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68화
콰콰콰콰쾅!
[<되돌아오는…창>에 장착된 폭탄이 폭발합니다!]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은 신성한 은제 폭탄>이 신성한 기운을 내뿜습니다!]
[신성력에 데미지를 입습니다!]
하필이면 창 안에 장착된 폭탄은 아키서스 은제 폭탄이었다.
골골이 같은 언데드한테는 추가 데미지!
-으아아?! 아니!?
-뭘 놀라는 거야! 이 뼈대가리 놈아! 내가 말한 건 뭘로 들은 거냐!
흑흑이는 분통이 터진다는 듯이 외쳤다.
자기가 그렇게 말했는데 왜 던지고 지가 놀란단 말인가.
-아, 아니. 주군께서 대체… 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잘못이라면 눈치 없는 게 잘못이겠지! 애초에 그건 그런 무기였다고!
-그렇군. 주군께서는 내가 이 무기를 잘 다룰 거라고 믿고 주신 건가?
-아니야! 미친놈아!
흑흑이는 답답한 기분에 가슴을 두드렸다.
저놈 정예 드래곤 데스 나이트 되고 나서 지능이 더 내려갔나?!
사실 등급이 올라가고 나서 충성심도 더 강해진 탓이었지만 흑흑이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정신 좀 차려!
-좋다. 다음 공격 가겠다!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창에 다음 폭탄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
저 폭탄이 뭔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드래곤 전용 폭탄 같은 건 아니겠지?’
-야! 그만 던지라고 했잖아!
-하지만 그러면 뭘로 공격하란 말이냐?
-…….
흑흑이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저 괴수 몬스터는 마법 방어력도 높고, 굶주린 혼돈에게서 권능을 받아서 사기적인 회복 스킬도 갖고 있었다.
일반적인 마법으로 때려봤자 흠집도 나지 않는 수준!
-다른 무기 써라! 네놈이 원래 갖고 있던 무기도 있지 않냐!
-알겠다.
골골이는 원래 갖고 있던 드래곤 데스 나이트 고유의 무기, <죽음의 용 송곳니 검>을 뽑아 들었다.
폭탄창만큼 특이한 스킬들은 없어도 무난하게 좋은 무기였다.
데스 나이트 특유의, 죽음의 기운 덕분에 마법 공격력까지 갖고 있는 무기!
-크아앗!
골골이는 흑흑이를 타고 다시 한번 공격했다.
넘실거리는 검은 오러가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며 괴수를 강타했다.
[카오제다차의 비늘이 죽음의 기운을 견뎌냅니다!]
[카오제다차의 가죽이 죽음의 기운을 견뎌냅니다!]
[카오제다차가 스턴 상태에서 풀려납니다!]
그제야 둘은 카오제다차가 왜 가만히 있었는지 깨달았다.
아까 폭탄창에 맞은 탓에 스턴 상태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도중에 창을 집어넣고 데미지 잘 들어가지도 않는 검으로 때리고 있었으니, 상대가 스턴 상태에서 풀려나는 것도 당연했다.
-크롸롸롸롸롸롸!
카오제다차가 살벌하게 포효하며 몸통을 틀었다. 아가리가 쫙 벌려지며 둘을 삼킬 듯이 노렸다.
-창! 창 꺼내!!
-이런 멍청한 놈! 네놈 때문이다!
골골이는 흑흑이를 욕했다.
흑흑이가 검을 꺼내란 말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미안하다고!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냐!
-미안하면 해결이 될 문제냐!
골골이는 다급하게 폭탄창을 꺼내 닥치는 대로 던졌다.
장전된 폭탄이 요란하게 폭발하며 카오제다차를 혼란시켰다.
콰쾅! 콰콰쾅!
그 틈을 타 흑흑이는 미친 듯이 날갯짓했다.
-블랙 드래곤의 바람! 선풍의 질주!
이동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흑흑이는 거리를 벌렸다. 카오제다차한테 삼켜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이었다.
-계속 창 던져!
-이 창, 뭔가 문제가 있는 창이다! 뭔 놈의 창이 던질 때도 폭발하고 돌아올 때도 폭발하고… 잘못 만든 것 같다!
-원래 그런 창이야! 그냥 던져! 내가 결계도 쳐줬잖아!
-하지만….
-던지라고!
흑흑이의 난리에 골골이는 결국 창을 던졌다.
투척창은 한 번 날아갈 때마다 폭발하고 다시 빙글 돌아서 골골이의 손으로 돌아왔다.
정말 상대 성가시게 하는, 잘 만든 창이었다.
…문제는 골골이도 성가시게 한다는 점!
콰콰쾅!
가끔은 돌아올 때도 폭발을 하니 골골이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 * *
“좋아. 잘 끌고 오는군.”
“…소환수가 대단합니다.”
“쟤네가 원래 능력이 좀 있지.”
골골이와 흑흑이의 대화는 태현 일행이 있는 곳까지 들리지 않았다.
류다영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해서 중얼거렸다.
랭커들 중에서도 저 정도로 대단한 소환수나 펫을 데리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이다.
‘진짜 드래곤은 아니겠지?’
“상대가 폭발에 약한가? 계속 올 때마다 멈추네.”
“잘됐네. 약점 하나 발견했군.”
이세연과 태현은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의 견적을 내고 있었다.
모든 몬스터는 약점을 갖고 있기 마련.
어떤 몬스터는 화염 속성에, 어떤 몬스터는 냉기 속성에, 어떤 몬스터는 폭발 속성에, 어떤 몬스터는 아키서스 속성에….
보아하니 카오제다차는 그 튼튼한 맷집에 비해 폭발에 좀 약한 모양이었다.
폭탄이 터질 때마다 스턴 상태에 걸렸는지 움찔움찔 멈추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커다란 폭탄이 아닌데도 저렇게 반응할 정도면 엄청 강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이세연은 카오제다차의 모습을 보며 살짝 기대했다.
의외로 가루다 NPC들의 말과 달리 레이드가 수월해 보였던 것이다.
“하긴 보통 보스 몬스터들은 저 정도 폭탄에 잘 버티긴 하지. 레벨 600 넘는 거 맞나?”
“안 넘었으면 좋겠는데….”
한참 쫓기고 있는 흑흑이와 골골이가 들었다면 ‘아닙니다! 얘 600 확실히 넘어요! 얘 더럽게 세요!’라고 울부짖었겠지만, 불행히도 태현 일행은 저 멀리 있었다.
“온다. 싸울 준비하자.”
둘은 용케 한 마리만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거대한 뱀 같은 몬스터가 나풀거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양보해 준다며?”
“아. 그랬었지? 잊을 뻔했네.”
태현은 이세연의 말에 아까 말했던 걸 떠올렸다.
류태수와 류다영 둘에게 사냥감을 하나 양보해 주기로 하지 않았던가.
“좋아. 뒤로 물러서자.”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괴롭히는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이세연은 납득이 잘 가지 않았지만 일단 태현이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다.
“옵니다! 공격 들어가겠습니다!”
류태수는 그렇게 외치며 돌격했다. 탱커인 류다영도 오빠를 지원해 주기 위해 옆에 붙었다.
“?!?!”
그런데 둘밖에 없다?
“어?”
“둘 다 힘내라. 응원한다!”
“아니, 김태현 선수, 제가 뭘 잘못…?”
류태수는 당황했다. 태현하고 이세연이 어느새 저 뒤로 물러서 있었던 것이다.
-아키서스의 축복, 아키서스의 주사위, 직감과 행운의 지휘….
태현은 대신 버프를 최대치로 걸어주었다.
<아키서스의 축복> 권능 스킬이 둘을 감싸고, 추가 버프 스킬들까지 들어갔다.
물론 버프는 좋았지만 당황스러운 건 여전했다.
“주장님까지 왜 그러십니까?!”
“김태현이 그러자고 했어.”
“시험인가?”
“그냥 오빠가 괴롭힘당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 사이 카오제다차가 앞까지 도착했다. 흑흑이와 골골이는 비명을 질렀다.
-주인님! 이놈 장난이 아닙니다! 방어력과 체력이 살벌하게 높은데 <굶주린 혼돈>과 계약해서 이상한 회복 스킬까지 씁니다!
“…!”
태현은 깜짝 놀랐다. 그냥 좀 덩치 크고 튼튼한 놈인 줄 알았는데 그런 스킬까지 쓴다고?
‘폭탄이 잘 먹혀서 약한 놈인 줄 알았는데?’
굶주린 혼돈과 계약한 놈이라면 레벨이 낮아도 우습게 볼 수 없었다.
굶주린 혼돈의 권능은 사기 스킬 모음집 아닌가!
절대방어 절대회복 절대공격 등등 치사한 스킬들을 가득 갖고 있는 놈이었다.
[아키서스의 화신도 무지개반사나 무한반사 같은 걸로 대응해야 한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런 스킬이… 있나?’
놀랐지만 태현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일단 상대방이 굶주린 혼돈의 힘을 빌리고 있다면 그걸 끊는 것부터 해야 했다.
-아키서스의 저주, 살라비안의 생명력 봉인, 사디크의 화염 룬, 냉기의 저주!
태현은 갖고 있는 스킬들 중 상대를 방해하거나 디버프를 주는 스킬들을 닥치는 대로 퍼부었다.
태현은 각종 교단의 권능을 약탈… 아니, 수집해 온 화신.
권능 스킬은 흑흑이의 마법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갖고 있었다.
[아키서스의 저주가 카오제다차의 행운을 묶어 버립니다!]
[카오제다차가 <굶주린 혼돈의 저항>으로 저주를 풀어냅니다!]
[저주를 완전히 풀어내지 못합니다! 저주의 영향을 받습니다.]
“!”
아키서스의 저주를 완전히 풀어내지 못하더라도 꽤나 풀어내다니.
굶주린 혼돈과 몇 번 싸워본 적 있었기에 이미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입맛이 썼다.
‘아키서스 권능 너무 약한 거 아냐?’
[카르바노그가 저 정도만 해도 대단한 거라고 말합니다!]
흑흑이의 저주는 이빨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저만큼 통한 것도 대단한 거였다.
실제로 다른 스킬들은….
[카오제다차가 <살라비안의 생명력 봉인>에 걸립니다!]
[카오제다차가 <굶주린 혼돈의 저항>으로 저주를 풀어냅니다!]
[카오제다차가 <사디크의 화염 룬>에 걸립니다!]
[카오제다차가 <굶주린 혼돈의 저항>으로 저주를 풀어냅니다!]
그냥 다 풀어내 버린다!
태현은 두 신을 욕하려다가 말았다.
생각해 보니 사디크나 살라비안 같은 잡신들은 아키서스보다 못한 수준 아닌가.
‘그래. 기대도 안 했지.’
“김태현. 어떻게 할 거야?”
“여유 부리면 안 될 거 같다. 준비했던 거 다 쓰자.”
태현의 말에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사방에서 언데드들이 튀어나왔다.
구름 속에 매복하고 있던 최정예 언데드들!
본 드래곤과 본 와이번 위에 타고 있던 데스 나이트들이 창과 활을 쏘아대며 카오제다차를 노렸다.
비늘과 가죽에 막혀 데미지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데미지를 줄 사람은 많았으니까.
-콰롸롸롸롸롸!
[카오제다차가 <하늘의 난동>을 사용합니다!]
놈이 몸을 돌리며 충격파를 터뜨리자 주변에 있던 언데드들이 박살이 났다.
이세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나름 정예였던 언데드들이었는데!
[카오제다차가 <아키서스의 저주>로 인해 데미지를 입습니다!]
-퀘에에에엑!
스킬을 사용한 카오제다차는 저주 탓에 자기가 데미지를 입어버렸다. 놈은 하늘에서 발버둥 쳤다.
“…일단 놈의 스킬을 묶어야겠어.”
“어떻게?! 저주나 마법이 안 먹혀!”
“폭탄 데미지는 들어가니까 폭탄으로 해야겠지.”
태현은 말과 함께 카오제다차 가까이 붙었다. 그리고 폭탄을 닥치는 대로 던짐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폭발로 인해 카오제다차가 스턴 상태에…]
[……]
[……]
때리고 폭탄 터뜨려서 스턴 걸고 다시 때리고.
데미지는 크게 들어가지 않았지만 태현은 일단 카오제다차를 확실하게 묶어 놓고 있었다.
기계공학 스킬이 높은 데다가, 태현이 갖고 있는 폭탄은 한 발 한 발이 살벌한 위력을 갖고 있는 아이템.
그 커다란 덩치를 갖고서도 카오제다차는 태현을 어떻게 하지 못했다.
“태현 님. 새로 얻은 검술 안 쓰세요?”
“어….”
태현은 망설였다.
‘쓰다가 실수 한 번 하면 이다비도 휩쓸릴 텐데….’
폭탄이야 지금 스킬이 너무 높아서 오작동 일어날 확률이 없었지만 광기의 폭발 검술은 달랐다.
실수 한 번 하면 뒤로 폭발 일어나서 이다비한테 데미지!
“뭘 걱정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쓰셔도 괜찮아요! 쓰세요!”
“진짜? 쓴다? 나중에 뭐라고 하기 없기다?”
“…뭐 파티원 HP 흡수해서 데미지 올리는 스킬인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만약 그런 스킬이라도 태현이 쓴다면 이다비는 내줄 각오가 되어 있었다.
태현이라면 보증도 서줄 수 있었고, <아키서스의 제물> 스킬도 써줄 수 있었다.
“음. 그래. 하긴 안 실패하면 되니까….”
“무슨 스킬이길…?!”
말하던 이다비는 바로 깨닫게 되었다.
아….
이런 스킬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