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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08화 (1,307/1,826)

§ 나는 될놈이다 1308화

죽일 듯이 자기를 노려보는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의 모습에, 실베드는 당황했다.

“왜? 내가 뭘 했는데?”

실베드와 달리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태현과 같이 파티 플레이를 한 경험이 있었다.

-우리 장비 수리해야 하는데 대장장이가 혼자라서 좀 힘들듯?

-저런. 잘 됐네. 내가 도와주마.

-…응?

결국 더 빨라졌던 수리 시간!

그걸 알고 있는 입장에서 실베드가 저렇게 말하니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 여기 요새에 임시 대장간도 만들었는데 잘 됐네.”

“네… 네가 한다고?”

“왜. 불만 있냐? 그러면 다른 대장장이 랭커 불러오던가.”

올 사람 없는 이 섬에서는 반박할 수 없는 말!

실베드가 어, 어 하는 사이에 태현은 장비 수리에 들어갔다.

“앗. 이데르고의 화신 상태 때문에 수리가 힘들군.”

“…무, 무리하지 마 김태현! 수리 스크롤도 있어!”

“우리 대장장이도 여기 있어! 괜찮아! 좀 쉬어! 네가 가장 많이 활약했잖아!”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우르르 달려가 태현을 한쪽으로 모셨다.

좀 쉬어라!

우리도 같이 쉬게!!

-크르르르륵….

“!”

역병의 기사가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을 노려보았다.

그들을 태현의 적으로 생각하는 눈치였다.

“뭐야. 저거 왜 저래?”

“김태현. 저놈한테 말 좀 해줘! 적 아니라고!”

“아. 저게 말을 좀 안 들어서.”

매우 고난이도의 소환에 성공한 건 좋았지만, 문제는 그 뒤에 나타났다.

…말을 잘 안 듣는 것!

정확히 말하자면, 역병의 기사가 태현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저놈. 가서 죽여.

-크르륵. 크르르륵.

-그래그래. 저놈 가서 죽여. 잘한다… 아니! 실베드 말고! 실베드는 빼고!

-크륵?

-저놈 죽인다. 실베드는 안 죽인다.

-크륵. 크륵.

-실베드는 죽이지 말라니까! 후. 어쩔 수 없군.

-뭐가 어쩔 수 없어 이 자식아! 당장 안 말려!?

말을 좀 못 알아듣더라도 역병의 기사는 강력한 소환수였다.

“안 불편해?”

“내가 살면서 강력한 소환수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이 정도면 감지덕지지.”

-?

-???

-??????

태현 가방 안에 있던 신수들이 일제히 의문을 품었다.

주… 주인님??

우리는요…?

“너희들은 소환수…보다는 펫에 가깝잖아.”

네크로맨서가 소환한 언데드들은 사냥을 하면 그 경험치의 일부가 마법사한테 돌아갔다.

하지만 용용이나 흑흑이 같은 애들은 자기가 사냥을 하면 경험치를 혼자 먹지 태현에게 주지 않았다.

대신 태현의 MP도 소모하지 않긴 했지만…!

지금 이 역병의 기사를 데리고 있을 수 있는 이유도 이데르고의 화신 상태가 되어 MP가 미친 듯이 넘쳐나기 때문이었다.

원래 상태였다면 MP 소모가 너무 심해서 바로 역소환했을 것이다.

-크흑… 우리도 마력을 소모했어야 했는데…!

-분하다…! 마력을 소모하지 않는 게…!

-캬오캬오.

“…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

세 드래곤이 MP를 소모하기 시작하면 태현은 아무런 스킬도 못 쓰고 MP 0으로 플레이해야 할지도 몰랐다.

-캬오.

드래곤들이 나와서 떠드는 사이, 불불이가 태현 옆에 다가와서 몸을 부볐다.

[<아키서스의 성장>으로 인해 불불이가 <이데르고의 역병 분신>을 배웁니다!]

[불불이가 희박한 확률로 <이데르고의 역병 분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안 돼!”

태현은 오랜만에 깜짝 놀라서 외쳤다.

안 돼 불불아!

그거 더러운 거야!

-캬오?

“너희 뭐하는 거야! 안 막고!”

-아, 아니. 주인이여. 우리도 지금 나왔다.

-방금 나오자마자 배운 건데 저희가 어떻게 막습니까…?

용용이와 흑흑이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구박 받는 것에 억울해했다.

원래 어린 드래곤은 스펀지 같아서 주변 모든 걸 쉽게 빨아들이지 않는가.

보자마자 배우는 건 둘의 잘못이 아니었다.

“아니 배울 게 많고 많은데 왜 하필 이데르고 교단의 스킬을 배우냐고! 더럽고 냄새나게!”

[카르바노그가 왠지 모르게 이데르고 조각이 울고 있는 거 같으니까 그만하라고 말합니다.]

오죽하면 평소에 이데르고를 개무시하던 카르바노그까지 말리려고 했다.

말이 너무 심하잖아!

태현은 한숨을 푹 쉬었다.

“후… 불불이는 정말 잘 키워보고 싶었는데.”

용용이나 흑흑이를 꺼내지 않은 것도 불불이 때문이었다.

둘을 꺼내면 불불이도 나가고 싶다고 할 것이고→불불이가 나오면 이상한 걸 배울 것이고→그러면 사악해질 것이고→중앙 대륙 멸망!

[카르바노그가 뭔가 좀 많이 생략되지 않았냐며 의아해합니다.]

‘흠. 불불이가 나오면… 중앙 대륙 멸망. 딱히 생략된 거 없는데?’

[…….]

태현의 말이 과장된 건 아니었다. 레드 드래곤은 안 그래도 성질 더러운데, 저렇게 사디크 스킬 배우고 이데르고 스킬 배우면 인성, 아니 용성에 커다란 악영향이 갈 수 있었다.

나중에 자라서 ‘아키서스 따위는 알 게 뭐야! 난 이데르고 님의 신수가 되겠어!’ 같은 말을 하면 태현의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걱정 마라. 주인이여. 불불이는 잘 클 거다.

-맞습니다. 주인님. 그리고 불불이가 못 크면 어떻습니까? 여기 성공한 용이 두 마리나 주인님 곁에 있잖습니까.

“…두 마리?”

-주인님!!

“농담이다. 그래. 배운 건 어쩔 수 없지. 불불아. 저리 떨어져. 같이 있다가 또 이상한 스킬 배울라.”

태현은 불불이를 떨어지게 했다. 불불이는 캬오거리면서 슬퍼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데르고의 화신 상태에서 같이 있었다가는 또 이상한 거 배울라!

-크르륵.

-캬오?

“저 역병의 기사 놈에게도 좀 떨어지게 해!”

-아오. 어린 드래곤 놈 귀찮아 죽겠네.

-나이 있는 드래곤으로서 어린 드래곤을 돌보는 건 의무다.

-그럼 네가 혼자 할래?

-주인이여. 흑흑이가….

-아, 아니야! 아니라고! 이 자식 치사하게…!

흑흑이는 당황했다.

원래 골드 드래곤은 선하고 정정당당한 성격이 많아서, 사악하고 야비한 블랙 드래곤을 만나면 호구 잡히는 일이 많았다.

오죽하면 종족 전체가 아키서스한테 아키서스당했겠는가.

하지만 용용이는 달랐다.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멘탈이 아다만티움 수준으로 단련이 된 것이다.

골드 드래곤의 멘탈을 뛰어넘었다!

‘무섭다. 아키서스의 힘…!’

골드 드래곤도 이렇게 독하게 만들다니!

* * *

“수리 다 끝냈네.”

“쉿. 조용히 하세요.”

“왜?”

“좀만 더 오래 걸린다고 합시다. 김태현이 들으면 빨리 시작할 거 아닙니까.”

“음. 그런데….”

검은 바위단의 대장장이, 필은 길드원들의 간곡한 부탁에 머뭇거렸다.

근데….

“다 끝났겠군.”

“!?!?!?”

태현이 귀신처럼 뒤에서 찾아왔다.

‘스파이라도 심어놨나?!’

“…김태현도 대장장이 스킬이 낮지 않은 사람인데, 이 정도 시간은 다 계산할 수 있지 이 사람들아.”

필은 안타깝다는 듯이 길드원들을 쳐다보았다.

전투 직업들은 모르는, 제작 직업만의 세계!

고수끼리는 서로 견적이 나오는 것이다.

“자. 출발하자.”

“김태현. 그런데 우리 지금 적의 위치도 파악이 덜 됐….”

“아니. 파악했다.”

“?!?!?!?”

태현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자식은 얼마나 됐다고 파악을 해?

어디서 지도라도 주웠나?

태현 옆에 있던, 할러스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길드원들이 쉬는 동안 그는 태현 옆에서 플레이를 똑똑히 지켜본 것이다.

“정말 찾았다. 너희는 김태현만 믿고 따라오면 돼!”

“너 왜 이렇게 신났냐?”

“신 안 났는데?”

“신난 것 같은데…?”

태현이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거대 토끼!

-꾸우우.

“알려줘서 고맙다.”

싸움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거대 토끼는 섬에서 일어나는 일에 소식이 밝았다.

혹시 1왕자처럼 생긴 놈 본 적 없냐고 묻자, 토끼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한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저 토끼한테 친히 자신의 이름을 내려줬다고 말합니다.]

‘…헷갈리지 않나?’

[그럼 거대 카르바노그라고 부르라고 말합니다.]

‘미친 작명 센스군.’

용용이와 흑흑이의 이름을 지은 태현이 보기에 카르바노그의 작명 센스는 형편없었다.

하지만 뭐 자기 권속이니까….

이해해 주자!

* * *

“그러니까 어? 섬에 있는 몬스터를 설득해서 퀘스트를 해결했다니까? 그게 말이 되냐? 진짜 대단하지 않냐???”

“…….”

“…오늘따라 할러스가 좀 기분 나쁘지 않냐?”

“맞아. 좀 많이 기분 나쁜데 이 자식.”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김태현 개쩔지 않냐??’이러는 모습에 길드원들은 질색했다.

평소에는 좀 더 쿨하지 않았나?

할러스는 자신의 추태를 깨닫고 헛기침을 했다.

“크흠. 어쨌든 그렇게 해결한 거니까 의심하지 말라고.”

“적의 위치를 찾아낸 건 좋은데 어떻게 싸울지도 정했나? 설마 적이 누군지도 모르는 건 아니지?”

실베드가 물었다.

이 섬에 있는 놈들은 만만한 놈이 하나도 없어서, 싸우기 전에 단단히 각오를 하지 않으면 크게 다쳤다.

‘어라? 그러게. 적이 누구지?’

할러스는 자기가 흥분한 탓에 가장 기초적인 걸 놓쳤다는 걸 깨달았다.

탐험가로서 실격인 일!

“실베드. 물어볼 걸 물어봐라. 할러스가 그것도 모르겠냐?”

“우리 길드원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하긴. 그것도 그렇겠군. 내가 사과하겠다. 미안하게 됐군.”

“…….”

할러스는 슬슬 등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실수 한 번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쿠어어어어어어어어!

[황금고릴라가 <세계를 울리는 포효>를 사용합니다!]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

아직 접근하지도 않은, 먼 곳에서 날아온 스킬로 스턴 상태에 걸리다니!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유일하게 스턴 상태를 빗겨나간 태현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가까이 온 게 분명하다. 모두 은신 준비해!”

적이 어떤지 모르는 건 태현도 마찬가지였다.

‘황금고릴라면….’

지금 이 섬에서는 쥐 한 마리도 어마어마하게 강했다.

근데 고릴라면….

‘거인 네다섯 정도는 그냥 때려 눕힐 정도로 강하려나?’

태현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원래라면 더 편했을 텐데, 이데르고의 화신 상태이니 상당히 불편했다.

‘하여간 이데르고 놈은 쓸모가 없다니까.’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이데르고의 그림자 망토. 역병의 순환. 존재의 희박함 역병.

말은 그렇게 해도 태현은 스킬을 알뜰살뜰하게 잘 썼다.

암살단도 있는 이데르고 교단인 만큼, 은신 마법도 꽤 있었던 것이다.

“…??!”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한 태현은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뭐야???’

-읍읍읍읍읍읍!

공터에 1왕자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있긴 했다.

근데….

묶여 있었다.

“?!??”

-쿠어! 쿠어어어!

-우어어어어어!

그리고 그 옆에는 거대한 고릴라들이 신나게 춤을 추며 돌고 있었다.

‘저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

처음에는 그냥 섬에 흘러들어온 놈을 잡고 춤을 추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뭔가 좀 달랐다.

“…!”

태현은 그제야 깨달았다.

저건….

‘요리를 하려고 하고 있잖아?!?!’

고릴라들 사이에 있는 거대한 솥!

그 솥에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리고 1왕자는 그 위에 바로 묶여 있었던 것이다.

누가 봐도 요리 재료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 이런 미친…!’

[1왕자가 죽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내 직업 퀘스트 깨려면 1왕자 목은 내가 챙겨야 해!’

[…고릴라들한테 목만 달라고 하는 건 어떠냐고 카르바노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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