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71화
[가루다 왕국 아키서스 신앙의 평판 등급이 C+등급으로 올라갑니다!]
[가루다 전사들이 더 이상 아키서스 신앙을 부끄럽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B등급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가루다 전사들이 아키서스 신앙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입니다.]
그래도 요리한 보람이 없지는 않았다.
계속 태현이 퀘스트를 돌린 덕분에 평판이 꾸준히,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방금은 독을 먹였는데 올라간 거긴 하지만….
[카르바노그가 화신이 뭘 해도 가루다 종족들이 좋아할 거 같다고 말합니다.]
독을 섞어 넣었는데도 좋다고 칭찬해 주면 대체 뭘 해야 한단 말인가?
-왜 형한테만 주는 거지?
“옛다.”
-오오!
태현은 반쯤 포기한 마음으로 실패했던 요리들도 꺼내 던졌다.
한 입 먹으면 독이 짜르르하게 입을 자극하는 요리!
그러나 왕족들은 좋다고 먹었다.
태현은 포기하고 요리를 마저 꺼내서 같이 먹었다.
‘체력 스탯이나 올려야지….’
“그거 실패작이라고 하지 않았어?”
“스탯은 좀 올라가거든.”
그 말에 이세연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알고 있긴 했다.
일부러 데미지를 입거나 독을 먹어서 스탯을 올리는 작업!
하지만 그거 하다가 잘못해서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그만큼 쪽팔리는 일도 없었다.
그리고 그냥 다른 스탯 작업이나 퀘스트가 훨씬 더 효과가 좋을 텐데….
저렇게 스탯 하나 알뜰히 챙기는 걸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대접이 끝났습니다!]
[퀘스트가 성공합니다.]
[가루다 왕족들이 대만족합니다!]
“그래서 가루다 공주는 어딨나?”
태현의 말은 매우 짧아져 있었다.
공손하게 말했다가는 진짜 하늘요리사로 붙잡혀 갈지도 몰랐기 때문!
하지만 가루다 왕족들은 호쾌하고 멋들어진 태현의 화술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누구?
“가루다 공주. 고기 그만 먹고 질문에 대답이나 해라.”
-…잠깐. 공주면 걔잖아? 가레티아?
가루다 왕족은 제법 숫자가 많았지만, 그중에 공주나 왕자로 뽑히는 이들은 숫자가 적었다.
그리고 공주는 한 명밖에 없었다.
가루다 왕족들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대체 왜?’
‘미쳤나?’
‘정신이 나간 것인가?’
그 반응에 태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큰일났군!
‘보통 NPC가 아닌 모양이야.’
[카르바노그가 이미 각오한 거 아니냐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 가레티아는 어디 있지?”
-가레티아는 감옥에 있는데.
“…….”
말을 할수록 느껴지는 불길한 두려움!
“김… 김태현. 지금 어떤 NPC를 찾고 있는 건데?”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단장 후손….”
“…….”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이세연은 침묵했다.
그런데 왜 감옥에 있어…!
-아. 오해하지 말게. 무슨 죄를 지어서 감옥에 있는 건 아니니까.
-따지고 보면 죄를 안 지은 건 아니긴 한데 어쨌든 죄를 지어서 감옥에 있는 건 아니지.
가루다 왕족들은 웃으면서 매우 설득력 없는 말을 했다.
감옥에 있는데 죄가 없다니?
“그럼 왜 감옥에 있는데?”
-수련을 위해서지.
“…뭐?”
[???]
-가레티아는 종종 수련을 위해 조용하고 방해 없는 곳을 찾는데, 그곳이 감옥이거든.
“태현 님. 큰일났어요. 보통 미친 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이다비가 오랜만에 정색했다. 태현도 그 말에 동감했다.
“일단 좀 고민한 다음 다시 불러볼….”
-어, 뭐야. 가레티아 불러왔나? 빠른데?
-하늘대장장이의 부탁을 안 들어줄 수는 없지.
“…….”
태현이 고민하기도 전에 먼저 알아서 부탁을 들어주는 가루다 왕족들!
여기 나온 가루다 왕족들은 태현과의 친밀도가 거의 최대치를 찍은 수준이었다.
하늘대장장이 달성+카오제다차 사냥+하늘요리사-아키서스=친밀도 최대치!
콰콰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거대한 가루다 궁전의 정문이 열리고 거기서 판금갑옷으로 중무장한 전사가 걸어 나왔다.
뒤에 달린 날개 덕분에 누가 보면 전투천사로 착각할 법한 모습이었다.
[가루다 왕국의 철혈기사 가레티아를 목격했습니다!]
[공포 상태에…]
[저항에 성공합니다!]
[가레티아가 <가루다 왕족의 살기 섞인 시선>을 사용합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가레티아가 <가루다 왕족의 강력한 패기>를…]
[……]
[카르바노그가 저거 뭐 하는 사람이냐며 경악합니다!]
대체 평소에 패시브 스킬을 몇 개 달고 다니길래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주변에 광역기를 떨치고 다니는 것일까?
“생각보다… 멀쩡하게 생겼는데요?”
이다비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솔직히 이다비는 아키서스 천사 같은 생김새를 예상했던 것이다.
머리는 세 개에 팔은 여섯 개쯤….
“그건 아키서스 천사지 가루다 종족이 아니잖아.”
“그래도 너무 멀쩡하게 생기셨는데요.”
이다비는 사실 잘 믿겨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아키서스 교단 NPC들은 공유하고 있는 분위기들이 있었다.
이른바 ‘아키서스 같다’!
어딘가 한군데가 모자라거나 좀 이상한 놈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가레티아는 예쁘고 부족한 거 없고 그냥 레벨도 높아 보이고….
아키서스 관련 NPC 맞아?
-모험가… 아니,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구나!
가레티아가 나오자마자 태현의 정체를 알아차리자, 태현은 순간 ‘아닌 척할까?’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그럴 틈도 주지 않고 가레티아는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여기 온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겠구나. 바로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후손을 찾으러!
“무슨 놈의 퀘스트가 이렇게 선택지도 없이 직진이야?”
태현은 불평했지만 가레티아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이어갔다.
-잘 찾아왔구나! 바로 이 내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가르침을 이은 사람이니까!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진전을 이은 철혈기사 가레티아를 찾았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명성이 오릅니다!]
[……]
[……]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합류-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후손, 철혈기사 가레티아는 언젠가 아키서스 교단을 잇는 자가 찾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루다 전사답게 약한 자는 인정하지 않는다!
철혈기사 가레티아와 함께 위대한 과업을 성공시켜라.
그렇게 한다면 그녀는 아키서스 교단의 성기사단장으로 교단에 합류하리라!
보상: ?, ???, ????
‘위대한 과업이 뭐지?’
[명성이 오릅니다!]
[가레티아가 보관하고 있던 아키서스의 권능이 추가됩니다!]
[권능, <아키서스의 형상>을 얻었습니다!]
[……]
[……]
가레티아가 갖고 있던 권능 스킬이 추가!
태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것만으로도 가루다 왕국에서 고생을 한 보람이 있었다. 흩어진 권능을 다시 하나 더 추가시킨 것이다.
‘아키서스의 형상이라니. 강력한 버프 스킬인가?’
<드래곤의 형상> 같은 스킬은 일시적으로 드래곤의 힘을 불러내서 강력한 전체 버프를 주는 스킬이었다.
심플하고 단순하지만 강력한 스킬!
원래 스킬은 간단할수록 좋았다. 꼭 스킬 설명이 길고 지저분하면 쓰기 어렵거나 아키서스 관련 스킬인 법이었으니까.
쿨타임 300% 감소, MP 회복력 300% 증가, 이런 간단한 게 좋지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영역을 선포합니다, 이 영역에서는 아키서스의 법칙이….’같은 건 좀….
<아키서스의 형상>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을 불러내어 그 모습으로 위장합니다. 전투 시 형상이 풀립니다.
“…….”
버프 스킬이 아니잖아….
단순하고 강력한 버프 스킬을 원했던 태현은 실망했다.
쓰지 못할 스킬은 아니긴 한데 꼭 이런 걸….
[퀘스트가 공유되었습니다.]
[퀘스트가 공유되었습니다.]
같이 있던 파티원들에게도 퀘스트가 떴다.
“위대한 과업이 뭐지?”
“그런데 아키서스 교단 퀘스트인데 왜 우리한테까지 공유가…?”
보통 다른 교단 퀘스트는 잘 허락해 주지 않는 편인데, 아키서스 교단은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일단 공유해 줬다.
심지어 류다영은 파이토스 교단 관련 성기사인데!
“퀘스트 받아서 나쁠 거 없긴 한데. 좀 신기하네.”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거 그냥 공유해 줘도 됩니까?”
보상받는다면 뭐 좋긴 한데….
메시지창을 다 읽은 태현은 고개를 들고 가레티아에게 물었다.
“그런데 가레티아. 위대한 과업이 뭐지? 카오제다차 사냥 같은 건가?”
카오제다차 사냥이라면 힘이야 들겠지만 어떻게든 잡을 수 있었다.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었고,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마검 <황제 살해자>를 뽑아서 HP를 깎아버릴 수도 있었고.
태현의 질문에 가레티아는 까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카오제다차 사냥 정도는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한테 너무 쉬운 일이잖아! 내가 그런 무례를 저지를 것 같아?
“아니 무례 아닌….”
-걱정하지 않아도 교황을 위해 예전부터 준비했던 게 있어!
<위대한 복수-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에랑스 왕가는 먼 옛날에 왕국 내 아키서스 교단의 맥을 끊고 신전들을 폐쇄하도록 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바다가 마르고 땅이 뒤집어져도 아키서스 교단의 원한은 사라지지 않는 법!
가레티아는 성기사단장인 선조로부터 에랑스 왕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라며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에랑스 왕가의 가장 고귀한 핏줄을 아키서스 교단에 바쳐라!
보상: ?, ??
[현재 에랑스 국왕이 사망한 상태입니다.]
[퀘스트 목표가 에랑스 왕국 1왕자로 바뀝니다.]
[에랑스 왕국 1왕자를 처치하십시오!]
“…….”
“…….”
“…….”
생각지도 못했던 퀘스트에 일행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 * *
“어, 이걸 제가 해도 됩니까?”
“김태현 선수가 아니라면 누가 하겠습니까? 첫 시즌의 우승자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십시오.”
태현은 판온 운영진 쪽에 초대를 받고 <세계수 투기장>으로 입장했다.
아무 플레이어도 없는 첫 입장!
아무리 태현이라도 처음 보는 투기장에 입장하는 것이니 마음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투기장이 그냥 투기장이 아니지 않은가.
오로지 월드컵을 위해 준비된 전용 투기장이었다.
‘그나저나 왜 저렇게 사악한 미소로 날 지켜보고 있는 거지?’
판온 운영진들은 제각각 장비가 다양했다. 레벨 높은 사람도 있고 낮은 사람도 있고…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가 기대에 가득 찬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점!
‘김태현도 놀라겠지?’
‘당연히 놀라겠지!’
태현이 맡은 역할은, 이 역사적인 투기장을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역할이었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혹은 게임단들이 이 역할을 맡고 싶어 했지만 판온 쪽은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태현이 아니라면 그 누가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맡을 수 있을까?
“자. 김태현 선수. 이제 곧 전 세계로 중계가 될 겁니다. 투기장 안으로 들어가서 한 번 봐주시죠!”
“투기장 안에 뭐 함정 같은 거 설치해 놓은 거 아니죠?”
“하하. 농담도…!”
“농담 아닌데….”
[<세계수 투기장>에 입장하셨습니다!]
[맵이 결정됩니다.]
[<고대 악룡의 둥지>가 펼쳐집니다.]
[<세계수 기본 장비>가 주어집니다.]
“?”
태현이 놀라 하는 사이, 방송이 시작되었다.
전 세계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고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세계수 투기장>이 여러분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판온 최고의 선수, 김태현 선수가 직접 <세계수 투기장>을 해설해 드릴 겁니다! 김태현 선수. 기분이 어떠십니까! 한 번 투기장을 돌아봐 주세요!
-이거 함정 아닌가?
-으하하하하! 김태현 선수 정말 농담도 잘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