짜 착하네. 저런 개같은 명령에도 따르고 말이야.”

오크 아저씨들은 뒤에서 수군거렸다.

* * *

-이게 무슨 일이냐!?

굶주린 혼돈의 미로 한가운데 위치한, 미궁성을 지키고 있던 혼돈의 성주 이골로약은 경악한 표정으로 성 위에 섰다.

굶주린 혼돈께서 친히 내려주신 성벽이 서로 무너지고 하수인들은 서로 싸우고 있었다.

무한히 증식하는 힘을 받아서 저런 곳에 낭비하고 있다니!

-이런 어리석은 놈들!

이골로약은 분노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얼마 없었다.

아무리 강력한 권속이자 이 미궁성의 성주라 하더라도 저 많은 하수인들을 다 통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저기 굶주린 혼돈의 성이다! 돌격!”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눈부신 성광을 내뿜으며 돌격하고 있는 원정대의 모습이 드러났다.

각 교단의 깃발을 위엄차게 들고서 행진하고 있는 원정대!

이골로약은 이를 갈았다.

언제나 굶주린 혼돈의 일을 방해하는 건 저 대륙의 교단들이었다.

다른 왕국들처럼 자기들끼리 탐욕스럽게 다투면 될 것을, 언제나 저렇게 힘을 모아서 쳐들어오는 놈들!

이골로약은 성 위에 서서 외쳤다.

-이 가증스러운 교단 놈들 같으니! 질리지도 않고 또 쳐들어오는구나! 그런다고 너희의 추악한 마음이 가려질 것 같으냐!

[굶주린 혼돈의 성주, 이골로약이 혼돈의 함성을 터뜨립니다!]

[파이토스 교단의 대주교가 <망치의 가호>를 시전합니다.]

[타이란 교단의 대주교가 <전사의 위대한 영혼>을 시전합니다.]

[네이바쿠 교단의…]

[……]

[……]

혼돈의 성주도 어마어마하게 강했지만, 그에 맞서는 대주교들의 레벨도 만만치 않았다.

애초에 교단 정예들만 모아온 원정대라, 레벨 500 미만은 끼워주지도 않을 정도로 스펙이 대단한 것이다.

성 아래로 달려온 여러 대주교들을 보자 이골로약은 전략을 바꾸었다.

-그런데 이걸 알고 있느냐? 파이토스의 망치밖에 모르는 놈들아? 저 땀 냄새 나는 타이란 교단의 전사들이 뭐라고 말하고 다니는지를? 타이란 교단의 전사들은 자기들이 가장 강한 전사라고 하고 다닌다! 파이토스 교단의 성기사들은 두꺼운 갑옷만 믿고 설치는 얼간이라고 하고 다녔지!

이골로약은 그 강함도 강함이었지만 오랫동안 굶주린 혼돈 밑에서 일해오면서 아는 게 많았다.

놈은 교단들끼리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아주 잘 이용했다.

-…그런 말에 넘어갈 것 같으냐?

그러나 파이토스 교단의 대주교, 후리도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다행이군.’

태현은 그걸 보며 안도했다.

평소에는 징징거리면서 귀찮게 굴긴 했지만 그래도 각 교단에서 나온 대주교들은 거물의 품격이 있었다.

저런 하찮은 수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 넘어갈 것 같지 않다고? 그러면 이건 어떨까. 순백의 은망치! 그 은망치를 누가 가져갔는지 아느냐? 타이란 교단의 전사들이 가지고 갔다!

-…?!!?

후리도스는 경악한 눈으로 타이란 교단의 대주교를 쳐다보았다. 타이란 교단의 대주교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오해요!

-오해는 무슨! 놈들이 뭐라고 했는지 아느냐? 저 강력한 망치는 파이토스 교단 놈들에게 주기 아깝다고 했지!

-그게 사실…?

-그런 뜻이 아니었소!

-봐라! 인정했지 않느냐! 으핫핫핫!

[카르바노그가 저 이골로약은 0.1 아키서스 정도로 교활하다고 놀랍니다!]

굶주린 혼돈의 권속들은 이제까지 다 힘만 쓸 줄 알았던 우악스러운 자들이었는데….

이골로약은 차원이 달랐다.

타이란 교단의 대주교는 허겁지겁 변명했다.

-그 순백의 은망치는 워낙 강한 아티팩트여서 우리 교단에서도 필요로 한 물건이었소.

-그 물건은 우리 교단의 성물이란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오! 파이토스 교단의 성물이 아니었잖소. 망치라고 무조건 파이토스 교단의 것은 아니오!

치고받는 두 교단의 대주교를 보며, 이골로약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런 다음 다시 타겟을 돌렸다.

-네이바쿠 교단의 주교들아. 듣고 있느냐?

-…우리는 다른 교단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바다와 물의 신, 네이바쿠 교단.

아무래도 항해나 선원, 어부 위주의 교단이다 보니 다른 교단과 부딪힐 일도 적었다.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베레타르바 교단도 과연 그럴까? 저 베레타르바 교단 놈들이 너희의 신성한 배 위에서, 너희 신의 조각상으로 의식을 치렀다는 걸 알고 있느냐?

-뭐, 뭐야!?

이번에는 베레타르바 교단의 대주교가 변명할 차례였다.

-그냥 간단한 의식일 뿐이었소.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우리 신을 모시고 무슨 짓을 한 거냐!

베레타르바는 사랑의 신.

다른 교단의 조각상으로 의식을 치렀다는 건, 그 신들이 베레타르바한테 사랑에 빠졌다는 식의 의식일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다른 교단 입장에서는 매우 빡치는 짓이었다.

혼자 사랑할 것이지 왜 다른 신을 끌어들여서 근거 없는 음해를 한단 말인가.

‘와. 생각보다 다른 교단들도 아키서스 교단 같은 구석이 있었군.’

태현은 이 난장판에 살짝 감동했다.

이제까지 아키서스 교단만 대륙의 평화를 깬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다들 내색만 안 했지 꽤나 이기적으로 굴고 있었던 것이다.

이골로약은 다음 타겟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데메르 교단은 딱히 할 거 없고….

아니?

-…저건 아키서스 교단 아니냐? 아니, 저놈들은 왜 여기 같이 있는 것이냐??

이골로약은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어울리는 조합이었던 것이다.

아키서스 교단이 다른 교단들과 같이 왔다니.

뭐지?

협박해서 데리고 왔나?

태현은 대답 대신 공격을 준비했다.

계속 내버려 뒀다가는 교단끼리 와해될 수도 있었으니까.

“들어라! 각 교단의 성기사들아! 물론 서로 오해가 있어서 원망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아키서스 교단 또한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아왔었으니까!”

-그건 오해가 아니라….

“하지만 저 굶주린 혼돈의 권속을 앞에 두고 서로 다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하지만 저놈들이 우리의 망치를!

“걱정 마라! 저놈을 잡으면 원한 있는 놈들끼리 서로 싸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겠다!”

“…….”

“…….”

듣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화해시키는 거 아니었어?

방금까지 훈훈한 분위기였잖아…!

“그때 서로 죽이고 싸워라! 일단 지금은 굶주린 혼돈과 싸우고!”

-하지만….

“지금 내 명령 반박하는 놈은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이다!”

-…….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설득에 성공합니다!]

명령에 반박하면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이라는데 선뜻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골로약은 이를 갈았다.

역시 대륙의 교단 중에서 아키서스 교단만큼 성가신 놈들도 드물었다.

-오냐! 감히 굶주린 혼돈의 영역에 온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건방진 놈들 같으니. 나와라! 내 부하들아!

[혼돈의 성주 이골로약이 부하들을 소환합니다!]

태현은 긴장했다.

이제까지 상대해 본 굶주린 혼돈의 권속들을 생각해 봤을 때, 이골로약의 레벨은 아무리 낮아도 700~800은 넘을 것이다.

게다가 갖고 있는 스킬까지 생각해 보면….

여기 있는 교단의 전력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크르르르릉!

온몸이 쇠사슬로 묶이고 입에는 재갈이 채워진 거대한 악마들이 소환진에서 튀어나왔다.

이골로약이 직접 잡은 뒤 혼돈의 사슬로 묶어 가둔 마계의 악마들!

-교단 놈들아. 봐라. 이 마계의 악마 군단들을. 너희 같은 필멸자들이 이런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나 있겠느냐? 이것이 바로 굶주린 혼돈의 힘이다! 힘 앞에 엎드려라!

이골로약의 말에, 뒤에서 <아키서스 포병대> 드워프들이 매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저놈은 부끄럽지도 않나?

-그러게 말이야. 저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원정대가 생각보다 담담하자 이골로약은 당황했다.

뭐지?

-…?!

이골로약은 뒤늦게 아키서스 포병대 뒤에 있는 악마 우리를 발견했다.

이골로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게 대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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