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277화 (1,276/1,826)

§ 나는 될놈이다 1277화

“힘 스탯에 자신 있는 사람은 여기로!”

“건축 스킬 중급 이상은 이쪽으로!”

원래 이런 대규모 공사 퀘스트도 한 번 해본 놈이 잘 하는 법.

파워 워리어 길드는 이런 분야에서 강력한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다른 길드들이 따라올 수 없는 파워 워리어만의 노하우!

“사람들 정리해!”

“고기 더 갖고 와야 한다. 사람들 이렇게 많으면 이 정도 양으로는 부족할 거야.”

“물을 타면 안 될까요?”

“당연히 물을 탄다는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야! 더 갖고 와!”

순식간에 질서 잡힌 대규모 공사 현장이 완성되는 모습에 이세연은 솔직히 감탄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온 플레이어들을 이렇게 다룰 수 있는 건 파워 워리어 길드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걸 부른 건 태현!

태현의 이름값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온 것이다.

“교단 공적치 포인트 말고도 퀘스트 참가한 사람들한테 상품 돌려야겠군.”

“어떤 상품 말입니까?”

“쓸 만한 장비나 아이템들이 좋겠지?”

“어, 저희는 그런 거 없는데….”

“걱정 마. 내가 불렀는데 그 정도는 내가 내야지.”

태현은 인벤토리에서 각종 아이템들을 꺼냈다.

온갖 폭넓은 직업의 다양한 장비들이 튀어나왔다.

그것도 꽤 레벨이 높은 걸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당황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이런 걸 어디서 구하신 거지?’

‘상인 직업도 아니잖아…?’

‘아니. 그보다 상인 직업도 이렇게 다양하게 갖고 다니지는 않는데?’

“어디서 구하신 거죠?”

“어? 싸우고 전리품으로 얻은 건데.”

“…….”

그 정체는 퀘스트나 PK 전리품!

태현이 플레이어들과 많이 싸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말 폭넓고 다양하게 플레이어들을 조지고 다니셨구나!

[<화려한 영웅의 백검>이 퀘스트에 등록됩니다.]

[일정 공적치 포인트를 달성할 경우 받아갈 수 있습니다.]

[<아도르노의 지팡이>가 퀘스트에 등록됩니다.]

[탑의 외벽을 가장 먼저 완성할 경우 받아갈 수…]

[……]

[……]

“!”

“뭐야??”

순수하게 태현의 퀘스트니까, 혹은 그냥 아키서스 교단 공적치 포인트를 받기 위해서 왔던 플레이어들은 메시지창에 당황했다.

“이렇게 퍼줘도 됩니까?”

“너무 퍼주는 거 아니야?”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태현을 걱정했다.

이렇게 퍼줘서 남는 게 있을까??

“…다들 미친 거 아냐?”

이세연은 그 반응에 할 말을 잃었다.

보통 이런 건설 퀘스트는 원래 돈 받고 하는 거였다.

돈도 안 받으면서 뭘 걱정해 주는 거야?!

김태현은 그걸 또 받아주고 있었다.

“여러분들이 남습니다.”

“역시…!”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주변을 돌아다니며 플레이어들의 환호를 받는 태현의 모습은 거의 사이비 교주 그 자체였다.

게임 내에서도 교황이지만 게임 밖에서도 교황해도 될 거 같다!

“아. 기계공학 장비도 퀘스트 보상에 추가할까?”

“사람들이 화낼 거 같은데요?”

“…알겠어. 안 하면 되잖아.”

이다비의 냉정한 지적에 태현은 시무룩해졌다.

대신 다른 평범한 기계공학 아이템을 제작하기로 했다.

“폭탄하시는 거 아니죠?”

“이다비. 요즘 날 너무 못 믿는 거 아니야?”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요….”

기계공학 아이템하면 플레이어들은 ‘폭탄?’ 같은 반응을 보여주곤 했다.

-기계공학 아이템 샀다.

-폭탄?

-아니. 폭탄은 아니고. 이게 정말 효과 좋다니까.

-폭탄이네.

-폭탄 아니라니까? 가끔 오작동 일으키긴 하는데….

-폭탄이잖아.

-아! 아니라고!

그만큼 유명한 게 폭탄이었으니까.

판온에서 얼마 되지 않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폭탄만 열심히 만드는 것도 컸고….

하지만 고블린 NPC들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지만, 기계공학 스킬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처럼 다양한 제작이 가능한 스킬이었다.

“역시 가장 무난하게 좋은 건 탈것이겠지?”

“네. 사람들이 엄청 좋아할 것 같아요.”

“엄청까지는 아니지. 좋은 탈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나쁘지는 않겠다. 나름 희귀하기는 할 테니까.”

* * *

기계공학 탈것은 확실히 유니크한 아이템이었다.

어디서 흔히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인 것이다.

던전에서 보상으로 얻거나, 어디 고블린 마을에 가서 얻거나, 아니면 플레이어가 만들거나….

하지만 꼭 기계공학 탈것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발견된 판온 영역은 꽤 넓은 편이었고 그에 따라 계속 탈것들도 우르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말, 늑대, 호랑이, 소 등부터 시작해서 와이번, 히포그리프, 만티코어 등 희귀한 몬스터 탈것들도 제법 보였다.

그렇게 되니 랭커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붙었다.

희귀한 탈것은 랭커의 자존심!

-랭커는 탈것으로 말한다.

-불사조 타고 다니는 놈 있냐? 앞으로 불사조 보면 고개 숙여라.

-이세연이 타고 다니는 죽음의 말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음?

-그거 직업 전용이라 무리일걸. 난 그보다 김태현이 타고 다니는 드래곤 비슷한 탈것이 더 궁금한데. 그거 대체 어디서 구한 거지?

-진짜 드래곤 아냐?

-미쳤냐? 진짜 드래곤이게. 그렇게 따지면 김태현이 드래곤 몇 마리 데리고 다니는 건데. 드래곤 비슷한 몬스터겠지. 와이번 같은.

어쨌든 이런 식으로 다양한 탈것들이 있는 상황에서 꼭 기계공학 탈것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김태현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멋있는데 그거 어디서 팔아?

-직접 만든 거임.

-기계공학 탈것 별로 좋지도 않다더라. 연료 넣어줘야 하고 다치면 회복도 못 하고 직접 수리해야 하고.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타봄?

-아니. 그럴 거 같다는 거지.

-…….

-…….

-틀린 말은 아니야. 기계공학 탈것 솔직히 숫자 적어서 거품 낀 거임.

-맞음. 맞음.

…물론 가질 수 없어서 ‘저 탈것은 분명 허접한 탈것일 거야!’라고 주장하는 것도 있었지만…!

-김태현이 기계공학 탈것 뿌렸다!

-뭐!??!?!

-어디!! 어디!!!! 어디!!!!!

-…너희 기계공학 탈것 거품이라며?

-크, 크흠. 거품이긴 한데 얼마나 거품인가 확인해 보겠다 이거지.

-맞아. 그거 얻어서 내 탈것이랑 비교해서 얼마나 구린지….

말은 그렇게 해도 솔직히 갖고 싶었다.

희귀하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장점인 것이다.

게다가 김태현이 만들었다는 프리미엄까지!

그거 타고서 방송하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게 분명했다.

-지금 아키서스 교단 탑 건설 퀘스트 보상으로 뿌리는데?

-…아, 아니… 이 레벨 먹고 공사 뛰라고?

-누가 하랬어? 그냥 말한 거야.

-흐, 흥. 난 갈 생각 없어.

-맞아. 나도 안 가.

-저런 걸 누가 가? 내 탈것은 이미 충분한데.

‘이 자식 가겠군.’

‘이 새끼 갈 거 같은데….’

* * *

태현은 기계공학 탈것을 만드는 데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평범한 재료로 평범하게!

그래도 거장이 만든 덕분에 그 품질은 확실했다.

[<두 개의 부스터가 달린 세발자전거>를 만들었습니다!]

[<사람이 끄는 강철인력거>를 만들었습니다!]

[<유선형의 미니로켓>을 만들었습니다!]

[<둥근 폭탄 형태 로켓>을 만들었습니다!]

[……]

[……]

마음 편히 만든 덕분에 온갖 실험적인 시도가 나왔다.

폭탄처럼 생긴 탈것은 그중 가장 압권!

“…이거 너무 불길하지 않아?”

“흠. 둥근 형태면 어떨까 싶어서 만들어봤는데 좀 불길하게 생기긴 했네.”

공처럼 생긴 폭탄 위에 걸터앉아서 날아다니는 식일 텐데 역시 좀….

“그래도 플레이어들 숫자는 늘었잖아.”

태현이 탈것까지 제작해서 걸자 퀘스트에 별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경품을 노리고 몰려들었다.

“비켜, 이 자식들아! 저 <화려한 영웅의 백검>은 내 거야!”

“웃기는 사람 다 보겠네. 저게 왜 당신 거야?”

“내가 김태현한테 뺏겼으니까!! 원래 내 거라고!”

“…….”

“…….”

갑자기 숙연해지는 주변 분위기!

단순히 탈것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장비 찾으러 온 플레이어들도 여럿 있었다.

“김태현 선수 계십니까?”

“?”

태현은 자기를 찾는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어디서 많이 본 플레이어들이 앞에 서 있었다.

딱 봐도 랭커 같은 겉모습이었다.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이….

“검은 바위단이네?”

이세연은 금세 알아봤다.

<검은 바위단>. 이세연 쪽 길드처럼 소수정예로 활동하는 길드였다.

대형 길드들처럼 엄청나게 유명하지는 않아도 나름 실력으로 잘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검은 바위단이 누구더라?”

“태현 님이 울음의 검 퀘스트 도와준 사람들이요.”

“도와주기는 누가 도와줘!”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은 발끈했다.

누가 들으면 태현이 순수한 의도로 도와준 줄 알 것이다.

검은 바위단은 구성욱의 직업 퀘스트를 위해 정말 고생고생했다.

물론 보상도 그만큼 대단하긴 했지만 솔직히 태현하고 같이 퀘스트를 하고 싶진 않았다.

괴롭고 힘들고 지겨워!

“무슨 일이지?”

“음. 그게 말입니다….”

<불완전한 위대한 울음의 검>.

<위대한 울음의 검>을 만들기 위한, 이전 단계의 검이었다.

<불완전한 위대한 울음의 검>을 태초의 불이 있는 대장간에서 다시 제련해야 저걸 완성시킬 수 있는데….

검은 바위단의 대장장이, 필은 <태초의 불> 메시지창 보고 골짜기 대장간에서 서둘러 시도했다가 한 번 부러뜨려 먹은 것이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이번에 골짜기에 아키서스 교단 천사가 온 것으로 인해 대박작들이 터져 나왔는데, 그때 다시 한번 <불완전한 위대한 울음의 검>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까지 부러뜨릴 수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태현이 <태초의 불>이 있는 대장간을 갖고 있는 거 같다.

-확실히 영주에다가 왕이니까 비밀 시설 있겠지.

영주의 특권.

영지에 있는 모든 시설을 이용 가능하다!

플레이어들은 이용할 수 없는 비밀 시설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태현이 태초의 불이 있는 대장간을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태초의 불 관련 버프가 나올 수가 없었다.

-…김태현한테 가서 부탁할 사람?

-제비뽑기해서 진 사람이 가죠.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서로의 일을 자기 일처럼 챙겨주는, 가족처럼 끈끈한 길드원들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김태현 싫어!

김태현 무서워!!

구성욱은 단호하게 말했다.

-저 혼자 가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라.

-힘내. 성욱이.

-…어, 어?

보통은 이럴 때 ‘같이 가줄게!’ 하던 사람들이…?

그만큼 태현이 무서웠던 것이다.

-…어떻게 성욱이 혼자 보내겠냐. 같이 가자. 길드원인데.

-크윽… 어쩔 수 없지….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꼭 힘든 퀘스트 하란 법 없잖아. 그리고 보니까 지금 건설 퀘스트하던데 그것만 해도 될 거 같더라.

-건설 퀘스트를 우리가 해야 해요?

-그러면 김태현 따라다니면서 퀘스트 할래?

-건설 퀘스트 너무 좋죠. 건강한 땀에 건강한 정신!

“태초의 불이 있는 대장간을 쓰고 싶다고?”

“예. 뭐든지 하겠습니다. 탑 지으러 갈까요?”

“아니. 그런 걸 시킬 수는 없지.”

태현의 말에 검은 바위단 길드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지금 레이드 하나 하러 갈 건데 그거나 도와줄래? 마침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뭐 그 정도야… 그런데 어떤 보스 몬스터를 레이드하는 겁니까?”

“그나저나 검은 바위단이 실력이 될까 모르겠는데.”

“무슨… 김태현 씨가 강한 건 알지만 저희도 약하지는 않습니다!”

태현이 말을 돌리자 길드원들은 그대로 발끈해서 낚여 버렸다.

그들은 에랑스 왕국 1왕자 암살 퀘스트에 발을 디뎠다는 건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