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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80화 (1,279/1,826)

§ 나는 될놈이다 1280화

-멈춰라! 멈춰! 이 무엄한 모험가 놈들 같으니!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해라!

1왕자 쪽 NPC들은 당황해서 플레이어들을 붙잡으려고 했다.

-저건 속임수다! 국왕께서는 협박받고 계신 거란 말이다!

“그게 더 좋은 거야!”

“얼마나 능력이 있으면 국왕을 납치해서 협박하고 다니겠어!”

-…이런 미친 모험가 놈들!

물론 플레이어들한테는 별 소용이 없었다.

그걸 깨달은 NPC들은 다른 대응을 시도했다.

[1왕자의 부하들이 도망치는 이들을 붙잡습니다!]

[들킬 경우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

[현상금이 걸릴 수…]

-도망치는 놈은 베겠다!

-도망치지 마라! 얌전히 있지 못할까!

“아… 아니. 이게 뭐야!”

“처음 말과 다르잖아!”

잘나갈 때는 ‘네깟 모험가 놈이 왕자님의 진영에 들어오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라!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면 쫓아내겠다!’ 하고 거만하게 굴던 NPC들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빠져나가면 공격한다!’라고 협박을 하다니.

사기잖아!

“설마 공격하겠어? 난 간다.”

“야. 메시지창이 떴는데….”

콰콰콰쾅!

그러자 기사들이 바로 도주하려던 플레이어를 공격했다.

레벨 7, 800 넘는 기사들이 그대로 돌격해서 박아버리자 어마어마한 데미지와 함께 로그아웃!

“…….”

“…….”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말은 저렇게 해도 정말 공격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니, 공격을 하더라도 최소한 경고 몇 번은 하고서 할 줄 알았는데….

-도망치면 베겠다!

-도망치는 모험가는 죽인다!

“뭐 이런 막 나가는 놈들이….”

“두고 보자. 반드시 도망쳐준다!”

“진영에서 아이템 훔쳐서 튄다!”

원래 사람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게 되기 마련.

안 그래도 고민하던 와중에 저렇게 공격까지 해대니 플레이어들은 단단히 분노했다.

-1왕자 진영에 있는데 구출하러 올 사람 구함.

-1왕자 진영에 있는데 같이 탈출할 사람?

-1왕자 진영에 불 지르면 어떻게 되냐??

-난 그냥 김태현한테 연락해서 여기 폭탄 좀 터뜨려달라고 해야겠다.

온갖 흉흉한 퀘스트들이 1왕자 진영 안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알지 못했다.

필립 3세가 있는 곳도 여기 만만치 않게 흉흉하다는 것을!

* * *

-너 이놈의 새끼! 당장 안 튀어나와?!

-주, 주인님께서는 오스턴 왕국으로 군대를 이끌고 가셔서 안 계십니다!

영주가 군대를 이끄느라 자리에 없자 시종장이 나와서 굽신거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필립 3세는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뭘 말입니까?”

-내가 보기에 저놈의 마음에는 악마가 있어!

“???”

태현은 필립 3세가 뭔 개소리를 하나 싶었다.

마음에 악마가 있다니.

악마는 아키서스 포병대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게 악마 아닌가?

“이세연. 왜 저러는 거야?”

“원래 사람이 언데드가 되어서 일어나면 좀 이상해진다고 했잖아….”

하지만 이세연도 놀란 건 사실이었다.

필립 3세가 좀 많이 또라이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만히 귀족들의 마음을 보았어. 그런데 이 왕국 귀족들의 머릿속에는 악마들이 가득 차 있는 거 같아! 악마 말이야!

“흠. 확실히 제가 지나갈 때 1왕자가 명령했다고 귀족 놈들이 쫓아낸 거 보면 아주 근거가 없는 건 아닌 듯한….”

-그렇지!

그걸 받아주는 태현의 모습에 일행은 황당해했다.

-뭐해?!

-아니. 그러면 옆에서 아니라고 해?

-…그건 그렇지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뒷감당은 뭐 내가 할 거 아니니까.

태현이 호응해 주자 필립 3세는 더욱더 신이 난 거 같았다.

-내 생각에, 내가 죽은 이유도 다 이 귀족 놈들의 머릿속에 악마들이 가득 차 있어서야! 내가 생전에 중독되었던 일을 기억하는가?

“물론입니다. 아주 사악한 일이었죠.”

-귀족 놈들이 악마들과 손을 잡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겠나!

“매우 논리적인 이야기입니다.”

-내가 생전에 귀족 놈들을 전부 다 때려잡고 철혈의 왕좌를 완성했어야 했는데…!

필립 3세가 있지도 않은 귀족들의 악마내통설을 주장하기 시작하자, 찾아온 귀족 NPC들은 슬슬 불안해했다.

분위기가… 뭔가… 좀 이상한데?

-아, 아닙니다. 폐하. 저희의 충성심을 의심하지 말아주십시오!

-저희는 한 번도 폐하를 배신한 적이 없습니다!

-악마랑 결탁하다니요!

-콜록, 콜록.

-누구인가?

-???

-지금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

-…!

긴장 때문에 기침한 귀족 NPC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머릿속에 악마가 있지 않으면 이런 상황에서 기침을 할 리가 없겠지??

[카르바노그가 필립 3세의 논리력에 감동합니다!]

카르바노그 교단에도 저런 화끈한 논리를 좀 갖고 와야 하는데….

-폐하! 폐하! 살려주십시오!

-걱정하지 마라. 널 죽일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나와 같은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주마!

나와 같은 불멸의 존재라면….

언데드잖아!

한마디로 죽인다는 소리였다.

-성하. 성하!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맞습니다. 왕께서는 그래도 교황님의 말은 듣지 않습니까!

귀족들은 간절하게 태현에게 호소했다.

필립 3세가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따라왔을 때만 해도 국왕이 이렇게 미쳐 날뛰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필립 3세는 상태가 심각했다.

왕자들에게 배신당한 충격 때문인지 사람의 성격 자체가 변한 것이다.

귀족들의 말은 들어주지도 않고, 그나마 들어주는 건 저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 정도!

“아니. 내가 에랑스 왕국 지나갈 때 왕자들한테 명령 받았다고 쫓아낸 여러분들. 뭐라고 하셨습니까?”

-…….

-…….

그러나 태현은 원한을 잊지 않고 있었다.

왕자들이 출입금지명령 때린 덕분에 쫓겨난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던 태현!

-그… 그건 왕자 전하께서 명령하신 것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소.

“그러면 나도 뭐 어쩔 수 없고… 내가 나름 아탈리 왕국 국왕인데 출입 금지 당한 건 좀 충격이었지.”

-아, 아니. 교황 성하. 이러지 말고 원하는 걸 말해보시오.

-맞소. 내가 평소에 아키서스를 좀 믿는데 이러지 마시오.

오죽 급했으면 믿지도 않는 아키서스를 믿는다고 할까!

[퀘스트 <에랑스 왕국의 귀족들을…>]

[수락할 경우 명성이 오릅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에이. 평소에는 잘 믿지도 않으면서….”

-제발! 제발!

귀족들을 한껏 애태운 태현은 그제야 나섰다.

“폐하. 잘 보시면 저 귀족은 그냥 목이 말라서 기침을 한 거지 딱히 머릿속에 악마가 있어서 그런 기침을 한 게 아닙니다.”

-그걸 어떻게 아나?

“제가 밖에 가둬둔 악마들을 고문해서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아키서스 포병대의 악마들을 당당하게 팔아먹는 태현!

그 당당한 주장에 필립 3세는 감탄했다.

-역시 자네는 내 오른팔이다!

“감사합니다, 폐하.”

-좋다. 오늘은 넘어가 주겠다. 하지만 앞으로 조금이라도 불충한 모습을 보이면 너희 모두 다 머릿속에 악마가 있다고 생각하겠다!

[필립 3세가 천막 안으로 들어갑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공포가…]

[에랑스 왕국 전역의 치안이 내려갑…]

-국왕 폐하께서 대체 왜 저러시는 겁니까?

-배신 당한 충격 때문인가?

* * *

<피를 가져와라-에랑스 왕국 국왕 퀘스트>

에랑스 왕국의 정당한 국왕, 필립 3세께서는 적들의 피로 목욕을 하고 싶어하신다.

왕자들의 수하를 쓰러뜨리고 피를 잔뜩 담아와라!

보상: ?, ???, ???

<죽음의 기운이 담긴 사령석-에랑스 왕국 국왕 퀘스트>

에랑스 왕국의 정당한 국왕, 필립 3세께서는 아주 강력한 사령석들을 원하신다.

최상급 이상의 사령석을 100개 이상 모아와라!

보상: ?, ???

[퀘스트 <파괴와 혼돈>…]

[퀘스트 <죽음을 향한 공양>…]

[……]

“어… 퀘스트가 너무….”

“화끈한 거 아니야?”

“이거 무조건 악명 올라갈 거 같은 퀘스트인데…?”

필립 3세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역시 왕자보다는 왕이지!’ 하며 달려왔던 플레이어들은 당황해했다.

퀘스트 내용이 좀 이상했던 것이다.

좀… 악당 같은데?

“국왕이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만나본 적은 없는데 꽤 착하다고 들었는데….”

“멍청한 놈들아. 자식들이 배신 때려서 그런 거야. 얼마나 화가 났겠어.”

“그런가?”

플레이어들은 의아해했지만 일단 퀘스트들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퀘스트가 나오면 일단 깨고 보는 슬픈 플레이어들의 습성!

“1왕자는 뭐하고 있대?”

“지금 그쪽 플레이어들이 올리는 거 보고 있는데, 플레이어들이나 NPC들 모두 도망 못 치게 막고서 이쪽으로 오고 있나 봐요.”

1왕자 입장에서는 오래 끌어서 좋을 게 없는 일이었다.

국왕과 태현을 내버려 두면 계속 에랑스 왕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분탕질을 쳐댈 것 아닌가!

‘1왕자는 국왕을 공격한 패륜아다!’하고 다니기만 해도 귀족들이 얼마나 반응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1왕자로서는 최대한 빨리 태현을 공격하고 국왕을 붙잡아서 손에 넣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 지금 싸우면 이길 수 있어?”

“힘들지 않을까?”

태현은 냉정했다.

지금 돌아다니던 곳의 귀족들이 자기들 기사단이나 병사들 이끌고 국왕한테 합류했지만(그리고 나서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왕국 귀족들 군대+아키서스 포병대+거기에 새로 모여든 플레이어들.

숫자는 제법 많았지만 문제는 상대가 1왕자라는 점이었다.

에랑스 왕국에서 강력한 기사단이나 마법사들은 다 챙겨 갖고 나온 1왕자!

숫자가 비슷하더라도 질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 정면으로 부딪혔다가는 그냥 녹아내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면?”

“싸우기 좋은 곳으로 이동해야지.”

에랑스 왕국은 넓었고 아직 개척 안 된 곳들도 많았다.

그런 곳들 중에는 플레이어들의 발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곳들도 있었다.

태현의 계획은 간단했다.

수비하기 좋은 곳으로 이동한다→버틴다→또 버틴다→1왕자 쪽 진영은 점점 약해진다→기회를 봐서 1왕자 레이드!

“나쁘지 않은 계획 같은데….”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만 흘러가면 괜찮아 보이는 계획이었다.

“어디로 갈 생각이야?”

“그건 지금부터 의견 듣고 정해야지.”

그런데 의외로 여기서 의견이 갈렸다.

여기 모인 일행들은 나름 판온의 랭커들.

어디가 좋은지 다 각자의 의견이 있었던 것이다.

“김태현 선수. 제가 예전에 초보자 시절에 갔던 특이한 지하 던전이 있습니다. 엄청나게 넓은 곳인데 고대 유적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여기로 끌어들이면 싸우기 좋을 겁니다.”

“류태수의 의견은 나쁘지는 않지만 위험해. 지하 던전 같은 곳은 빠져나갈 곳이 마땅치가 않잖아. 싸우다가 몰리기라도 하면 위험하고, 게다가 바깥에 비해 피하기도 힘들어. 나는 숲을 추천해. <죽은 자들이 속삭이는 숲>이란 곳인데….”

“이세연 씨는 지금 자기 활약할 곳 고르려고 저러는 겁니다!”

“뭐? 너 죽을래?”

이세연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류태수의 유치한 우기기는 의외로 반박하기 힘들었다.

확실히 저기가 네크로맨서한테 좋은 곳이긴 했으니까!

“흠. 둘 다 고민해 보지. 이다비. 이다비는 생각한 곳 있어?”

“음. 있긴 한데 좀 부끄러워서요….”

“에이. 괜찮아. 편하게 말해봐.”

이다비가 머뭇거리자 다른 사람들도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뭐 얼마나 이상한 곳을 골랐을까!

이다비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아마 그냥 수줍어서 저러는 모양이었다.

“전 에랑스 왕국 왕궁이 좋아 보이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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