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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07화 (1,306/1,826)

§ 나는 될놈이다 1307화

“제가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정수혁이 뒤에서 외치며 스킬을 준비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 레이스에서는 서로 손을 잡고 배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최상윤과 정수혁이 손을 잡는 걸로 겁먹는 사람들은 없었다.

폭탄 둘이 합쳐봤자 같이 터지면 터졌지 뭘 하겠는가.

“넌 앞으로 달려. 내가 경쟁자들 제거한다!”

슬슬 둘은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둘의 탈것 타입은 로켓!

처음에는 좀 느리더라도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빨라지고, 무엇보다 다른 살아있는 탈것처럼 지쳐서 느려지는 경우가 없었다.

물론 그런 장점만 있었다면 둘은 진작 우승했을 것이다.

로켓의 문제점은 내구도가 불안정해서 고장이 잦고, 한번 고장 나면 다른 탈것처럼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

결국 이 로켓으로 우승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최대한 높여서 싸움을 피해야 해. 싸움이 많아질수록 불리하다.’

‘문제는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거 아닙니까…!’

속도를 올리면 고장 날 확률이 올라가니, 이건 둘의 문제가 아니라 만든 놈 다니엘의 문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달려! 달려! 스킬은 뒤에 있는 놈들한테만 써!”

“저 자식들이 까불고 있네!”

로켓이 화염을 내뿜으며 내달리자 경쟁자들은 코웃음을 치며 뒤를 쫓았다.

<자색비행거미>를 타고 있는 선수가 거미줄 스킬을 써서 최상윤을 느리게 만들더니 바로 부딪히려고 했다.

최상윤은 고개를 숙이며 능숙하게 피해냈다.

탈것은 구려도 타고 있는 사람은 일류!

태현 옆에서 온갖 말도 안 되는 적들과 싸워온 최상윤이 저런 공격에 당할 리가 없는 것이다.

“넌 그것도 못 맞추냐?! 은퇴해!”

“운이 나빴을 뿐이야!”

못 맞추자 옆에서 오히려 야유가 날아왔다.

다른 선수들끼리 싸우자 최상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래!

너희들끼리 싸워라!

“너 이 자식 김태현한테 한 수 배웠다면서 그거 구라였지?”

“아, 아니거든. 김태현이 나보고 대단하다고 했거든. 팀 KL로 영입하고 싶다고 했거든??”

“김태현이 눈깔이 없는 게 아닌 이상 팀 KL로 널 왜 영입해?? 그리고 그랬으면 지금 들어가 있어야지!”

“내, 내가 지금 바빠서 게임에 집중하고 싶다고 거절을….”

“개소리하고 있네!”

최상윤은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귀를 막았다.

옆에서 들리는 이야기가 너무 어이없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로켓이 가속합니다!]

[고장 날 확률이 올라갑니다!]

부아아아앙!

로켓에 속도가 붙자 슬슬 그 속도가 위협적으로 변했다.

다른 탈것들이 따라붙으려 해도 점점 거리가 벌어진다!

그 상황에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곧, 곧 폭발할 거야.”

“그… 그렇겠지?”

하지만 불안감은 커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들 머릿속에 레이스 팬들이 꾸준히 올리는 글이 떠올랐다.

<이 로켓 사진을 보면 뭐가 느껴지냐?>

빠르다고 하는 탈것이라고 해봤자 로켓에는 고작 생명체일 뿐….

몇 초 늦게 출발하더라도 우월한 차이로 따돌릴 수 있는, 종 자체가 다른 탈것이다.

로켓은 지금 고고하게 관망할 뿐이다.

이제 출발한다. 진정한 우승자 로켓이….

이론상 잘 풀리기만 하면 로켓만큼 빠른 것도 드문 것이다.

설마 정말 오늘인가?

그 대박이??

“막아! 난 지금 2연승이라고!”

“내가 부딪힌다! 로켓 어차피 한 번만 박으면 터질 거라고!”

본격적으로 도망치기 전에 사방에서 스킬을 쓰며 덤벼들자 최상윤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정수혁을 앞으로 보내주고 싶은데 적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덤벼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고비를 넘기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투척 회전검>, <아키서스의 분노>!”

최상윤은 한 놈을 맞추고 다른 놈들에게는 <아키서스의 분노>를 사용했다.

제발 통해라!

[<아키서스의 분노>를 사용합니다!]

[주변 모든 플레이어들이 출발점으로 되돌아갑니다.]

“?”

“?????”

“어?”

최상윤을 포함한 주변 플레이어들이 번쩍하고 빛나더니 출발점으로 돌아갔다.

“…….”

“야 이 미친 샊…!!!”

급격한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선수들 사이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뭐 저런 개또라이 같은 스킬이 있어!!

* * *

‘저렇게 쉽게 카르바노그를 믿어주다니 좀 당황스럽긴 하군.’

태현은 놀랐지만 사실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카르바노그가 사실 대륙에서 푸대접받는 거지, 대륙 밖 다른 곳에서는 좀 먹혀주는 신앙인가?

[카르바노그가 우쭐해합니다.]

‘그럴 이유가 없는 거 같은데…?’

[카르바노그가 화내려고 합…]

‘카르바노그. 저 토끼한테 말해서 공격 좀 해달라고 해줘.’

카르바노그를 믿게 되었다면 신의 말을 듣겠지?

[…그건 무리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자기는 신도가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너 못 하는 거지…?’

카르바노그와 같이한 세월이 얼마인데, 저런 변명을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

안 하는 건 못 하는 거!

‘됐다. 내가 처리해야지.’

이데르고의 화신으로 변해서 마법 스킬이 강해진 건 좋았지만 잃은 것도 있었다.

검술 관련, 기계공학 관련이 봉인된 것!

마음 같아서는 접근해서 치명타 데미지를 폭발시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싸우는 게 태현의 스타일!

-이데르고의 맹독 전사 소환!

[이데르고의 역병 연못이 사라집니다.]

[이데르고의 맹독 전사들이 소환됩니다.]

주변에 있는 지독한 역병 기운을 소모해서 소환된 맹독 전사들.

리치가 언데드 전사를 부리는 것처럼 이데르고도 역병으로 만들어진 전사를 부릴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장점이 있다면….

‘일단 한 놈부터 쓰러뜨린다!’

태현은 집요하게 기사 한 명을 노렸다. 일단 한 명부터 노리는 게 시작이었다.

촤아아아악!

지독한 맹독 화살들이 날아가 기사를 공격했다.

안 그래도 역병 안개 속에서 참고 싸우고 있던 기사는 지속된 공격에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이, 비열한, 이데르고, 놈…!

[아키서스 놈이라고 카르바노그가 정정해 줍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왕국 기사가 역병에 중독됩니다.]

[……]

[……]

“거대 토끼! 움직여서 적들을 막아줘! 그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꾸우.

토끼는 싸움은 싫어해도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줬다. 커다란 몸을 움직여 공격을 가려줬다.

그러자 기사 한 명만 집중적으로 노릴 수 있게 됐다.

“쳐!”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었다.

온갖 디버프란 디버프는 다 걸린 상대!

이것도 못 잡으면 랭커 자격이 없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퍽!

[역병으로 인해 치명타가…]

[추가 데미지를…]

[왕국 기사가 저항하려고…]

[실패합니다!]

-크으으으윽!

토끼가 길을 막아준 사이, 자리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있는 공격이란 공격은 다 퍼부었다.

온갖 스킬을 다 쓰고 나서야 1왕자의 기사는 천천히 쓰러졌다.

[왕국 기사가 쓰러집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마법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잡았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무시무시한 기사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솔직히 나타난 걸 봤을 때만 해도 어떻게 잡나 싶었는데, 태현의 마법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온갖 역병으로 물리 방어력, 마법 방어력, 스킬 성공률, 회피율 등 닥치는 대로 다 깎아버린 것이다.

실베드는 이 성공으로 인해 매우 흥분했다.

이제까지 받은 설움이 싹 사라지는 훌륭한 레이드였던 것이다.

남들이 잡을 수 없는 강력한 적을 쓰러뜨리는 것.

이것이 바로 랭커 파티의 진정한 즐거움 아니겠는가!

모처럼 기분이 좋아진 실베드는 태현에게 아부성 칭찬을 던졌다.

“너 이세연보다 대단한 거 아니냐?”

“뭔 개소리야? 눈깔 삐었냐?”

“…….”

실베드는 울컥했다.

이씨…!

칭찬 좀 하려고 한 건데…!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이 실베드를 위로했다.

“김태현이 사실만 말해서 그렇지 나쁜 감정은 없었을 거야.”

“사실만 말하는 거면 내 눈깔이 삐었다는 거잖아 이 자식들아!”

그러는 사이 태현은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이데르고의 역병 부활!

[이데르고의 역병을 빌려 쓰러진 전사를 역병의 전사로 일으켜 세웁니다!]

[현재 마법 스킬이 낮습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상대의 레벨이 매우 높습니다. 페널티를…]

[행운이 매우 높습니다! 보너스를…]

[신성이 매우 높습니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너무 높은데?’

[카르바노그가 상대의 수준 때문에 힘들 거라고 말합니다.]

‘어쩔 수 없군.’

스킬이야 언데드 부활과 비슷했지만, 이건 이데르고의 힘을 빌리는 스킬이었다.

즉….

[이데르고의 조각을 사용합니다!]

[이데르고의 조각이 무슨 짓이냐며 경악합니다!]

파편 안에 들어가 있는 이데르고의 일부가 깜짝 놀라 외쳤다.

이데르고가 담긴 이 조각은 교단 내에서 매우 귀한 성물이었다.

원래는 하나하나 모아서 이데르고의 강림을 준비하는 데 써야 하는 물건!

그런데 그걸 그냥 스킬 쓸 때 난이도 높다고 소모품 쓰듯이 써버리려고 하다니!

[그렇게 힘을 멋대로 써버리면 조각의 힘은 한동안 잠들어 버릴 것이라고 이데르고가 말합니다!]

‘저런. 아쉽게 됐군.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다고 카르바노그가 동의합니다.]

조각 안에 갇힌 이데르고는 기가 막혔다.

뭔 놈의 작자들이 이렇게 욕심이 없단 말인가.

그는 신이었다!

대단한 힘을 빌려줄 수 있는 신!

[이데르고가 도와줄 테니 제발 조각의 힘을 쓰지 말아달라고 간청합니다!]

‘으음. 꼭 그래야 해? 네가 자꾸 시끄럽게 떠드는 게 짜증 났는데.’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필멸자 옆에 붙어서 조잘대는 신은 솔직히 상도덕 없다고 말합니다.]

[…이데르고가 앞으로 입 닥치고 있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까지 양보한다면 한번 생각해 볼까.’

[이데르고의 조각이 마법을 도와줍니다! 보너스를 받습니다!]

[역병의 기사가 소환됩니다!]

쿠오오오-

강력한 역병의 기운을 뿜어내며, 역병의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골골이보다 센 거 아닌가?’

데스 나이트와 달리 추가 옵션도 달고 있고 신성 스탯도 있는 역병의 기사!

골골이가 들었다면 울었을 소리였다.

-이… 이 이데르고 교단 놈들이 감히…!

[왕국 기사들이 가진 이데르고 교단에 대한 적대감이 최대치에 도달합니다!]

[1왕자 쪽 기사들과 절대로 손을 잡을 수 없습니다!]

‘!’

태현은 깜짝 놀랐다.

절대로 손을 잡을 수 없다니.

…아. 생각해 보니 이데르고 교단 이야기였잖아?

‘내가 놀랄 일이 아니었군.’

지금 이데르고 교단에 너무 몰입을 하다 보니 순간 착각을….

-후퇴한다! 놈들을 죽일 기회는 언젠가 다시 올 거다.

-이데르고 교단 놈들. 네놈들의 뼈를 갈아 마시고 심장을 씹어 먹겠다!

“…기다리고 있겠다!”

태현은 당당하게 외쳤다.

그러든가 말든가!

* * *

전투가 끝나고 나서, 태현 일행은 재빨리 해안가 쪽 요새로 후퇴했다.

제발 좀 쉬자!

연속으로 전투를 치른 덕분에 다들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물론 태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HP 다 회복했지? 디버프 다 풀렸고? 자. 움직이자.”

“아, 아니. 그… 정신적으로 휴식이 필요한….”

길드원들의 변명에 실베드가 혀를 찼다.

“그렇게 말하면 통하겠냐? 다른 식으로 말해야지. 김태현. 우리 장비 수리할 시간이 필요….”

“야!!”

길드원들은 기겁해서 외쳤다.

상대가 누군지 알고 그런 말을 해 이 멍청한 자식아!!

‘저 자식 덕분에 휴식 시간 더 줄어들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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