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84화
[<이데르고의 역병 창조>의 쿨타임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
[<이데르고의 역병 창조>의 쿨타임이 아직…]
태현은 더 만들려고 했지만, <이데르고의 역병 창조>는 권능 스킬답게 쿨타임이 길었다.
[역병을 흡수할수록 쿨타임이 줄어듭니다!]
[주변의 역병이 강해질수록…]
‘됐어. 안 쓰고 말지.’
태현은 냉정했다.
이데르고가 알면 눈물을 흘렸을 정도의 냉정함이었다.
이데르고의 힘에 취해서 타락하는 모습 따위는 정말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 태현!
[<이데르고의 역병 항아리>가 파괴되었습니다.]
[이데르고의 화신이 강림하기까지 그 시간이 늦춰집니다!]
[……]
[……]
‘아하. 이 역병 항아리가….’
태현은 바로 눈치를 챘다.
이데르고 교단 놈들이 뭔가 영차영차 하면서 열심히 의식을 준비하는 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뭘 준비하나 싶었는데, 이 역병 항아리가 그 준비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역병 항아리를 찾아서 파괴해야 의식이 늦춰지는 건가? 골치 아픈데.’
까놓고 말해서 이데르고 교단의 비밀 신전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었다.
태현이 <신의 예지>로 찾는다고 해도 좀 가까이 가서 스킬을 써야 효율이 나오지, 무작정 <신의 예지>를 쓰면 위치 찾기도 전에 MP가 다 닳아버릴 터.
“으음. 도동수를 괜히 잡았나?”
“도동수가 정말 잘못했네요. 그러게 왜 그렇게 쉽게 죽어서….”
“그치? 도동수가 잘못했네. 그 자식은 왜 그렇게 빨리 죽어서.”
태현과 이다비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세연은 귀를 의심했다.
아니….
물론 그녀도 도동수를 대회 때의 원한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도동수 잘못이 아니지 않아?!
-국왕 폐하 만세!
-국왕 폐하 만세!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국왕 폐하!
[토벌을 성공적으로 완성했습니다!]
[귀족들의 불만도가 크게 내려갑니다!]
[귀족들의 충성이 올라갑니다!]
[소문을 들은 다른 귀족들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메시지창들이 여럿 나오자 플레이어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확실히 태현의 이름을 믿고 필립 3세 밑으로 온 보람이 있었다.
전형적으로 뭔가 잘 되어가는 진영의 분위기!
나오는 퀘스트들은 성공하고, NPC들의 표정은 밝고, 보상은 후하고….
“사실 여기 오기 전에는 에랑스 왕국 내전에 끼지 말라는 말 많이 들어서 고민했거든? 김태현 이름 보고 왔는데 생각보다 괜찮네!”
“맞아. 괜히 걱정했다니까.”
“괜히 1왕자 쪽에 먼저 들어갔다가는 큰일 날 뻔했네. 지금 1왕자 쪽에 들어갔던 놈들은 잡혀 있다면서?”
1왕자 쪽 퀘스트도 워낙 플레이어들이 많다 보니 어느 정도 공유가 되고 있었다.
그쪽 분위기는 최악!
‘흠. 상황은 좋긴 한데 이렇게 되면 1왕자와 더 빨리 붙을 수도 있겠는데.’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필립 3세가 언데드, 아니 이데르고 교단하고 손잡았다는 의심을 풀어낸 건 좋았다.
문제는 이런 식이면 초조해진 1왕자 쪽이 더 빠르게 공격해 올 수도 있다는 것!
1왕자가 데리고 있는 기사단부터 마법사들까지 생각해 봤을 때, 한 번 움직이면 번개처럼 들이닥칠 이들이었다.
생각보다 여유가 별로 없었다.
‘조심해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바로 대비에 들어가야 하나?’
이데르고 교단도 더 토벌하고 싶은데, 더 토벌하기에는 1왕자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1왕자 공격에 대비하려고 하면 이데르고 교단이 좀 신경 쓰이고….
[카르바노그가 이데르고 교단 그냥 럭키 사디크 같으니 무시하자고 말합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지. …아니지?’
그렇게 고민하던 태현에게 새로운 정보가 도착했다.
“태현 님. 1왕자가 사라졌대요!”
“뭐?!”
* * *
“그러게 이 자식아 너 때문에! 너 때문에!”
“그게 왜 나 때문이냐!”
“이놈이 1왕자 좋다고 영상에서 광고한 것 때문이다! 이놈을 매달아라!”
1왕자 진영에 갇힌 플레이어들은 자기들끼리 헐뜯고 있었다.
미국인 랭커, 실베드가 그 타깃이 되었다.
에랑스 왕국 군단장 직위까지 받아가면서 열심히 퀘스트를 했던 플레이어!
물론 도중에 지나가던 태현한테 시비 걸었다가 두들겨 맞고 로그아웃까지 당했던 아픈 기억도 있었다.
하지만 실베드는 다시 일어났다.
공적치 포인트를 써서 1왕자 쪽으로 갈아탄 것이다.
-1왕자에게 미래가 있다, 판온 플레이어들! 1왕자한테 와라! 오스턴 왕국 점령하면 영주도 꿈이 아니다!
그 영상을 보고 솔깃해서 온 플레이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랭커들도.
“이것들이… 어디 한번 와봐라! PK 해보자!”
“해보라면 못할 줄 알았냐?”
“너만 랭커냐? 우리도 랭커다!”
강하게 나오면 상대들도 좀 멈출 줄 알았는데, 상대들이 오히려 더 사납게 나오자 실베드는 살짝 쫄았다.
“…이, 이봐. 진정하라고. 이럴 힘이 있으면 탈출 퀘스트나 해보는 게….”
“너부터 밟고!”
“여러분! 저 실베드가 입은 장비를 보십시오! 저 번쩍이는 비싼 장비, 저 장비가 어디서 났겠습니까?”
플레이어들 사이에 있던 랭커 한 명이 실베드를 가리키며 외쳤다.
“어디서 났냐니 내 직업 퀘스트 하면서 얻….”
“방송으로 얻은 더러운 돈으로 산 장비가 분명합니다!”
“뭔 개소리….”
“저 아름다운 황금 갑옷은 일천 플레이어의 피고! 저 옥색 방패는 일만 플레이어의 기름!”
“너 뭐하는 새끼야!?”
알지도 못하는 플레이어가 유언비어를 퍼뜨리자 실베드는 분노했다.
물론 실베드가 빨리 퀘스트 깨기 위해 플레이어들 부려먹으려고 이것저것 광고하고 부르긴 했다.
하지만 이게 판온 아닌가!
자기들도 선택한 거면서 이제 와서 나한테만 그래!
“큰도끼전사 님을 모욕하다니!”
“파워 워리어 출신 큰도끼전사 님을 모욕하지 마라!”
“파, 파워 워리어? 어쩐지….”
길드 이름을 들으니 어쩐지 납득이 가는 행동!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실수였다.
“파워 워리어를 모욕해? 감히?”
“여러분! 저 실베드 놈은 심심하면 몰래 뒤에서 PK를 하고 동료 랭커를 욕하는 놈입니다!”
“아, 아니 어떻게 알았지?”
무심코 던진 말에 움찔하는 실베드!
“밟고 아이템을 뺏자!”
-이게 무슨 짓들이냐!
NPC들이 달려오자 실베드는 안도했다.
도망치지 못하게 막기는 해도 이럴 때 NPC들만큼 든든한 게 없었다.
“헤헤. 부관님. 여기 뇌물이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못 봤다!
“?!?!?”
큰도끼전사는 파워 워리어 출신답게 머리를 쓸 줄 알았다.
NPC가 올 걸 대비해서 뇌물까지 준비해 놓은 것!
태현이 퀘스트를 하는 걸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 것이다.
“역시 큰도끼전사 님…! 파워 워리어 출신다우십니다!”
“이번에 들어보니 그, 노쓰 코리아였나? 김태현 나라 국대로 뽑히셨다고!”
“미친놈아 노쓰가 아니라 싸우쓰야!”
“어쨌든 김태현 선수와 같은 팀인 거 아닙니까! 역시 대단하십니다!”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꼈는지 큰도끼전사를 찬양했다.
파워 워리어 출신답게 주변 사람들 현혹시키는 기술이 상당했던 것이다.
실베드는 속으로 파워 워리어를 욕했다.
‘두고 보자!’
“1왕자가 사라졌답니다!”
“뭐?”
“무슨 소리야?”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전부 당황해했다.
“지금 1왕자와 1왕자를 모시고 있던 호위들이 전부 사라졌다고….”
“헛소문 아냐?”
“지금 제 친구가 도적인데 천막 앞까지 은신해서 갔다 왔습니다. 정말 텅 비었대요!”
충격적인 소식에 플레이어들은 수군거렸다.
자신한테 쏠렸던 관심이 사라지자 실베드는 안도했다.
하지만 큰도끼전사는 냉정했다.
“일단 쟤는 붙잡자.”
“예! 큰도끼전사 님!”
“안 돼! 안 돼! 큰도끼전사! 타협하자! 타협! 1왕자가 사라졌다잖아! 탈출할 수 있는 기회다!”
“일단 너부터 잡고.”
파워 워리어의 규모가 커지고, 파워 워리어 출신 랭커들도 제법 여러 명이 나오고 있었다.
외부 랭커가 파워 워리어에 속아서 가입한 게 아니라, 정말 파워 워리어 초창기부터 있던 길드원들이 성장해서 랭커가 된 것!
이런 이들의 특징은 대부분 비슷했다.
…플레이 롤모델이 김태현!
“정보! 진짜 대단한 정보 알려줄게!”
“10초 안에 3줄 요약으로 말 안 하면 바로 잡는다. 10, 3, 1….”
* * *
“1왕자가 사라졌다니. 대체 뭐지?”
태현 일행도 당황스러운 소식에 수군거리고 있었다.
“굶주린 혼돈과 계약했었지? 놈에게 끌려갔을지도 모르겠어.”
“지금 상황이 불리하다고 생각해서 도망친 걸지도 몰라요.”
“아니면 아예 이데르고 교단 같은 쪽에 납치당한 걸 수도….”
[카르바노그가 이데르고 교단 주제에 그게 가능하겠냐고 비웃…]
“좋은 일이긴 한데 이유를 모르니까 괜히 찜찜하네. 일단 1왕자 진영 쪽 가서 탐색 좀 해볼까?”
“남아 있는 아이템 있으면 챙기고요?”
“바로 그거지.”
죽이 착착 맞는 대화에 이세연은 감탄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약탈 전문가 듀오!
[퀘스트, <1왕자에게 붙잡힌 모험가들을 구출…]
[퀘스트를 성공할 경우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퀘스트를 성공할 경우…]
“아. 맞다. 플레이어들도 있었지? 겸사겸사 구해주면 되겠군.”
“난 네가 판온 2에서 이미지 좋은 게 너무 신기해….”
이세연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태현의 뒤를 쫓았다.
* * *
노드란체 지하 도시!
고대 제국의 도시가 그대로 남아 있는, 매우 귀한 곳이었다.
…물론 오래된 만큼 대부분의 시설은 고장 나서 잘 돌아가지도 않았지만….
-아, 아니! 이렇게 많은 모험가가!
-지금 장사를 하지 않으면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오크들을 불러! 일꾼이 필요해!
-고블린 장인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빨리 모여!
노드란체의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노드란체에는 F4가 있다’고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다.
뱀파이어, 고블린, 오크, 거인!
일부러 모으려고 해도 모으기 힘든 종족들이었다.
그나마 이 종족들이 있어서 척박하고 추운 노드란체가 좀 개척이 되어가고 있긴 했지만….
동시에 노드란체에 사람들이 적게 오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고블린 요리 식당>이 영지에 새로 생겼습니다! 모험가들은 여기서 식사를 즐길 수 있…]
[<오크 전사의 장신구 상점>이 영지에 새로 생겼습니다! 아이템이 새로 추가됩니다!]
[영지에 엘프들이 올 확률이 내려갑니다!]
[영지에 인간들이 올 확률이 내려갑니다!]
[……]
[……]
열심히 뭔가 하면 할수록 멀쩡한 종족들은 안 오게 되는 악순환!
이제 노드란체가 믿을 건 플레이어들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오다니!
“크흑… 충성충성충성…!”
케인은 태현의 은혜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사람들을 노드란체로 끌고 와 줄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던 것이다.
“역시 김태현 선수는 대단하군요. 이런 동원력이라니.”
“그렇죠?”
“이번 선수 선발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이 많은데, 혹시 케인 선수도 참가하게 되는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세요? 하하. 감독님. 저는 신청도 안 했는데요.”
케인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케인은 이미 프로 선수였다. 저런 프로가 되기 위한 선발에 참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 그런 뜻이 아니라… 여기 온 이상 저 지하에 있는 탑을 깰 거 같은데. 그게 난이도가 있다 보니까 케인 선수 같은 프로 선수가 있으면 불러서 시범을 보려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
감독의 소름 끼치는 예측에 케인은 깜짝 놀랐다.
너….
너무 그럴듯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