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306화 (1,305/1,826)

§ 나는 될놈이다 1306화

“왜 그러나?”

“아니… 그… 멍청한 짓이라고….”

“물론 남들이 하면 멍청한 짓이지. 하지만 우리는 전문가 아닌가?”

유 회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지금 유 회장은 예전 판온 처음 시작할 때 그 초보자가 아닌 것이다.

스킬 쓸 줄도 모르고 포션 먹을 줄도 몰라서 포션 들고서 ‘이거 어떻게 먹나?’ 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받았던 그 옛날!

이제 그런 옛날과는 전혀 달랐다. 유 회장도 나름 랭커 축에 들었다. 특히 낚시꾼 중에서 말이다.

“확실히… 맞는 말씀이십니다.”

플레이어도 유 회장의 말에 동의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유 회장은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남들보다 훨씬 비싼 배를 돈지ㄹ… 아니, 과감하게 투자해서 만들고.

남들보다 훨씬 비싼 장비를 갖춰 입고.

‘저거 아다만티움 들어간 갑옷이지?’

태현이 판온 첫 시즌에서 날뛴 이후에 각 게임단들의 목표는 아다만티움 갑옷으로 바뀌었다.

그 이전까지는 각자 알아서 얻은 장비로 만족하고 있었지만, 기준이 확 높아진 것이다.

최소한 저 정도는 되어야 하겠구나!

수많은 대장장이들이 어마어마한 현질을 해가며 작업에 뛰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판온 경매장에 돌아다니는 갑옷 품질이 꽤 높아졌다.

유 회장도 그 덕을 본 것이다.

“게다가 우리만큼 항해 스킬이 뛰어난 사람들도 드물지 않나.”

“그것도 그렇지만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긴 나나 내 친구들만으로 하기는 힘들지.”

유 회장과 유 회장이 자주 어울리는 낚시 친구들만으로는 숫자가 좀 부족하긴 했다.

열댓 명 정도로는 이 근처의 희귀한 바다괴수를 낚을 수는 있어도, 김태현이 행방불명된 섬을 찾으러 가기에는 좀 걱정되는 것이다.

물론 유 회장의 친구들이 은퇴하고 나서 할 일 없어 낚시만 하는지라 스킬 레벨은 매우 높다지만, 판온 전체로 보면 실력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니고….

“그건 모집하면 되지.”

“다들 욕심이 있을 텐데 자기가 직접 진행하면 모를까 참가할까요?”

“허허. 걱정하지 말게.”

“?”

“돈 많이 주면 인재들이 알아서 모이니까.”

아란티스 왕국에서 유 회장 밑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낚시꾼 플레이어.

그는 유 회장의 정체를 몰랐다.

대충 돈 많은 아저씨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룹 회장인 건 모르는 것이다.

아는 게 이상한 것!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들 지금 자기가 배 타고 나가려고 하는데 모일까?’

…모였다.

[아란티스 왕국에서 항해단 모집!]

[목표는 서쪽 항로 개척!]

[이번에야말로 미지의 바다를…]

-뭐야. 또 함대 모집이야?

-누가 조회수 좀 모으려나 보다. 미지의 바다는 무슨 미지의 바다. 가면 그냥 죽는 바다지.

-김태현 찾으러 가는 건가? 그럴 거면 그냥 따로 가지. 뭐하러 남들하고 가.

-뭘 믿고 같이 가?

[함선은 이쪽에서 준비함. 식량, 식수도 이쪽에서 준비, 테스트를 통과해서 참가할 경우 소정의 골드를 지급…]

-다 준비해 주는 건 신기하긴 하네.

-돈이 남아도나?

-내가 직접 배 안 구해도 저쪽에서 배 구해주는 건 되게 매력적이지 않냐? 배 구하기 힘들잖아.

판온에서 배는 매우 비싼 물건 중 하나였다.

크고 튼튼해질수록 더욱더 비싸지는 물건!

-그래 봤자 싸구려겠지.

-소정의 골드는 무슨, 어린애 속이는 것도 아니고 누가 저런 거에 낚… 헉.

-왜? 뭐 얼마나 있… 헉.

-…잘못 쓴 거 아니야??

아니었다.

항해단 쪽에서 모든 걸 준비하는 것도 모자라서, 자격을 얻고 참가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골드 지급!

괜히 열심히 조회수 벌 필요 없이 여기서 받은 골드만 현금으로 전환해도 될 정도였다.

랭커들도 귀가 솔깃할 정도의 골드에, 사람들이 슬금슬금 몰리기 시작했다.

-야, 아란티스 국왕이 하는 거라면서?

-아. 그 돈 많은 아저씨?

-대체 정체가 뭘까?

-어마어마한 부자겠지.

-어디 그룹 회장 같은 거 아냐?

-미쳤냐? 그룹 회장이 이런 게임을 왜 해?

-하긴. 그것도 그래.

플레이어들은 각오를 다지며 몰려들었다.

반드시 항해단에 참가하고야 말겠다!

“보게. 몰려오지 않나.”

“…!”

“그런데 문제는 항해를 어떻게 버티느냐인데….”

유 회장은 고민에 잠겼다.

항해 도중 내구도가 내려가서 배가 부서지는 건 대비할 수 있었다.

대장장이들 태우고, 수리 도구 잔뜩 올리고, 배 자체를 단단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항해 도중에 식량과 식수가 떨어지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특히 먼 바다로 나갈수록 이런 것들은 빠르게 떨어지고, 페널티도 심해지는 것이다.

[식량 관련 아이템이 빠르게 소모됩니다!]

[유통기한이 짧은 아이템은 빠르게 부패합니다!]

[허기 페널티가 빠르게…]

[……]

[……]

바다에 가본 적 없는 플레이어들은 멋모르고 나갔다가 깜짝 놀라서 쓰러지곤 했다.

이걸 어떻게 하면 대비할 수 있을까?

“방법이 없을까요?”

“생각해 놓은 게 하나 있긴 하지.”

“오…! 그게 뭡니까?”

“괴식 요리 익힌 요리사 플레이어들을 모집하게.”

“…!!!”

그렇게 <아란티스 항해단>은 이번 구출 퀘스트에서 순식간에 다크호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른 길드나 파티의 함대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

벌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며 술렁거리고 있었다.

이런 이벤트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는 것이다.

어떻게든 참가해서 영상이라도 올리고 싶다!

* * *

“와! 미친놈들이 왔어!!!”

“우린 너희를 응원해!”

“…….”

최상윤과 정수혁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걸어갔다.

하늘섬, 스파다 시.

일명 <하늘섬 레이스>라고 불리는 어마어마한 경주 경기가 벌어지는 곳!

지금 둘은 낮에는 던전을 돌고 밤에는 기계공학 대장장이, 다니엘과 함께 손을 잡고 레이스에 나서고 있었다.

다니엘이 기계공학 탈것(매우 불안정한)을 만들어주면 그들이 타고 달린다.

도중에 폭발하더라도 다니엘의 제작 스킬은 오르기 때문에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최상윤과 정수혁의 레이스 실력도 점점 늘어났다.

…동시에 이상한 팬들도!

“와. 처음에는 그냥 이상한 놈들인 줄 알았는데. 뚝심이 있는 이상한 놈들이었어.”

“저렇게 꾸준하게 도전하는 사람도 드물 거야.”

처음에 둘이 레이스 도중 폭발해서 날아갔을 때 사람들은 비웃었다.

다시 둘이 또 폭발해서 날아갔을 때 사람들은 또 비웃었다.

하지만 둘이 계속해서, 계속해서 폭발해서 날아가자….

사람들은 숙연해졌다.

-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봐!

-저 둘이 1승만 해봤으면 좋겠어…!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가는 법 아닐까??

묵묵히 계속해서 도전하고 폭발하는 둘의 모습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제 둘을 비웃는 사람은 확 줄었다.

대신 응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파이팅! 파이팅!!”

“제가 <판온의 이상한 사람들>을 시리즈로 영상을 찍고 있는데 혹시 인터뷰 좀….”

“대체 어떻게 그렇게 맨날 터지고서도 참가할 수 있는 겁니까??”

‘네가 김태현이랑 같이 파티 해봐라….’

솔직히 김태현하고 같이 플레이한 것에 비하면 이 경주는 별로 어렵지도 않았다.

맨날 폭발해서 탈락하는 게 좀 쪽팔리긴 했지만….

어차피 얼굴은 가리고 있었으니까!

최상윤과 정수혁도 팀 KL의 선수. 멘탈만 보면 보통 질기고 단단한 게 아니었다.

“근데 저 사람들 팀 KL 선수들 닮지 않았어? 차고 있는 장비가 비슷한 거 같은데?”

“따라 한 거겠지. 야. 나도 팀 KL 입는 거랑 비슷하게 갖춰 입었다. 이 갑옷 김태현 입는 거랑 색깔 비슷하지 않냐?”

“…설마 등 뒤에 달고 있는 막대기 4개는 케인 따라 한 거냐?”

“어떻게 알았냐? 멋있지?”

“등신 같은데….”

“야!”

최상윤과 정수혁은 움찔했다.

팬들은 생각보다 훨씬 예리했던 것이다.

“1승! 1승! 1승!”

“두 폭발형제의 1승을 기대합니다!”

“여기! 이거 먹어주세요!”

“이것도 받아줘요!”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둘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레이스에 참가하는 다른 선수들은 투덜거렸다.

“성적은 우리가 더 좋은데 왜 저 폭발형제가 인기가 좋은 거야?”

“1승도 못한 찌끄레기 놈들인데!”

‘넌 나중에 밖에서 만나면 뒤졌어.’

최상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밖에서 만나면 1분도 못 버티고 뒤질 놈이 어디서 감히…!

“준비되셨습니까?”

“준비는 됐는데, 그냥 태현이를 여기로 부르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 들고 그런다.”

최상윤의 말에 정수혁은 헛기침을 했다.

솔직히 다니엘을 키우는 것보다 그게 더 마음 편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저희도 인기가 꽤 생겼습니다.”

“이런 인기 필요 없어…!”

팀 KL 선수로서 태현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인기가 있었던 둘이었다.

자폭형제, 폭발형제, 붐앤부머 같은 별명은 필요 없었다.

게다가 지금 변장하고 있어서 원래 인기랑 별 상관도 없을 텐데….

“준비! 3. 2. 1. 출발!”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승리하십시오!]

‘제발 좋은 스킬, 제발 좋은 스킬!’

하늘섬 레이스는 갖고 있는 스킬들 전부로 싸우는 게 아니었다.

경주 시작할 때 플레이어에 맞춰서 몇 개의 레이스 전용 스킬을 주는 것!

직업이나 스킬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뽑기 운이 필요했다.

‘<칼구름 가속>, <투척 회전검>, <아키서스의 분노>… 아니, 난 아키서스 직업도 아닌데 왜 이런 걸 줘?’

최상윤은 황당했지만 일단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처음 뽑는 스킬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광역기였던 것이다.

레이스에서 광역기는 보통 좋은 스킬들이 많았다.

<아키서스의 분노>

주변 플레이어들을 분노하게 만듭니다.

‘분노… 아마 광란 상태로 만들어서 레이스를 방해하는 거겠지?’

-정수혁. 넌 뭐 뽑혔냐?

-저는 <추적 화염구>, <세 갈래 연속 번개>, <마력 보호막>….

-대부분이 공격 스킬들이구나. 이동 스킬이 좋은데.

남 공격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가 빠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내가 도와줄 테니까 네가 앞으로 달려. 둘 중 한 명이라도 좀 우승해 보자!

-예!

[장애물이 나타납니다!]

쿠르르릉!

갑자기 멀쩡한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기둥들.

플레이어들은 정신을 집중하고 기둥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내달렸다.

“죽어라!”

“너나 죽어 이 자식아!”

카카카캉!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붙었다 치면 치열하게 공격이 날아갔다.

“저 두 놈은 왜 안 때려?!”

“너 뉴비냐? 저 두 놈은 때릴 필요 없어! 어차피 알아서 죽을 테니까!”

“…….”

“…….”

분노한 최상윤은 탈것을 들어 그대로 박아버렸다.

뒤져 이 자식아!

콰콰콰쾅!

“크아아아아악! 이 자식이 봐줬더니!”

[레이스로 복귀하십시오! 복귀하지 않으면….]

“흥.”

최상윤은 콧방귀를 뀌고 앞으로 달려갔다.

반드시 이번에는 1승하고야 만다!

[로켓이 가속합니다!]

[고장날 확률이 올라갑니다!]

‘…아나 진짜.’

레이스를 하면서 느끼는 건 친구, 태현의 위대함밖에 없었다.

이 자식은 대체 기계공학 스킬로 오토바이를 어떻게 만들었던 걸까??

지금보다 훨씬 더 레벨도 낮을 때 만들었는데….

“자폭쟁이 온다! 저리 꺼져!”

“괜히 폭발에 휩쓸리면 우리만 손해야!”

“민폐 끼치지 말고 얌전히 죽자 좀!”

경쟁자들에게 최상윤과 정수혁은 라이벌이 아닌 장애물로 보였다.

재수 없이 휘말리면 탈락하는 폭탄 장애물!

“…내가 터질 때 터지더라도 니들하고는 꼭 같이 터져주마!!”

최상윤은 분노에 찬 함성을 내지르며 달렸다.

반드시 네놈들에게 기계공학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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