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324화
할 만하다고 생각하자 다시 태현의 자세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뭐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검의 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 예. 검으로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검에 폭탄 달면 뭐 그게 검이지!
[카르바노그가 논리에 감탄합니다!]
* * *
태현은 초대 성기사단장으로 각성한 가레티아를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
안 그래도 적이 많은데 성기사단장이 있으면 꽤나 든든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검술 스킬도 높아 보여서 일석이조였다.
싸움도 잘하고 검술 스킬 가르쳐주는 것도 잘하고 영지에 있으면 NPC들이나 교단 가입 플레이어들 도움도 주고….
하지만 가레티아는 태현의 꿈에 찬물을 끼얹었다.
-나는 이 고대 신전을 지켜야 한다.
“…이런 신전을 누가 공격한다고 그러십니까?”
카르바노그가 보기에도 이번에는 태현의 말이 좀 심했다.
아키서스 원수가 그렇게 많은데 너무했다!
실제로 가레티아는 정색하며 말했다.
-아키서스 님의 원수들이 와서 신전을 불태우고 떠나면 그 원한을 어떻게 갚겠느냐?
‘새로 지으면 되지 않나?’
태현은 매우 쿨했다.
신전 건물은 신전 건물이지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물론 가레티아한테는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상당히 화낼 것 같았던 것이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가레티아 안에 잠들어 있는 아키서스의 분노를 깨닫습니다.]
[가레티아가 실망할수록 그 분노는 커질 것입니다. 가레티아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실망시키면 어떻게 되길래?’
[카르바노그가 굳이 시험해 보지 말자고 합니다.]
-나는 이미 죽었던 존재. 이 고대 신전의 힘을 빌려 대륙에 남아 있는 몸. 이 신전을 오래 떠날 수 없다. 그리하여 화신이여. 내가 남아 있는 동안 검술의 극의를 깨닫고 새로운 경지에 도달해야….
‘흠. 돌아가자마자 1왕자한테서 뺏은 갑옷 녹이고 <굶주린 혼돈이 내린 힘의 조각> 추출한 다음에 그걸 사용해서 장비를 만들면….’
[카르바노그가 그래도 말은 좀 들어주라고 말합니다.]
* * *
“퀘스트는 어땠어?”
이세연은 별생각 없이 물었다.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들어 보니 직업 퀘스트의 어려운 부분을 다 깨고 보상을 받으러 가는 과정이었으니까.
“흠… 되게 이상한 NPC를 만났어.”
“…아키서스 교단에는 이상한 NPC밖에 없어?”
이세연은 진심을 담아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키서스 교단은 좀 이상했던 것이다.
물론 밖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좀 과장되고 일부분이긴 한데, 아키서스 교단은 그 일부분이 좀….
많이 이상해!
“아니… 음. 막 엄청 나쁜 건 아닌데. 설명하기 힘드네. 영상으로 보여줘?”
“…봐, 봐도 괜찮아?”
이세연은 당황했다.
직업 퀘스트와 관련된 영상을 보여준다니.
중요한 정보가 있든 없든 랭커쯤 되면 영상만으로도 많은 걸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 걸 이세연한테 보여준다니.
조심성 많은 태현이 할 짓이 아니었다.
뭐지?
함정인가?
“봐도 괜찮냐니. 아. 무슨 소린가 했네. 별 상관없어. 네가 그런 걸 밖에 말하고 다닐 사람도 아니고.”
“…!”
이세연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너라면 대놓고 결투 신청한 다음 덤비겠지.”
“…….”
그 감동은 1초 만에 바로 사라졌다.
맞는 말은 맞는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은 말!
어쨌든 이세연은 영상을 봤다. 궁금하긴 했으니까.
-아무리 아키서스의 화신이라지만, 교단을 보필하는 성기사단장으로서 말해야겠도다. 한심하기 그지없어!
“…!”
살벌하게 태현을 꾸짖는 가레티아의 모습에 이세연은 놀랐다.
태현한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아. NPC지.’
그렇지만 좀 부럽긴 했다.
나도 김태현한테 저렇게 명령해 보고 싶어!
‘판온 1 때 했어야 했는데….’
“뭔 생각하냐?”
“으, 응? NPC가 참 괴팍하고 상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이세연은 재빨리 말을 돌렸다.
“뭐 그렇긴 한데 보상이 나쁘지 않아서… 여러 스킬도 얻었고.”
“그러면 <고대 제국 대학>으로 바로 들어갈래?”
“음. 그럴까.”
태현은 고민했다.
원래라면 아이템 확인하고 제작 좀 하고 공적치 포인트로 살 수 있는 거 없나 확인하고 이데르고 교단 놈들 뭐하나 좀 둘러본 다음 영지 관리 하고서 들어가려고 했지만….
다른 일행이 너무 오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제작이야 뭐 들어가고 나서도 기회 봐서 할 수 있으니까 먼저 들어갈까?’
그리고 태현도 <고대 제국 대학>이 궁금하기도 했다.
대체 뭐가 있길래 이 모든 플레이어들이 난리를 치는 걸까?
물론 안에 뭐가 있는지 몰랐기에 더 난리인 거겠지만….
[카르바노그가 붙잡은 이데르고 교단 놈 어떻게 할 거냐고 묻습니다.]
‘아. 걔.’
[설마 별생각 없었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응.’
태현은 별생각이 없었다.
그냥 어쩌다 보니 납치한 것!
‘뭐… 일단 교단에서 가둬놓고 잘 지내게 해주면 되지 않겠어? 이데르고 놈들이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닐 거고, 설사 찾는다 하더라도 골짜기는 난공불락이잖아.’
[카르바노그가 왠지 불길하다고 말합니다.]
카르바노그는 골짜기가 공격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게 아니었다.
외부인을 아키서스 교단 사람들과 붙여 놓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예상치 못한 이상한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거 참. 카르바노그. 넌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순진한 사람이 아키서스 교단에 물드는 일은 있어도 저놈은 포로잖아. 포로로 온 놈하고 대화도 별로 안 할 텐데 왜 물들겠어.’
* * *
[퀘스트 <죄수 심문>이 추가됩니다!]
[세 시간 내에 대신전 앞에 도착하면 퀘스트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어? 제한 시간 있는 퀘스트다!”
“뭐야?! 달려!”
골짜기에 있던 교단 가입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러운 퀘스트에 놀라 화들짝 달려갔다.
원래 이런 퀘스트는 뭔지 몰라도 일단 하고 보는 것이었다.
내용은 나중에 생각하자!
“허어억! 갈락파드다! 아키서스 교단의 대마법사 갈락파드!”
딱히 대마법사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대마법사로 알려진 갈락파드!
“펠마스! 교황의 오른팔 펠마스야!”
한 번 나오면 교황의 중요한 메시지를 들고 나타나는 교단의 핵심인물 펠마스!
아키서스 교단 플레이어들은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교단 VIP 중의 VIP들을 이렇게 목격하게 되다니!
에랑스 왕국 플레이어로 따지면 왕자들을 바로 앞에서 본 셈이었다.
“영… 영광입니다!”
-자네에게 아키서스의 영광이 있기를. 흠흠.
펠마스는 근엄한 표정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인사했다.
갈락파드는 플레이어를 보며 물었다.
-자네의 등급은 어느 정도인가?
“앗. 예! 브론즈입니다!”
-자네한테는 미래가 없군.
“…?!”
갈락파드는 일정 등급 미만 교도는 사람 취급도 안 해줬다.
펠마스가 당황해서 갈락파드를 말렸다.
-뭐하는 거냐! 지금 놈들을 구슬려서 일을 돕게 해야 하는데!
-실버 등급도 못 찍은 놈의 신앙심을 뭘 믿으란 거냐! 놈의 신앙심은 아직도 멀었다!
투닥거리는 둘의 모습을 본 플레이어들은 수군거렸다.
“무슨 대화를 하는 거지?”
“퀘스트 관련 중요한 대화겠지. 와. 위엄 봐. 진짜 멋있다. 나는 펠마스가 내려주는 퀘스트 한 번 받아보는 게 소원이야.”
“너도? 진짜 멋있지 않냐? 소문에 특수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다던데.”
근거를 알 수 없는 유언비어까지!
어쨌든 대화를 끝낸 둘은 합의를 마치고 나섰다.
펠마스는 헛기침 한 번 후 외쳤다.
-너희들은 선택 받았다!
“!”
-너희들은 우리의 영광스러운 일을 돕게 될 것이다!
“!!”
-기뻐하라!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의 일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와아아아아아!”
새로 가입한 지 얼마 안 되는 플레이어는 당황해서 물었다.
“어, 보상 없어?”
“믿음이 곧 보상이지!”
“…???”
물론 플레이어들이 정말 순수한 믿음으로 퀘스트에 참가한 건 아니었다.
그들은 버프를 노리고 있었다.
퀘스트를 깰 때마다 나오는 아키서스 교단 특유의 행운 관련 버프!
퀘스트마다 다른 데다가 랜덤성이 강해서 복불복에 가까웠다.
반드시 좋은 버프를 받고 말겠다!
‘지금 골짜기 전체에 버프 꽤 걸려 있는데 이 때 대박작을 만들어야 해.’
‘무조건 마법 아이템 제작 관련 버프를….’
‘여기 사람들은 다 미친 건가?’
플레이어들은 의욕 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저희들은 뭘 하면 됩니까?”
-붙잡혀 온 이데르고 교단 신자인 척을 해야 한다.
“…예?”
[이데르고 교단 신자로 위장하십시오!]
[가장 그럴듯하게 위장할수록…]
“…화, 화가이신 분??”
“변장 스킬 있는 사람? 변장 전문 찍은 도적 구합니다!”
“변신 마법 스킬 있는 마법사 님 찾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어떻게든 난관을 뚫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갈락파드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갈락파드. 정말 저놈이 알고 있는 정보가 많을까?
-물론이지. 이데르고 교단의 주교 후계자 아닌가. 놈을 속여서 정보를 빼내야 한다.
-보물도 많이 알겠지?
-당연히 그렇겠지.
‘반드시 빼돌려야지.’
‘절대 못 빼돌린다.’
자존심 강한 두 NPC들의 대결!
갈락파드는 펠마스의 도움은 받아도 펠마스가 이득을 챙기게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네 방법이 통할지 의문이군.
-아. 믿으라니까. 자기 신도들이 고문당하는 걸 보면 기가 꺾일 거야.
-나는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나약한 마음을 가진 자는 아키서스 교단에 없지 않나?
-…….
펠마스는 생각해 보니 자신도 그럴 것 같긴 했다.
-…이데르고 교단은 좀 다르겠지.
-방금 말을 좀 망설이지 않았나?
* * *
‘여기인가?’
태현은 갑자기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전 세계 모든 플레이어들이 이 문으로 들어가려고 그 난리를 쳤던 걸까?
지금도 밖에서는 아직도 서로 싸우고 있었다.
-<고대 제국 대학> 입장 방법 찾았다 선착순 백 명만 받는다!
└이 새끼 사기꾼이에요!! 속지 마세요!!
<고대 제국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난리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 보면 그냥 평범한 귀족 무덤 입구 같은데….’
잘 조각된 석실 무덤 같아 보이는 입구.
하지만 발을 디디는 순간 다른 차원의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랑스 왕가의 이름으로 허락을 받았습니다! <고대 제국 대학>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수많은 힘과 지식이 잠들어 있는 <고대 제국 대학>은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그 안에 어떤 것들이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고대 제국 대학> 안에 숨겨진 힘들을 찾아내십시오!]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아키서스 관련된 권능을 찾아내십시오! 퀘스트…]
[현재 최고급 검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비전 검술 스킬을 찾아내십시오! 퀘스트…]
[현재 최고급 화술…]
[현재 최고급…]
[……]
[……]
입장하기도 전에 태현은 눈이 팽팽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퀘스트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이 나왔던 것이다.
다양하게 많이도 찍은 스킬들 때문!
태현이 낯선 풍경에 당황하며 머뭇거리자 이세연이 살짝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안내해 줄게. 따라와!”
“너 살짝 신난 거 같다?”
“아… 아니거든. 무슨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