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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25화 (1,324/1,826)

§ 나는 될놈이다 1325화

신난 거 맞았다. 이세연은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태현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주장. 주장 어차피 직업 달라서 김태현 님 가르쳐주는 거 의미 없지 않습니까?”

류태수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동생, 류다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말했다.

“직업이 비슷한 제 오빠가 가르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비교적 늦게 들어온 탓에 아직 팀원들과 서먹한 류다영이었지만, 이세연에 대한 존경심은 확실했다.

물론 실력으로 따지면 태현도 존경스럽긴 했지만, 태현은 좀….

옆에서 직접 보면 ‘이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이지?’란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는 사람!

그에 비해 이세연은 정석적인 랭커였다. 존경하기도 쉬웠다.

그렇기에 류다영은 이세연 대신 자기 오빠를 시키려고 한 거였지만….

“…김… 김태현 흑마법도 쓰잖아.”

“…!?”

이세연은 의외로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미련이 남는 목소리로 작게 반박한 것이다.

“흑마법을 썼…어?”

“응. 동생아. 김태현 선수가 흑마법을 쓴 게 언제냐면….”

“안 궁금하거든. 주장님. 하지만 주력 스킬은 검술 쪽 아닌가 싶은데….”

“아, 아니야. 김태현 흑마법도 많이 써. 요즘 특히 많이 썼어. 그렇지. 김태현?”

“어? 어. 요즘 마법 많이 쓰긴 했지.”

지금 직업 퀘스트로 스킬 최고급 찍어야 하는 것 중 남은 게 바로 마법이었다.

‘노래 같은 스킬보다는 마법을 더 먼저 찍을 줄 알았는데….’

세 개의 과제가 나왔을 때 노래나 요리보다는 마법을 먼저 찍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세상일은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태현은 지금 마법 스킬이 (강제로) 유니크한 몇몇 스킬로 제약이 걸린 상태인 것이다.

거기에 상대하는 적들이 워낙 강하다 보니 태현이 쓰는 마법은 이빨도 안 들어갈 때가 많았다.

이데르고 교단의 불완전한 화신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마법 스킬이 더 낮았을 상황.

류태수는 이세연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세연은 순간 속마음을 들켰나 싶어서 덜컥했다.

“…역시 주장. 대단하십니다. 저와는 보는 수준이 다르시군요.”

‘아. 얘는 김태현 관련해서는 바보였지.’

이세연은 걱정해서 손해 봤다고 생각했다.

괜히 걱정했네!

“제가 훨씬 더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크흑….”

“그럴 수도 있지. 자. 그러면 내가 안내하고 온다?”

휘이잉-

“?”

웬 바람 소리와 함께,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는 정령이 나타났다.

단순히 바람만을 뿜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얼핏 보면 타오르는 것 같았고, 동시에 밑은 얼어붙었다. 가운데는 어두웠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했고….

[<제국 원소의 정령>이 당신에게 마법을 가르치기 위해 찾아옵니다.]

“뭐지? 적이야?”

“적 아니야.”

“적 아니에요.”

태현 일행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다비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여기 고대 제국 대학의 교수 NPC 중 하나에요. 일일퀘스트를 깨면 이런저런 가르침을 내려주더라구요.”

“아. 그래?”

난폭하게 일렁이는 겉모습과 달리 안전하다는 말에 태현은 안심했다.

여기 고대 제국 대학에는 고대 제국 시절부터 내려오는 온갖 독특한 NPC들이 있었다.

이 교수 역할을 맡은 NPC들의 퀘스트를 깨고 친해져서 스킬을 얻어내는 것이 1차 목표!

‘정령은 뭘 좋아하려나?’

턱-

“?”

정령이 태현의 팔을 붙잡았다. 일렁이는 불길 속에서 굵은 덩굴이 자라나더니 태현의 팔을 칭칭 휘감았다.

“이건 인사인가?”

“…아니…?”

저런 인사는 본 적이 없는데?

[<제국 원소의 정령>이 당신을 납치합니다!]

후다닥!

<제국 원소의 정령>은 갑자기 태현을 들어 올리더니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야!!!!”

“태, 태현 님!”

너무 갑작스러운 납치에 일행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저 NPC가 돌았나?!

“잡아!”

분노한 이세연이 마법을 갈기려고 주문을 준비하자 류다영이 당황해서 말리려고 들었다.

“잠, 잠깐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공격했다가는 <고대 제국 대학> 안에서 평판이 깎일 수도 있….”

지금 여기서 쌓은 평판이 있는데 NPC를 공격했다가 깎이기라도 하면 앞으로 퀘스트 전체가 꼬일 수도 있었다.

류다영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랭커니 말해주면 이해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죽여!”

“저 하찮은 원소 덩어리 놈이!”

“밟아버려요!”

류다영을 제외한 나머지는 분노에 차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네크로노미콘의 강림, 가장 어두운 저주!!

-아키서스의 막대한 황금 기부, 황금 소모, 낭비의 제약, 아키서스의 정신 파괴!!

두 원거리 직업들은 살벌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이세연은 강력한 단일 타겟 저주를, 이다비는 골드를 닥치는 대로 소모해서 버프를 건 다음에 원거리 공격을.

[<제국 원소의 정령>이 <고대 원소의 방어막>을 시전합니다.]

[고대 제국 대학에 서린 신비한 힘이 마법을 강력하게 증폭시킵니다!]

[공격이 완전히 막힙니다.]

[<제국 원소의 정령>이 당신들을 비웃습니다.]

“…….”

“…….”

“…….”

여기는 <고대 제국 대학>. <제국 원소의 정령>의 앞마당 같은 곳이었던 것이다.

차원이 다른 강함!

…에도 불구하고 이세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쫓는다. 개자식. 넌 죽었어.”

“골드 사용해서 버프 걸게요.”

“방어력은 필요 없으니 공격력에 모조리 투자해 주세요.”

“물론이죠.”

끼리리릭-

“?”

쫓기도 전에 새로운 NPC가 옆의 골목에서 나타났다.

강철과 황동으로 이뤄진 골렘이었다.

일행도 아직 본 적 없는 새로운 NPC!

[<제국 태엽 골렘>이 기계공학 스킬을 가르치기 위해 김태현을 찾습니다.]

“…저 새끼가 가져갔어요!!”

이다비는 손가락으로 정령을 가리키며 외쳤다.

어찌나 분했는지 목소리는 떨리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을 정도였다.

그걸 본 류다영이 당황해서 말할 정도였다.

“저, 이다비 선수. 게임 밖으로 나가면 만날 수 있습니….”

“저 자식이야! 쫓아!”

[<제국 태엽 골렘>이 당신들의 제보에 감사합니다!]

[<고대 제국 대학> 내 평판이 오릅니다!]

철커덩철커덩!

<제국 태엽 골렘>이 재빨리 뒤를 쫓기 시작했다.

“우리도 쫓….”

쿵쿵쿵-

“…이번엔 또 뭐야…?”

어지간한 거인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것 같은 오우거가 커다란 식칼을 들고 나타났다.

그 살벌한 겉모습에 일행이 자신도 모르게 무기를 잡을 정도였다.

[<제국 수석 요리사>가 요리 스킬을 가르치기 위해 김태현을 찾습니다.]

[<제국 수석 요리사>가 오우거 특유의 후각으로 김태현의 방향을 알아냅니다.]

[<제국 수석 요리사>가 당신들에게 딱히 감사해하지 않습니다.]

쿵쿵쿵!

<제국 수석 요리사> 오우거가 골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일행은 슬슬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제작 직업 스킬들 관련 NPC들이 데리고 가려고 경쟁 붙을 것 같으니까 원소 정령 놈이 미리 빼돌렸구나!

소름 끼치게 빠른 판단력이었다.

* * *

‘내가 패도 되나?’

납치당하면서 태현도 일행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때렸다가 평판 깎이고 앞으로의 퀘스트에 불이익이 가면 어떡하지?

‘팰까, 말까, 팰까, 말까….’

[<제국 원소의 정령>이 <고대 식물의 힘>으로 화신의 스킬을 봉인하고 있습니다.]

[고대 제국 대학에 서린 신비한 힘이 마법을 강력하게 증폭시킵니다!]

[행운이 매우 높습니다! 저항에…]

[……]

[……]

[스킬 실패 확률이 크게 올라갑니다!]

‘아니?’

태현은 깜짝 놀랐다.

과연 고대 제국 출신 NPC답게 마법 스킬이 대단했던 것이다.

그냥 덩굴로 감은 수준인데 스킬 실패 확률을 이렇게 높이다니…..

심지어 태현의 행운 스탯이나 각종 권능 스킬들이 있는데도!

아무리 고대 제국 대학에 있다 하더라도 놀라운 강함이었다.

‘하지만 패야겠다.’

태현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1초도 지나지 않은 결정이었다.

상대가 태현의 스킬을 봉인했다는 건 사악한 꿍꿍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먼저 선공을 해야 한다!

[<제국 원소의 정령>이 납치에 대한 사과로 <고대 제국 상급 정령석>을 선물로 줍니다.]

“…….”

스륵-

태현은 폭탄에 뻗던 손을 얌전히 집어넣었다.

생각해 보니 아직 공격도 안 한 상대를 멋대로 공격하는 건 좋지 않은 짓 같았다.

일단 대화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원소의 전당>에 도착합니다!]

“!”

고대 제국 대학은 안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이었다.

허름해 보이는 오두막 안에 드넓은 전당이 있고, 화려한 왕궁 안에 삭막한 무덤이 있는 미지의 장소.

태현이 지금 납치, 아니 초대받은 곳은 곳곳에서 가지각색의 원소가 타오르고 있는 신전 같은 곳이었다.

-주인님께서 데리고 오신 학생이십니까?

“?”

밑에서 들리는 말에 태현은 시선을 돌렸다.

특이한 색을 가진 슬라임이 태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볼 때마다 색이 변하는 슬라임!

“넌 누구지?”

-저는 주인님의 집사입니다.

정령이 소환해낸 소환수!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데…리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긴 왔지. 여기는 왜 데리고 온 거지?”

-<원소의 전당>에 온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원소의 전당-고대 제국 대학 퀘스트>

제국 원소의 정령은 아키서스 교단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화신에게 마법을 가르치려 한다.

각종 다양한 원소 마법을 터득하고 제국 원소의 정령이 내놓는 시험을 통과하여 인정을 받으라.

완벽하게 성공한다면 제국 원소의 정령이 갖고 있는 비전 스킬을 전수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상: ?, ???

“!”

태현은 깜짝 놀랐다. 퀘스트가 나온 것에 놀란 게 아니라 퀘스트 내용에 놀란 것이다.

‘아키서스 교단에 받은 은혜가 있는 NPC도 있어??’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 교단이 오해는 많이 받아도 나쁜 놈들은 잘 패고 다녔다고 말합니다.]

‘하긴… 예전 이야기 들어보니 이것저것 많이 싸우긴 했지.’

판온에서 태현만큼 고대 제국 시절에 대한 정보가 많은 플레이어도 드물었다.

아무래도 직업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다.

덕분에 고대 제국 시절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마계에서 악마들이 나오고 제국은 사방에서 무너져 내리고 각지에 있는 세력들은 연락이 끊기고 등등.

그때 아키서스 교단은 제국에 불을 지르고 강물을 마르게 하고 초대형 태풍을 불러오는 등 악마들과 치열하게 맞서 싸웠다.

…방법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맞서 싸웠다.

그런 과정에 은혜를 입었을 수도 있다!

[현재 화염 계열 마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느부캇네살의 흑마법이 다른 마법들을 방해합니다.]

“…….”

-…….

가장 기초적인 화염 마법 강좌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화염 자체를 못 쓰는 태현의 모습에 정령은 당황했다.

“…다른 식으로 쓸 수는 있는데. <사디크의 화염>!”

-…????

정령은 더 당황했다.

너 아키서스 쪽 후계자 아니었어??

[정령이 당황해합니다!]

[설명하지 못하면 친밀도가 내려갈 수 있…]

“이건 뺏은 겁니다!”

[정령이 납득합니다.]

‘…너무 쉽게 납득하는 거 아닌가?’

설득에 성공해놓고서도 태현은 좀 황당했다.

좀 더 물어볼 줄 알았는데….

옆에서 슬라임이 입을 열었다.

-주인님께서 ‘진작 말을 하지’라고 하십니다.

“…뭐 어쨌든 납득해 줬다니 다행이군….”

-주인님께서 쓸 수 있는 마법을 보여 달라고 하십니다.

“음….”

지금 쓸 수 있는 마법이….

<느부캇네살의 흑마법>, <냉기의 저주>, <이데르고의 역병 마법>….

‘…그냥 마법 하나도 못 쓴다고 우길까?’

너 마법에 문제 있어?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한 라인업!

태현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한 라인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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