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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43화 (1,342/1,826)

§ 나는 될놈이다 1343화

‘일단 들어가야겠군.’

태현은 약탈자 플레이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 입구 찾았다.”

“!”

“오오…!”

“역시 케인과 같은 길드 출신은 뭐가 다르십니다!”

태현이 무슨 퀘스트창을 봤는지 모르는 플레이어들은 그저 기뻐했다.

히든 던전의 입구를 찾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했던 고생이 싹 잊혀질 정도였다.

“이제까지 다들 못 찾던 걸 한 번에 찾아내다니 역시….”

“보통 놈이 아닌 것 같다고 했잖아 내가.”

약탈자들은 감탄했다.

히든 던전의 입구를 저렇게 빨리 찾아내는 걸 보니 역시 보통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여기 있는 약탈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여기 뭐하는 히든 던전인데?”

“그게 뭐가 중요하냐. 히든 던전인 게 중요하지. 빨리 들어가자. 괜히 찍혔다가 못 들어갈라.”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퉈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이 어떤 던전인지도 모르는 채!

태현은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이래서 욕심 많은 놈들이 좋다니까.’

* * *

[<지하 마을로 향하는 길>에 입장…]

[……]

[……]

휘이이잉-

들어온 플레이어들을 맞이한 건 드넓은 지하 동굴이었다.

말이 지하 동굴이지 거의 평원 수준으로 넓었다. 지평선 끝이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신전이나 궁전 같은 걸 기대했는데.”

“그러게 말이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히든 던전 중 가장 짭짤한 건 역시 옛 신전이나 궁전이었다.

각종 희귀 아이템들이 나오는 장소!

그에 비해 여기는 너무 넓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넓으니 뭔가 나오겠지. 궁전 같은 게 나올 수도….”

-앞으로 빨리 움직여서 시야 좀 밝혀주세요.

-빨리 움직여! 어느 던전인지 보여 달라고!

루돌프 길드의 방송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원래도 좀 입 거칠고 성질 더러운 시청자들만 모이는 곳이다 보니 인내심이 확실히 부족했다.

“아니. 우리가 지금 멋대로 움직일 수 없다고. 파티 플레이 중이잖아.”

-너희가 언제부터 그런 거 지켰다고 그래!

-파티 플레이는 무슨. 빨리 뒤통수나 때려봐!

-케인이랑 같은 길드 나온 놈이랑 싸운다면서!

‘아오 이 짜증 나는 놈들.’

루돌프 길드원들은 투덜거렸다.

이래도 난리, 저래도 난리인 짜증 나는 놈들 같으니!

“찾았다.”

그러던 도중 태현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약탈자 플레이어들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외쳤다.

“찾으셨습니까!?”

“뭘 찾으신 거죠?? 궁전?? 보물 창고???”

“저는 소박하게 수도원이나 신전만 되어도….”

“괴수 둥지.”

“…….”

“…….”

약탈자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괴… 괴수 둥지?

보통 괴수 둥지는 히든 던전에 있을 법한 보상이 아니지 않나?

“진, 진짜 괴수 둥지인가?”

“왜 괴수 둥지가 여기 있는 건데?”

“어떤 사악한 놈들이 풀어서 길렀겠지. 자. 전투 준비.”

“?”

“어?”

약탈자들은 당황했다.

왜 전투 준비?

“제가 잘못 들은 겁니까? 왜 전투 준비를?”

“저기 적이 있으니까 싸워야 하지 않나?”

태현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 약탈자 플레이어들한테는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날로 먹는 것.

꿀 같은 퀘스트나 보상을 추구하는 거지 굳이 어려운 퀘스트에 도전하지 않았다.

괴수 둥지는 전형적으로 어려운 퀘스트.

깨서 뭐가 나올지도 모르는, 기피 퀘스트였던 것이다.

“보십시오! 여기가 이렇게 넓은데, 꼭 저놈들과 싸울 필요는 없지 않….”

태현은 듣지도 않고 폭탄을 꺼내 집어 던졌다.

괴수들을 도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콰콰콰쾅!

[괴수 둥지의 괴수들이 깨어납니다!]

[도발에 괴수들의 야성이 폭발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야!!!”

“미친놈아!!”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비명을 질렀다.

뭐하는 짓이야 이게!

그리고 동시에 퀘스트가 떴다.

<대륙을 위해 싸워라!-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당신들은 아키서스 교단의 이름으로 사악한 괴수들의 난동을 막기 위해 이 지하까지 내려왔다.

괴수 둥지에서 괴수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한 마리도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라!

보상: ?, ???

“?”

“내가 왜 아키서스 교단이야?”

“난 아키서스 교단 소속이긴 한데 이 퀘스트 교단 이름으로 한 적 없는데??”

퀘스트가 뜬 것도 당황스러웠는데 아키서스 교단 이름까지 들어가자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단체로 혼란이 왔다.

그러는 사이 태현은 가면을 벗어 던지고 폭탄을 준비했다.

“용용이, 흑흑이, 불불이. 다 나와라. 싸울 준비해야겠다.”

믿을 만한 일행이 없을 때일수록 이 용들의 가치는 올라갔다.

세 드래곤이 나와서 바로 마법들을 준비하자, 주변에 있던 약탈자들은 경악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

잠깐만…?

“저… 저… 저 용… 저거… 저거 으어어…?”

“김태어어어어어어?”

아니….

아니지?

그러나 약탈자들의 현실부정과 상관없이 태현은 태현만이 쓸 수 있는 스킬들을 차례대로 선보이고 있었다.

-드워프 강철 함정 설치.

태현은 새로 배운 드워프 금속 마법을 사용했다.

[강철을 소모합니다!]

[강력한 마법진이 새겨집니다. 마법진을 밟을 시 함정이 발동됩니다!]

장판을 까는 마법으로, 밟으면 강철 창이 솟구치는 식으로 데미지를 주는 마법이었다.

[카르바노그가 깔끔하게 잘 썼다고 칭찬합니다.]

‘이런 것보다는 좀 더 쓸 만한 다른 마법을 원했는데 말이야.’

태현은 투덜거렸다.

번개 마법 같은 걸 원했는데, 이런 식의 함정 위주의 금속 마법은 기계공학이나 대장장이 기술 스킬로도 어떻게든 구현 가능한….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폭탄 관련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폭탄 관련 칭호가…]

[……]

[강철 함정에 추가 버프가 들어갑니다!]

[강철 함정에 추가 버프가 들어갑니다!]

[강철 함정에 추가…]

[……]

[……]

콰드드드드드득!

살벌한 소리와 함께 마법진이 땅 위에 새겨졌다.

빈틈 하나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문양이 새겨진 마법진.

누군가 한 명 밟으면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 같은 살기가 풍겨졌다.

[…카르바노그가 이 정도면 충분히 쓸 만하다고 말합니다.]

카르바노그도 태현 본인이 금속 마법을 이렇게 잘 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궁합이 잘 맞는다!

사실 화신은 다른 마법보다 금속 마법이 잘 맞는 게 아닐까?

[마법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 * *

-어?

-어어어?

-어어어어어?

보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은 어?→어어?→어어어???로 바뀌었다.

처음 폭탄을 꺼내 집어 던질 때만 해도 ‘약탈자라면 저래야지!’ 하면서 즐거워하던 시청자들이었다.

그런데 용들을 꺼내고 태현 특유의 폭탄까지 곳곳에 설치를 하는 걸 보자….

-김태현이다!!!!

-김태현이잖아!!

태현의 플레이는 따라 하려고 해도 따라 하기가 힘들었다.

다른 랭커들은 검사면 검사, 마법사면 마법사 등 따라 하는 것 자체는 가능했다.

하지만 태현은 기본적으로 소환수 띄워 놓고 각종 폭탄을 활용해서 복잡한 전투를 즐기는 랭커.

이건 따라 하려고 해도 따라 하는 게 불가능했다.

기계공학 스킬이 그렇게 만만한 것도 아니었고….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이 왜 여기서 나와!?

-왜 거짓말까지 하면서 있었던 건데?

-따지고 보면 거짓말은 안 하지 않았나?

-…!!!

“아, 아니. 진짜로 김태현이라고?”

“내가 김태현이라고 했잖아?”

태현은 재칼을 보며 물었다.

재칼은 어찌나 당황했는지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나… 날 죽일 건가?”

“왜?”

“아니… 그… 케인 사칭도 했고….”

“뭐 케인 사칭 정도야 할 수 있는 일이지.”

“!?”

너무 쿨하게 넘어가는 태현의 모습에 재칼은 당황했다.

아니 당신 동료인데 화내줘야 하는 거 아냐?

“싸울 준비나 해.”

“어… 어. 알겠어.”

재칼은 뭐에 홀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얼떨떨했다.

살다 보니 김태현하고 이렇게 같이 플레이하게 되는 날도 오는구나!

루돌프 길드원들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냥 새로 나타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김태현 본인이었다니!

“…아까 저놈 공격하자고 한 새끼 누구냐?”

“제가 말 안 했습니다!”

“이 자식아… 길드 뿌리 뽑힐 뻔했잖아!”

-아깝다! 김태현하고 싸우는 거 볼 수 있었는데!

-김태현한테 덤비면 100골드 쏘겠습니다.

-아니야! 김태현 사칭하는 가짜일 거야. 싸워서 확인해 보자!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자기 일 아니라고 신나서 부추겼다.

안 그래도 개인 방송 잘 안 하는 태현을 이렇게 생생하게 볼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는가.

카르르르릉!

[흉폭한 지하의 괴수, 벨라돈이 눈을 뜹니다!]

어둠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벨라돈은 공룡을 연상시키는 사나운 덩치와,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까다로운 특수능력을 갖고 있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일반 던전의 보스 몬스터 수준!

‘뭐 저런 걸 키우고 있었냐? 더럽게 흉악한 교단이군.’

[카르바노그가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카르바노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로 흉폭한 교단이면 설마…

설마 아키서스 교단은 아니겠지…?

“전투 준비해라!”

“오, 오오오오!”

충격적인 사실에 멍하니 있던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외침에 정신을 차렸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전투에 뛰어들게 됐지만, 진실을 알게 되니 생각이 달라졌다.

‘김태현하고 같이 싸우는 거라면 무조건 OK지!’

‘김태현이 손해 보는 일을 할 리가 없잖아!’

‘이거 전설 퀘스트로 이어지는 퀘스트일지도 모른다! 무조건 대박일 거라고!’

김태현이 누군가.

전설 퀘스트만 골라서 깬다는 퀘스트 계의 전설 아닌가.

그런 놈이 데리고 온 퀘스트라니!

이 퀘스트는 분명 대박….

꽝!!

[가속으로 인해 벨라돈의 공격력이 증폭됩니다!]

[벨라돈이 <그림자 할퀴기>를 사용합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급소에 맞았습니다!]

[벨라돈에게 짓밟힙니다!]

[HP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HP가 0이 되어 로그아웃…]

“…….”

신나서 덤비던 약탈자 한 명이 그대로 로그아웃당하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랬다.

태현이 전설 퀘스트를 깰 때 같이 다니던 사람들은 그래도 나름 랭커에, 태현의 가혹한 시련을 버텨 낸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게임 날로 먹고 편하게 가려는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

아무리 태현이 옆에 있다고 해서 없던 실력이 갑자기 생겨나진 않았다.

제정신이 돌아오자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도망칠 길을 찾는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태현은 한 손에는 검을, 한 손에는 폭탄을 들고 따뜻하게 말했다.

“앞으로 뒤돌아보는 놈 있으면 내가 직접 죽인다.”

“…….”

“…….”

나쁜 새끼!

“앞에만 봐라. 돌격! 돌격! 진형을 짜서 하나씩 상대해라! 막으려고 하지 말고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포위해! 계속 디버프를 걸면서 싸워라!”

“이건 미친 짓이야! 난 도망ㅊ아악!”

“뒤돌아보면 죽는다고 했다! 앞으로 돌진!”

[전술 스킬이 오릅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카르바노그가 정말 탁월한 전술이라고 감탄합니다!]

뒤에는 김태현.

앞에는 괴수.

약탈자들은 좀 더 만만해 보이는 상대와 싸우는 걸 선택했다.

바로 괴수와 싸우기를!

“크아아아악!”

-캬아아아악!

그렇게 지하 동굴에서 치열한 혈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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