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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31화 (1,330/1,826)

§ 나는 될놈이다 1331화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선수가 할 일치고는 너무 방대하고 책임이 막대했던 것이다.

태현이 팀 KL 대표라는 건 알고 있었고, 팀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내가 처음부터 해왔으니까?”

“…좀 도와줘야 하지 않아요?”

이세연은 무심코 이다비에게 물었다. 이다비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이다비한테 그래?”

“아… 그렇긴 하네.”

이세연은 바로 수긍했다. 생각해 보니 이건 김태현이 미친놈이라서 그런 거지 이다비 잘못이 아니었던 것이다.

“해볼게요!”

“응?”

“어?”

태현과 이세연은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이다비가 주먹을 불끈 쥐고 눈빛을 불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이다비. 괜찮은데. 네 일도 바쁘지 않아? 파워 워리어 관리도 해야 하고.”

“같이 할 수 있어요. 물론 처음에는 부족하겠지만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하겠어요.”

“그 노력을 굳이 왜 이런 일에…?”

태현은 떨떠름했다.

이다비는 그냥 게임에 집중했으면 했던 것이다.

-너 때문이잖아.

-미, 미안. 별생각 없이 말한 건데….

이세연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걸 보니 더 뭐라고 하기도 뭐해서 태현은 입을 다물었다.

“뭐… 그래. 원하면 회의 자리에 같이 있어도 돼.”

“회의실 청소 같은 잡일들은 맡겨주세요!”

“아니. 그런 거 하는 회의 아니거든.”

태현은 어이없어했다.

왜 이렇게 극단적이야?

“하지만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 그냥 같은 자리에 앉을 수는….”

“앉아도 되거든?? 그냥 의견 듣는 거야. 무서운 생각 좀 하지 마.”

팀 KL을 어떤 방향으로 굴려야 하는지, 이번에 이런저런 기업들에 스폰서 제안을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기업의 광고를 받았는데 이 기업의 이미지가 좋지 않아 나중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데 거절해야 하는지….

태현이 주로 하는 회의가 이런 것들이었다.

이런 자료들은 대부분 에이전트가 준비해서 정리해 오기 마련.

이다비가 딱히 잡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별거 없어. 그냥 고민하는 거 정도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괜찮아요. 꼭 도울게요!”

“…그래. 고맙다.”

태현은 웃으면서 이다비의 어깨를 토닥였다.

누구는 밥 먹고 물에 그릇도 안 담가놨다가 뒤통수 한 대 쎄게 맞았는데, 이다비는 이렇게 생각해 주고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니.

기특하고 감동적이었다.

이세연은 그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부럽다고 생각했다.

“부럽습니다.”

“…?!?!?!”

옆에서 류태수가 중얼거리자 이세연은 진짜 심장이 떨어질 듯이 놀랐다.

“무, 무, 뭐…?”

“선수가 저렇게 자율적으로 팀의 운영에 참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 멋지지 않습니까? 저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

이세연은 앞으로 류태수는 좀 떨어뜨려 놔야겠다고 생각했다.

심장 떨어지겠네 이 자식이…!

* * *

[<고장난 고대 제국 파이프>를 수리하는 데 성공합니다!!]

[길이 열립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

태현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대장장이로서 이런 수리는 수만 번도 넘게 해왔지만, 이번만큼은 그 감회가 달랐다.

정말 너무 많이 실패했던 것이다.

‘대체 이게 뭐라고 이렇게 실패를 많이 했지?’

새삼스럽게 놀라울 정도였다.

[카르바노그가 잠에서 깨어 하품합니다!]

[성공을 축하해 줍니다!]

수리→실패, 수리→실패만 보고 있던 탓에 하도 지루해서 잠들어 있던 카르바노그가 급히 일어나서 축하했다.

안 졸고 보고 있던 척!

‘이 정도 고생을 했으면 쓸 만한 제작법이나 스킬이 나오겠지?’

[카르바노그가 고대 제국 사람들은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분명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착, 착, 착-

통로 끝 벽에 적혀 있는 제작법. 그 제작법을 확인하자 메시지창이 떴다.

[<고대 제국 장난감 비전>을 얻었습니다!]

<고대 제국 장난감 비전>

오랜 시간동안 고대 제국 기계공학 대장장이들한테서 내려온, 각종 장난감 제작법을 모은 비전 스킬이다.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다양한 제작법들이 해금된다.

*열리는 제작법은 업적에 영향 받음

“…….”

[…카르바노그가 망치 들라고 말합니다.]

* * *

“스킬 레벨 올라가는 건 좋은데 너무 가성비가 안 좋은 거 같군.”

태현은 혀를 찼다.

카르바노그는 방방 뛰었지만 태현은 의외로 냉정했다.

대장장이로서 이런 거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면 오래 살 수가 없었다.

대장장이는 자신이 몇 년 동안 만들어 온 장비가 강화하다가 박살 나도 눈물을 참고 새 장비를 다시 만들 수 있어야 했다.

…그런 쓰라린 경험들에 비교하면 발전소 지하에서 헤매다가 쓰레기 보상 얻은 것 정도는 참아줄 수 있었다.

‘스킬 레벨은 올랐으니까 만족하자.’

어느 스킬이든 최고급을 찍은 순간부터 1% 올리는 난이도가 지옥으로 뛰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발전소에서 시간을 날린 건 헛되지 않았다. 이만한 난이도의 퀘스트를 또 언제 깬단 말인가.

문제는….

‘내가 이것만 계속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데.’

태현이 대장장이였다면 여기 있는 부품들 다 수리할 때까지 버텼겠지만 태현은 아키서스의 화신이었다.

[카르바노그가 깜짝 놀랐다고 말합니다! 대장장이의 화신인 줄 알았다고…]

당장 정령한테 마법 스킬을 배워야하는 건 물론이고 직업 퀘스트들이 남아 있는데 여기에만 전념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건 좋은 제작법과 스킬들을 우선적으로 확보한 다음, 그것들을 활용해 기계공학 스킬 레벨을 계속 올리는 건데….

‘하필 <고대 제국 장난감 비전>이란 말이지.’

장난감….

장난감이라….

보통 장난감은 말 그대로 장난 같은 효과를 갖고 있었다.

<화려한 꽃 폭죽>

사용 시 화려한 꽃이 담긴 폭죽을 터뜨립니다.

<소형 방귀 덫>

밟는 순간 1분 동안 걸을 때마다 방귀 소리가 납니다.

<열광의 등불>

춤에 보너스를 주는 화려한 등불을 켭니다. 그림자도 같이 춤을 춥니다.

이런 기계공학 장난감들은 너무 소소한 편이라, 진지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지금 시중에 돌아다니는 장난감 아이템들은 대부분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이 만든 거였다.

진지하게 기계공학을 파는 대장장이들은 좀 더 어려운 걸 만들거나 아니면 폭탄에 미쳐 날뛰고 있었으니까!

이런 장난감들은 기계공학 스킬이 낮아도 대장장이 기술 스킬로 커버가 가능한 것이다.

‘지금 열린 제작법이 뭐가 있지?’

<제국 은신 광선 장난감>

<제국 축소 광선 장난감>

‘2개… 나머지는 스킬 레벨 올려야 올라갈 거고. 일단 만들긴 해봐야 하나.’

태현은 제국 태엽 골렘의 작업대를 빌려 제작에 들어갔다.

고대 제국 대학 NPC들이 좀 미친놈같은 면모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매우 잘 퍼준다는 점이었다.

제작에 쓴다면 안에 있는 재료를 낭비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원래라면 <친밀도 떨어집니다!>가 연속으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필요 재료 확인.’

<고대 제국 특제 최상급 나사 0/10>

<고대 제국 특제 최상급 파이프 0/20>

<고대 제국 특제….

……

……

……>

‘…아니 이런 미친놈들이 뭐 이런 걸로 장난감을 만들지??’

태현은 황당해했다.

장난감이 무엇인가.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지금 저 부품들은 최상급 강철 같은 재료들 모으고 제작법 찾은 다음에 하나씩 만들어야 할 정도의 부품들이었다.

대장장이들 성질 버리게 만드는 게 바로 저런 재료 퀘스트!

재료 모으는 것도 힘든데 그 재료를 1차 가공하고 또 1차 가공한 다음에는 2차 가공하고 그 다음에 제작 실패하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고….

‘으윽. 갑자기 판온 1 생각하니까 속이 울렁거리는데.’

태현은 기억을 떨쳐내고 작업에 들어갔다.

대체 뭔 놈의 장난감이 이렇게 재료가 고급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만들고 보자!

다행히 <제국 태엽 골렘>의 작업대에는 이런 부품들 또한 넉넉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부품들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카르바노그는 그 모습에 감탄했다.

정말 어디 가도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좋아. 제작 들어간다.”

[제작에 실패합니다!]

[재료가 소모됩니다!]

“…….”

미쳤나 진짜?

* * *

몇 번이고 다시 시도를 하고 나서야 태현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카르바노그가 그만하자고 말합니다.]

‘…아니. 이쯤 되니 자존심 때문에라도 끝을 봐야겠다.’

태현의 눈빛이 불타올랐다.

물론 카르바노그의 말도 맞았다.

지금 이 제작은 너무 가성비가 안 맞았다.

고대 제국 시절 장난감 하나 만들겠다고 비싼 재료 날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간까지 잡아먹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가끔 사람은 이성적이지 않은 짓도 하는 법.

‘제작하는 데에 이유가 어디 있어! 그냥 하는 거지!’

오랜만에 판온 1 대장장이 시절의 마음으로, 태현은 불타올랐다.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보너스를…]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제작에 실패합니다!]

[재료가 소모됩니다!]

“다시!”

[최고급…]

[……]

[제작에 성공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칭호, <고대 제국 기술의 계승자>를 얻습니다!!!]

[소문이 퍼져나갑니다!]

[대장장이 NPC들이…]

‘…장난감으로 계승자 칭호를 얻으니까 좀 미묘하긴 한데….’

제국 은신 광선 장난감:

내구력 10/10

스킬 <은신 광선> 사용 가능.

고대 제국 기술자들이 만들어 낸 걸작이다. 한 번 사용하면 어떤 적도 뚫어볼 수 없는 은신 상태를 일시적으로 제공한다.

(1회 사용시 내구도 1 감소)

“…?!?!?”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설명 내용에 태현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나???

‘이건…!’

고대 제국이 들어가면 장난감도 사기가 되나?

태현은 솔직히 놀랐다. 이 정도 성능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던 것이다.

기껏해야 <일시적으로 반투명 상태가 됩니다! 파티에 가면 모두가 즐거워 할 겁니다!>같은 게 나오더라도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데….

‘10번 제한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아니! 더 만들어야 해!’

태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이런 장난감이라면 몇 개는 더 갖고 있어둬야 했다.

[제작에 실패합니다!]

[재료가 소모됩니다!]

[제작에 실패합니다!]

[재료가 소모됩니다!]

-…칙. 마법을 배우러 갈 시간이 된 거 같다.

“아닙니다! 전 좀 더 배워야겠습니다! 골렘 선생님!”

어느새 존댓말로 바뀐 태현의 말투.

많이 아쉬운 게 분명했다.

어느새 촉촉한 이슬이 맺힌 골렘의 눈가.

감정이 없는 골렘이었으니 이슬이 분명했다.

-…칙. 아니다. 마법 배워야 한다. 정령과 약속했다.

“제가 더 배우겠다는데!”

-칙! 마법 배우러 가라!

태엽 골렘은 태현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자가 생긴 게 기뻐서 아낌없이 퍼줬는데, 재료 소모 속도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여기 작업소 말아먹겠다!

-칙. 약속은 중요하다! 상대의 제자를 뺏어오면 안 된다!

“아니 남의 훈련장에 쳐들어와서 뺏어와놓고 뭔…?”

-칙! 시끄럽다!

태엽 골렘은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제자를 들이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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