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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303화 (1,302/1,826)

§ 나는 될놈이다 1303화

어떻게 되나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화들짝 놀라 무기를 뽑아 들었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저 아키서스 교단 놈들을 쓸어버려라!”

“…….”

“…….”

태현의 외침에 실베드와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매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표정 관리 해야 한다!

할러스는 신이 나서 외쳤다.

“모두 들었지? 우리는 이데르고 교단인 거다! 저놈들은 아키서스 교단인 거고!”

“알겠는데… 너 왜 이렇게 신이 났냐?”

“김태현이 퀘스트 멋대로 가져갔는데 괜찮아?”

할러스가 진행해야 할 퀘스트를, 태현이 지금 나서서 진행하고 있었다.

탐험가인 할러스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것!

“물, 물론 괜찮지. 난 이런 걸로 화를 내지 않는다고.”

“너 저번에 내가 NPC한테 말 한 번 걸었다고 욕하면서 발작하지 않았냐?”

“…내, 내가 언제.”

할러스는 길드원들의 말에 살짝 반성했다.

…내가 그 정도였나!

“자.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여줄 테니까 날 따라해! 내가 이데르고 교단처럼 흉내 내는 걸 보여줄 테니까!”

할러스가 신이 나서 앞으로 달려가자, 길드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거 좀 이상하지 않냐?”

“사실 김태현이 퀘스트 진행해서 좋아하는 거 아냐?”

“그걸 왜 좋아해? 변태냐? 그러면 구성욱은 김태현한테 부려지는 게 좋아서 계속 울음의 검 못 찾고 있는 거고?”

“…왜 가만히 있는 나한테 그러냐?”

뒤에서 듣고 있던 구성욱은 분노했다.

열심히, 묵묵히 잘 싸우고 있는 그는 왜 갑자기 불려 와서 까인단 말인가!

* * *

-뭔 헛소리를…!?

이데르고 교단 정예 성기사들은 황당해했다.

웬 미친 모험가 놈들이 사제를 인질로 잡고 그들을 공격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그들을 아키서스 교단이라고 부른다니!

무슨 상황인지 이해도 할 수 없었다.

-멈춰라! 우린 아키서스 교단이 아니다! 아키서스 교단에 원한이 있는 모양인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현재 섬에서 이데르고 교단의 세력이 약합니다.]

[이데르고 교단 NPC들이 협상을 원합니다.]

이데르고 교단 쪽도 갑자기 정체불명의 섬으로 날아온 덕분에 마음이 약해져 있었다.

평상시라면 절대 하지 않을 협상 시도!

하지만 태현은 애초에 그런 협상을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안 그래도 이 섬에 흉악한 놈들이 많았는데, 이데르고 교단 놈들은 치워놔야 했다.

태현의 정체를 아는 순간 물귀신처럼 들러붙을 놈들!

쉭-

[<사디크의 지옥 화염 폭탄>이 폭발합니다!]

[<사디크의 지옥 화염 폭탄>이 폭발합니다!]

[현재 기계공학 스킬이…]

[칭호 <태초의 불>이…]

[사디크의 권능을…]

[화염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기계공학 스킬은 폭탄의 효과에도 영향을 줬다.

최고급을 찍고 전설을 향해 달려가는 태현의 스킬 레벨에, <태초의 불>과 사디크의 권능까지 합쳐지면 거의 광역기 수준의 마법이 쾅쾅 터져 나왔다.

화르르르륵!

“!!!!!!”

뒤에서 달려오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태현이 폭탄을 터뜨리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한 번에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던 것이다.

‘미친놈 같으니!’

‘폭탄 위력이 세긴 세구나!’

김태현이 혼자서 수십, 수백 명 상대하면서 돌아다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이렇게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다른 직업들은 이런 식으로 광역기를 쓰려면 MP 소모가 어마어마하게 들고 스킬 쿨타임도 들었다.

하지만 태현은 그런 것 하나 없이 이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제작 스킬의 힘!

이걸 보고 누가 제작 직업이 약하다고 하겠는가?

“도망 못 치게 불 질렀다! 안으로 들어가라!”

“화염 방어 버프 걸었어! 탱커들 어그로 준비해!”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알아서 진형을 갖추고 들어갔다.

원래 소규모 친목 길드인만큼 파티 플레이는 질릴 정도로 했던 것이다.

여기서 따로 노는 건 태현과 실베드.

태현은 원래 힐러 안 데리고 돌아다니는 데에는 이골이 날 정도로 솔플에 능숙한 사람이었고….

“나는 왜 힐 안 줘!?”

“아. 미안. 실베드. 잊고 있었다.”

“네 존재감이 좀 약해서. 미안해. 고의가 아니었어.”

“…….”

실베드는 진심으로 빡쳤다.

검은 바위단 힐러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느낀 것이다.

원래 전사는 앞에서 싸우는 만큼 힐러들의 눈에 잘 띄고 관심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태현이 앞에서 미친 듯이 검 휘두르면서 들어가니 옆에 있던 같은 전사인 실베드의 존재감이 확 줄어든 것!

“크아아아악!! 크아아아악!”

실베드는 함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그 모습에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수군거렸다.

“저렇게 소리 지르면서 사냥하는 건 좀 과하지 않냐?”

“이해해 주자. 개인 방송 보는 사람들이 저래야 좋아해 주나봐.”

“저런….”

-사디크!? 사디크 교단에서 온 놈들이냐!?

[이데르고 교단 성기사단 백인대장이 <이데르고의 부름>을 사용합니다!]

[교단 NPC 전체에 이데르고의 축복이 내려옵니다!]

이데르고 교단 NPC들은 분노하며 전투 준비를 했다.

간신히 만들어 놓은 임시 신전을 어떤 미친놈이 불을 질러 날려 버리니 열이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사디크 교단 놈들이 감히!

[이데르고의 힘으로 인해 역병을 내뿜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축복이 걸리자 이데르고 교단 NPC들은 몸에서 지독한 역병 안개를 내뿜어댔다.

태현은 아다만티움 갑옷과 회피력을 믿고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광기의 폭발 검법!

콰콰콰콰쾅!

폭발이 터져나가며 성기사들을 타격했다.

<아키서스 검법>이 한 놈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좋다면, <광기의 폭발 검법>은 기본적으로 여러 놈들을 쓸어버릴 때 좋았다.

물론 검술 난이도가 너무 높아, 태현도 종종 타이밍을 놓치고 한 번씩 실수를 했지만….

[폭발이 일어나 당신을 휩씁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태현에게 이 정도 실패는 별로 의미가 없다!

태현 뒤에 있던 기억 잃은 사제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들이 이데르고 님의 힘을 쓰는데, 정말 아키서스 교단 사람들입니까?

“멍청하기는! 아키서스 교단 놈들은 남의 힘도 뺏어 쓸 수 있다는 걸 모른단 말이냐! 봐라!”

태현은 화를 내며 이데르고 교단에게서 뺏은 스킬을 사용했다.

-이데르고의 역병 안개!

태현이 이데르고 교단의 권능을 사용하자, 이데르고 교단 NPC들은 기가 막혀서 죽으려고 했다.

저, 저 새끼 저거…!?

-저놈! 저놈 아키서스 교단 놈이다!!!

-아키서스 놈이 아니라면 어느 놈이 감히 이데르고 님의 권능을 훔친단 말이냐!?

뒤늦은 깨달음!

이데르고 교단 NPC들은 아키서스 교단한테 당했다는 분노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태현은 뻔뻔하게 말했다.

“저놈들 봐라. 들켰는데도 끝까지 버티는 저 뻔뻔함을! 아키서스 교단 놈들을 상대할 때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모두 죽더라도 네놈은 살려 보내지 않겠다!!!

[카르바노그가 너무 놀렸다고 다급하게 외칩니다!]

카르바노그가 다급하게 외칠 정도로, 이데르고 교단 NPC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태현이 너무 적대도를 높이 올린 탓에, 태현만 보면 물불 안 가리고 죽이려고 드는 이데르고 교단이었던 것이다.

-내 육신과 영혼을 모두 가져가 주십시오, 이데르고 님!

“이런 사악한 놈들! 아주 하는 짓이 더럽구나!”

태현은 다급하게 외치며 달려들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끊어야 한다!

‘보통 저렇게 자기 희생해서 쓰는 스킬은 사기적인 경우가 많은데…!’

뭐든 간에 내버려 둬서 좋을 게 없었다. 무조건 막아야 했다.

-제가 막겠습니다!

[전투와 스킬들로 인해 이데르고 교단 사제의 기억이 더 많이 되돌아옵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이 늘어납니다!]

-이데르고의 힘을 감히 너희 같은 놈들이 함부로 쓰지 마라!

기억을 잃은 사제는 낭랑하게 외치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이데르고 교단 성기사들은 억울해 죽으려고 들었다.

-후계자님! 정신 차리십시오!

-후계자님!!! 뭐하시는 겁니까! 그 놈 아키서스 놈입니다!!

“저 아키서스 놈들이 우리를 속이려고 하고 있다! 밟아버려!”

서로 아키서스라고 욕하는 미친 싸움!

[카르바노그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온다고 말합니다!]

-이데르고 신앙의 외침, 이데르고의 진실된 기도!

파아아아아앗!

주변에 모이고 있던 강력한 역병의 기운들이, 기억을 잃은 사제한테 모이기 시작했다.

자기를 제물로 바쳐서 이데르고의 힘을 불러내던 성기사들은 경악했다.

-안 돼!!

-막아!

그러거나 말거나 기억을 잃은 사제는 태현을 보며 말했다.

-받으십시오! 저 아키서스 놈들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이데르고의 강력한 힘이 당신에게 모조리 깃듭니다!]

[일시적으로 <이데르고의 불완전한 화신>으로 변합니다!]

[신성 스탯이 증가합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이데르고의 역병 마법이 더욱 강력해집니다!]

파아아아아아앗!

태현의 모습이 역병을 뿜어내는 거대한 그림자로 변했다.

리치 같았지만 어둠의 에너지 대신 역병의 힘을 뿜어내고 있다는 게 달랐다.

[쓸 수 있는 스킬들이 제한됩니다!]

[착용 가능한 장비들이…]

강제로 변신하는 상황은 태현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물론 남이 받을 에너지를 자기가 훔쳐와서 받은 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상대를 약하게 만들었으니까!

-안 돼에에에에에에에!

-후계자님!!!!

비통하게 울부짖는 이데르고 교단 NPC들!

태현은 일단 저들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저 아키서스 놈들을 마저 쓸어버립시다!”

“…와아아아아아! 아키서스 놈들을 박멸하자!”

플레이어들도 열심히 장단을 맞췄다.

아키서스를 토벌하자!

‘검을….’

[현재 검을 들 수 없습니다.]

‘아니 젠장.’

태현은 짜증을 냈다.

검도 못 쓰다니, 뭔 놈의 화신이 이렇게 구려?

‘대부분 마법인가? 쓸 수 있는 스킬이 뭐가 있지?’

-이데르고의 역병 시야!

태현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스킬들을 하나씩 시전했다.

적들이 아직 살아 있는데 스킬 보느라 시간 낭비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데르고의 역병 시야가 시전됩니다.]

[이데르고의 힘으로 인해 마법이 증폭됩니다!]

[……]

콰르르르륵!

태현의 앞으로 짙은 녹색 역병이 닥치더니 나무와 바위를 그대로 녹여 버렸다.

미친 맹독 마법!

“…….”

“…….”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어. 잠깐. 이거 마법 스킬 올릴 수 있는 기회 아닌가?’

태현은 살벌한 마법의 위력을 보며 깨달았다.

마법 스킬 올려야 하는데 마법 스킬의 대부분을 빼앗겨버린 상태라 곤란했었는데….

마침 이데르고 교단 덕분에 기회가 온 것!

“…이데르고의 힘을 받아라! <이데르고의 맹독 창>!”

-크아아악!

-아키서스 놈!! 저주한다!

“<이데르고의 가로스 독>! <이데르고의 카들리루 독>!”

태현은 닥치는 대로 역병과 독을 소환해 가며 주변에 날리기 시작했다.

이데르고의 마법은 역병과 독.

화염과 번개처럼 파괴력이 있지는 않지만, 한 번 맞으면 지독한 디버프를 걸고 끈질기게 발목을 잡는 강력함이 있었다.

이데르고 교단 NPC들은 이런 역병에 대한 저항력이 꽤나 강했지만….

“이데르고의 힘이 끓어오른다! <역병 대폭발>!”

콰콰콰콰콰콰콰쾅!

이데르고 화신의 힘을 빌리고 있는 태현 앞에서는 무용지물!

“모두 쓸어버려라! 아키서스 놈들을 묻어버려!”

-…김태현.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네 직업 까먹은 건 아니지?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악당처럼 소리치는 태현을 보며 귓속말을 했다.

…자기 직업 까먹은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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