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355화 (1,354/1,826)

§ 나는 될놈이다 1355화

-돌아와아아악! 돌아오라고!

-돌아오지 않으면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겠어!!

-네가 뭔데 한국을 불바다로 만드냐?

-…돌아오지 않으면 한국 여행 가서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겠어!

수많은 사람들이 절규한다고 해서 이미 방송 끈 사람들에게 먹히진 않았다.

그리고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걸 생방송을 안 한다고?

-기회다! 한국대표팀 쪽에 접촉할 준비해! 이건 무조건 우리가 잡아야 한다!

-서둘러! 우리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닐 거다. 남들보다 앞서야 해!!

방송사, 스트리밍 사이트 회사 등 판온 관련 영상 수집에 목을 매고 있는 기업 담당자들은 이 기회가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평생 한 번 있을지 모르는 대박 기회!

원래 보통 한국 플레이어들이 플레이하는 영상은 한국 방송사에서 방송되기 마련이었다.

나라의 장벽이라는 게 있어서 굳이 자기 나라 플레이어들 영상 말고 해외 플레이어 영상을 일일이 챙겨보진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기준의 이야기.

태현 정도 되는 선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한국 방송사가 아니라 룩셈부르크 방송사에서 틀어줘도 그 나라 사람들이 ‘감사합니다’ 하면서 보는 것이다.

즉….

한국 방송사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방송사가 경쟁자가 되는 것이다.

미친 듯이 치열한 경쟁이 될 테니 한 발짝이라도 빨리 나서야 했다.

-저번에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의 던전 공략 영상에 얼마를 줬었죠? 한국대표팀 선수들이면 대체 얼마를 줘야 할지 감도 안 잡힙니다.

-경쟁 붙으면 회사 기둥뿌리 뽑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들 직감했다.

조건도 조건이지만, 이건 조건으로 해결 볼 수 있을 정도로 만만치 않을 거라고.

애초에 한국대표팀 영상의 권리를 사러 올 정도면 다들 한가락 하는 대기업인 것이다.

조건이 비슷하다면 역시 승부를 볼 수 있는 건 정성이었다.

정성!

더 안 좋은 조건에도 선수들이 넘어갈 때가 있는 건, 결국 계약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선수들이 다른 쪽의 손을 들어주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이 때를 대비해서 한국 선수들을 완전히 분석해 놓은 게 있지.

-하. 서양 놈들이 동양의 예의를 알까? 동양 혼혈인 나를 따라올 순 없을 거다.

-집안에서 신발 신고 돌아다니면서 무슨….

벌써부터 서로 경쟁하게 될 걸 짐작한 담당자들의 기싸움은 살벌했다.

* * *

[<굶주린 혼돈의 미로>에 입장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굶주린 혼돈이 당신들을 주목합니다.]

[……]

[……]

[……]

‘…크다!’

들어온 사람들이 동시에 떠올린 생각은 바로 크다는 생각이었다.

보통 미로의 벽은 사람의 머리를 살짝 넘기거나, 크더라도 2배를 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굶주린 혼돈의 미로는 그 벽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 높게 치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 벽을 구성하는 건 일반적인 물질이 아닌 굶주린 혼돈의 기운 그 자체였다.

압도적으로 솟아 있는 미로는 불길한 오오라를 풍겨냈다.

[카르바노그가 굶주린 혼돈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건, 놈의 뱃속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흠. 여기를 날려 버리면 놈의 뱃속을 날려 버리는 셈이 되려나?’

[카르바노그가 화신의 긍정적인 생각에 감탄하지만, 이 미로가 그렇게 약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하긴 그것도 그래.’

만약을 대비해 지독한 폭탄을 갖고 왔지만, 태현이 보기에도 이 끝없이 드넓은 미로를 날려 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중요한 부분에서 터뜨려야 한다.

이곳이 놈의 뱃속이라면 심장 최대한 가까이 가서!

[…그것도 좋지만 그냥 클리어 할 생각은 왜 안 하는 거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이쪽으로 들어갑시다!

-무슨… 이쪽이오! 교단의 역사서에서도 이렇게 나와 있었소!

-허어! 무슨… 그 역사서 제대로 기록되어 있는 거 맞소?! 여기 주교님께서 마법을 쓰신 결과 이쪽이라고 나와 있는데!

-베레타르바 교단이 뭘 안다고! 베레타르바 교단의 신성 마법은 그리 강하지도 않잖소!

-말 다했소!? 그러는 파이토스 교단은 뭐 그리 대단해서! 역사서 같은 건 우리도 만들 수 있겠소! 여봐라! 종이와 펜을 갖고 와라! 파이토스 교단은 머저리 교단이라고 적어야겠다!

-이, 이 작자들이!?

“…….”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서로 싸우는 교단 NPC들.

그 꼴을 본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걸 보니 제대로 된 클리어보다는 폭탄으로 날려 버리는 게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드는데.’

[…….]

여러 교단의 쟁쟁한 NPC들을 빌려 왔으니, 어느 정도의 다툼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입구에서 어느 입구로 들어가야 하느냐로 싸우다니.

[굶주린 혼돈의 힘 때문에 서로 싸우는 거 아니냐고 카르바노그가 추측합니다.]

‘그거 그럴듯한데. 나도 앞으로 써먹을까?’

다른 교단에게서 권능 뺏은 다음에 ‘크윽! 굶주린 혼돈이 날 충동질해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변명하고, 다른 교단 공격한 다음에 ‘크윽! 굶주린 혼돈이 날 속여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변명하면….

[…아키서스 교단이 하면 안 속을 거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아쉽게 됐군.’

파이토스 교단은 가장 왼쪽의 입구로.

베레타르바 교단은 가장 오른쪽의 입구로.

-신의 예지.

[굶주린 혼돈의 기운이 강해 권능 스킬이 영향을 받습니다!]

[신의 예지 스킬의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소모되는 MP의 양이 많아집니다.]

‘으음.’

페널티가 붙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신의 예지는 모든 입구가 똑같이 나왔다.

딱히 어디로 들어가든 별 차이가 없다는 것.

‘그럼 이 자식들은 정말 별 쓸데없는 걸로 싸우고 있는 거군. 쓸모없는 놈들 같으니.’

툭툭-

옆에서 이데르고 교단의 주교 후계자, 페르스메스가 태현을 쳤다.

붙잡혀 온 다음 협박당해서 끌려온 탓에 가장 사기가 낮을 NPC.

그런 NPC가 말을 걸어오자 태현은 의아해했다.

“뭐지?”

-쉿. 제가 기회를 엿봐서 탈출시켜드리겠습니다.

“…?!”

태현은 깨달았다.

아….

이 자식 아직 내가 이데르고 교단 소속인 줄 알고 있구나!

‘같이 끌려온 줄 아나?’

“…고, 고맙군.”

-그때까지는 제가 최선을 다해 지켜드리겠습니다. 이 지독한 놈들 사이에서 같은 신앙의 형제를 지켜야죠!

‘쟤 저러다가 진실 알면 굶주린 혼돈한테 영혼 팔 거 같아서 슬슬 불안해지는데.’

이거 이렇게 계속 가도 되나?

[그러게 기억 잃은 사람 왜 속였냐고…]

‘너도 같이 해놓고 이제 와서 이러지 마라.’

“그러고 보니 여기서 어디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흐음. 가운데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지?”

-이데르고 님께서 다 비슷하지만, 가운데 길에 예전 교단의 성기사들이 숨겨놓은 힘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

그랬다.

굶주린 혼돈의 미로에 들어간 건 선신 교단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악신 교단들도 공략대를 꾸려서 공격했었던 것!

그리고 예전 이데르고 성기사들이 들어간 곳이 바로 가운데였다.

‘아버지가 들어간 곳도 가운데고. 그냥 가운데가 가장 나을지도 모르겠군.’

들어간 놈들이 많으면 몬스터들도 비교적 적을 거고 챙길 장비들도 많을 거고 훔칠 권능도 있을 거고….

명백히 후자에 무게를 두긴 했지만 해서 나쁠 거 없었다.

-왼쪽이라고!

-오른쪽이오!

-왼쪽!

-오른쪽!

“가운데로 들어간다. 모두 전진!”

-…….

-…….

두 교단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논쟁을 멈췄다.

-이유라도….

“내가 지휘관이니까 내 마음이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최고급 전술 스킬을…]

[명성이 매우 높…]

[……]

[개같이 말해도 상대방이 반박하지 못합니다!]

화술+전술+명성+업적+지위.

너무 갖고 있는 게 많아서 어지간한 NPC는 반박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

결국 원정대는 방향을 잡고 가운데로 향했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이 나타납니다!]

“…스켈레톤이잖아?”

들판 수준으로 넓은 통로의 반대쪽에서, 스켈레톤 한 무리가 나타나자 플레이어들은 당황스러워했다.

해골만 남은 하급 언데드 몬스터, 스켈레톤.

언데드 몬스터 중에서는 가장 약하고 상대하기 쉬운 축에 속했다.

초보 네크로맨서도 소환할 수 있는 기본 몬스터였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난이도 높은 던전에서 스켈레톤이 나오다니.

뭐지?

서비스인가?

“모두 조심해라! 보통 스켈레톤이 아니니까!”

태현은 경고했다.

김태산에게서 전해 들은 덕분에 저 스켈레톤이 뭔지 알았다.

저 스켈레톤의 무서움은 바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그 숫자에 있었다.

-언데드 정화! 빛의 소멸! 흙으로의 회귀!

사제들이 바로 신성 마법을 날렸다. 스켈레톤 정도면 신성 마법에 거의 녹는다고 봐야 했다.

그러나 스켈레톤은 녹는 대신 둘로 나뉘었다. 그리고 또 넷으로, 여덟으로….

“!”

“늘어나잖아?”

-그래봤자 스켈레톤이다! 공격을 퍼부어라!

교단 NPC들은 아직 스켈레톤을 만만히 보고 있었지만, 태현은 다른 일행들에게 단단히 경고해뒀다.

“포병대 준비해라. 다들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들어보니까 숫자가 미친 듯이 늘어난다더라.”

오크 아저씨들 증언에 따르면 무슨 몇만은 가볍게 넘는 것 같다고 했다.

수없이 불어난 스켈레톤 군세를 앞, 뒤, 양 옆에서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던전 초입에서 무슨 전설 퀘스트 마지막에서나 상대할 법한 대군세와 싸워야 한다니.

느슨하게 준비하고 있었다면 한 칼에 목숨이 달아날 수도 있었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이 늘어납니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이 늘어납니다!]

“…저, 저거 진짜 좀…”

이세연이 말끝을 흐렸다.

“탐나지?”

“응. 탐난다.”

“…….”

류태수는 둘의 대화에 경악했다.

지금 벌써 수천 마리 넘어가는 스켈레톤을 보고 그런 생각밖에 안 드십니까?

그러나 이세연도 어쩔 수 없었다. 계속해서 분열하면서 숫자를 늘려나가는 언데드라니.

네크로맨서로서 탐이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교단 사람들 안 말려도 될까?”

“공격은 해야 해. 놈이 분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니까, 계속해서 두들겨 잡는 수밖에.”

콰드득, 콰득!

[스켈레톤 와이번이 소환됩니다!]

[스켈레톤 와이번이…]

스켈레톤들이 많이 모이면 그 기운에 힘입어 더 강한 언데드들도 소환됐다.

그 꼴을 보기 싫으면 미리 날려 버려야 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교단의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잘 싸우고 있는 편이었다.

각종 신성 마법을 몸에 두르고 진형을 돌파하며 말 그대로 녹여 버리고 있는 이들!

다만….

‘겁이 없네. 우리 교단 성기사들은 절대 저렇게 안 싸울 텐데.’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은 겁이 많고 의심이 많아서 아무리 만만한 스켈레톤들이라 하더라도 저렇게 대놓고 파고들어서 공격하지 않았다.

툭툭 건드리면서 뭐 함정 없나 확인할 이들!

-흑색 죽음의 지배, 통제권 획득, 언데드의 귀환!

이세연은 주변에 네크로맨서 특유의 장판을 깔면서 스켈레톤들을 훔쳐오려고 시도했다.

-파이토스의 신성한 장막, 망치의 강림, 충격의 폭풍우!

“아니! 신성 마법을 왜 그쪽에서 써!”

이세연은 황당하다는 듯이 외쳤다.

적진으로 돌격한 교단 성기사들이 이세연의 장판까지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크로맨서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

-신의 이름으로!

“…….”

이세연이 무시당하자 태현이 대신 말했다.

“성기사들! 이쪽 마법 건드리지 말고 싸워라!”

[최고급 화술 스킬을…]

[설득에 실패합니다!]

-거절하겠소!

-언데드를 앞에 두고 물러서는 건 수치!

“…포병대 공격 준비 됐지? 발사 시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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