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337화 (1,336/1,826)

§ 나는 될놈이다 1337화

기세라는 것은 실로 무서웠다.

한 번 타면 약팀도 강팀을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세!

얕봤던 상대가 폭풍처럼 밀어붙이고, 한타를 패배한 대가가 점점 커져서 밀려오면, 아무리 냉정하고 강한 선수들이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침착해! 침착하게 행동해!

중국대표팀 감독은 애타게 외쳤다.

한 번 게임이 시작되면 감독이 외쳐봤자 그 말은 닿지 않았다. 감독도 그걸 잘 알고 있지만 외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발 정신 차려라!

‘아직 기회는 많아! 수비적으로 운영하다가 다시 기회를 잡아라!’

한타에서 전멸했다는 임팩트가 컸지만 냉정하게 보면 상황은 아직 할만했다.

수비적으로 버티면 한 수 아래인 캐나다 팀은 빈틈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틈을 다시 노려서 재역전이 가능했다.

-캐나다 선수들 본진 앞에서 매복합니다! 과감합니다! 물러설 줄 알았는데 끝까지 덤벼듭니다!

-캐나다 선수들이 이렇게 명경기를 보여줄지 누가 알았습니까!

캐나다 선수들은 잃을 게 없다는 듯이 거칠게 나섰다.

본진에서 대기 타다가 나오는 중국 선수들을 역습!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중국 선수들은 대경실색했다.

-진형 무너집니다!!! 힐러, 힐러 지켜야 합니다! 여기서 힐러 죽으면 정말 위험합니다! 무너지나요? 무너지나요?? 무너집니다!!

-중국 선수들 후퇴합니다! 아!! 이게 뭔가요! 진짜 이대로 다시 한번…!

대회 중계에 중국 감독이 절망한 얼굴로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완전히 멘붕 상황!

중국대표팀은 어이없게 1라운드를 헌납해 버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패배였다.

* * *

1라운드 패배는 중국 선수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완전히 멘붕에 빠진 선수들은 2라운드에서도 실수를 반복해 무승부로 라운드를 마감했다.

3라운드는 필사적으로 정신줄을 붙잡고 바득바득 이기긴 했지만….

이미 결과는 무승부로 확정이었다.

-뒤져!!!

-접어! 죽어! 저 새끼들 스파이 아냐!?

-나라의 수치 같은 놈들!

[게시판 접속이 원활하지 않…]

중국 팬들의 반응은 화끈했다.

게시판이 터져나갈 정도로!

당연히 1승을 따고 확정적으로 본선 진출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를 따버리다니.

벌써부터 중국 팬들 사이에서는 역적 명단이 만들어져서 돌고 있었다.

-펭귄팬더 이 새끼 하라는 연습은 안 하고 고대제국대학 가서 이상한 짓거리 하고 있을 때부터 내가 알아봤다.

-펭귄팬더는 책임감이 없냐?? 김태현은 혼자서 암살하고 진형 무너뜨리고 어그로 끌고 딜 누적해서 게임 뒤집는데 넌 뭐하냐?? 지밖에 모름??

-이 새끼는 그냥 팀빨이라니까. 이길 때 숟가락 얹는 것밖에 못 함.

-스탯관리만 할 줄 아는 놈 같으니!

-감독은 그냥 허수아비를 세워놔도 그것보단 잘하겠다!

-일본 팀한테 한 라운드 헌납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어.

물론 매우 불합리한 비판이 대부분이었지만 반박할 수 있는 선수들은 없었다.

입 싹 닫고 고개 숙이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던 것이다.

-중국 팬 여러분! 화내지 마십시오! 무승부도 잘한 겁니다! 진 것보단 낫지 않습니까? 이길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는 법. 선수들을 따뜻하게 응원해 줍시다!

└이 새끼 캐나다 IP잖아?

└└너 죽고 싶냐???

└└└이런. 들켰군.

-경기 인터뷰한다! 어? 감독 어디 갔냐?

-중국 쪽은 인터뷰 안 함?

중국대표팀은 인터뷰를 생략하고 우르르 빠져나갔다.

그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인터뷰했다가는 욕을 2배로 더 먹을 거라는 것을!

결국, 캐나다 대표팀만 인터뷰하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오늘 경기는 정말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였는데, 혹시 예상하고 있으셨습니까?”

“아닙니다. 다만 응원해 주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캐나다 감독은 입가에 스며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애썼다.

웃으면 안 된다!

-캐나다 감독 지금 웃으려고 하지 않았냐?

-너 같으면 웃음이 안 나오겠냐? 무승부 땄는데?

-야. 잠깐만… 이거… 설마 캐나다가 본선 진출하는 거 아니야?

-뭔 개소리야?

-캐나다가 어떻게 본선을 진출해?

-잘 봐. 중국은 지금 남은 경기가 한국이잖아. 거기서 지면 1승 1패 1무지? 캐나다는 남은 경기가 일본이잖아. 일본대표팀은 약하니까 캐나다가 이길 경우, 캐나다는 똑같이 1승 1패 1무라고. 동률일 때는 승점으로 계산하는데 중국은 일본대표팀 상대할 때 한 라운드 졌잖아. 캐나다가 2:0으로 이기면….

-…????!?!?

-중국 팀이 예선탈락한다고!?

게시판에서 떠들던 전 세계의 팬들은 경악했다.

그런….

그런 꿀ㅈ, 아니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단 말인가?

사태를 뒤늦게 깨달은 중국 팬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냥 져서 분노하고만 있었지 설마 예선 탈락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아니. 캐나다 팀이 질 수도 있고, 중국 팀이 최소 무승부만 거두면 자력 진출이잖아.

-야 이거… 해볼 만하지 않냐?

그러는 사이 캐나다 팀의 인터뷰는 계속되었다.

“모두가 불리하다고 예상한 경기를 뒤엎었는데, 혹시 비결이 있었나요?”

“팀 KL 선수들이 연습 경기를 같이 해줬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네? 팀 KL 선수들이?”

“예. 값진 경험이었고, 저희가 어떻게 싸워야 할지 알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

“…….”

눈치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들었다.

저희가 어떻게 싸워야 할지 알 수 있었다=짱짱 센 팀 KL 선수들이 중국대표팀 완전히 분석해서 약점 알려줬다!

“야! 대박이다! 이거 지금 바로 올려!”

“특종입니다! 지금 보내는 기사부터 바로 메인에 올려주세요!”

곳곳에서 기자들이 신나서 외쳐댔다.

캐나다의 대역전승만 해도 충분히 먹음직스러운 기사였는데, 여기에 저런 드라마틱한 백스토리가 있었다니!

다른 조에서 벌어지는 예선 경기들 중에서 오늘 이 경기만큼 주목 받는 경기는 없었다.

<캐나다 국가대표팀, 팀 KL과의 연습 경기로 비밀 특훈… 대역전의 비밀?!>

<중국 킬러 팀 KL, 중국대표팀은 내 손바닥 위에 있다>

<김태현은 중국의 약점을 안다? 중국대표팀, 마지막 남은 경기에 암운이…>

<사상 초유의 중국대표팀 예선 탈락? 한 명에게 가로막힌…>

중국 팬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뒤로 쓰러졌다.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가로막을 수가 있단 말인가?

-역대 스포츠 중에서 저렇게 혼자서 장판파를 펼치는 선수가 있었나?? 자기가 무슨 이창호도 아니고 중국에 억하심정 있냐??

-김태현 어르신 제발 적당히 해주십시오. 같이 대회도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양보해 주시면 제가 평생 할아버지라고 부르겠습니다!

어찌나 궁지에 몰렸는지, 태현을 욕하는 팬들보다 태현에게 비는 팬들이 더 많았다.

기본적으로 태현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중국에도 팬이 많았다.

악연과 별개로 그 실력과 명성이 너무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욕하기에는 너무 탁월한 선수!

거기에 더불어 상황도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중국 대표팀이 예선을 뚫고 올라가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마지막 경기가 태현과의 경기였던 것이다.

무승부만 해도 진출한다.

하지만 지면….

지면….

상상도 하기 싫다!

* * *

<위대한 모험가들-고대 제국 대학 퀘스트>

고대 제국 대학은 대륙의 위기를 막기 위한 모험가들의 전당이다.

그 전당에 발을 디뎠다는 것은 대륙의 위기를 막기 위해 맹세했다는 것.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을 찾아 처치하라. 만약 피하는 겁쟁이들이 있다면 절대 용서치 않으리라!

보상: ?, ???

“!”

“뭐야?”

한참 신나게 퀘스트를 찾아 헤매던 고대 제국 대학 내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러운 퀘스트창에 놀랐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을 찾아서 처치하라고?

퀘스트 자체는 놀랍지 않았다.

왕국이나 교단 퀘스트들 중에서 굶주린 혼돈과 싸우는 퀘스트들은 이미 있었으니까.

그런데 고대 제국 대학에서 갑자기 나왔다는 게 특이했다.

게다가 안 깨면 위험할 거라고 협박하는 것까지.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뭐… 고대 제국 대학에 들어올 정도면 대가를 내란 거 아닐까? 솔직히 너무 쉽게 들어오긴 했잖아.”

“이상한 저주 받고 들어왔는데.”

“어쨌든 이거 깨면 되겠지.”

“그런가?”

플레이어들은 알지 못했다.

고대 제국 대학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퀘스트를 내놓을지!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빡세게 굴려야 하는 것이다.

* * *

고대 제국 대학에서 무슨 퀘스트가 나오고 있는지는 모르는 채, 태현은 용용이를 탄 채 빠르게 날았다.

목적지는 에랑스 왕국 남서쪽의 에스파 왕국!

산맥을 넘어가자 건조하고 더운 공기가 일행을 반겼다.

-캬오오!

[건조하고 더운 기후로 인해 불불이의 힘이 올라갑니다!]

“오… 용암 근처로 데리고 가면 좀 더 힘이 오를까?”

-…캬오?

-주인이여. 내가 봐도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평소에는 불불이를 구박하는 용용이도 정색하면서 말했다.

아무리 레드 드래곤이라지만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새끼를 용암 근처에 데리고 가면….

“불불이가 좀 빠르게 성장했으면 좋겠는데.”

-주인님. 주인님 곁에는 저런 못 미더운 레드 드래곤 말고 더 믿음직한 드래곤이 있지 않습니까?

흑흑이가 슬쩍 말을 꺼냈다.

불불이 때문에 은근슬쩍 서열의 위협을 느끼고 있던 흑흑이였다.

용용이는 사기당한 골드 드래곤이라고 비웃음을 샀지만, 그래도 나름 아키서스와 직접 계약을 맺은 적통이었다.

불불이는 어린 새끼인 데다가 알렉세오스한테서 직접 부탁까지 받았고.

그에 비해 흑흑이는 사디크와 계약을 맺은 블랙 드래곤. 태현이 사디크를 얼마나 개무시하는지 생각해 봤을 때 이건 별로 장점이 아니었다.

“흑흑아. 웬일이냐? 네가 용용이를 다 칭찬하고?”

-…저를 이야기한 건데….

“아. 너? 미안. 생각도 못 했다.”

-…….

흑흑이는 시무룩해졌다. 태현은 흑흑이를 달랬다.

‘용용이나 흑흑이는 그래도 알아서 (내 경험치 뺏어먹고) 잘 크지만, 불불이는 더 챙겨줘야 한단 말이지.’

주인 경험치를 뺏어먹긴 해도 두 드래곤의 장점은 알아서 잘 싸운다는 점이었다.

태현이 직접 챙겨줘야 했다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불불이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아 계속 챙겨줘야 하는 상황.

가능하면 용용이나 흑흑이 정도로는 키우고 싶었다.

‘이번 퀘스트를 깨면서 가능한 한 번 키워볼까.’

-주인이여. 말한 곳으로 다 온 것 같다.

용용이의 말에 태현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황무지에 자리 잡은 마을. 장식 없이 흰색으로 칠 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태양 도적단의 마을>을 발견합니다!]

<태양 도적단의 마을>.

에스파 왕국은 에랑스 왕국처럼 치안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악마 공작이 소환되서 군대를 이끌고 돌아다닌 적도 있었으니….

[카르바노그가 참 끔찍한 짓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 정말 슬픈 일이었어. 하여간 악마 놈들이란.’

어쨌든 에스파 왕국은 조금만 외곽으로 가면 이런 식으로 범죄 계열 직업을 가진 NPC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마을이 딱히 특별하거나 유니크한 것도 아닌 것이다.

“형! 저는 꼭 세계 최고의 강도가 되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다 털어버릴 거예요!”

“녀석! 누구 동생 아니랄까 봐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목표를 갖고 있구나!”

“…….”

태현은 지나가는 플레이어들의 대화에 감탄했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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