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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27화 (1,326/1,826)

§ 나는 될놈이다 1327화

슬라임은 급히 말했지만 태현은 넘어가지 않았다.

애초에 밖에서 저런 소리가 나는데 넘어갈 정도로 태현이 호구가 아닌 것이다.

그런 건 케인이나 하는 짓!

“이상한데? 확인 좀 해보자.”

-안 됩니다! 외부인이 멋대로 확인을 하면 이 전당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릅니다!

“헉. 정말?”

-예!

“헛소리하지 마.”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이건 스킬 없어도 알아차렸거든?’

사기로 치면 달인급인 태현 입장에서 슬라임의 거짓말은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벌컥!

태현은 문을 열고 나갔다. 전당 입구가 부서져 있고, <제국 원소의 정령>과 못 보던 골렘이 싸우고 있었다.

콰르르르릉!

<제국 원소의 정령>은 양손에 번개를 불러내서 휘두르며 골렘을 몰아 붙였다.

원소 중 가장 파괴적인 속성에 들어가는 번개는 미친 듯이 날뛰며 주변을 찢어발겼다.

그러나 골렘도 만만치 않았다. 몸을 변형시키더니 옆으로 황동으로 된 구체를 쏘아내 번개를 그대로 흘려보냈다.

[<제국 태엽 골렘>이 화신을 발견하고 기뻐합니다!]

“?”

[<제국 원소 정령>이 저 골렘은 미치광이 골렘이라고 빨리 들어가라고 합니다!]

“???”

[<제국 태엽 골렘>이 저 <제국 원소 정령>은 친구도 없는 외톨이 정령이라고 상대할 거 없다고 말합니다!]

“??????”

[카르바노그가 지금 대체 뭐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혼란스러워합니다.]

‘나도 그래.’

제국 태엽 골렘은 힘으로 이야기하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금속으로 된 몸을 부풀리더니 회전시키며 강하게 돌진했다.

제국 원소 정령은 다급히 마법을 사용했다.

-뿌리 깊은 거목의 결계!

뿌드드드득!

거대한 나무뿌리가 미친 듯이 얽혀 나오며 골렘을 휘감았다. 골렘은 힘으로 나무뿌리를 찢어발겼다.

수준 높은 스킬들의 공방에 태현은 솔직히 감탄했다.

‘고대 제국 대학 NPC들 다 대단하구나.’

[<제국 태엽 골렘>이 손을 뻗습니다!]

[빨리 나오라고 외칩니다!]

<기계공학 좀 무시하지 마라-고대 제국 대학 퀘스트>

고대 제국 대학은 모든 스킬과 지식의 보고지만, 안에 들어온 모험가들이 꼭 균형 있게 배우지는 않았다.

특히 모험가들은 제작 스킬들을 잘 배우지 않아 많은 원성이 나오곤 했다.

제작 직업 스킬들을 가르쳐야 하는 뛰어난 교수들은 새로운 제자를 애타게 찾아 헤매고 있다.

이들의 시련을 통과한다면 강력한 비전 스킬들을 배울 수 있으리라.

보상: ?, ???

‘아니 마법도 다 안 배웠는데….’

태현은 갑작스러운 퀘스트창에 당황했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도 아니고 여기서 누구 편을 들지?

[<제국 태엽 골렘>이 <제국 원소 정령>을 파렴치하다고 비난합니다! 제자도 많은 놈이 욕심만 더럽게 많다고 고함을 칩니다!]

[<제국 원소 정령>이 제자 못 받은지 한참 됐다고 변명합니다.]

[<제국 태엽 골렘>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다시 한번 따집니다. 자신이 불쌍하지도 않냐고 외칩니다!]

‘…어라? 점점 밀린다?’

왠지 모르게 정령이 우물쭈물거리는 것 같았다.

솔직히 따지기 시작하면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제국 원소 정령>은 그래도 예전에 뛰어난 마법사들을 여럿 가르쳐 왔었지만, <제국 태엽 골렘>은 별로 제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 만큼 저렇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했다.

수천 년 넘게 여기서 고일대로 고인 이들인 만큼 뉴비… 아니, 새로운 제자는 흥미진진한 상대일 수밖에 없었다.

[<제국 원소 정령>이 결국 양보합니다. 먼저 가르쳐도 좋다고 허락합니다.]

철커덩!

태엽 골렘은 말이 끝나자마자 팔을 쭉 늘려서 태현을 붙잡았다.

[<제국 태엽 골렘>이 <황동 로켓 손>을 사용해서 당신을 붙잡습니다!]

철커덩철커덩-

태엽 골렘은 신이 나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슬라임은 끌려가는 태현을 보며 외쳤다.

-잊지 말고 다시 오셔서 남은 시련 치르셔야 합니다!

그렇게 둘이 떠나고 나서 뒤늦게 오우거가 나타났다.

어지간한 거인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것 같은 오우거!

오우거는 커다란 식칼을 든 채로 씩씩대다가 고개를 돌렸다.

[<제국 수석 요리사>가 요리 스킬을 가르치기 위해 김태현을 찾습니다.]

[<제국 수석 요리사>가 오우거 특유의 후각으로 김태현의 방향을 알아냅니다!]

* * *

[<제국 태엽 골렘>이 <황동 축음기>를 사용합니다.]

-칙. 들리는가?

“어, 잘 들린다.”

-칙. 너는 선택받았다. 명예로운 기계공학 스킬의 전수자로.

“오….”

태현은 솔직히 좀 기뻤다.

물론 마법 수련이 도중에 막힌 건 좀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건 나중에 돌아가서 마저 치르면 되긴 했다.

-칙. 기쁜가?

“기쁘군.”

-칙. 잘 됐다. 하지만 나는 기쁨을 느끼지 않는다.

<제국 태엽 골렘>은 매우 무표정했다. 감정 하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하긴 별로 기뻐 보이진 않는군.’

[카르바노그가 골렘이 기쁨을 알겠냐고 말합니다.]

-칙. 갖고 있는 스킬을 보여다오.

[<제국 태엽 골렘>이 <스킬 탐지관>을 사용합니다!]

<여기에다가 쓸 수 있는 건 저기에다가도 쓸 수 있어>

<추가 개조>

<기계장치로부터 온 신>

<악마의 기계공학 비전>

-칙. 괜찮은 실력이다.

골렘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모처럼 찾아온 제자의 스킬들이 훌륭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아이템을 분해해서 재활용 가능한 기계공학 스킬의 뼈대 같은 스킬.

거기에 <추가 개조>는 제조법을 개조할 수 있는 창의력 있는 스킬이었다.

심지어 <기계장치로부터 온 신>은 매우 희귀하고 강력한 스킬!

“방금 기뻐한 거 아니야?”

-칙. 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아까 그 정령하고 미친 듯이 싸우지 않았…?”

-칙. 네 스킬들은 제법 훌륭하지만 단점이 있다.

골렘은 말을 돌렸다.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게 뭐지?”

-아직 스킬을 다 보지는 않았지만 개수가 좀 적은 것 같다. 뛰어난 기계공학 대장장이라면 더 많은 스킬이 있어야 한다.

“그렇군.”

-칙. 그리고 악마의 기계공학 스킬은 배우지 않는 게 좋다. 어떤 사악한 속삭임에 넘어갈지 모르는 일이다.

[카르바노그가 지금 누가 누구한테 사악하냐고 말하는 거냐며 깔깔 웃습니다!]

‘…카르바노그….’

나 듣고 있다!

-칙. 좀 더 다양한 스킬들을 갖고 있어야 이런저런 것들을 제작할 수 있고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법이다. 제작자는 언제나 창의력을 가져야 한다.

“감정 없다면서 좀 말이 격해진 거 같은데?”

-칙. 착각이다. 다음 스킬을 확인하겠다.

<폭탄 연계술>

<파괴 공학>

<살아 움직이는 폭탄>

<드래곤 폭탄>

-…….

골렘은 미친놈 보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무 감정 없는 금속 얼굴로도 저렇게 감정 표현이 가능하긴 하구나!

-…칙. 대체 왜 이렇게 폭탄 스킬만 많은 건가?

“아니… 살다 보니 그렇게 되던데.”

-칙. 폭탄은 아이템 중에서 단순한 편이다. 그런 것만 많이 만들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래서 크기를 키우고 좀 더 많이 터뜨리곤 했지.”

-…….

골렘은 말문이 막혔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했으니까!

-칙. 어쨌든 다양한 스킬들을 배우고 제작법을 늘려야 한다.

“그래.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기계공학 장비 제작>

-칙. 이 스킬은 아주 좋다! 이 스킬로 무엇을 만들었나?

골렘은 <기계공학 장비 제작> 스킬을 보고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기계공학 최고급 스킬을 찍은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주 고난이도의 제작 스킬!

기계공학의 원리가 담긴 장비를 만들어내는 이 스킬은 불안정하고 위험해 보통 실력자가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했다.

“<폭탄이 달린 미치광이의 강철 창>.”

-…….

골렘의 눈이 슬슬 황당함을 넘어 슬픔으로 변하고 있었다.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체 왜 이런 재능을 폭탄에 썩히고 있는 걸까?’

…라고 말이다.

‘골짜기 가면 피눈물을 흘리겠는걸.’

[기름 눈물일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지적합니다.]

골짜기의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전부 다 폭탄에 목숨 건 미치광이들.

정교하게 제작되어 숨쉬는 것처럼 돌아가는 기술의 극한을 추구하는 기계공학 대장장이인 골렘 입장에서는 불순하기 그지없는 짓이었다.

-칙. 그거 말고 다른 건 없나…?

“으음. <되돌아오는, 폭탄이 달린, 거장의 가벼운 하늘강철추적투척창>.”

-…칙! 폭탄 좀 그만 달아라!!

결국, 골렘은 폭발했다.

[골렘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 * *

-칙. 여기 고대 제국 때부터 내려오는 위대한 제작법들이 있다.

쿵!

골렘이 태현을 데리고 온 곳은 공장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지하 시설이었다.

곳곳에 무쇠 기둥이 자리 잡고 천장을 지탱하고 있었으며, 그 기둥 안에서 때때로 증기가 푸슉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고대 제국 대학의 지하 발전소>를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한 설계입니다!]

[현재 건축 스킬이 낮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파악에 실패합니다.]

‘이런.’

태현은 아쉬워했다.

이런 발전소 같은 건 제작법을 알아두면 좋았다.

골짜기 지하에 설치할 수도 있었으니까.

‘근데 지금도 골짜기 지하는 드워프에 고블린, 뱀파이어들까지 있어서 좀 복잡할 텐데….’

-칙. 이 안에서 (폭탄을 제외한) 다른 제작법을 찾는 거다.

“어… 폭탄은 찾으면 안 돼?”

태현은 매우 아쉽다는 듯이 물었다.

이런 곳이라면 분명 강력한 폭탄 제작법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고대 제국의 대륙파괴폭탄> 같은….

[카르바노그가 그런 폭탄도 있냐고 묻습니다.]

‘몰라. 만들면 있지 않을까?’

[…….]

-칙. 폭탄 제작법은 찾으면 안 된다.

“왜지?”

-칙… 찾으면… 이 지하가 폭발한다.

“…….”

태현은 황당해했다.

여기 고대 제국 대학 NPC들은 거짓말 기능이 없나?

뭐 저딴 거짓말을….

“그… 그렇군. 다른 제작법들을… 찾아보도록 하지.”

-칙. 이 지하 발전소에는 숨겨진 제작법들이 매우 많다! 그 제작법들을 꼭 찾는 거다. 폭탄 말고!

‘얘 감정이 너무 풍부하지 않나?’

-칙. 알겠나?

“알겠다.”

-폭탄 말고.

“…알겠다니까….”

* * *

‘그런데 제작법을 어떻게 찾으란 거지?’

[<고장난 고대 제국 파이프>를 발견했습니다.]

[뒤에 숨겨진 제작법이 있습니다. 파이프를 수리할 경우 길이 열립니다.]

‘아. 이런 식인가.’

발전소 곳곳에 숨겨진 스킬들이 여럿 있었다.

이런 스킬들을 얻기 위해서는 부서진 것들을 수리하고 길을 열어야 했다.

‘생각보다 쉬운데?’

이 정도면 생각보다 훨씬 쉬운 난이도였다.

태현은 바로 망치를 들어 <고장난 고대 제국 파이프>를 수리하려고 했….

[기계공학 스킬이 낮습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낮습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수리에 실패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

태현은 깜짝 놀랐다.

상상을 초월하는 난이도의 수리였던 것이다.

‘뭐야? 미친 건가?’

실패해도 스킬이 오를 정도면 그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뜻.

태현은 다시 자세를 진지하게 잡고 수리에 들어갔다.

[수리에 실패합니다!]

[수리에 실패합니다!]

[수리에 실패합니다!]

“…….”

태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보는 사람 없지?

스윽-

[<고대의 망치>를 장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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