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332화 (1,331/1,826)

§ 나는 될놈이다 1332화

[제국 태엽 골렘이 작업장의 문을 잠급니다.]

[제국 태엽 골렘이 재공해 주는 부품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니 너무하는군.’

태현은 아쉬워했다.

몇 개 만들었다고 벌써 이러다니.

제국 태엽 골렘은 생각보다 훨씬 쪼잔한 놈이었다.

‘하지만 이럴 줄 알고 부품을 상당히 많이 챙겨놨지.’

[카르바노그는 역시 화신이라며 칭찬해 줍니다.]

‘그렇지? 미리 준비할 줄 알아야 한다니까.’

-태현 님. 태현 님.

-왜?

-고대 제국 대학이 모험가들 더 받는다고 하는데요?

-!

* * *

구름처럼 몰린 사람들.

에랑스 왕국이 <고대 제국 대학>에 입장할 권리를 주겠다고 말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광장에는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에랑스 왕국이나 아탈리 왕국 소속으로 바꿔야 하는데도 망설이지 않고 온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저기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 놈이 있다! 잡아라!

-이런 건방진 놈 같으니! 감히 어디서 범죄자 놈이 에랑스 왕국에 얼굴을 내밀어??

“크아악! 들키다니!”

“안 들킬 줄 알았는데! 튀어!”

콰콰쾅!

곳곳에서 에랑스 왕국 기사들이 플레이어들을 붙잡으려고 들었다.

에랑스 왕국에서 사고치고 도망친 놈들도 얼굴에 철판 깔고 올 정도로 매력적인 퀘스트였던 것이다.

“…현상금 다 지불했겠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소란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유난히 눈에 띄는 몇몇 파티들이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감히 접근을 하지 않아서 주변에 널찍이 공간이 만들어진 파티들!

바로 유명 랭커들이나 길드들에서 나온 파티들이었다.

이번 고대 제국 대학에서 스킬을 얻어가겠다고 벼르고 벼른 이들!

“<텍사스 카우보이즈>다! 거기 선수들이야!”

“와. 프로 선수들도 와 있어??”

“저긴 <베이징 파이터즈>다!”

“아니야! 알고 보니 <베이징 파이터즈>에서 쫓겨난 선수였어! 저쪽이 진짜 <베이징 파이터즈>야!”

“…….”

평소에 판온에서 얼굴 보기 힘든 게임단 선수들이 단체로 참여하는 진풍경!

덕분에 방송사들만 잔뜩 신이 났다.

일부러 모으려고 해도 못 모으겠다!

물론 선수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대형 길드에서 나온 정예 파티들도 여럿 있었다.

‘젠장. 레벨도 별로 안 높은 놈인데 운 좋게 게임단에 들어갔다고 주목이나 받고.’

‘요즘은 대회가 답이라니까.’

‘어쨌든 고대 제국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비전 스킬들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길드 동맹의 쑤닝이다!”

“쑤닝과 친위대야!”

그중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역시 쑤닝과 그의 친위대들이었다.

화려한 장비로 무장한 살벌한 랭커 집단!

주변에 있던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길마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환호성을 터뜨렸다.

“쑤닝! 쑤닝!”

“길드 동맹! 길드 동맹!”

“스미스한테 깨진 쑤닝이다!”

“김태현한테도 깨지고 스미스한테도 깨진 쑤닝이라고!? 어디?!”

“…….”

그러나 여기에는 길드 동맹 길드원들보다 아닌 플레이어들이 더 많았다.

게다가 에랑스 왕국 광장이라서 PVP 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플레이어들은 신이 나서 입을 모아 외쳤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는가!

“와, 쑤닝. 여기 올 줄은 몰랐는데! 지금 가서 영지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

“쑤닝님! 제가 개인 방송을 하는데 간단한 질문 좀 받아주세요! 판온하면서 제일 빡쳤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접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저리 꺼지지 못해!?”

“이 자식들이 당장 비키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그 무시무시한 랭커들이 협박하는데도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다.

워낙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네놈 얼굴 딱 봐뒀다! 죽고 싶으면 계속 떠들어봐라!”

랭커들이 길길이 날뛰며 협박하고 나서야 주변의 조롱은 좀 잦아들었다.

그러나 쑤닝의 수난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앞에서 스미스와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이 나타난 것이다.

“…….”

“…….”

순식간에 공기가 뜨거워지고 서로의 눈빛에서 불꽃이 튀었다.

이 자식!

* * *

“와. 이건 정말 재밌군.”

“그렇죠?”

태현은 퀘스트를 잠깐 멈추고 일행과 같이 앉아서 에랑스 왕국 광장 영상을 구경하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퀘스트를 했겠지만 이건 너무 흥미롭다!

평소에 한 곳에 모일 일 없는 랭커들과 길드들이 오순도순 모여서 서로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너까지 저기 있었으면 정말 장난 아니었을 텐데.”

“에이. 저기가 어디라고 싸우겠어. 별일 없었을 거야.”

이세연의 말에 태현은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음… 공격했을지도….’

‘페널티 받더라도 공격하는 사람이 나왔을지도….’

그러나 다른 일행들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쌓은 원한!

“와. 스미스랑 쑤닝이 부딪힙니다!”

“뭐?! 진짜?! 둘이 싸우나?”

“안 싸울 것 같은데요?”

“왜 안 싸우지? 저런 싱거운 녀석들 같으니라고. 그 정도 악연이 있으면 서로 치고받아야 하지 않나?”

‘그 논리면 김태현 선수하고 쑤닝 중에 한 명은 벌써 게임 접었어야 하지 않습니까?’

류태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용케 여기 얼굴을 내밀었군.”

“못 내밀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내밀고 다니다가 죽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네놈을 노리는 게 한둘이 아니니까.”

쑤닝은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스미스에게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스미스가 태현보다 암살자를 더 많이 만난 편이었다.

태현은 길드 동맹과 일단 휴전을 맺었지만, 스미스는 최근까지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암살자 플레이어들 수십 명이 스미스를 집요하게 노렸다.

하지만 스미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길드의 정예는 물론이고 동료 선수들까지 스미스를 지켜줬던 것이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보다는 그쪽을 노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군요.”

“오오오…!”

“밀리지 않아!”

“스미스! 스미스!”

밀리지 않는 스미스의 모습에 주변에서 환호성을 터뜨렸다.

언제나 싸움 구경이 최고 아니겠는가.

-스미스! 스미스!

-태현 님. 스미스 선수도 저희랑 싸울 가능성이 높은데요….

-어쨌든 지금 신나잖아!

“흥. 같이 죽더라도 나와 달리 넌 출전이 제한될 텐데. 계속 그렇게 설치고 다니다가는 크게 다치게 될 거다.”

쑤닝은 더 이상 떠들어봤자 남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지 강하게 내뱉고 돌아섰다.

길드 동맹 랭커들도 위협적으로 스미스를 노려본 다음 돌아섰다.

선수로 뛰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약점!

로그아웃이라도 한 번 당하면 남들보다 피해가 몇 배는 더 컸다.

-다들 시끄럽다.

“!!!!”

그렇게 다투는 사이, 저 높이 설치된 왕좌 뒤에서 에랑스 국왕이 나타났다.

필립 3세!

어쩐지 반란을 제압하고 난 뒤로부터는 사람이 더욱 더 강해지고 사나워진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수많은 뛰어난 모험가들이 여기 모여 있구나.

따뜻한 시작에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원래 고대 제국 대학은 대륙의 위험을 막기 위해 뛰어난 모험가들을 키워내는 곳. 모험가들을 들여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뭐야? 되게 상냥하잖아?”

“예전 같은데? 누가 필립 3세 또라이로 변했다고 헛소문 퍼뜨렸어?”

“완전 친절하신데?”

플레이어들은 수군거렸다.

몇몇 게시판에 올라온, ‘필립 3세가 반란 이후로 사람이 변했다’ 같은 소문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의외로 멀쩡했던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쓰레기들아.

“…….”

“…….”

“…아, 아니….”

“친절하다면서…?”

-이 인간 이하의 구더기 같은 쓰레기 놈들! 머릿속으로는 날 배신할 생각만 하고 있겠지!

필립 3세는 흥분해서 삿대질을 해댔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오죽하면 귀족들이 말릴 정도!

-폐, 폐하. 제발 진정해 주십시오!

-저 모험가 놈들 중에 다른 왕국에서 건너 온 배신자 놈들이 얼마나 많겠냔 말이다!

-설, 설마 그러겠습니까! 진정한 왕국의 백성들만이 모였을 겁니다!

뜨끔!

필립 3세의 말에 자리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움찔했다.

솔직히 들킨 것이다.

-충성을 맹세하는 놈만 들어가게 해주겠다. 그렇지 않은 놈은 처형이다!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겠다!!

<충성 맹세-에랑스 왕국 퀘스트>

현명한 왕, 필립 3세는 고대 제국 대학에 들어가는 모험가들의 충성심을 테스트하기 위해 간단한 시련을 준비했다.

이 시련을 통과하고 충성심을 증명한 자만이 고대 제국 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보상: ?, ???

필립 3세는 아무 플레이어나 한 명 끌어낸 다음 물었다.

-이놈! 내게 충성하느냐!

“충, 충성합니다! 아이고! 충성합니다!”

-그렇다면 이 목걸이를 차봐라!

“…?”

플레이어는 당황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목걸이는 아니었던 것이다.

사악한 기운이 풀풀 흘러나오는 게….

-목걸이를 안 찬다니 죽여 버리겠다!

“아닙니다! 찰게요! 차요!”

[<에랑스 왕국 비전 복종의 목걸이>를 착용했습니다!]

[<충성의 저주>에 걸립니다!]

[……]

[……]

-네놈의 충성심을 믿어주겠다. 자! 다음!

웅성웅성-

국왕의 미친 짓거리에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경악했다.

저게 대체 뭔 개짓거리야??

“와. 미친 거 아냐?”

“저걸 차는 건 진짜 아닌 것 같은데.”

“오스턴 왕국도 저러진 않겠다.”

“이 자식이 오스턴 왕국은 왜 꺼내? 죽을래?”

다들 떠드는 사이 몇몇 플레이어들이 나섰다.

“제가 차겠습니다!”

“아닙니다! 폐하! 제가 차고 싶습니다!”

“!”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야. 미쳤어?? 왜 저걸 차려고 해?”

“어차피 차야 할 거면 먼저 나서서 차는 게 좋지.”

“맞아. 차라리 친밀도라도 올리는 게 낫다고!”

자원한 플레이어들은 우르르 나가서 목걸이를 찼다.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을 감탄하면서 쳐다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다.

‘저 자식들… 파워 워리어잖아!?’

어쩐지 미친 짓을 과감하게 하더라!

-어떻게 합니까? 빠져나갈까요?

-아니. 빠져나갈 순 없지. 고대 제국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인데.

-그렇지만 저런 수상쩍은 목걸이를 찰 순 없잖습니까?

-잘 생각해 봐라. 지금 여기 있는 자들에게 다 나눠줄 정도의 목걸이다. 어차피 저주의 힘은 그렇게 강력하지 않을 거다. 마법사 랭커 몇 명이면 풀 수 있을 거다.

-과연…!

-게다가 국왕이 무슨 이상한 명령을 내리겠냐? 성격은 좀 더러워보여도 그렇게 위험하진 않을 거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철컥!

철컥!

이야기를 끝낸 대형 길드 파티들은 나와서 목걸이를 차기 시작했다.

[<고대 제국 대학>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고대 제국…]

그걸 본 스미스도 앞에 나섰다.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괜찮은 건가?”

“스미스가 판단한 거면 괜찮은 거겠지.”

“하긴. 스미스가 틀렸겠어?”

철컥, 철컥, 철컥-

착용하고 나서, 동료 선수는 스미스에게 물었다.

“역시 이 정도 저주는 풀 자신이 있어서 착용한 거지?”

“아닙니다.”

“…어? 그러면 왜?”

“이런 퀘스트는 일단 받고 그 뒤에 대응을 생각하는 겁니다. 저는 최근에 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아니야…!

어디서 뭘 깨달았는지는 몰랐는데 그건 진짜 아니야!!

* * *

“와. 사람 순식간에 많아지네.”

우글거리며 지나가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에 태현은 매우 신기해했다.

그렇게 인기척 없던 유령 거리가 이렇게 활발하게 변하다니.

“…잠깐. 저거 내가 만들어 준 강철포장마차 아니냐?”

-팝콘 팝니다! 15년 팝콘의 장인 파워 워리어가 보증하는 팝콘!

-마계에서도 요리해 본 적 있는 요리사가 <기운 듬뿍 아침 세트>를 팝니다!

“…….”

“…….”

너희 정말 부지런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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