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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79화 (1,278/1,826)

§ 나는 될놈이다 1279화

하지만 필립 3세는 태현의 그런 적극적인 주장이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맞는 말이다! 자식들을 죽이러 가야지! 지금 당장!

“국왕 폐하. 자식들의 약점은 기억하고 있겠죠? 그건 잊으시면 안 됩니다.”

-날 뭘로 보는 것이냐?

[죽음의 군주, 필립 3세가 당신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합니다!]

[친밀도가 오릅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왜 악명이 오르지?”

“언데드 소환 같이하고 친해졌으니까 오르지….”

이세연은 태현을 딱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세연이야 네크로맨서였고 악명 스탯이 매우 친숙했지만, 태현은 교단 쪽 직업.

악명 스탯 올라서 좋을 게 없는 것이다.

“뭐 별 상관없지. 이제 와서 좀 올라봤자.”

“…좀?!”

그게 조금이라고!?

-잠깐. 자식 놈들의 모가지를 따버리기 전에 물어봐야 할 게 있다.

“뭡니까?”

-자네의 신분이 어떻게 되지?

“…….”

태현은 멈칫했다.

평범한 질문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시험의 느낌이 났던 것이다.

‘뭐지?’

-혹시 에랑스 왕국의 귀족인가? 내 왕국을 이어받으려는 흑심을 품고 있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아탈리 왕국 사람인 데다가 교단의 교황입니다. 폐하를 도와드리는 건 아주 순수한 신앙심 때문입니다.”

태현은 매우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거의 사실이긴 했다.

정말로 에랑스 왕국에는 별 관심 없었으니까!

‘아탈리 왕국도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그게 사실이렷다? 에랑스 왕국은 내 왕국이다. 절대 다른 놈들에게 물려줄 수 없어!

“맞는 말씀이십니다.”

동의해 주던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돌아가셨잖습니까?”

-그러니 더 좋지. 다시 죽지 않을 테니 영원히 통치할 수 있지 않나.

“…!”

-좋다! 자네의 충심을 알았으니, 내 다시 왕좌에 앉으면 자네를 아주 중히 쓰겠다!

<영원히 통치하는 국왕 폐하-에랑스 왕국 죽음의 군주 퀘스트>

사악한 네크로맨서가 신성한 국왕 폐하를 일으켜 세웠다!

현명하고 지혜롭던 왕 필립 3세였지만, 그 필립 3세는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지금 있는 건 난폭한 죽음의 군주, 필립 3세다.

그 필립 3세는 사악하고 음험한 힘을 드러내며 당신을 유혹하고 있다.

그를 도와 에랑스 왕국의 왕좌에 앉힌다면 그는 당신을 오른팔로 삼으리라!

보상: ?, ???, ???

“…스카우트 당했는데?”

“대체 초면에 얼마나 호감을 산 거야…?”

이세연은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국왕을 일으킨 이세연도 지금 딱히 별로 친한 상태가 아니었는데, 태현은 벌써 스카우트 당하고 있었다.

죽음의 군주 옆, 오른팔의 자리!

“할 생각은 아니지?”

이세연은 태현을 보며 말했다.

네크로맨서인 그녀가 할 소리는 아니긴 했지만, 언데드는 통치자 하기 좋은 종족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성질이 난폭하고 괴팍하고 비열하고 음험한 것이다.

아무리 성군이었던 사람이라도 언데드로 돌아온 이상에는 폭군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 근데 1왕자 잡으면 퀘스트 깨는 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1왕자를 잡으면 국왕은 당연히 빈 왕좌에 앉아 귀족들을 부르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태현이 ‘앉지 마시죠?’ 해도 ‘미쳤냐?’라고 반응할 게 분명!

“하지만 저 언데드가 왕이 되면 에랑스 왕국은 혼란스러워질 텐데?”

“이미 혼란스럽잖아.”

“하긴 그것도 그러네. 깨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세연 씨?!”

옆에서 듣고 있던 이다비가 당황했다.

이세연이 말려주는 줄 알고 가만히 있었는데…!

“나쁜 퀘스트는 아니지 않나요? 물론 악명은 좀 오르고 평판은 내려갈 수 있겠지만 경험치와 보상도 많이 나올 것 같고요.”

네크로맨서인 이상 평판이나 악명 같은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 대륙이 혼란스러운데 에랑스 왕국 같은 곳에 언데드 같은 믿을 수 없는 종족을 앉혀놓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은데요….”

“괜찮아. 이다비.”

“무슨 방법이라도 생각해 놓은 게 있으신 건가요?”

“아니. 그런 건 없고. 만약에 미쳐 날뛰면 그냥 오스턴 왕국을 제물로 바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

* * *

“우리는 에랑스 왕국으로 갈 거다.”

“에랑스 왕국!”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그 말에 놀라지 않았다.

에랑스 왕국은 어마어마하게 넓은 왕국이었고, 가장 많은 플레이어들이 있는 왕국인데도 아직도 깨지 못한 던전들, 발견되지 않은 곳들이 수두룩했다.

그런 곳이니만큼 태현이 보스 몬스터나 던전을 찾았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에랑스 왕국에는 좋은 던전이 많지.’

‘김태현이 찾을 정도면 보통 던전이 아닐 텐데, 그런 걸 알려주는 건가?’

‘하긴 김태현이 이런 부분에서는 통이 크니까….’

태현이 사람을 정말 쥐어짜듯이 몰아붙이는 잔학무도한 미친 노예감독관이긴 했지만….

-잔학무도한 미친 노예감독관이라니. 그런 말은 어디서 떠올린 거냐?

-케인 놈이 그러던데?

…적어도 보상을 혼자 챙기거나 파티원들을 배신하지는 않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을 쫓아내고 독점하는 대형 길드와는 비교되는 장점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욕심을 깔끔하게 버리는 건 최상위권 랭커들도 힘든 일이었지만, 태현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인기의 이유!

“그리고 가기 전에 소개할 NPC가 하나 있다.”

“아키서스 교단 NPC인가?”

“아마 골짜기에 있는 제작 관련 NPC 아닐까 싶은데.”

“아니. 김태현이 데리고 다니는 아키서스 포병대 NPC겠지.”

태현은 너무 유명해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도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태현이 말하기도 전에 그럴듯한 추측을 쏟아내는 길드원들!

“…에랑스 왕국의 정당한 국왕 폐하시다.”

“??????”

“????????????”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생각지도 못한 NPC 등장에 당황했다.

어… 어??

“혹시 아키서스 교단에 그런 사기꾼 NPC 있는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국왕을 사칭할까….”

“김태현이라면 할 법한데.”

“다 들리거든?”

태현은 정색했다.

이 자식들이 아키서스 교단을 뭘로 보고….

[에랑스 왕국의 국왕, 필립 3세가 나타납니다!]

[<느부캇네살의 흑마법>으로 인해 필립 3세의 힘이 증가합니다!]

[필립 3세의 정체가 들킬 확률이 줄어듭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로 인해 변장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필립 3세의 정체가…]

“괜찮지?”

“아직은 괜찮은 거 같아요.”

태현은 이다비와 소곤거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필립 3세가 언데드라는 걸 들키지 않는 거였다.

필립 3세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되면 1왕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봐라!! 저 아키서스 교단의 사악한 교황 놈이 아버지를 죽였다! 아키서스 교단은 역시 믿어서는 안 될 사악한 놈들이다!

들키더라도 1왕자한테 떠넘긴 다음에 들켜야 하는 법.

그러기 위해 태현은 이런저런 준비를 했다.

흑마법 버프에 변장은 물론이고 필립 3세를 위한 전용 마차까지 만들었다.

[<국왕을 위한 가벼운 마차>를 만들었습니다!]

[사용한 재료가 좋지 않습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들킬 경우 필립 3세가 분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마차 만드는 데 고급 재료를 쓰진 않았다.

태현의 스킬 정도면 재료 좀 빼먹고 속에 비워서 만들어도 잘 굴러가는 마차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필립 3세가 알면 무엄한 짓에 분노하겠지만….

어쨌든 필립 3세는 마차 안에 있었고, 계속 안에만 있으면 들킬 가능성은 확 줄었다.

게다가 마차 주변을 지키는 건 아키서스 포병대!

살벌한 라인업으로 구성된 아키서스 포병대는 대마법사 수준의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까지 동원되어서 철통으로 지키고 있었으니….

“그런데 지금 에랑스 왕국 국왕이 왜 여기 있는 거지?”

“그러게…?”

길드원들도 에랑스 왕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알고 있었다.

왕자들끼리 싸우고 있는 치열한 내전 상태!

국왕이 사라져서 그렇게 된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자! 출발한다!”

준비를 끝낸 태현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오래 생각하게 둬서 좋을 게 없었으니까!

그 탓에 길드원들은 국왕이 왜 여기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 * *

-폐하! 이런 누추한 곳에 오시다니! 무슨 일이십니까!?

-1왕자 놈은 아주 죽일 놈의 새끼다! 1왕자 놈을 죽여와! 놈의 목을 잘라서 갖고 오란 읍읍!

“하하. 폐하께서 좀 흥분하신 모양입니다.”

태현은 뒤로 손짓했다. 그러자 거인들이 마차의 창문을 닫고 국왕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지금 태현 일행은 에랑스 왕국을 닥치는 대로 돌면서 국왕의 얼굴을 팔고 다니는 중이었다.

1왕자나 다른 왕자들을 지지 못하게 하고, 인기를 떨어뜨리려는 생각!

…문제는 국왕이 상당히 화가 많이 난 상태라는 점이었다.

귀족들한테 말도 하기 전에 바로 왕자들 목을 잘라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화끈함!

귀족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폐하 맞으십니까?

-이런 건방진 새끼가! 프라우슈 네 이놈! 네놈이 어렸을 때부터 은혜를 베풀어서 키워줬더니 감히 날 의심해! 네놈의 목부터 먼저 잘라야겠다. 이리 와라!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1왕자 놈한테는 빵 한 조각, 동화 한 조각도 주지 마! 줬다가는 네놈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

[프라우슈 백작이 1왕자의 지지를 멈춥니다.]

[1왕자의 세력이 줄어듭니다!]

[……]

뭔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귀족들은 일단 국왕의 얼굴을 본 이상 명령에 따르긴 했다.

그런 반응은 곧바로 1왕자 진영 쪽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1왕자의 포상> 퀘스트가 취소됩니다.]

[보상이 취소됩니다.]

[……]

“???”

“뭐야!?”

1왕자 진영에는 플레이어들 숫자도 제법 많았다.

에랑스 왕국 자체가 인기 좋은 데다가 1왕자가 내주는 퀘스트인데 사람이 없을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보상이 제대로 나올 때의 이야기.

갑자기 퀘스트가 취소되고 갑자기 보상이 날아가자 플레이어들은 급격한 분노 상태에 빠졌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보상 내놔! 보상!”

-이런 탐욕스러운 모험가 놈들 같으니! 그렇게 받아놓고서 감히!

“뭐, 뭐? 약속했으면 줘야지!”

-충성을 맹세했으면 얌전히 있어라! 처벌하기 전에!

“이런 치사하고 비열하고 길드 동맹 같은 놈들이 퀘스트 보상 갖고 사기를 쳐?”

“게시판에 글 올려!”

“…NPC가 사기 쳤다고 게시판에 글 올린다고 의미가 있냐?”

플레이어가 사기 친 거는 게시판에 올리는 게 의미가 있었지만 NPC는…?

“다른 놈들은 이 퀘스트 하지 말라는 거지.”

“아하.”

“야. 김태현이 에랑스 왕국 국왕 데리고 다니면서 귀족들 모으고 있다던데? 1왕자 퀘스트보다는 거기가 나은 거 아냐?”

“!!”

갑작스러운 새 퀘스트 소식에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1왕자와 국왕.

둘 중 누가 더 좋아 보이는지는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태현은 이제까지 퀘스트에서 손해 본 적 없는 사람.

“…갈아타자!”

“갈아타러 가자!”

-속지 마라! 속지 마라, 모험가들이여! 아버지께서는 사악한 아키서스 교황에게 협박받고 계신 거다!

소식을 들은 1왕자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 말을 들은 플레이어들은 ‘감히 어떻게 그런 짓을!’ 하며 분노하… 지 않았다.

“와. 김태현 개쩌는데? 국왕 납치해서 협박하고 있다고?”

“진짜 퀘스트 깨는 솜씨가 점점 인간이 아닌 거 같아져.”

오히려 감탄!

국왕을 납치해서 협박하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이 퀘스트는 정말 대박이 아닌가.

“지금이라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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