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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49화 (1,348/1,826)

§ 나는 될놈이다 1349화

“진짜 그 던전을 노리시는 겁니까? 고대 제국 대학이 스킬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지금 바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은 상태고, 들어간다 하더라도 이제 뭐 하나 배우려면 꽤 힘들 것 같습니다만….”

“고대 제국 대학도 대학이지만, 지금 그런 걸 신경 쓰는 게 아니다. 모처럼 뜬 대형 던전인 게 중요한 거지.”

판온에는 수많은 던전들이 있었지만, 그중 플레이어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유명한 던전은 몇 개 되지 않았다.

던전이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일단 아예 불가능해서는 안 됐다. 그러면 빠르게 잊혀졌다.

당연히 너무 쉬워서도 안 됐고, 계속해서 플레이어들이 공략할 만한 던전이어야 했다.

유명한 파티들이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그 던전에는 명성이 쌓이는 것이다.

판온에는 이런 던전 공략을 전문적으로 하는 파티들도 여럿 있었다.

“한동안 투기장 리그가 너무 히트한 바람에 던전 공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긴 했지만, 원래 판온은 던전 공략이 더 인기가 많았어.”

“맞는 말씀이십니다.”

투기장 리그의 대흥행 때문에 묻힌 감이 없잖아 있지만, 던전 공략 대회는 꾸준히 열리고 있었다.

성적도 나름 괜찮았다. 비교 대상이 너무 대단해서 그렇지.

“그런 상황에서 이런 던전이 떡하니 나왔으니 다들 탐내는 게 이해가 가.”

“벌써 몇몇 파티들은 이 던전 공략하겠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자존심 싸움인 거지. 내가 보기엔 게임단에서도 이거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뭐든지 해서 홍보하려는 게임단 입장에서, 이런 던전은 해볼 만한 공략이었다.

무엇보다 뛰어난 선수들 여럿을 데리고서 계속 합을 맞추고 있지 않은가.

남들보다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랭커들에게 공문 내려. 이번 굶주린 혼돈의 미로 공략하려는 놈이 있다면 지원해 주겠다고. 너 나 할 거 없이 나설 거다.”

랭커 놈들은 자기한테 좋은 이야기면 무조건 달려들었다.

이번 던전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을 테니, 랭커 놈들도 분명 탐을 내리라.

“어, 길마님. 올스타 슈퍼플레이어에서도 이거 미션으로 하라고 하셨습니까?”

“무슨 소리야?”

판온 선수를 선발하는 오디션 대회.

심사위원들은 해외에서 온 놈들이 많아서 쑤닝이 어떻게 하려고 해도 이빨도 잘 안 들어갔다.

“이번 미션이 이걸로 됐습니다만.”

“?!”

* * *

“역시 굶주린 혼돈의 미로가….”

“확실히 너무 특이한 미션만 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정석적인 던전 공략도 좋지 않습니까?”

“근데 너무 어렵지 않나?”

태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했다.

심사위원들 중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플레이어는 태현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태현! 더 강하게 말해줘!’

‘지들이 뛰는 거 아니라고 무책임하게 던지는 저 인간들…!’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진지하게 <굶주린 혼돈의 미로>를 깨고 싶지 않았다.

물론 던전 공략 미션은 정석적인 미션이긴 했다.

이제까지 나온 미션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멀쩡해 보이는 미션이기도 했고.

하지만 난이도가 너무 위험했던 것이다.

‘죽으면 너희들이 사망 페널티 책임져 줄 거냐??’

‘다른 파티들은 그냥 들어갔다 나와도 되지만 우리는 들어가면 끝장봐야 한다고!’

첫 번째나 두 번째 미션은 이상하고 기괴해도 죽을 위험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던전 공략은 진지하게 하면 목숨 걸어야 한다!

“김태현 선수. 물론 김태현 선수가 대단한 선수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도 대단한 플레이어들입니다. 플레이어들을 너무 무시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렇죠, 여러분?”

“…예….”

“와… 신난다….”

격렬하게 신난 반응에 태현은 의문을 품었다.

“지금 목소리가 장례식장 온 사람 같은 목소리인데?”

“기뻐서 목이 잠긴 거 아닐까요?”

“어쨌든 저는 <굶주린 혼돈의 미로>를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판온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던전 아닙니까! 요즘 투기장이 인기가 훨씬 많아졌지만 저는 던전이 판온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렇게 말하신다면야 알겠습니다.”

미션에 목숨 걸 것도 아니고, 태현은 순순히 수긍했다.

심사위원들이 저렇게 하고 싶다는데….

“규칙은 간단합니다. 가장 먼저 공략하는 사람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모두 실패할 경우 가장 많이 진행한 사람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될 겁니다.”

“파티는 알아서 짜도 됩니까?”

“여기 있는 분들끼리 짜도 되고 여기 계시지 않는 분들끼리 짜도 됩니다.”

‘어라? 그러면 김태현 섭외도 되는 건가?’

선수 중 한 명이 속으로 생각했다.

…어라? 진짜 될 거 같은데?

* * *

-우승! 최상윤, 정수혁 플레이어가 우승을 차지합니다!

[하늘섬 레이스에서 우승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하늘섬의 모든 상점에서 NPC들이 당신들을 대우해 줍니다!]

[……]

[……]

“해냈습니다! 해냈단 말입니다!”

“그래! 우리가 해낸 거야!”

둘은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리그 우승할 때보다 더 기쁘다!”

“그 말은 선배님께서 들으시면 주먹 날리실 테니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고맙다!”

팡! 팡!

둘 위로 하늘섬 NPC들이 와서 폭죽을 터뜨리고 꽃을 뿌려줬다.

우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아이템을 얻었…]

[아이템을 얻었…]

[……]

하늘섬 레이스 우승자를 위한 아름다운 보물 상자:

안에 뭐가 들어 있을까요?

“…이건 태현이한테 까달라고 하자.”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이 한 번의 우승을 위해서 둘은 정말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자꾸 터지는 로켓을 타고 추락하고 들이박고 뒤로 날아가고….

얼마나 많은 조롱을 겪었던가.

부끄러워서 신분을 숨길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해낸 것이다!

“다니엘. 네 덕분이다.”

“처음에는 골짜기에서 쫓겨났다고 해서 진짜 미친놈인 줄 알았습니다.”

“…말을 조금만 부드럽게 해주시지….”

다니엘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덕분에 제 기계공학 제작 스킬도 많이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폭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힘들지 않을까?’

‘힘들 것 같습니다만.’

아무리 다니엘이 열심히 알려줘도 대다수의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히히 폭탄발사!’ 하고 다니는데 사람들 인식이 쉽게 변할 리가….

그리고 솔직히 폭탄 아이템은 기계공학 아이템 중에서 효자 아이템이었다.

가성비 좋은 광역기 대미지 아이템!

그걸 빼고 다른 걸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한 번 우승했으니 앞으로 우승하기는 더 쉬워지겠지.”

“맞는 말입니다.”

원래 한 번 우승하는 게 어렵지, 한 번 우승하고 나면 요령이 생겼다.

반드시 월 최다우승자가 되어서 영주가 되겠어!

“바로 그 자세십니다! 저도 앞으로 더 로켓을 개량해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아니. 개량은 그만해 줘.”

“예. 개량은 그만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본에 충실합시다.”

“…….”

그렇게 떠드는 사이, 셋에게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다가왔다.

최상윤은 일단 검에 손을 뻗고 봤다.

태현만큼은 아니지만 최상윤도 나름 적이 많은 사람!

게다가 판온에서는 ‘너 김태현 친구지!’ 효과가 있어서 없던 적도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최상윤 선수, 정수혁 선수 맞으시죠?”

“…수혁아! 적이다! 적이야!”

“예?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희 적 아니에요!”

찾아온 파티는 깜짝 놀라 양 손을 들었다.

“뭐야. 적이 아니었어? 이름 부르면서 말 걸길래 적인 줄 알았네.”

‘그건 보통 인사 아닌가?’

“그러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희는 이 하늘섬 레이스 대회를 열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레이스로 대회를 연다고?”

최상윤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 쓰레기 게ㅇ… 아니, 운이 훨씬 더 많이 작용하는 게임으로 대회를 연다고?

생각해 보니 말이 안 되진 않았다.

박진감 넘치고 변수 많고 화려하고….

“저희는 이 하늘섬 레이스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그렇군.”

모인 플레이어들은 레이스에 푹 빠진 플레이어들이었다.

하늘섬 레이스를 방송하고, 홍보하고, 추천하는 걸로 모자라서 대회까지 열어보려는 것!

하지만 개인이 대회를 여는 건 역시 만만치 않았다.

가볍게 친선 대회를 여는데도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은데, 제대로 된 대회라면 몇 배로 늘어났다.

규칙 잡고, 참가자들 구하고, 중계할 방법 찾고, 홍보도 해야 하고….

“대회를 연다는 건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는 건가? 방송국은 어디가 협조해 주기로 했지?”

“어….”

“?”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데요.”

“…그, 그래. 파이팅.”

최상윤은 뿌리치고 가려고 했다.

느낌이 온 것이다.

‘이상한 놈들이다!’

“가지 마십쇼!!”

“최상윤 선수 같은 분께서 가버리시면 안 된단 말입니다!”

사람들은 엉엉 울며 최상윤의 발목을 붙잡았다.

지금 랭커들에게 몇 번이고 퇴짜를 받은 그들이었다.

-저희가 대회를 열려고 하는데요….

-오. 무슨 대회입니까? 투기장?

-그건 아니고요.

-던전 공략? 나쁘지 않죠. 참가비만 주면 나가겠습니다.

-…하늘섬 레이스인데요.

-지금 장난하냐??

뚝-

하늘섬 레이스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하늘섬에서만의 이야기.

콧대 높은 랭커들에게 투기장 대회나 던전 공략 대회가 아닌, 저런 듣도 보도 못한 레이스 대회는 같잖지도 않았던 것이다.

“저희는 이 대회를 꼭 열고 싶습니다! 사람들한테 이 대회의 장점을 알려주고 싶단 말입니다!”

“두 분 같은 분들이 아니라면 이런 걸 누가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 방송사가 주최하던 투기장 대회를 대성공시켜서 전 세계에서 열리는 리그로 바꾼 게 바로 누구였나.

“…그건 태현이가 했고, 그리고 걔가 딱히 막 투기장 대회를 전세계에 퍼뜨리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인기를 끌어서 그렇게 된 것….”

“겸손이 지나치십니다!”

“도와주십시오!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뭘 시키든 간에!”

“저희 아키서스 교단 골드 등급입니다!”

“그건 정말 대단한… 아니,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일단 태현이한테 연락은 해볼게.”

아키서스 교단 골드 등급이라니 매몰차게 거절할 수도 없어서, 최상윤은 일단 약속을 해줬다.

“하지만 태현이도 요즘 엄청 바쁘다고.”

“케인 선수 대신 집안일 하느라요?”

“…아, 아니. 아니거든. 요즘 걔도 집안일 많이 해. 내 말은 이번 판온 월드컵 이야기였어.”

“아아… 응원하고 있습니다!”

보통 월드컵이 집안일보다 먼저 나와야 하지 않나?

* * *

“대회를 열고 싶다고?”

“보니까 그냥 의욕만 있지 하는 방법은 거의 모르는 것 같던데. 말리는 게 낫지 않을까? 이게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열 만큼 호락호락한 건 아니잖아.”

“레이스 대회가 재밌나?”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생각해 보니 최상윤과 정수혁이 거기에 꽤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 크흠. 재미없는 건 아니고….”

“꽤… 재밌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의 겸연쩍은 태도에도 불구하고 태현은 알아차렸다.

‘재밌나 보군.’

“너희 둘이 재밌으면 해도 되지 않나? 이게 다 홍보고 사람 모으는 일이지. 그쪽에 연락해 봐. 아마 처음부터 열까지 이쪽에서 준비해야 하니 팀 KL 이름으로 주최해서 열게 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어? 진짜??”

“너희들도 이런 거 해봐야 늘지. 맨날 나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홍보하고 다녀야 하냐?”

“…….”

“…….”

둘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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