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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50화 (1,349/1,826)

§ 나는 될놈이다 1350화

“그런데 정말 흥행할 수 있을까요?”

이다비가 걱정된다는 듯이 묻자 태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예전에 판온 1 때 한창 안에서 카드 게임 유행한 거 알지? 그거 지금은 아무도 안 하잖아. 이것도 그렇게 될 수 있어.”

“그런데 주최를 하시려고요?”

“뭐…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는 거니까. 그리고 좋은 경험이다 싶어서.”

사실 지속 가능성의 문제였지, 대회 자체는 흥행할 거라고 보고 있었다.

팀 KL의 이름값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태현이 무슨 대회를 전 세계에 투자받아서 야심 차게 여는 것도 아니고, 관심 있는 사람들만 모아서 소소하게 열 대회였다.

본전은 충분히 회수하고도 남았다.

“저런 거 하면 좀 배우는 게 있겠지. 관계자들한테 연락 돌려서 준비 좀 해야겠다.”

대회 하나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방송이나 중계부터 시작해서 홍보까지 이런저런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태현의 인맥은 보통이 아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름값!

* * *

“정, 정말입니까?”

“그래. 나중에 태현이 만나면 고맙다고 해라.”

“지금 하러 가겠습니다!!”

“아니. 지금은 안 되고. 나중에.”

“예! 나중에!”

“맞다. 만나러 가기 전에 무기 들고 있나 신체 수색 좀 하고, 신원 확인도 좀 해야 해.”

“…아, 아니. 진짜입니까?”

“응. 암살자 조심해야 해서.”

최상윤과 정수혁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저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야?

‘중요한 게 그게 아니잖아.’

‘맞, 맞아. 그렇지.’

황당해서 순간 정신이 팔렸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무려 김태현이 주최한다!

“가능하면 너희들이 스태프로 같이 일해 줬으면 한다던데.”

“예!? 그게 정말이십니까!??!”

“말할 때마다 소리 좀 그만 지를래? 그래. 우리도 도와주면 고맙겠어.”

부끄러운 말이지만 최상윤이나 정수혁은 이런 운영이나 관리에 거의 경험이 없었다.

최상윤도 솔플 위주였고, 정수혁도 솔플 위주였고….

사실 둘 다 태현한테 사회성 기르라고 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희가 홍보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진짜? 혹시 홍보 관련 일을 해봤나?”

“아니요. 하지만 파워 워리어 출신이라 홍보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

최상윤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물었다.

“여기서 파워 워리어 소속인 사람 손 들어보겠어?”

우르르-

무려 8할이 파워 워리어 소속 길드원!

“어. 너 파워 워리어 소속이었어?”

“너도??”

오죽하면 옆에 있던 플레이어가 같은 길드원이라는 것에 놀라워하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

“…어쨌든 파워 워리어면 믿을 만하긴 하겠네… 자. 여기 계약서.”

최상윤이 내미는 계약서에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무슨 계약서입니까?”

“멍청하긴! 비밀유지 계약서겠지. 김태현의 비밀을 불면 계정 삭제될 때까지 죽어도 불평 안 하겠다는 맹세 아니겠어?”

“…뭔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

최상윤은 기겁했다.

김태현이 그렇게 또라이 같은 놈이….

…맞긴 하지만 너무 심하잖아!

“근로계약서거든?! 일하면 돈 받아 가야지.”

“아, 아니. 저희는 그냥 좋아서 하는 건데….”

“케인 선수한테 밥 차려주면서 김태현 선수가 돈 받지는 않잖습니까.”

“…반박하기 힘든 논리 대지 말고 하고 싶으면 사인이나 해라.”

* * *

“드래곤이 좋아할 먹이는 무엇인가?”

“사람 아냐?”

“…헉. 순간 솔깃할 뻔했다.”

골짜기에서는 세 명만 모여도 태현이 낸 퀘스트에 대해 떠들었다.

태현이 데리고 다니는 펫들은 드래곤 계열의 펫이 분명했다.

드레이크나 와이번보다는 좀 더 희귀한 계열 같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드래곤 계열이라는 것.

문제는 이 드래곤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부족하단 거였다.

“드레이크도, 와이번도, 어스 드래곤도, 드래곤 웜도 다 사람을 좋아하잖아.”

“이 자식 좀 조용히 시켜봐. 아무리 괴식 요리사라지만 정도가 있지 좀 미친 거 아니냐?”

“평범한 방법으로는 남들을 이길 수 없어! 여기 온 놈들이 얼마나 쟁쟁한지 알아?”

오크들로 가득한 우르크에서 명성을 쌓은 요리사 랭커, 주현영.

유명 요리사 길드의 길마이자 본인도 랭커인 차오.

본인도 유명 요리사이자 게임 내에서도 수많은 요리로 유명세를 얻은 요리사 랭커 파즈 등등.

게다가 파워 워리어 출신 요리단들은 집단으로 싸울 준비 중이었고, 그에 맞서 여러 요리사 길드들도 잔뜩 칼을 갈고 있었으며, 이름 모를 요리사 랭커들도 이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김태현이 무슨 왕국 넘겨준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거지?”

“보상도 보상이지만 자존심 싸움이 커. 이렇게 주목받는 일이 흔치가 않잖아.”

대회나 퀘스트의 명성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때로는 거기에 참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상이 됐다.

랭커도 숫자가 많아지면서 스스로 홍보하지 않으면 별 관심 받기 힘들어진 지금.

이런 대회는 어마어마한 기회였다.

한 번만 활약해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다!

태현 본인도 그냥 자기 골짜기에서 낸 퀘스트가 이 정도로 파급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태현은 가만히 있지만 전 세계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골짜기에서 중계하고 홍보하고 있는 것!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신개념 홍보였다.

“난 사람 고기를 넣어서라도 이기고 말겠어!”

“저거 저러다가 잡혀가지.”

“난 드레이크가 좋아하는 바위 벌레로 승부 보려고.”

-드래곤이 좋아하는 소금 팔아요! 드래곤이 좋아하는 소금 팔아요! 이 소금만 뿌리면 드래곤이 홀딱 넘어감!

-드래곤 두 마리가 마시다가 한 마리가 죽어도 모르는 생명의 물 팔아요!

“…….”

“저런 거 사지 마! 저건 진짜 거짓말인 거 알지 다들?!”

* * *

“미안하게 됐다. 또 실패했군.”

“으아아아아악!”

[<불완전한 위대한 울음의 검>을 깨우는 데 실패했습니다!]

[재료가 소진됩니다!]

검은 바위단의 길드원들은 지금 <불완전한 위대한 울음의 검>을 깨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었다.

<태초의 불>이 있는 하늘성 대장간을 태현에게 빌리기 위해, 길드 전체가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 모든 게 다 이 퀘스트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역시 대장장이의 일은 만만치 않았다.

열 번 넘게 했는데 계속 재료만 소진!

희귀한 재료를 모아와야 해서 그걸 다시 모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다시 모아와야 해.”

“으아아악! 진짜 뭐 이딴 퀘스트가 다 있어!”

“대장장이는 원래 그런 법이지.”

“!”

뒤에서 나타난 태현의 모습에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깜짝 놀랐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만 봐도 놀란다고,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TV에서 태현 얼굴만 보면 기본적으로 움찔하게 됐던 것이다.

“몇 번 실패했나? 고생이 많아 보이는데.”

“으음. 내가 부족해서….”

“아닙니다! 필 씨! 필 씨는 우리 길드 최고의 대장장이입니다!”

“이 게임이 그냥 쓰레기 게임인 거예요!”

‘말이 너무 심하지 않나?’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분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열심히 재료 모아서 제작하고 강화했는데 실패 나오면 이 게임이 쓰레기 게임이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으니까.

여기서 이제 아이템까지 파괴되면….

“그런데 <위대한 울음의 검>이 완성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태현의 질문에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서로 쳐다보았다.

원래는 극비였지만, 생각해 보니 김태현은 딱히 알아도 방해할 것 같진 않았다.

“이건 비밀이다.”

“아니. 별로 궁금하진 않으니까 됐다.”

“…물어봤으면 좀 들어줘!”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태현을 붙잡았다.

솔직히 태현의 의견이나 감상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위대한 울음의 검>을 완성시키는 건, 전설 직업 퀘스트 중 하나였다.

“오….”

태현은 놀랐다.

전설 직업 퀘스트였나?

하긴 그 복잡하고 기나긴 과정을 생각해 보면 전설 직업 퀘스트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무려 고대 제국과 연관된 직업이지.”

“전설 직업들 절반 넘게 고대 제국 엮여 있지 않나?”

“…그건 그렇지만 그냥 좀 감탄해 주면 안 돼?”

“아. 미안하군.”

“어쨌든 재료를 새로 모아서 또 도전해 봐야지.”

‘참 좋은 길드긴 하군.’

길드원 한 명을 위해 이렇게 길드원들이 우르르 나서주다니.

보통 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늙은 드래곤의 발톱, 최상급 강철의 정수… 또 뭐 필요하지?”

“화염 정령 루비. 아. 이거 광산에서 몇 번을 캐도 안 나오는데….”

우울한 목소리로 나서는 길드원들을 보며, 태현은 물었다.

“다음에 시도할 때는 내가 도와줄까?”

“!”

“!!”

길드원들은 깜짝 놀랐다.

태현이 도와준다고?

“그… 그게 정말이냐?”

“그래.”

“설, 설마 이걸로 또 우리를 노예처럼 부려먹으려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

“아, 아니. 우리가 딱히 노예 같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맞아! 우리는 행복했다고!”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다급히 변명했다.

실제로 태현과 함께 한 퀘스트는 결과가 나쁘진 않았다.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울 뿐!

아무리 보상이 많이 나오고 레벨 업을 많이 해도 함께 하고 싶진 않았다.

“도와준다면 고맙지.”

태현도 어엿한 대장장이 랭커인 데다가, 이 하늘성 대장간의 주인이었다.

도움을 받아서 나쁠 건 없었다.

“잘 됐군. 그러면 내 일도 좀 도와주겠나?”

“그러지. 그런데 무슨 일이길래?”

필은 궁금해졌다.

김태현이 도움을 요청할 정도의 일이라니.

뭘 만들려는 거지?

아다만티움 장비인가?

‘아니. 아다만티움 장비는 이미 김태현이 입고 있기도 한 데다가 저걸 녹여서 새로 만드는 것도 어마어마한 도박일 텐데?’

아다만티움 장비는 한 번 만드는 데에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어가고, 행운도 많이 갈렸다.

잘 만들어진 갑옷을 녹여서 새로 만든다는 건 미친 짓인 것이다.

“굶주린 혼돈의 조각을 추출하려고.”

“…범, 범죄에 날 끌어들이지 말아주게.”

필은 기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미친놈이 뭘 추출하려는 거야!?

* * *

결국 필은 설득에 넘어왔다. 태현이 온갖 감언이설로 구슬린 것이다.

“악명 오르기 싫어서 새치기도 안 하는 사람인데….”

“악명이 적당히 높아야 오히려 편하던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태현은 진심이었지만 필은 농담으로 생각했다.

악명이 높아서 편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뛰어난 드워프 대장장이 장로, 베켈프가 와서 추출을 돕습니다!]

[하늘성의 정령들이 찾아와서 추출을 돕습니다!]

[교단의 옛 영웅들이 찾아와서 추출을 돕습니다!]

“…!?”

필은 어느새 우르르 나타난 불청객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인기척 하나 없어서 유령성인가 싶었는데,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다, 다 어디에 있었던 거지?”

“아. 아마 베켈프가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가둬놓고 있었나 보군.”

“????”

“하하. 신경 쓰지 마. 아키서스 교단은 합법적으로 장비를 제작하고 있으니까.”

필은 왠지 모르게 아키서스 교단의 어둠을 접한 기분이 들었다.

이 하늘성 어딘가에 악마도 갇혀 있는 거 아닐까?

‘아. 악마는 그냥 밖에 가둬서 끌고 다녔지….’

[굶주린 혼돈의 조각을 추출합니다!]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낮습니다.]

[굶주린 혼돈에 대한 믿음이 부족합니다.]

[……]

[……]

‘잠시 믿었다가 끝나고 취소하면 안 되겠지?’

[카르바노그가 솔깃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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