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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58화 (1,357/1,826)

§ 나는 될놈이다 1358화

교단의 성기사들은 자신에게 닥쳐올 운명을 아직 알지 못했다.

그나마 눈치 빠른 악마들만 어렴풋이 짐작할 뿐!

-저, 성기사 님. 성기사 님.

-이 악마 놈! 감히 나한테 말을 걸다니!

악마 중 하나가 다른 교단의 성기사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보통 성기사들은 악마와 잘 대화하지 않았다.

성기사들은 크게 호통을 치며 멀어져갔다.

-이놈이 어디서! 널 좋게 봐줬는데!

-아니! 드워프 님! 그게 아니라! 으아악! 아악!

드워프들은 분노하며 성수를 퍼부었다.

내가 너를 그리 아껴서 피와 고기를 챙겨줬는데 감히!

-저놈들을 유혹하려고 했던 겁니다! 정말 아무런 뜻도 없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렷다?

악마의 변명에 성기사들은 수군거렸다.

역시 저 우리의 악마 놈들은 사악하기 그지없는 놈들이군!

그러는 사이 태현은 드워프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땅굴 파는 데에 특화된 종족이 바로 드워프 아닌가.

종족들 대부분이 지하나 동굴 안에 사는 이들!

“땅굴을 파고 싶은데.”

-임시 거처를 만드시려는 겁니까? 인원이 너무 많아서 다 들어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만.

-멍청하기는. 폐하께서 설마 다 들어가려고 하시겠나? 저 말 안 듣는 교단 놈들은 밖에 세워두시겠지.

-아하! 그런 거라면 별로 어렵지 않을 겁니다.

“…아니. 지하 요새를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땅굴을 파서 미로 가운데로 들어가고 싶다는 소리였다.”

-으으음!

[<아키서스 포병대>의 드워프들이 반대합니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폐하.

-여기 있는 인원이 지나갈 정도라면 규모도 규모인 데다가 그 소리가 꽤나 심하게 날 겁니다.

-만약 위에서 눈치라도 채면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땅굴은 파고 들어갈 때가 가장 취약했다.

위에서 알아채기라도 하면 그냥 굴에 갇힌 쥐 꼴이 되는 것이다.

-정말 들어가고 싶으시다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럴 경우에는 저기 성기사들을 앞장세우는 게 좋겠습니다.

드워프들은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드워프 속담에 ‘땅굴을 팔 때는 평소 얄미웠던 놈을 앞장세워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아니… 그런 팁은 됐고.”

태현은 NPC들의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드워프들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면 위험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래도 정석대로 공략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

스켈레톤 대군세를 한 번 상대한 입장에서, 그것보다 더 강한 몬스터를 그만한 물량으로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원정대가 강력하긴 해도 한계는 분명한 것이다.

‘들어갈 수 없다면…. 어떻게든 무너뜨리거나 혼란을 일으킬 수는 없나?’

꼭 던전의 몬스터들을 다 잡을 필요는 없었다.

중심으로 들어갈 때까지 시간만 벌어주면 됐다.

문제는 이 미로가 뛰어넘거나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서 그게 안 된다는 점인데….

“땅굴을 파고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안 되면, 미로 가장자리의 땅굴을 판 다음 폭탄을 설치해서 무너뜨리는 건 어떻지?”

-…….

-…….

-…그게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말 마음에 드는 생각입니다. 폐하.

[<아키서스 포병대>의 드워프들이 매우 감탄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미로 지하의 땅굴-전설 기계공학 퀘스트>

굶주린 혼돈의 미로는 강력한 힘으로 보호받고 있지만, 그 땅 밑까지 보호받고 있지는 않았다.

땅굴을 파고 밑에 폭탄을 설치해, 강력한 폭발을 일으켜라!

만약 폭발로 미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그건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 되리라.

보상: ?, ??

‘전설 기계공학 퀘스트!’

스킬 레벨을 최고급까지 찍으면 그 다음부터는 전설 레벨을 향한 승부였다.

태현 같은 경우는 무려 최고급 기계공학 6을 찍은 상태.

<전설을 향하여> 같은 기계공학 퀘스트를 이미 받은 상태였다.

이 대공사 퀘스트는 그런 태현의 수준에 걸맞은 퀘스트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칭호가…]

[……]

[폭탄을 배치해야 하는 위치를 알아내는데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

‘…보통 어려운 게 아니긴 하겠군.’

태현의 갖고 있는 스킬들 덕분에 대략적인 견적이 나왔다.

미로 가장자리를 빙 둘러싼 다음, 만들어놨던 폭탄들을 모조리 채워 넣어야 하는 대공사!

하지만 이것 말고는 좋은 방법이 없어 보였다.

태현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불렀다.

“약간 미친 생각 같아 보이긴 하는데 괜찮은 계획이 하나 떠올랐는데.”

“…네가 미친 생각이라고 하면 진짜 무서운 거 알지?”

이세연은 기겁했다.

태현이 미친 생각 같다고 하면 그건 진짜 미친 생각이 맞았다.

“그러니까 이 밑을 쭉 파서….”

“…….”

“…….”

듣고 있던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제작 직업들은 보통 던전을 이렇게 깨나??

“길마님. 김태현 판온 1 때도 저렇게 던전 깼습니까?”

“광산에 불 지르고 용암 터뜨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아니 나도 이건 처음 봐.”

나름 잘 아는 이세연도 처음 보는 기괴한 공략 방식이었다.

“이세연. 정석대로는 솔직히 깨기 힘들다는 게 느껴지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면 이세연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이렇게 물량전으로 가면 공략 쪽이 너무 불리한 것이다.

이세연도 나름 물량공세에는 자신 있는 네크로맨서였지만, 여기 몬스터들은 숫자부터가 달랐다.

이세연이 수백, 수천 마리 동원해 봤자 저쪽은 수만 마리부터 시작하는데….

“땅굴은 누가 팝니까?”

“성기사들이.”

“성기사들이 땅굴도 팝니까!?”

이세연 길드원들은 깜짝 놀랐다.

아니 저 고고한 성기사들이 땅굴을 판다고!?

“안 파면 파게 만들어야지.”

“…….”

“좋아. 해보자.”

“길마님!?”

“다른 방법이 없을 때는 뭐라도 해봐야지. 저번에 사막에서 굶주린 혼돈 공략할 때도 비슷하게 했었잖아.”

“그때도 이만한 규모로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길드원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이세연의 결정에 토를 달진 않았다.

김태현이야 미친놈이더라도 이세연은 믿음직한 길마였으니까!

* * *

“…그래서 이제 이 주변을 쭉 판 다음 폭탄을 심어서 확 날려 버릴 생각이다.”

-…터무니없는 계획이오. 이걸 어떻게 완성한단 말이오? 그러기 전에 굶주린 혼돈의 기운에 오염당할 것이오. 여기는 일꾼도 없는데 누가 땅굴을 팔 수 있겠소?

“그건 너희들이 해야지.”

-…….

-…….

[각 교단 NPC들이 정색…]

[악명이…]

[……]

[……]

“지금 굶주린 혼돈을 토벌하는 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건가?”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잡일을 우리가 왜….

“여러분!!! 여기 보십시오!!! 파이토스 교단 성기사들이!!! 굶주린 혼돈 토벌을 못 하겠다고!!!”

[최고급 화술 스킬을…]

[……]

[……]

태현은 일단 가장 만만한 놈부터 노렸다.

정확히는 만만한 놈이 아니라, 이미 사이가 충분히 나빠서 더 나빠져도 별로 아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파이토스 교단 대주교, 후리도스는 당황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레벨 높은 대주교라 하더라도 태현과 화술 스킬로 붙어서 이길 수는 없는 법.

-우리가 언제 그랬소!

“아키서스 교단은 어! 굶주린 혼돈과 싸우겠다고 사막 지하를 파고 들어가서 싸우고 그랬는데!”

-…파면 되지 않소! 파면! 파겠소! 에잇!

[설득에 성공합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파이토스 교단의…]

-…우, 우리도 파겠소.

-그러니까 그만하시오.

다른 교단 주교들도 질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꼴을 보아하니 여기서 버텼다가는 더 험한 꼴을 보게 될 게 뻔했던 것이다.

“잘 부탁하지.”

* * *

태현이 이끄는 공략대가 던전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던전에 추가로 들어오는 파티들이 몇몇 있었다.

남들이 ‘와 저 라인업 봐라 실화냐?’ 하면서 취해 있는 동안 냉정하게 판단을 내린 랭커들!

-김태현에 이세연까지 들어갔다. 깰 자신이 있는 거다. 확신이 없다면 둘이 들어갔겠나?

-게다가 저 교단 NPC들까지… 김태현은 저기에 확실하게 인생을 건 거다.

김태현 때문에 오히려 들어오는 파티들이 생긴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간단했다.

김태현의 공략대가 깨는 사이 날로 먹거나, 아니면 같이 먹거나, 주워 먹거나….

최소한 뭐든 남는 장사였다.

물론 원한이 쌓일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는 감안할 수 있었다.

반년 정도 판온의 오지를 떠돌면 김태현도 바빠서 못 쫓아오지 않겠는가.

“야. 이카로스. 그런데 너 여기 참가해도 되냐?”

공략대 랭커들의 구성은 다양했다.

길드 하나에서 보낸 게 아니라, 여러 길드에서 나온 랭커들이 자기 목적을 위해 일치단결한 것이다.

그중에 이카로스는 <길드 동맹> 출신의 오크 랭커.

“왜 묻는 거냐?”

“그야 길드 동맹은 김태현 건드리면 안 된다고 규칙 내려왔다면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뭐? 아니었어?”

“난 당연히 그런 줄 알았는데.”

랭커들은 놀란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안 그래도 예전부터 몇 번 소문이 있었지만, 판온 올스타 슈퍼플레이어 시작하고 나서 그 소문은 확실해졌다.

-길드 동맹이 김태현 눈치 본다더라.

-하도 많이 당해서 이제 그냥 부딪히는 것 자체는 피한다더라.

-지금 대회도 그렇고 김태현이 길드 동맹 먹여 살린다면서?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현상금 걸 정도로 굴욕적인 헛소문이었지만, 그런 헛소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면 김태현 건드리지 말란 명령은 헛소문이냐?”

“아니… 음… 자제하란 말이 있긴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부탁이지. 이건 내 자유다.”

“그러면 뭐 됐고.”

“어디로 들어가는 게 좋아 보이냐?”

랭커들의 파티라 하더라도 주도하는 역할은 있기 마련.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게 바로 트고사와 시킬이었다.

최근 굵직한 퀘스트를 깨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진 랭커들!

이런 신진 랭커들은 기존에 명성을 쌓은 랭커들을 위협할 정도로 기세가 좋았다.

“가운데지. 가운데로 들어간다.”

랭커들도 나름 정보를 얻은 상태였다.

다른 전멸한 파티들에게 접촉해서 정보를 얻어낸 것!

“스켈레톤들이 그리 많이 나온다면서?”

“걱정 마라. 네크로맨서인 나한테 물량전은 통하지 않으니까.”

트고사는 자신만만했다.

네크로맨서인 만큼 물량전에는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

“왜?”

“땅이 좀 흔들리지 않았나? 아니. 메시지창으로 뜨는데??”

탐지 능력이 좋은 플레이어한테 가장 먼저 메시지창이 떴다.

[땅이 흔들립니다!]

[땅이 흔들립니다!!]

[땅이…]

‘뭐 어쩌라는 거지??’

던전에 들어왔는데 땅이 흔들린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 메시지창이었다.

대체 무슨 의미…?

그러나 그 뜻은 곧 알 수 있었다.

[정체불명의 대지진이 일어납니다!]

“이런 말은 없었잖아!!”

* * *

“흠. 내가 성기사를 오해했던 거 같아.”

태현은 작업속도를 보며 감탄했다.

평소에는 HP는 더럽게 많으면서 회복 스킬도 많고 공격 스킬도 갖고 있는 치사하기 그지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HP는 더럽게 많으면서 회복 스킬도 많고 공격 스킬도 갖고 있으면서 채집 스킬에도 어울리는 진짜 더럽게 치사한 직업이었다.

‘성기사는 금지시켜야 하지 않을까?’

-작업 끝났소!

흙투성이의 성기사들이 왠지 모르게 태현을 노려보는 기분이 들었다.

원래 사이 나쁜 교단끼리 서로 투닥거리면서 견제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하나도 없었다.

다 같이 열심히 일하면서 그런 원한을 녹여 버린 것이다.

‘역시 작업이 최고긴 해.’

[카르바노그가 그게 아니라 아키서스 교단에 대한 원망으로 일치단결한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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