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70화
미국인 플레이어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사실 김태현은 어렸을 때 미국에서 살았었음. 반은 미국인이라고 봐도 되지.”
“어? 진짜?”
“뭔 개소리를….”
옆에 있던 한국인 플레이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저게 뭔 개소리야?
예전에도 그렇고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저런 헛소문들이 각 나라에서 튀어나오곤 했다.
-사실 김태현은 중국인임.
└오… 진짜?
└뭘 오야 미친놈들아! 아시안이면 다 중국인이냐!?
-사실 김태현은 미국인임. 한국계 미국인인 거임.
-우겨도 되는 거면 그냥 우리도 우겨볼까?
-생각해 보니까 이민 오면 우리 나라 사람 아님?
원래 뻔뻔하게 우기는 놈들은 양심이 없기 마련.
당당한 거짓말에 진짜 진실을 아는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하고. 길드 동맹 놈들 하는 말 어떻게 생각하냐? 진짜 같냐?”
“김태현 섭외했다는 거? 역시 냄새가 나지?”
“아니… 김태현 섭외한 거 말고 미친 놈들아…!”
미다스 소속 랭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동료 길드원들을 쳐다보았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계속 김태현, 김태현이야!
“김태현 말고, 길드 동맹 놈들이 역병 지대를 정화할 방법 말이다.”
“아. 그거.”
확실히 신기한 일이긴 했다.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역병 지대였다.
그런 곳을 정화할 수 있다니. 쉽게 믿겨지지가 않았다.
“뭐 엄청난 주문서 같은 거 찾았나?”
“소문에 따르면 교단 쪽 천사 NPC가 엮여 있다던데?”
“아키서스 교단?”
“왜 아키서스 교단이 나와? 대륙에 교단이 아키서스 교단밖에 없냐? 다른 교단 말하는 거야.”
아키서스 교단에만 천사가 찾아온 게 아니었다.
다른 교단에도 그 교단의 천사들이 찾아온 것!
덕분에 교단 쪽에도 새 퀘스트들이 생겨났다.
미다스 길드원들이 보기에, 길드 동맹이 저렇게 나설 수 있는 건 그 천사가 엮여 있기 때문이 분명했다.
천사쯤 되어야 저런 역병 지대를 정화할 수 있지 않을까?
“확실히….”
“데메르 교단인가? 파이토스?”
“아니. 아흐줄락 교단.”
아흐줄락은 마법의 신. 마법사들이 주로 믿는 교단이었다.
마법사들이 많은 미다스 길드였기에 아흐줄락 교단에 천사가 찾아왔다는 소문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 떠들고 싸울 준비나 해! 여기 몬스터들 계속 나올 거다. <역병으로부터의 보호> 스킬 끝나기 전에 돌파해야 한다고.”
자리에 모인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동 속도를 올렸다.
비싼 주문서 쓰고 들어온 역병 지대였다. 시간 끝나기 전에 빠르게 돌파해야 했다.
[<상급 역병 구울>이 나타납니다!]
[<역병에 오염된 와이번>이 하늘에서 공격합니다!]
[<역병 트롤>이 <역겨운 산성의 숨결>을 내뿜습니다!]
[……]
[……]
“큭, 컥, 켁, 끅….”
“더럽게 빡세네…!”
나름 랭커들 들어간 파티였는데 역병 지대는 숨이 막혔다.
마치 마계에 다시 온 거 같다!
“오스턴 왕국 남쪽은 원래 그렇게 레벨 높은 곳 아니었잖아!? 왜 이래!?”
“역병 때문인가??”
-이쪽이오! 따라오시오!
그래도 플레이어들은 어찌어찌 몬스터들을 뚫고 전진했다.
수없이 몰려드는 강한 역병 몬스터들을 뚫고 교단 주교의 지시에 따라 전진!
그 결과 목표로 했던 장소에 간신히 도착했다.
[<역병 근원의 연못>에 도착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지독한 역병의 기운이 휘몰아칩니다!]
“…!”
“오…!”
“드디어!”
플레이어들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이제 저기만 정화하면….
남부는 다시 멀쩡해진다!
-어느 살아 있는 놈이 여기를 더럽히느냐?
“!!!”
[<오스턴 왕국의 데스나이트>가 나타납니다!]
“데스 나이트도 있잖아?!”
“놀랄 게 뭐가 있냐? 어차피 성직자도 있겠다. 싸워! 잡아버려!”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데스 나이트 같이 레벨 200, 300은 기본으로 넘기는 고위 언데드 몬스터에 겁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은 그런 데스 나이트 하나에 겁을 먹을 사람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잡으면 잡았지!
“그런데 오스턴 왕국의 데스나이트라니, 그런 것도 있었나?”
“오스턴 왕국이니까 거기 출신 데스나이트가 있는 거지 왜?”
“그런가?”
플레이어들은 우르르 덤벼들어 데스 나이트를 잡….
…지 못했다.
저벅, 저벅, 저벅-
[<오스턴 왕국의 데스나이트>가 나타납니다!]
[<오스턴 왕국의…]
[……]
[<오스턴 왕국의 역병 전사 부대>가 나타납니다!]
[<오스턴 왕국의 역병 궁수 부대>가…]
“…….”
“…….”
데스 나이트는 한 명이 아니었다.
자욱한 역병 안개 속에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데스 나이트들!
단순히 데스 나이트들뿐만 아니라 역병 전사들과 궁수들이 어마어마하게 모여 있었다.
‘대체 숫자가 얼마야?’
“저… 저것들 그거잖아!?”
길드 동맹 길드원은 그제야 깨달았다.
갑자기 나타나서 길드 동맹을 공격하다가 불리해지자 역병 지대로 도망친 언데드 부대!
그때는 다시 만날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오스턴 왕국 출신 기사들이라고? 그러면 왕관 있는 너희들이 설득 좀 해봐!”
“왕관은 무슨! 저 놈들 우리 공격하다가 도망친 놈들이라고! 아니, 데스 나이트들! 우리 말 좀 들어봐라! 우리는 오스턴 왕국의 정당한 후계자를 모시고 있다! 너희들도 오스턴 왕국의 기사면 우리들을 도와줘야지!”
불리해지면 원래 말이 길어지기 마련.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필사적으로 데스 나이트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쑤닝이 오스턴 왕국 왕으로 있긴 하니 일단 너희들도 우리 편이잖아!
[화술 스킬이 낮습니다!]
[설득에 실패합니다!]
[오스턴 왕국의 데스 나이트들이 매우 분노합니다!]
-감히! 감히!! 왕관을 뺏은 놈들이 그런 말을 지껄여?! 왕가에 충성을 맹세한 기사로서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불에 기름을 부어버린 꼴이 되자 플레이어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오. 길드 동맹 놈들 때문에….
-뭐, 뭐? 너희들만 있었으면 환영해 줬을 거 같냐? 너희들도 똑같이 오스턴 왕국에 끼어든 놈들이거든?
맞는 말이었다.
오스턴 왕국의 데스 나이트들은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를 사이좋게 싫어했다.
둘 다 약탈자 같은 놈들!
-저 쓰레기 같은 놈들을 이 땅에 묻어버ㄹ….
-잠깐!
그 순간 교단 주교가 나섰다.
-잘 들어보게! 그대들의 충성심은 이해하나, 이 더럽힌 땅의 슬픔이 들리지 않는가! 이 땅은 마땅히 정화해야 하네. 물론 저자들이 오스턴 왕가를 더럽힌 비열한 찬탈자들이긴 하지만!
“…….”
“…….”
비싼 공적치 포인트 주고 고용한 NPC가 자기들 욕하는 걸 들으니 기분이 왠지 더러웠다.
-그래도 이 땅을 정화시킬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좋다.
“!”
놀랍게도 데스 나이트들은 주교에게 설득이 되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에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두 가지 조건이 있다.
-말해보게!
-오스턴 왕가의 핏줄을 이은 분을 데리고 와라. 그 분에게 정당한 대접을 해줘야 한다.
“아니 우리가 왜….”
-그러도록 하겠네.
“야! 미쳤냐?!”
“그걸 누가 찾아!”
플레이어들은 어이가 없었지만 주교는 무시했다.
화술 스킬이 낮은 탓!
-다른 조건은 뭔가?
-믿을 만한 사람이 옆에서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 줘야 한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
-아탈리 왕국의 국왕을 모시고 와라. 그분이라면 믿을 수 있지.
“…뭐?”
“장난해?”
“미쳤냐??”
광산 지하 던전에 묻혀 있던 오스턴 왕국의 데스 나이트들을 깨우고 정신을 되찾게 만들어 준 건 바로 태현이었다.
그런 데스 나이트들이 믿을 만한 귀족으로 태현을 부르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다 못해 하늘로 승천할 소리!
-알겠네. 그러도록 하겠네.
“아니 주교님! 야, 주교 놈아! 미쳤냐?!”
[교단과의 친밀도가 하락…]
-언데드들은 무조건 때려잡는 게 능사가 아니네. 가끔은 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고 성불시키는 것도 답이지.
“그걸 왜 지금 하냐고!”
“파이토스 교단 데리고 올 거 그랬어! 그놈들은 그냥 단순무식하게 싸웠을 텐데!”
-그러면 어쩌자는 건가?
“돌아가서 지원 부른 다음 힘으로 잡아야지! 위치 찾고 지도 만들었으니까 다 쓸어버릴 수 있어!”
플레이어들의 말을 들은 데스 나이트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여기를 공격한다면 이 <역병 근원의 연못>을 넘치게 만들어서 이 주변을 영원히 오염시켜버리겠다.
“…….”
“…모시고 오겠습니다….”
상대는 언데드였고 같이 죽자고 협박하면 플레이어들은 당해낼 수가 없었다.
[퀘스트 <오스턴 왕가의 핏줄>…]
[퀘스트 <아탈리 왕국의 왕>..]
* * *
[카오제다차를 요리하는 데 성공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성공했나?’
태현은 긴장했다. 메시지창은 요리를 성공했다고 말해주고 있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방금 몇 번도 요리는 성공했지만 그 안에 든 독 때문에 위험했던 것이다.
[굶주린 혼돈의 기운이 당신을 공격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독에 의해 데미지를 입습니다!]
[버텨냈습니다. 체력 스탯이 영구히 오릅니다!]
굶주린 혼돈+맹독이라는 최악의 식재료.
거의 독극물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먹고 버티면 체력 스탯이 오를까.
‘혹시 모르니 따로 챙겨놔야지.’
태현은 <둘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강렬한 괴수 고기 요리>들을 챙겨 놓았다.
나중에 시간 날 때마다 먹으면서 체력 스탯 작업이나 좀 해볼 생각이었다.
[카르바노그가 제발 그런 거 먹지 말라고 말합니다.]
‘가끔은 저런 것도 먹어야 하는 법이지.’
하지만 이번 요리는 정말 달랐다.
<신의 예지> 스킬은 물론이고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와 각종 버프를 사용해서 성공시킨 요리!
신선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카오제다차 육회가 완성된 것이다.
과연….
과연 잘 될까?
[카오제다차의 고기로 만든 요리를 먹었습니다!]
[힘 스탯이 영구히 오릅니다!]
[……]
[……]
‘됐다!’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성공한 것이다.
“와서 먹어도 됩니다.”
-오오!
-기다리고 있었네!
가루다 왕족들이 호다닥 달려들어서 하나둘씩 고기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먹음직스럽게 잘린 고기를 한 점씩 입에 넣은 왕족들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입에 착착 붙는군!
[가루다 왕족들이 매우 만족해합니다!]
[가루다 왕국 내에서 요리사로서의 명성이 퍼져 나갑니다!]
[요리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퀘스트가 새로 추가됩니다.]
[퀘스트, <하늘요리사…]
‘…….’
태현은 정색했다.
하늘대장장이라는 칭호 관련(심지어 태현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퀘스트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던가.
하늘요리사가 얼마나 힘들지는 안 봐도 짐작이 갔다.
[카르바노그가 그러니까 적당히 잘했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너무 다재다능한 탓에 남들이라면 적당히 실패하거나 넘어갔을 퀘스트도 추가 퀘스트로 이어지는 상황!
“아니 필요 없습니다.”
[퀘스트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
태현은 실패했던 요리를 슬쩍 섞어 올려놓았다.
먹고 죽지는 않겠지만 요리사로서의 명성은 내려갈 테니까!
-으음!?!
‘통했나?’
-카오제다차의 독을 이렇게 섬세하게 요리해서 낼 줄은 몰랐는데. 대단하군!
“…….”
[가루다 왕국 내에서 요리사로서의 명성이 올라갑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명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