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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40화 (1,339/1,826)

§ 나는 될놈이다 1340화

케인과 같은 길드였던 플레이어와 싸운다니.

평소에 보여주던 영상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콘텐츠였다.

지나가는 사람 공격하기, 다른 길드 창고 털기, 길 막고 통행세 걷기 같은 건 개나 소나 다 하지 않는가.

사람들이 원하는 진짜 자극이란 건 바로 이런 것!

-루돌프! 루돌프! 루돌프!

-뭘 좀 아는구나!

-저 레벨 업 하면 에스파 왕국 가서 루돌프 길드에 가입할래요!

└진짜?

└└미쳤냐? 그냥 한 말이지.

루돌프 길드원들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깨닫고 당황했다.

뭐야 왜 이렇게 인기가 좋아?

“왜 이래?”

“케인이랑 같은 길드 나왔다는 놈하고 싸운다니까 이러는 거 같은데요?”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보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파티장, 클로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판온은 인기가 전부라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서 남들의 지갑을 뺏고 싸움을 벌였는가.

그런데 그런 노력들이 케인 놈 이름 하나에 묻히다니.

심지어 케인 본인도 아니었다. 케인이랑 알고 지냈다는 놈에게 진 거 아닌가.

‘진짜 서러워지려고 하네…!’

팀 KL이 인기 많은 건 알아도 이건 좀 서러웠다.

“기회 아닙니까! 대장!”

“끙. 기회긴 해.”

길드원들은 클로스의 속도 모른 채 기뻐했다.

조회수가 이렇게 나오는 게 기뻤던 것이다.

“이번 달은 포션 좀 넉넉하게 사도 되겠다.”

“난 갑옷부터 바꿔야 해. 저번에 망가진 거 아직도 못 갈아입었어.”

대화가 참 구질구질했지만, 대부분의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이런 플레이를 했다.

방송으로 보면 ‘갖고 싶으면 갖는다! 원한다면 뺏는다! 우리는 잘나가는 약탈자!’ 같은 식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이미지를 뿌려댔지만….

약탈자 플레이란 게 원래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것이다.

“야. 나 좋은 생각 났어. 우리 중 한 명이 케인하고 아는 사이라고 하는 거야.”

“그거 네가 가장 먼저 한 거 아니거든. 한 백 명이 먼저 했다.”

“…진짜?”

“저번에 나이지리아 사는 외국인이 케인하고 같은 학교 나왔다고 뻥쳤다가 들키고 욕먹었잖아.”

“…….”

세상 사람들 하는 생각은 다 비슷했다.

유명인이 생기면 그 유명인의 이름을 빌려서 날로 먹으려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

그리고 놀랍게도 태현보다 케인이 더 그런 일이 잦았다.

태현은 너무 들킬 것 같으니 비교적 만만한 케인을 노리는 것이다.

“그러면 이건 어떠냐? 여기서 한 명이 김태현한테 덤빈 다음에 그걸 콘텐츠로 영상을 올리는 거야.”

“그것도 천 명이 먼저 했다.”

“…아니 뭐 이렇게 먼저 한 놈들이 많아?!”

대회와 리그를 통해 태현의 명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자, 판온 1에서 태현에게 당하고 이를 빠득빠득 갈던 원수들도 태도가 좀 달라졌다.

-나 때는 이랬다! 판온 1, <무한의 연옥광산> 외나무다리에서 김태현 만난 썰!

-김태현한테 17번 연속으로 죽어본 썰 푼다.

-길드가 한 명한테 망할 수 있냐고요? 놀랍게도 가능합니다!

…원한은 원한이고 돈은 돈인 것이다.

놀랍게도 이런 콘텐츠들은 미친 듯이 돈이 됐다.

오죽 돈이 됐으면 태현에 대한 원한이 사르르 녹을 정도로!

하지만 이것도 지금은 경쟁이 심해져서 레드오션이었다.

하도 맞은 놈들이 많다 보니 이제 어지간한 걸로는 눈에 띌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유명해지려면 도동수 정도는 되어야 했다.

* * *

[주의하십시오. 사악한 칼날을 숨긴 적들이 이 던전을 노립니다!]

“?”

“??”

태현과 재칼 일행은 메시지창에 의아해했다.

던전 안에 들어와 있던 평범한(약탈자) 플레이어들도 못 보던 메시지창에 놀랐다.

“어? 뭐야? 돌발 퀘스트?”

“와. 이런 거 처음 보는데. 좋은 퀘스트면 좋겠다.”

재칼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징조가 아니었던 것이다.

약탈자로 오래 살아남으려면 눈치가 빨라야 했다.

최근에 던전이 이상하게 박살 난 적이 있었고+이런 메시지창이라면….

“이봐. 진짜 물러서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는데.”

“왜지?”

재칼은 자신이 생각한 근거를 말했다. 그러자 태현은 감탄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군. 케인보다 나은데?”

“무, 무슨… 말이라도 고맙군. 하지만 내가 부끄러우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재칼은 되게 낯뜨거웠다.

케인 아는 사람한테서 저런 말을 듣다니.

상식적으로 그가 케인보다 뛰어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야. 진짜 케인보다 낫다니까?”

“크흠. 그, 그만. 그만.”

재칼은 헛기침을 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데 넌 이름이 어떻게 되지? 물어보지도 못했군.”

“난 김태현인데.”

그 말에 재칼은 피식 웃었다.

“유명인이랑 이름이 같아서 여러모로 귀찮았겠군. 아. 일부러 같게 지은 건가?”

“아니. 난 원래 이름이야.”

원래 유명해지면 이름 같게 짓거나 그 이름 들어간 닉네임이 여럿 보였다.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킹태현넘버원, 제너럴갓태현 등등.

‘판온 인공지능이 저딴 닉네임은 금지시켜야 하는데 말이지.’

“케인하고 아는 사이인데 김태현이라니. 오해하는 사람 없나?”

“별로 없던데.”

“그래? 신기하네. 어쨌든 물러서는 게 낫지 않겠어?”

“난 들어갈 거니까 따라오든 말든 알아서 해라.”

“아니….”

태현은 대답도 듣지 않고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갔다.

너무 쿨해서 공기가 차가워질 정도!

재칼의 동료들은 태현을 보고 감탄했다.

“저게 품격….”

“따라가자. 재칼. 우리도 케인하고 같이 파티플레이하고 싶다고.”

“케인이 아니라 케인이랑 같은 길드 출신….”

“그게 그거지 뭐.”

‘그 논리면 지금 김태현하고 같이 파티플레이하는 것 아닌가?’

세 다리 걸쳐도 아는 사이면 뭐….

* * *

‘이데르고 교단 암살자는 아니겠지?’

태현은 걱정했다.

지금 제일 등골이 서늘한 게 바로 이데르고 교단이었던 것이다.

걔네 후계자도 납치했지, 원정대도 전멸시켰지, 함대도 망쳤지….

지금 이데르고 교단이 뭘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원한이 하늘을 찌르고 마계까지 도달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카르바노그가 후계자 납치는 좀 심했다고 말합니다.]

‘너도 같이 동의해놓고 이제와서 이러지 말자. 카르바노그.’

만약 이데르고 교단 암살자가 찾아온 거라면 상당히 곤란해지는 것이다.

“잠깐! 잠깐! 여기 오면 안 돼!”

먼저 던전에 와 있던 플레이어들이 태현 파티를 막아섰다.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앞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그것보다는….”

재칼이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뒷일이 보였던 것이다.

“여긴 우리 자리야!”

“아아….”

태현은 뭔 소린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칼이 옆에서 속삭였다.

“여기는 이런 게 기본이라서 자리싸움이 심해.”

“어. 상관 안 해.”

퍽퍽퍽퍽퍽!

“…!”

재칼은 경악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얼굴은 재칼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 상태 그대로 검을 뽑아서 상대에게 스킬 여러 개를 연속으로 먹여서 쓰러뜨린 것이다.

PVP를 대체 얼마나 많이 하면 저런 솜씨가 나오는 거지??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게다가 데미지도 범상치 않았다. 굉음과 함께 상대가 뒤로 날아가는 걸 보니 공격력이 어마어마한 게 분명했다.

“어… 어! 싸우는 거 맞지!?”

“이 자식들! 감히 우리가 누군지 알고! 케인하고 같은 길드 나온 랭커가 둘이나 있다!”

뒤늦게 깨달은 재칼의 동료들이 싸움에 합류했다.

화염이 날아들고 오러가 번쩍이면서 지하 통로에서 한바탕 난투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와. 이런 이기적인 놈들을 보았나.’

약탈자들의 싸움은 파티 플레이와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여럿이 모여 있어도 그랬다.

딜러가 딜을 넣고 탱커가 공격을 막고 힐러가 힐을 해주는 전통적인 플레이가 아닌 것이다.

각자도생!

애초에 힐러는 약탈자 플레이어 중에서 매우 드물었다.

자기가 알아서 자기 목숨 챙기고 싸워야 하는 것이다.

“이 새끼야! 공격을 피하면 어떡해!”

“그럼 피하지 그걸 맞고 있냐! 붕대나 감아!”

“이쪽으로 오지 마! 저놈들한테 가라고!”

“안 비키면 밟아버린다!”

적과 등을 맞대고 아군에게 무기를 휘두를 정도로 혼란스럽게 뒤섞인 상황.

이런 상황이 바로 태현의 정신적 고향이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태현은 결코 화려한 스킬을 쓰거나 새로 얻은 권능 스킬들을 쓰지 않았다.

패시브 스킬이나 버프 스킬 정도만 쓰고 나머지는 검술 스킬 정도만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현의 움직임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돋보였다.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공격 들어오면 슬쩍 피해서 각도 좁히고, 앞에서 날아오는 공격 카운터쳐서 상대 스턴 걸리게 하고, 위력 있는 스킬 준비하고 있는 상대 발견하면 바로 달려가서 딜 넣어서 스킬 끊어버리고….

평범하게 비범한 모습이 바로 태현의 모습이었다.

‘와 저거 무슨 김태현한테 직접 특훈이라도 받았나?’

재칼은 새삼 감탄했다.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실력도 그에 못지 않았던 것이다.

진짜 무시무시하다!

[사악한 칼날을 숨긴 적들이 나타납니다!]

‘아차!’

태현은 메시지창에 혀를 찼다.

약탈자 놈들 패느라 정신이 팔린 탓에 정체불명의 적들이 가까이 찾아온 것이다.

좀 더 빨리 팼어야 했나?

‘이데르고 교단이겠지 역시.’

[카르바노그도 이데르고 교단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약탈자, 도적, 이방인, 이 모든 더러운 놈들을 왕국에서 쫓아내야 한다!

-에스파 왕국의 이름으로!

[에스파 왕국 지하 암살단이 등장합니다!]

[몰락한 귀족들로 구성된 왕국의 암살단은 사납고 난폭한 이들로, 왕국의 이방인들을 전부 쫓아내려고 합…]

[……]

“…?”

어라?

이데르고 교단이 아니네?

“뭐, 뭐야? 포위되겠다! 뛰어!”

“여기 막혔는데 뭘 어디로 뛰라는 거야!”

“앞뒤에서 다 나타났다!”

태현한테 얻어맞던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일단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리 만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들어온 통로와 나가는 통로 양쪽에서 적들이 나타난 것이다.

“옆으로 비켜서라.”

태현은 간단하게 말했다. 방금까지 싸우고 있던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 당황했다.

“니가 뭔데 명….”

[HP가 0이 되어 로그아웃됩니다!]

“…령을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이고 이 정도면 명령하셔도 되지요.”

처음 본 약탈자들을 순식간에 장악하는 솜씨에 재칼은 감탄했다.

‘장난 아니다!’

판온 최상위권 플레이어와 같은 길드 출신이라면 이 정도는 하는 건가?

그냥 레벨 높다고 저런 걸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적들 중에서 가장 말 많고 불만 많은 놈을 찾아내고, 우두머리 역할을 누가 하고 있는지 찾아낸 다음, 그놈부터 집중적으로 조지는 것이다.

눈치 없고 센스 없는 놈은 레벨이 400이어도 못하는 짓!

“한 줄로 길게 서서 뒤쪽에서 오는 놈들만 막아. 다 잡을 필요 없고 시간만 끌어도 된다. 도망치면 죽인다. 놓치면 죽인다. 끝나고 나서 마음에 안 들면 죽인다. 뒤지기 싫으면 일 똑바로 해라.”

“…….”

‘저 새끼 대체 어디서 굴러 온 놈이냐?’

약탈자들은 속으로 욕하면서 일렬로 섰다. 지금 죽긴 싫었으니까.

그때였다.

암살자들의 뒤쪽에서 새로운 적들이 나타난 것이다.

-감히 우리의 동료를 공격하다니!

“?”

[악명이 매우 높습니다!]

[태양 도적단 전사들이 당신을 돕기 위해 던전으로 찾아옵니다!]

“…….”

이건 정말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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