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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67화 (1,266/1,826)

§ 나는 될놈이다 1267화

태현은 정색했다.

“벌이라니. 리더로서의 배려심인데.”

“…??”

이세연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배려심?

“아. 그 너희 팀의 케인한테 하는 그런 배려심?”

“…그게 뭘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건 아니거든?”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뭔진 몰라도 류태수와 류다영을 케인처럼 생각하지는 않았다!

“맞아요. 이세연 씨. 아무리 그래도 케인 선수한테 한 것처럼 그러지는 않아요.”

“그… 그런가요?”

그러면 케인한테 한 건 뭔데?

훈련이 아니라 괴롭힘이었어?

“잘 들어봐. 이세연. 쟤네 둘은 투기장에서 신나게 싸우다가 스킬 때문에 나왔잖아.”

“그 대신 비전 검술 스킬을 얻었잖아? 그런 걸로 불평하면 안 되지.”

이세연은 태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비전 검술 스킬 얻게 해주겠다는데, 투기장에서 9연승을 하더라도 당장 멈추고 나와야지….

“하지만 플레이어로서는 싸우다 멈췄으니 아쉬움이 많겠지. 팀을 이끄는 입장으로서 배려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

이세연은 깜짝 놀랐다.

태현의 입에서 ‘팀을 이끄는 입장’이란 말이 나오다니!

김태현 맞아?

‘맞다. 얘 팀 KL 만들고 나서부터는 많이 바뀌었지.’

그렇게 솔플만 하던 사람이 회사 차리고 게임단 만들고 이것저것하고 나서부터는 그래도 좀 유해진 것 같았다.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알겠어. 그렇다면 나도 양보할게.”

이세연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팀을 위해서라면 그녀도 이 정도는 양보해 줄 수 있었다.

“…저분들 무슨 이야기 하고 있는 거야?”

류다영은 셋이 수군거리자 의아해하며 물었다. 류태수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퀘스트 계획 짜는 중이시겠지.”

“그런데 이쪽을 계속 보면서 이야기하시는데?”

“우리 실력이 괜찮을지 걱정하고 있는 거겠지.”

“으읏.”

확실히 반박할 수 없었다.

사실 레벨 차이가 많이 줄어드는 투기장이니까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류다영의 레벨은 파티에 끼기 많이 부족한 편이었다.

“걱정할 거 없다. 동생아. 네가 부족해도 내가 도와줄 테니까.”

“…….”

[<가루다 구름 왕궁>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

[……]

“!”

하늘을 날아 움직이던 일행 앞에, 구름이 흩어지더니 거대한 왕궁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현이 갖고 있는 하늘성보다 몇 배는 크고 아름다운 왕궁!

‘이야….’

[저건 훔치면 안 된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 그런 생각 안, 안 했거든.’

[왜 말을 더듬냐고, 수상하다고 카르바노그가…]

하지만 확실히 가루다 왕국의 저 구름 도시는 탐이 났다.

거대한 구름을 마치 땅덩어리처럼 만들어서 그 위에 도시를 짓는 기술!

태현의 하늘성은 성 자체에 띄울 만한 마법진이나 기계공학 장치를 달아서 띄워야 하는데, 저런 구름 위에 놓을 수 있다면 훨씬 더 편하리라.

‘저건 어떻게 하는 거지?’

[특수한 구름을 재료로 모은 다음 가루다의 비법을 사용해 만든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오. 역시 카르바노그… 신답게 잘 아는구나.’

[그냥 찍어본 거라고 말합니다.]

‘…….’

알고서 한 말이 아니었어?

“태현 님! 앞에 적이에요!”

“!”

유유히 구름 사이를 헤치며 날아가는 왕궁 근처로, 거대한 비행 괴수 몇 마리가 날아들고 있었다.

‘드래곤!?’

순간 드래곤인 줄 알 정도로 괴수 몬스터는 생김새가 닮아 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날렵하고 멋들어진 육신을 갖고 있는 드래곤과 달리, 괴수 몬스터는 거대한 미꾸라지나 뱀에 가까웠다.

길쭉길쭉하게 긴 몸집!

마치 허공에서 헤엄이라도 치는 것처럼 유유하게 퍼덕이며 날아가는 모습이 커다란 물뱀 같았다.

“휴. 흑흑이랑 착각할 뻔했네.”

-…주인님!?!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폭언을 들은 흑흑이는 당황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

[드높은 하늘의 비행 괴수, 카오제다차를 목격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공포 상태에…]

[공포 저항에 성공합니다!]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일행이 공포 저항에 성공합니다!]

[……]

“!”

카오제다차, 카오제다차 계속 말하면서 보두앙을 구박하길래 그게 대체 뭔가 했는데, 저 몬스터가 그 몬스터인 모양이었다.

‘상당히 강한 모양이군.’

원래 대형 몬스터는 그 몸집에 걸맞게 레벨이 높고 체력도 높았다.

그런 데다가 하늘을 날아다니기까지 하니 잡는 난이도는 더욱 높으리라.

“김태현. 조심하는 게 좋겠어. 레벨이 600이 넘어.”

“오… 잠깐. 이제까지 상대했던 적들 생각해 보니까 갑자기 약하게 느껴지는데.”

태현의 말에 이세연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최근에 너무 위험한 놈들만 만나 왔던 것이다.

“레벨 낮아도 더 위험한 몬스터도 있잖아.”

레벨 300도 안 되는데 최상위권으로 뽑히는 플레이어도 있는데, 몬스터나 NPC도 마찬가지였다.

특이한 스킬이나 아이템을 갖고 있으면 훨씬 더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긴 맞는 말이야. 그, 신진 랭커 중에 보두앙이라는 놈도 저거 못 잡아서 구박받고 있더라.”

“…어디서?!”

이세연은 깜짝 놀랐다. 프랑스 국대 선수를 어디서 만난 거야?

“아까….”

“두 분! 떠드는 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 지시 내려주세요 지시!”

이다비가 다급하게 외쳤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 마리가 전부인가. 한 번 잡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상대도 확인해 볼 겸.”

태현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서렸다.

레벨 높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언제나 짭짤하게 남는 일이었다.

“일단 하나를 유인해 온다.”

-어떻게 말입니까?

“그건 이제 네가 알아서 해야지.”

-…….

흑흑이는 괜히 물었다고 후회했다. 태현은 이다비의 손을 잡더니 번쩍 들어 뒤에 앉혔다.

“아. 용용이 위가 불편할 수도 있겠네. 오토바이 쓸까?”

“아뇨. 용용이 위도 괜찮아요.”

“넌 왜 등이 이렇게 구불구불해? 좀 평평해야 앉기가 좋지.”

-주인이여… 내가 내 뼈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 않나…!

-캬오오.

용용이는 매우 억울해했다. 자기가 할 수 없는 부분으로 구박을 받다니.

불불이는 위로해 주려는 듯이 울었다. 용용이는 그 작은 동작에 감동했다.

이것이 어린 드래곤의 순수함인가!

-주인님. 제 등판이 좀 평평한 것 같은데 용용이가 유인해 오면 안 됩니까?

-…….

용용이는 정색했다.

역시 블랙 드래곤은…!

“둘이 다시 타야 되잖아. 귀찮아. 네가 유인해 와라.”

-흑흑….

“자기 이름 말하는 거야?”

“아니. 저건 우는 시늉하는 거야. 이다비. 혹시 모르니까 꽉 잡아.”

“앗, 엇, 엣, 넷.”

“비밀 암호 같은 거야? 윽.”

“…….”

이다비는 그냥 얌전히 입을 다물고 태현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주군. 좋은 판단이십니다. 블랙 드래곤이 적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더 좋으니….

“그래. 골골아. 흑흑이 위에 타서 시선 좀 끌고 와라.”

-…….

옆에서 말 한 마디 거들었다가 흑흑이 위에 타게 된 골골이는 슬퍼하며 올라탔다.

그 모습에 류태수는 감탄했다.

속사정이야 어쨌든, 멋들어진 블랙 드래곤 위에 정예 드래곤 데스 나이트인 골골이가 잘 무장한 채로 타고 있는 모습은 확실히 멋있었던 것이다.

전설 속의 용기사 같다!

“와. 정말 보기 좋습니다.”

-뒤지고 싶냐??

-산 놈 입 조심해라. 네놈도 언제 죽은 자가 될지….

“!?”

말 한 마디 했다가 드래곤과 데스 나이트의 격렬한 욕을 얻어먹은 류태수는 당황했다.

“왜 얘한테 성질이야? 빨리 유인이나 해와.”

-흑흑… 하필이면 왜 사디크랑 계약을 해서… 나도 아키서스랑 계약을 했어야 했는데….

골드 드래곤을 호구라고 비웃었던 게 후회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아키서스랑 계약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같은 노예여도 최고참 노예는 그 대우가 다른 법이니까!

* * *

흑흑이와 골골이가 유인하러 가는 사이 이세연은 주변에 언데드들을 소환하며 시선을 끌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크로맨서는 혼자 있어도 군단.

미끼부터 시작해서 탱킹 딜링 전부 다 언데드로 가능한 직업이 바로 네크로맨서였다.

“그 까만 용은 어디 갔어?”

“지금 미끼로 보냈지.”

“아. 그래서….”

이세연은 이다비를 힐끗 쳐다보았다.

원래 이다비가 흑흑이 위에 있었는데 지금은 용용이 위에 둘이 타고 있었다.

“제 뒤에 타실래요?”

“앗. 그래도 괜찮나요?”

이다비는 반색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태현이 살짝 발끈했다.

상대가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이세연 아닌가!

“내가 이세연보다 조종을 못하니?”

“아니… 그런 뜻은 아닌데요.”

“그러면 용용이가 이세연의 저 칙칙하고 냄새날 것 같은 언데드 괴수보다 못하니?”

매우 주관적인 표현!

이세연은 속으로 욕했다.

‘냄새 안 나거든 이 나쁜 놈아….’

네크로맨서가 타고 다니는 언데드 괴수라고 해서 냄새나는 건 아니다!

용용이가 애처로운 눈으로 이다비를 보며 말했다.

-그런 건 아니라 믿는다. 아키서스의 주교여.

“…그냥 여기 있을게요.”

이다비는 포기했다. 태현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세연은 불만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치사하게 언데드 냄새로 비방을 하다니…!

“네가 사장님이니까 고른 거겠지.”

“…!”

태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 그런가?

“아니에요. 태현 님.”

이다비가 아니라고 정정해 줬지만 태현은 고민했다.

“…잠깐. 생각해 보니까 부하직원이 어떻게 여기서 맞다고 말하겠어?”

“태현 님. 헛소리 그만하시고 그냥 앞에 보세요.”

“알겠어.”

‘이다비 씨도 말투가 옮아가는 것 같…?’

* * *

-암흑의 시야, 사디크의 상급 화염구 난사, 화염의 벽, 지독한 저주의 시야, 혼동의 저주….

흑흑이는 닥치는 대로 마법을 퍼부으며 접근했다.

드래곤은 종족 전체가 뛰어난 마법사!

블랙 드래곤답게 흑흑이는 상대방이 빡치는 마법에 능했다.

거기에 사디크의 힘까지 더해졌으니, 탈것 중에서는 정말 손꼽히는 전투력을 가진 셈이었다.

[카오제다차가 암흑의 시야에 걸립니다!]

[카오제다차가 <굶주린 혼돈의 저항>으로 저주를 풀어냅니다!]

[카오제다차가 <사디크의 상급 화염구>에 맞습니다!]

[카오제다차가 <굶주린 혼돈의 회복>으로…]

[……]

-!!!!

흑흑이는 경악했다. 나름 야심 차게 공격했는데, 상대방이 공격을 무슨 스펀지가 물 흡수하듯이 쑥 받아내 버린 것이다.

-뭐하는 거냐!? 마법을 왜 그렇게 약하게 쏴!

-아… 아니! 저놈 이상하다! 뭔가 이상한 힘을 쓰고 있어!

-이상한 헛소리를 하다니. 주군께서 널 골드 드래곤보다 낮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 닥치고 공격이나 해봐! 네놈도 알게 될 거다!

둘은 공중에서 투닥였다. 골골이는 창을 꺼냈다. 흑흑이는 그 창의 생김새에 움찔했다.

어디서 많이 본 창이었던 것이다.

-잠… 잠깐만. 너, 그 창 어디서 난 거냐?

-주군께서 한 번 써보라고 주셨지.

-야, 잠깐만! 잠깐만! 멈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아. 그렇군.

골골이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흑흑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저 데스 나이트 놈이 레벨이 올라가더니 눈치가 좀 늘었구나!

저게 뭔지도 알아차리고!

-내가 주군께 무기를 받은 것을 질투하는 거겠지?

-아니야 이 멍청한 뼈대가리 놈아!

흑흑이의 절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골이는 창을 냅다 찔러 던졌다.

-최상급 폭발 방어 결계!!

흑흑이는 급하게 방어 마법을 걸었다.

이제는 카오제다차보다 자기 위에 있는 놈이 더 징글징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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