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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93화 (1,292/1,826)

§ 나는 될놈이다 1293화

[카르바노그 생각에는 1왕자가 굶주린 혼돈의 힘을 잘못 사용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혼돈의 구체>는 1왕자가 갖고 있던 아이템이 분명했다.

이데르고 교단이 먼저 공격했든, 1왕자가 먼저 공격했든….

어쨌든 1왕자가 <혼돈의 구체>를 꺼냈을 것이고, 그게 잘못되어서 뭔가 폭주한 게 분명했다.

안 그러면 이데르고 교단 NPC의 장비들이 이 주변에 떨어져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설마 1왕자도 여기 왔나?’

[카르바노그가 아마 그럴 거 같다고 추측합니다.]

‘자기가 써놓고 자기가 통제도 못하다니 뭐 그런 멍청한….’

생각하던 태현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아키서스 교단 권능 중에서도 저렇게 통제 불가능한 권능들 있지 않았나?

…남 욕하지 말아야겠다!

“김태현. 여기 지금 위치도 안 잡히는데….”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스크롤이나 아이템을 써서 위치를 파악해보려고 했다.

[위치 파악에 실패했습니다.]

[….]

[….]

아무리 봐도 중앙 대륙이나 그 근처도 아닌 거 같다!

어디까지 날아온 거지?

“그래. 너희들이 불만을 가지는 건 이해한다.”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이 불평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이나 실베드 같은 플레이어들은 별생각 없이 태현만 믿고 따라왔다가 웬 이상한 곳으로 날아온 셈 아닌가.

불만이 있어도 당연한 것!

“어. 별 불만 없는데?”

“…?”

그러나 의외로 다들 반응이 덤덤했다.

아니, 오히려 고마워하는 기색!

“레벨업 많이 해서 고맙다고 하려고 했는데.”

“맞아. 그 혼돈의 구체를 어떻게 잡은 건지는 몰라도 덕분에 레벨업 좀 했네. 고맙다.”

판온 하다 보면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던전 잘못 들어가거나 스크롤 잘못 쓰거나 등등.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레벨업이었다.

어디로 날아가든 레벨업 할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던 것이다.

“혼돈의 구체 거의 건드리지도 못했는데 8레벨 올랐어. 이럴 줄 알았으면 장비 좀 잃더라도 때릴 걸 그랬나?”

“최상위권 랭커들은 이런 식으로 레벨업을 하나 보군. 요즘 레벨업 하기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좀 많이 했는데.”

“김태현이 특이한 거겠지.”

“물론 김태현이 좀 특이한 거긴 하겠지만 레벨 300 넘어가면 진짜 이렇게 레벨업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보통 방법으로는 오르질 않으니.”

“…….”

태현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의 대부분을 태현이 해결했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극히 일부만의 경험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올랐다는 건….

하지만 괜찮다!

‘이제 저런 거에 흔들리지 않는다.’

물론 배가 좀 아프긴 하지만….

태현도 레벨이 무려 220을 넘겼다. 남 부럽… 긴 한데 어쨌든 아주 낮은 레벨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들 불만 없어서 고맙다.”

“…….”

실베드는 불만 좀 말하려다가 말았다.

여기에는 김태현 편만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도 레벨업 좀 했던 것이다.

솔직히 그 상황에서 레벨업을 할 줄은 몰랐는데!

“일단 이 주변을 파악해야 하는데….”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뒤에는 숲이 있고 앞에는 바다가 있었다.

‘여기는 일단 섬인가?’

저 먼 수평선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망망대해 뿐이었다.

‘용용이나 흑흑이 타고 날아오르면… 음. 무리려나.’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일단 날아오르는 건 위험했다.

게다가 판온의 하늘과 바다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온갖 괴수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곳!

‘파악부터 해야겠군.’

“여기 숲 좀 수상한데? 안개가 장난이 아니야.”

“밖에서는 볼 수도 없고.”

“들어갔다가는 상태 이상 걸릴 거 같은 안개인데.”

“안에 들어가도 되긴 하는 건가?”

다행히 여기 있는 건 태현만이 아니었다.

나름 랭커들이 여럿 있는 것!

이들은 태현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 일을 척척척 해냈다.

“잠깐 숲 들어갔다 오겠습니다!”

“어? 그래. 그러면 난 간단한 요새나 만들어야겠다.”

“…?”

숲에 뭐 있나 지도 만들기 위해 들어가려던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멈칫했다.

요새를 혼자서…?

‘아니. 김태현이라면 할 수 있긴 하겠지.’

‘하긴….’

몇 번 같이 해 본 경험이 있는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납득하고 넘어갔다.

실베드는 당연히 납득하지 못했다.

“요새를 만든다고?”

“그래. 1왕자는 물론이고 이데르고 교단 놈들도 여기 와 있을 수 있잖아. 얼마나 와 있을지 모르니까 주변에 함정 좀 깔고 요새 만들어 놓는 게 좋지.”

“그, 그렇긴 한데 여기 대장장이도 없고 일퀘 뛸 플레이어들도 없는데 어떻게 혼자서 만드냐 그걸?”

“그렇군. 네가 도우면 되겠네.”

“…….”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웃음을 참고 숲으로 들어갔다.

고맙다 실베드!

* * *

-가장 위대한 왕이자 세상 모든 것을 지배하실 영원의 왕, 필립 3세를 찬양하라!

-왕 중의 왕! 모든 왕국의 어버이! 고대 제국의 혈통을 이은 자! 왕관을 이어받는 자! 필립 3세께서 나오신다!

“…….”

“…….”

일단 보상 받으려고 갔던 이세연과 다른 일행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본 사이 필립 3세 진영이 미친듯이 화려해졌던 것이다.

못 보던 귀족 NPC들이 우르르 몰려온 데다가, 필립 3세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다들 신나서 아부를 하기 시작한 것!

“지금 이 주변에 일일 퀘스트가 미친 듯이 나오고 있나 봐요.”

이다비가 속삭였다.

[퀘스트, <필립 3세를 찬양할 노래를….>이 추가….]

[퀘스트, <필립 3세를 위한 요리….>가 추가….]

[퀘스트, <필립 3세의 승리를 기념하는….>이 추가….]

필립 3세를 위한 각종 아이템 제작부터 시작해서 축하 이벤트까지!

덕분에 제작 직업들만 신이 나서 찾아오고 있었다.

“…다 좋은데 요리 퀘스트는 참가 안 시키는 게 나을 듯?”

“!”

생각해 보니 필립 3세는 언데드라 대부분의 요리는 안 통할 게 분명했다. 이다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걱정인데….”

“태현 님은 알아서 잘 하시지 않을까요? 들어보니까 일단 마계 같은 곳도 아니고 딱히 페널티 입은 것도 없다고 하셨어요.”

“아니. 김태현 걱정한 거 아닌데요.”

“…….”

이세연은 이다비의 눈빛에 살짝 민망해졌다.

하지만 이세연도 할 말이 있었다.

솔직히 태현은 자기가 알아서 너무 잘 하는 것이다.

-야! 나 갑자기 굶주린 혼돈한테 당해서 이상한 곳으로 날아갔어!

-응. 조심해서 돌아와. 올 때 기념품 하나 갖고 오고.

-그래. 알겠어! 나중에 봐!

…같은 대화가 성립되는 게 둘!

“그러면 뭘 걱정하신 건데요?”

‘왠지 이다비 씨 목소리가 차가워진 것 같아…!’

“필립 3세의 태도가 좀….”

이세연은 필립 3세를 만나는 걸 걱정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언데드는 성격이 괴팍해지게 마련.

필립 3세는 안 그래도 ‘나 폭군 되어간다!’라고 광고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너무 빨리 이겨버렸으니, 오만해진 필립 3세가 뭔 짓을 할지 몰랐다.

그나마 통제 가능한 태현도 이 자리에 없었고….

‘내가 친밀도가 높긴 하지만 김태현처럼 화술 스킬이 높지는 않아. 무슨 상황이 생기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태현은 명성+직업+스킬까지 호감형이라면 이세연은 기본적으로 NPC들한테 적대감을 살 수밖에 없는 포지션!

보상을 받으러 가고 있었지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 * *

-어흐긓그흐긓그흑!

“…….”

“…???”

“미친 거 아닙니까?”

“쉿. 조용히 해.”

필립 3세가 엉엉 울었다.

태현이 1왕자를 상대하고 실종되었다는 보고를 들은 것이다.

그 모습에 류태수는 당황해서 속삭였다.

평소보다 더 무섭다!

-뭐하는 건가? 자네들도 울어야지. 이 일이 슬프지 않단 말인가??

-아, 아니… 으흑흑!

-어흑흑흑!

귀족들은 일단 따라 울었다. 좋은 날이기도 했고, 필립 3세가 다시 왕위를 되찾기도 했고….

무엇보다 필립 3세의 성질머리가 매우 더러워졌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네놈은 왜 안 울지?

-저, 저는 눈물이 안 나와서… 죄송합니다. 폐하.

-아니다. 죄송할 거 없다. 네놈이 울지 않는 이유는 바로 충성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 후레자식 밑에 있다가 눈치 보고 기어 온 귀족 놈들이 많다! 네놈도 그중 하나겠지. 여봐라! 끌고 나가라!

-폐하! 폐하! 울겠습니다! 아키서스 교황을 위해 울 수 있습니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

“…….”

안 울었다는 이유로 귀족 NPC가 그대로 붙잡혀 끌려 나가자 공기가 싸늘해졌다.

‘우, 우리도 울어야 하는 건가?’

‘이다비 씨는 벌써 울고 있는데요?’

-크흑. 정말 슬픈 일이다.

필립 3세는 눈물을 닦고 말했다.

-여기 있는 배신자들과 비열한 쓰레기들과 달리 정말 믿을 수 있는 자였는데….

-…….

-…….

이번에는 옆에 있는 귀족들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옆에 있는데 대놓고 말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자네들 같은 충신들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휴.’

이세연은 안심했다. 태현이 없다고 해서 필립 3세가 미쳐 날뛰거나 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명성이….]

[왕국 내 평판….]

[공적치 포인트….]

[아이템을….]

[아이템을….]

[….]

필립 3세는 닥치는 대로 보상을 퍼주었다.

1왕자도 사라졌고, 다른 왕자들은 지금쯤 도망치고 있었다.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니 이렇게 후하게 퍼주는 것도 당연했다.

“감사합니다! 폐하!”

“감사합니다!”

일행은 재빨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필립 3세의 성격이 좀 이상하면 어떻단 말인가.

이렇게 많이 퍼주면 좀 이상해도 된다!

-이번 일에서 모험가들이 세운 공이 크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그들을 위해 내 <고대 제국 대학>의 문을 개방하겠다!

“…?!”

<고대 제국 대학의 비밀-고대 제국 대학 퀘스트>

고대 제국 시절의 대학은 모든 직업의 비밀들이 잠들어 있는 배움의 요람이다.

에랑스 왕국의 왕, 필립 3세는 봉인되어 있던 건물의 문을 열고 모험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안에 들어가 자신의 직업이 갖고 있는 비전 스킬들을 찾아내라!

보상:?, ???, ????

[<고대 제국 대학>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에랑스 왕국에 <고대 제국 대학>이 추가됩니다.]

이 자리에 있는 플레이어들뿐만 아니라 왕국 전체에 나오는 메시지창!

모두가 갑작스러운 메시지창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기 있는 모험가들에게 먼저 입장할 수 있도록 특권을 부여하겠다.

“감… 감사합니다!”

이세연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정말 특혜였던 것이다.

새로 열리는 맵에 먼저 들어갈 수 있다니!

-그리고 아키서스의 교황을 찾아오는 자에게도 먼저 입장할 수 있도록 특권을 부여하겠다.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교황을….>]

-그리고….

“?”

필립 3세가 이세연만 가까이 오라고 하자 이세연은 의아해했다.

뭘 하려는 거지?

-네크로맨서. 언데드의 몸으로 왕관과 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하라.

“…….”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필립 3세의 저주를….]

아…!

언데드는 착용이 불가능한가 보구나…!

* * *

‘오. 필립 3세가 뒤통수를 치지는 않았군.’

소식을 들은 태현은 안도했다. 필립 3세가 그래도 좀 양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외딴 섬의 비밀 요새>를 완성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정체불명의 섬에서 가진 세력이 조금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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