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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11화 (1,310/1,826)

§ 나는 될놈이다 1311화

배란 무엇인가?

사람이나 짐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야. 정신 차려.”

배의 철학적 정의를 고민하던 길드원은 친구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배가 무엇인지 고민할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앞의 저걸 타야 한다!

“…근데 너무 휑하지 않냐??!”

“미완성인데 어쩌겠냐. 나머지는 가면서 완성해야지.”

-꾸우우우…?

태현을 따라 온 거대 카르바노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했다.

저걸… 타라고?

혹시 믿어야 할 신을 잘못 고른 거 아닐까?

“으으음!”

“크으으음!”

길드원들은 신음했다.

일단 계속 보다 보니 배처럼 보이기 시작하긴 했다.

착시효과인가?

하지만 그들이 저러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배보다는 덜 지어진 건축물의 뼈대 같았던 것이다.

‘난 저거 요새인 줄 알았다.’

‘생각해 보니까 요새치고는 너무 옆으로 길긴 했어…!’

강철로 만들어진 기둥이 뼈대처럼 얼기설기 엮여 있었고, 그 빈 공간으로는 바람이 슝슝 들어왔다.

바람이 슝슝 들어온다는 건물도 그만큼 들어온다는 것!

저걸 타고 나가면 가라앉지 않을까?

“카르바노그! 배를 앞으로 끌어줘!”

[?]

“너 말고!”

-꾸우우.

거대 카르바노그가 앞으로 나서서 배를 끌기 시작했다.

역시 이 섬의 몬스터답게 힘이 무지막지했다. 나름 거대한 강철 함선이 쭉쭉 끌려 나갔다.

“위로 올라간다!”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배 위에 올라갔다.

다른 사람들은 눈을 질끈 감고 따라 올라갔다.

에라 모르겠다!

김태현이 무슨 생각이 있긴 하겠지!

[<아키서스의 장거리 강철 함선>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항해 시 페널티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항해 시…]

[……]

빠르게 날아오는 경고 메시지창.

태현도 미완성인 게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필요한 건 일단 배를 띄우는 것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사실, 배를 좀 더 작게 만들 수도 있었다.

나룻배 정도 사이즈로 만들면 태현의 실력으로 봤을 때 한두 시간이면 다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현은 나룻배 정도 사이즈로 만들면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 섬이 어딘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더럽게 먼바다에 있는 건 확실했던 것이다.

나룻배 사이즈로 만들었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다!

시간에 맞춰 다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태현은 일단 크게 만들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당신의 행동은, 진정한 아키서스를 향한 믿음 없이는 나올 수 없는 행동입니다!]

[아키서스의 축복이 당신에게 내립니다!]

[항해에 아키서스의 축복이 깃듭니다!]

‘…아니….’

고맙긴 한데…!

태현은 떨떠름했다. 물론 고맙긴 했지만, 이런 행동을 왜 권장한단 말인가.

말려야 하지 않나?

[카르바노그가 이걸 믿고 있었던 거냐며 감탄합니다.]

‘아니거든.’

태현이 미쳤다고 이런 생각지도 못한 축복을 믿고 있었겠는가.

태현이 믿고 있던 건 다른 구석이었다.

-기계장치로부터 온 신!

[스킬, <기계장치로부터 온 신>을 사용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사용된 아이템에 막대한 신성력을 불어넣어, 일시적으로 생명을 부여합니다!]

강력한 신성 스탯과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찍은 태현만이 갖고 있는 비전 스킬, <기계장치로부터 온 신>!

일시적으로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강력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쓸 일은 적었다.

무엇보다 이 스킬은….

[파괴될 경우 신성력도 같이 소모됩니다!]

‘…이게 위험하긴 하지.’

아이템이 파괴될 경우, 거기 들어간 신성력도 같이 날아가는 끔찍한 페널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으니까.

저 미완성 된 함선으로 항해를 시도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능하면 최대한 완성시키고 싶긴 했지만….

[함선이 미완성 된 상태입니다. 소환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앗.’

[카르바노그가 걱정합니다.]

‘…괜, 괜찮겠지.’

파아아아아앗!

눈부신 빛이 함선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함선에 생명이 부여되었다.

-주인님!!

강철의 몸을 가진 함선은 걸걸한 목소리로 태현을 불렀다.

“그래!”

-왜 저를 이렇게 대충 만드신 겁니까?!

“…미, 미안하다.”

태현도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앗. 혹시 무게를 줄여서 더 가볍게 움직이려고 하신 겁니까??

[그 논리면 지금 타고 있는 놈들부터 내려 버려야 한다고….]

“일단 물부터 막아줄래? 그럴 수 있지?”

-물론입니다.

촤르르륵-

아키서스의 강철 함선은 몸을 뒤흔들더니 안에 들어온 물을 다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키서스의 강철 함선이 <신성한 항해>를 사용합니다!]

[아키서스의 강철 함선이 <폭발 부양>을 사용합니다!]

[아키서스의 강철 함선이 <화염 추진>을 사용합니다!]

콰르릉! 콰릉!

굉음과 함께 아키서스의 강철 함선이 미친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멀쩡히 있던 플레이어들은 갑자기 배가 살아 움직이더니 날뛰기까지 하자 깜짝 놀랐다.

“뭔 미친…?!”

“배가 왜 이래!? 출발도 안 했는데 침몰하나?!?”

“꽉 잡아!! 으아악!!”

길드원들은 서로 밧줄로 묶고 버티기 위해 애썼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그 고생을 하면서 간신히 빠져나왔는데!

-꾸우우우!

그러나 <아키서스의 강철 함선>은 조금 크게 흔들렸을 뿐 매우 안전했다.

각종 스킬을 사용해서 배를 튼튼하게 만들고, 밖의 공격을 막도록 방어막을 친 다음, 바로 가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막대한 신성력을 투자해 <기계장치로부터 온 신> 스킬을 쓴 보람이 있다!

쿠오오오오-

함선 뒤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더니 어마어마한 가속을 받아 내달리기 시작했다.

“…!!!!!”

“미… 미쳤어…!”

길드원들은 배 위에서 경악했다.

이, 이게 대체?

그렇게 허접해 보이던 배가 이렇게 바다 위를 잘 달리다니!

말도 안 돼!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우리가 의심해서 미안해!”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른 길드원들을 따끔하게 말려야 했는데!”

“할러스. 오바 좀 하지 마. 왜 그래.”

“이런 대단하고 멋진 배를 준비해 놓을 줄은 몰랐어!”

다들 신나서 칭찬하자 태현도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

“이 배는 시간 지나서 스킬 끝나면 처음 상태로 돌아와.”

“…….”

“…….”

모두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방… 방금 뭐라고?

“그, 그때쯤이면 바다 한복판 위 아냐?”

“그러니까 미리 준비를 해야겠지. 다들 아래로 내려가서 배 밑판부터 보강할 준비해.”

실베드가 울컥해서 말했다.

“난 저기 섬에 있을 때부터 요새 짓고 재료 모아오고 잡일이란 잡일은 다 했는데 또 하라고?”

“내릴래?”

“…아니… 하고 싶다….”

실베드는 축 늘어진 어깨로 돌아섰다.

하라면 해야지!

* * *

부우웅-

황금고릴라들이 요새에 도착했을 때, 이미 배는 저 멀리 떠나가고 있었다.

고릴라들은 분통이 터진다는 얼굴로 바위를 집어 던졌다. 어느 정도 분이 풀리자 그들은 돌아섰다.

그러나 그들의 우두머리 움바카는 매우 심오하고 오묘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쿠어?

-쿠어어?

움바카는 아직도 1왕자의 머리통 두 개를 들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움바카는 머리통 두 개를 유심히 쳐다보고, 요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요새 구석에 있는 작은 아키서스 문양을 발견했다.

-쿠어어…!

움바카는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원시의 섬에서 아키서스 신앙이 조금씩 퍼져 나갑니다!]

“?”

배 위에 있던 태현은 갑작스러운 메시지창에 의아해했다.

뭐지?

남은 기사 놈들이 설마 원한을 갚기 위해 아키서스 교단에 투신한 걸까?

[그건 미친 토끼 소리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렇게까지 냉정하게 말할 건 없잖아….’

태현은 살짝 시무룩해졌다.

‘그런데 몬스터들밖에 없는데 신앙이 퍼질 수가 있나? 물론 몬스터도 신앙을 믿긴 하지만….’

보통 몬스터들이 믿는 신은 좀 다른 신들이었다.

슬라임은 슬라임의 신, 토끼는 토끼의 신을 믿는 식!

굳이 아키서스 같은 다른 중앙 대륙의 메이저한 신들을 믿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 왜 퍼지고 있지?

‘뭐,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

태현은 시선을 돌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항해를 대비하는 거였다.

일단 일차적으로는 성공이었다.

<기계장치로부터 온 신>이 생각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았던 것이다.

솔직히 그만한 신성력 스탯을 투자했으면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만, 태현은 아키서스 화신을 하면서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에 시달려 왔었다.

스킬이 멀쩡한 가치를 해내면 눈물부터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함선이 생명을 잃을 때를 대비해서 각종 보강도 해야 하고, 식량과 물도 준비해야 하고, 항해에 나올 적도 대비해야 했고….

‘그런데 이 이데르고의 화신 상태는 언제 풀리냐?’

태현은 슬슬 이 이데르고의 화신 상태가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마법 스킬이야 쏠쏠하게 올릴 수 있었다. 무려 고급 7까지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전부 다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검술도 봉인되고, 다른 스킬들도 많이 봉인되고….

만약 <기계장치로부터 온 신>까지 봉인되어 있었다면 태현은 이데르고의 조각을 집어 던졌을 것이다.

“기계공학으로 보강을 해야 하는데 자꾸 페널티 떠서 뭘 할 수가 없잖아.”

-하지만 이데르고 님의 힘이 느껴져서 기쁘지 않으십니까?

“별로 안 기쁜데.”

-!??!

태현은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이제 이 기억을 잃은 이데르고 사제 놈에게 맞춰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섬에 이데르고 놈들이 아직 남아 있을 테지만 그거야 뭐 상관없는 일이고….

[기억을 잃은 이데르고 사제가 충격을 받습니다!]

[기억이 조금 되돌아옵니다!]

-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으십니까? 지금 우리를 찾아 먼 거리를 달려올 이데르고 교단의 동지들이 들으면 얼마나 슬퍼하겠습니까??

[…….]

카르바노그가 정색했다.

야 그건 미리 말했어야지!

“…별로 안 기쁘다는 건, 내가 기쁘다, 기쁘지 않다 판단을 내리기에는 너무 위대하고 거룩한 일이었기 때문이었지.”

-아아… 과연…!

사제는 납득했다.

확실히 이렇게 신실하신 분이 그런 무례한 말을 할 리가 없지!

“…그래서 그 구출하러 오는 놈들은 어디서 어떻게 오지? 무장 상태는? 무슨 마법을 쓰지? 약점은?”

-그건 기억이 안 납니다만….

[카르바노그가 저놈 바다에 빠뜨리면 기억 되돌아오지 않겠냐고 묻습니다.]

충격 더 주면 안 돼?

태현은 솔깃했지만 참았다. 했다가 뒷감당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그래서 이 상태는 얼마나 가는 거지?”

-그때 받은 신성력이 다 소모되기 전까지는 유지될 겁니다. 기쁘지 않으십니까? 아. 이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죠. 오래 간다면 그만큼 이데르고 님의 사랑을 받으신다는….

‘기분 나쁜데.’

[카르바노그도 기분 나쁘다고 말합니다.]

이데르고의 조각은 가방 속에서 숨죽여 울었다.

뭐 이런 새끼들이 있냐!

* * *

수리를 하지 못하면 다른 것부터 먼저 하면 됐다.

태현은 일단 할 수 있는 아이템 확인부터 하기로 했다.

1왕자를 잡고 얻은 아이템!

섬에서는 너무 정신없어서 놓치고 있었지만, 사실 1왕자를 잡은 건 판온에서 손꼽히는 레이드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1왕자 같은 보스 몬스터를 잡아봤겠는가.

과연 뭘 갖고 있을까?

‘1왕자가 에랑스 왕국 숨겨진 비밀창고 열쇠꾸러미 같은 거 갖고 있으면 좋겠군.’

[그런 게 있냐고 카르바노그가 의아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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