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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44화 (1,343/1,826)

§ 나는 될놈이다 1344화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아니라니까! 김태현이 여기 있을 리 없어!

-그러니까 저건 드래곤 펫 세 마리 데리고 다니고 폭탄까지 쓸 줄 아는 가짜라는 거지?

-그런데 아무리 김태현이라도 저 오합지졸들 데리고 저거 막는 건 불가능하지 않냐?

신이 나서 태현의 이름을 외치던 시청자들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이다.

-김태현! 너라도 도망쳐!

-이런 인간쓰레기들하고 같이 죽지 마!

“…….”

“…….”

루돌프 길드원들은 진지하게 방송을 꺼버릴까 고민했다.

이 새끼들이 누구 방송 덕분에 김태현 얼굴 보고 있는 건데…!

“그냥 꺼버리면 안 됩니까?”

새로 들어온 길드원 중 한 명이 투덜거렸다. 그러자 루돌프 길드원들은 질색했다.

“야. 그런 소리 하면 안 돼.”

“절대 저분들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고.”

아무리 치사하고 더러워도 봐주는 사람이 갑이었지 그들이 갑이 아니었다.

그냥 끄고 가버리면 그들의 수입이 팍 줄어드는 것이다.

만약 이 대화를 괘씸하게 여기기라도 한다면….

-안 돼! 잘못했습니다!

-우리가 잘못했어! 끄지 마!

-꼬와도 접지 마! 너희 길드 없으면 방송 망해!

“???”

어라?

평소와는 반응이 다르다?

-이 새끼가 어? 지금 방송해 주시는 루돌프 길드원들께서 얼마나 힘들겠어! 응원해도 모자랄 판에!

-나만 했냐? 니들도 같이 해놓고 왜 나한테만 그래!

-앞으로 이름 갖고 안 놀릴 테니까 방송만 끄지 마!

그랬다.

지금 태현도 방송을 안 켠 상황에서, 이 상황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건 루돌프 길드 방송밖에 없었던 것이다.

끄는 순간 궁금해서 죽을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

시청자들은 평소와 달리 부드럽고 따뜻한 태도로 루돌프 길드를 응원했다.

-루돌프 파이팅!! 루돌프 힘내라!!

‘평소에 이거 10%라도 보여주지 나쁜 새끼들.’

루돌프 길드원들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평소에 이 태도의 10%라도 보여줬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 * *

“으음.”

태현은 신음했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시청자들이 걱정했던 것처럼, 제대로 협동할 수 없는 오합지졸들 갖고 달려드는 대형 괴수를 막는 건 힘든 일이었다.

순식간에 진형이 붕괴하고 난전으로 흘러가는 상황.

힐러도 부족하니….

‘내가 케인이 보고 싶을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새삼 같이 다니던 일행들이 다 괜찮은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다비나 케인 같은 원래 일행뿐만이 아니라 이세연 같은 새 일행도 다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했었으니까.

[카르바노그가 화신이 드디어 우정과 협동의 의미를 깨달은 거냐고 살짝 감동하려고 합니다.]

‘내가 많이 약해졌군.’

[…?]

‘원래 이런 건 혼자서도 잘했는데 말이야. 막힌다고 파티원부터 찾는 건 나약함의 증거지.’

[카르바노그가 그게 아니라…]

‘다시 한번 정신을 다잡아야겠어. 혼자서 해결한다.’

[카르바노그가 설득을 포기합니다. 한숨을 쉽니다.]

“때려쳐! 도망치자! 모두들! 다 같이 도망치면 김태현 놈이라도 우리를 잡을 순 없어!”

괴수한테 튕겨 나간 약탈자 플레이어 한 명이 선동을 시작했다.

벨라돈을 잡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태현을 공격하자는 소리를 하지 않고 흩어져서 다 같이 도망치자고 말하는 게 묘하게 현실적이었다.

“그래!”

“다 같이 힘을 합치면!”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말하고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리고 방금 선동을 꺼낸 놈을 붙잡았다.

“김태현! 이 자식이 선동했어!”

“붙잡았어! 잘했지?!”

“…이 배신자들아!!”

붙잡힌 플레이어는 절규했다.

어떻게 1초도 고민을 안 하고 배신을 때리냐!

그러나 다른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당당했다.

“니가 멍청한 거지.”

“넌 게임하면서 뭘 배운 거냐?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 약탈자 하기는 글렀다.”

태현은 도망치다 붙잡힌 놈 앞에 섰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거절하면 네 판온 인생 꼬이게 해준다. 수락해라.”

“어, 어? 뭘?”

-아키서스의 제물!

[파티원 중 한 명을 아키서스에게 바칩니다! 파티 전체에 <아키서스의 제물> 버프가 들어갑니다!]

[악명 스탯이 높아 추가 보너스…]

[희생된 플레이어의 레벨이 높아 추가 보너스…]

[……]

[……]

[최고급 전술 스킬로 인해 <아키서스의 제물> 버프가 증폭됩니다!]

붙잡힌 놈의 레벨이 제법 높았는지 꽤 괜찮은 버프가 들어갔다.

“!!!!”

“이, 이게 뭐야?!”

싸우던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대체 이게 무슨 버프길래 이렇게 능력이 올라가는 거지?

뭐 누구 제물이라도 바쳤나?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파아아앗!

태현은 지금이 몰아붙일 때라는 걸 깨달았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더 이상 도망치거나 무너지기 전에 한 번에 기세를 타야 한다!

신성 영역이 펼쳐지자, 그림자를 휘두르며 덤비던 괴수 벨라돈이 멈칫거리며 물러섰다.

“지금이 기회다. 모두 아끼지 말고 공격해라!”

태현은 <아키서스의 형상>과 <아키서스의 이간질>을 사용했다.

그러자 사납게 날뛰던 벨라돈들이 혼란에 빠져 뒤로 도망치거나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대형 괴수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가장 까다로운 게 그 특유의 돌진.

그걸 막고 발을 묶을 수만 있다면 사냥의 절반은 한 셈이었다.

-고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각성!

[고대 성기사단장이 빌려준 힘을 불러와 일시적으로 각성합니다!]

[검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쐐기를 박듯이, 이번 고대 신전에서 얻은 스킬까지 사용했다.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쓰기 위해서는 한 번쯤 미리 시험을 해둬야 했다.

파아아아앗!

강렬한 빛이 태현의 몸을 휘감았다.

태현이 들고 있던 검이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번쩍였다.

신성력이었다. 신성력이 그대로 두터운 중갑옷이 되고, 또 검이 된 것이다.

육중한 그 모습이 마치 빛나는 성기사 같았다.

[일시적으로 고대 성기사단장으로 변합니다!]

[스탯이…]

[스킬이…]

[……]

일일이 읽는 것보다 직접 싸우면서 확인하는 게 빨랐다.

태현은 폭발 도약을 사용해 거칠게 날아오른 다음 그대로 벨라돈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고대 성기사단장의 검이 추가 효과를 발휘합니다!]

[위대한 아키서스의 빛이 적을 강타합니다!]

분명히 평타를 날렸는데 검 끝에서 강렬한 에너지파가 나와 벨라돈을 후려갈겼다.

-꽤애애애애애애액!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막대한 충격에 벨라돈이 움직이지 못합니다!]

-캬아아악!

뒤에서 벨라돈 하나가 그림자를 후려치더니 <그림자 가시>를 쏘아냈다.

거대한 그림자 가시가 사방에서 태현을 둘러싸고 공격을 퍼부었다.

[고대 성기사단장의 힘이 <그림자 가시>를 방어합니다!]

[체력이 매우 높습니다! 그림자의 저주가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HP가 매우 높습니다! …]

[……]

몇 번의 공방이 지나가고 나자 태현은 고대 성기사단장의 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방어력 높고, HP 높고, 공격 한 방 한 방이 묵직한 성기사의 극한!

‘아니. 아키서스 교단에 이런 인재가 있었다고?’

고대 아키서스 교단은 태현의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했던 것이다.

태현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힘에 취해 검을 휘둘렀다.

사실 판온 2의 태현보다 판온 1의 태현에 더 가까운 전투법이었다.

상대의 공격은 최대한 잘 막아낸 다음 묵직하게 카운터!

-위대한 신성의 파도!

이번에는 고대 성기사단장이 갖고 있는 검술 스킬을 사용했다.

[현재 검술 스킬이 낮아 완전히 구현할 수 없…]

[페널티가…]

콰르르르릉!

신성력이 그대로 파도가 되어 앞에 있는 적들을 쓸어버리는 모습에 약탈자들은 입을 떡 벌렸다.

김태현이 저런 광역기도 쓸 줄 알았나?

‘미친놈…!’

‘김태현은 원래 저렇게 강한 놈 아니었습니까?’

‘아니. 도망칠 생각을 한 아까 그놈이 미친놈이란 거다.’

-저거 평소 김태현이랑 너무 다르잖아?

-내가 말했지? 가짜라니까. 진짜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공격을 해야….

-김태현이 특수 스킬 써서 변신한 거 같다. 아키서스 성기사 아냐?

-내가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 전직했는데 저런 스킬 없는데요.

-교황이랑 너랑 같냐?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충격이었다.

태현이 강한 건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태현의 플레이스타일은 어디까지나 근접 회피 딜러, 도적이나 암살자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강력한 회피력을 믿고 들어가서 푹찍!

그런데 지금 태현은 ‘나 한 대 치고 너 한 대 쳐라’ 같은 무식한 성기사 스타일로 싸우고 있었다.

게다가 그냥 얼치기로 익힌 게 아니라 무지막지한 파워로!

[고대 성기사단장의 스킬을 성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다음 스킬이 열립니다!]

-위대한 신성의 분노!!

태현은 신이 나서 검을 휘둘렀다.

매번 폭탄 사용해 가면서 평타 꾸역꾸역 꽂아 넣다가 이렇게 검을 휘둘러서 세상을 쪼개버릴 위력을 뽐내니 기쁘기 그지없었다.

[고대 성기사단장의 스킬을 성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다음 스킬이 열립니다!]

‘그 다음은….’

-위대한 파이토스의 망치!

-크에에에에엑!

“…잠깐??”

태현은 당황했다.

방금 내가 이상한 스킬 쓰지 않았나?

왜 고대 성기사단장 검술 스킬에 파이토스 교단 스킬이…?

[좋은 스킬 있으면 배우고 익히는 게 좋은 태도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 *

[괴수 둥지의 괴수들을 전멸시켰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괴수 둥지의 토벌로 인해 이 주변이 한층 더 안전해졌습니다. 모험가들의 소문이 퍼져나갑니다.]

각종 버프를 받은 데다가 태현이 앞장서서 쓸어버린 덕분에, 전투는 약탈자들의 승리로 끝났다.

“쳇. 어울리지 않은 짓을 해버렸어.”

“우리는 원래 이런 짓 안 하는데 말이야.”

어쩌다가 주변 마을 사람들을 도와줘 버린 꼴이 된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코밑을 쓱 훔치며 멋쩍어했다.

이들에게 이런 플레이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게 선한 플레이의 기쁨일까?

[악명이 내려갑니다.]

[악명이 내려간 것으로 인해 <태양 도적단 마을>에 출입이 불가능해집니다.]

“…….”

“야 이 나쁜 새끼들아!!!”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울컥했다.

기껏 좋은 일 해줬더니!!

“지금 나한테 한 소린가?”

괴수 해체하고 아이템 얻던 태현은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닙니다! 태양 도적단 놈들을 욕하고 있었습니다! 악명이 좀 내려갔다고 출입 금지라니 이건 진짜 너무한….”

“그거 내려갔다고 출입 금지될 정도면 너희 악명이 너무 낮은 거 아니냐?”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들어가니까 그냥 VIP 취급해 주던데?

“…….”

“…….”

살다가 남한테 악명 스탯으로 무시당한 경험은 처음이라,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눈만 깜박였다.

뭐지 이 참신하게 억울한 기분은?

-이게 무슨 일인가!

“!”

저 멀리서 NPC 하나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암살자가 은퇴한 마을의 NPC인가?’

복장을 보아하니 상당히 레벨이 높아 보였다. 간단한 가죽 갑옷에 허리춤에는 날카로운 단검까지.

[카르바노그가 암살자 같다고 말합니다.]

-설마 교황 성하께서 오신 것이오?

나이 든 암살자는 태현의 정체를 알아차리고는 깜짝 놀라 물었다.

“오. 어떻게 알았지?”

-골드 드래곤을 호ㄱ… 아니, 계약해서 부리고 있는 사람은 교황밖에 없으니….

-…방금 호구라고 하려고 했…?

-잘못 들은 거다.

-캬르륵. 캬르륵.

흑흑이와 불불이는 용용이의 입을 다물게 했다. 용용이는 매우 억울한 눈빛으로 암살자를 노려봤다.

저 인간 새끼가…!

[아키서스 교단 비전 암살자를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교단의 힘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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