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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64화 (1,263/1,826)

§ 나는 될놈이다 1264화

아키서스 이름 나올 때마다 펄쩍펄쩍 뛰면서 ‘아! 난 관심 없다고!’하니까 오히려 수상해졌다.

태현은 살짝 고민한 다음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아키서스 교단에 천사가 왔는데….”

-천사가 왔다고??

“아. 근데 관심 없다고 하셨죠? 말 안 하겠습니다.”

-아, 아니. 그건 말해줘도 되는데.

“싫다는데 계속 말하면 그것도 문제 아니겠습니까?”

-아니. 그것만 말하면 되잖나! 왜!

고도로발이 다시 분노해서 소리를 쳤지만 태현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관심 없다고 하셨잖습니까?”

-아, 관심 없어도 궁금할 수는 있는 거지! 말해! 말하라고!

“말 안 합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고도로발이 궁금해 죽으려고 합니다!]

[고도로발이 포기하고 입을 엽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사실 아키서스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긴 해!

“조금 갖고는 말 안 해줍니다.”

-적당히 있다! 적당히! 됐나!

<고도로발의 은밀한 비밀-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가루다 검술의 달인, 고도로발은 사실 아키서스 교단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그의 선조는 아키서스 신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루다 왕국에서 아키서스 신앙이 사라진 탓에 이제 와서는 믿는다고 말하기도 눈치 보이는 상황이 되었다.

고도로발을 설득해 당당히 아키서스를 믿게 만들어라!

보상:?, ???

“…????”

생각지도 못한 퀘스트에 태현은 당황했다.

고도로발이 아키서스에 대해 저런 태도를 보이길래, 무슨 심각한 이유라도 있는 줄 알았다.

다른 신을 믿겠다고 맹세했거나, 아니면 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거나, 그도 아니면 왕국에서 아키서스 신앙을 금지했다거나…

근데 이유가 그냥 ‘남들 다 안 믿는데 나 혼자 믿는다고 말하기가 뭐해서’라고?

‘저딴 하찮은 이유를 설득해야 하나?’

태현의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고도로발이 변명했다.

-가루다 전사들은 원래 강함에 상관없는 걸 믿으면 안 되는 법이다.

가루다 왕국의 법칙은 간단했다.

강한 게 옳다!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괴식 요리도 먹을 수 있었고, 기계공학 장비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강함에 상관이 없는 건 좋아하면 안 됐다.

꼭 아키서스 교단뿐만 아니라 다른 교단들도 비슷한 위치!

-파이토스를 믿는다고? 아니, 그런 신을 왜 믿나? 스스로한테 자신감이 없으니까 그런 짓을 하는 거지. 부끄러운 줄 알게!

-뭐? 사디크를 믿는다고? 히익! 저리 꺼져!

“…아니, 아키서스 신앙 좀 퍼지지 않았나? 내가 가루다 전사들한테 그렇게 설득했는데.”

태현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걸로는 한참 부족하지! 더 신앙을 퍼뜨려야 해. 그보다 자네 왜 나한테 말을 놓나?

“원래 교황은 신도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법이니까.”

[카르바노그가 맞는 말이라고 동의합니다.]

“어쨌든 그래서… 아키서스 신앙을 퍼뜨려서 떳떳하게 믿게 만들어야 검술 스킬을 가르쳐준다 이건가?”

-아니. 검술 스킬은 말한 이상 시험만 통과하면 가르쳐준다.

‘어라?’

“…그러면 아키서스 신앙 퍼뜨릴 이유가 없지 않나?”

-…아, 아니. 교황이니까 신앙을 믿으려는 신도를 도와줘야 하지 않… 나?

고도로발은 태현의 반응에 당황했다.

보통 이런 멀고 먼 곳에서 아키서스 신앙을 믿으려는 신도를 발견하면 ‘신앙의 형제여!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네!’ 하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줘야 하지 않나?

근데 이 아키서스 교단 교황은 ‘굳이 꼭 그런 짓을 해야 하나?’ 같은 심드렁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착각이겠지?

“아니. 요즘 아키서스 교단은 아무나 받지 않아.”

“???”

뒤에서 듣고 있던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나 받잖… 아요?

교단 규칙이 바뀌었나?

태현은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

“요즘 아키서스 교단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과 명성을 갖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만을 받지. 최근에 <굶주린 혼돈> 놈이 이상한 수작을 많이 부려서 우리도 경계를 좀 하기로 했어.”

-크으으윽…! 그런 규칙이 새로 생겼을 줄은 몰랐는데!!

고도로발은 발을 구르며 분하다는 듯이 신음했다.

그런 규칙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앗. 그런데 명성만 놓고 보면 나도 나름 명성이 있는 검사인데.

“사회적 지위와 재산이 있어야 하는데, 있나?”

-….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고도로발이 풀이 죽습니다.]

[카르바노그가 너무 잔인한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고도로발은 투기장을 떠돌며 검술을 수련하는 가루다 왕국의 떠돌이 검사였다.

즉….

백수!

‘하지만 지금 저거 받아줬다가는 가루다 왕국에 아키서스 신앙 더 퍼뜨려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지금 태현이 가루다 종족에게 매우 대접받고 있긴 했지만, 그건 태현이 어마어마한 사냥을 하고 업적을 깨고 막대한 무기를 만들어서였다.

이렇게 했는데도 아키서스 신앙이 많이 퍼지지 않은 상태인데, 여기서 더 퍼뜨려야 한다고?

‘대체 뭘 해줘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데?’

괴수를 한 백 마리 처치하고 무기를 한 만 개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 가루다 왕국의 아키서스 신앙의 평판 등급은 C-등급입니다.]

[최소 B등급 이상으로 달성해야 가루다 전사들이 아키서스 신앙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입니다.]

‘음. 생각보다 높긴 하군.’

한 E나 F일 줄 알았는데…

가루다 전사들이 태현을 정말 좋아하긴 하는 모양이었다.

‘파이토스 교단은 E 정도 되겠지?’

[카르바노그가 F등급일 거 같다고 추측합니다.]

“후. 좋다. 고도로발. 네가 아키서스 교단에 들어올 수 있도록 고민해 보도록 하지.”

-!!!

고도로발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게 정말이냐!

“그래. 하지만 너무 안심하지는 마라. 아직 확정은 아니니까. 네가 얼마나 쓸 만한 전사인지 보고 결정을 내리겠다.”

-이 나를 뭘로 보고!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단 말이다!

“바로 지금 같은 태도! 아키서스 교단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

“아키서스 교단은 철저한 규율을 갖고 있는 곳. 너같이 건방진 태도는 절대 용납받을 수 없다!”

“????”

이세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아키서스 교단이 그런 곳이었어?

되게 프리한 곳 같았는데…?

-아, 알겠다! 분노를 조절하겠다!

“그래. 그 분노를 조절하지 않으면 아키서스 교단에 들어올 수 없다! 그리고 두 번째. 충성심이 필요하다!”

-충성심… 나만큼 충성스러운 전사도 드물 거다. 믿고 맡겨봐라!

“그건 뭐 앞으로 증명해 봐야 할 일이고. 또 뭐가 필요하더라. 능력도 필요하고 스킬도 필요하고… 어쨌든 앞으로 잘하면 교단에 받아주는 걸 고민해 보겠다.”

-고맙다! 아니, 감사하다!

고도로발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 다음 멈칫했다.

어라?

원래는 태현이 ‘네가 아키서스를 믿고 다닐 수 있도록 내가 왕국 전사들을 설득해 주겠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거지?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 * *

‘아니. 근데 가루다 전사들이 이렇게 아키서스 믿는 걸 숨기고 싶어하면 좀 문제가 있는데.’

가루다 공주 만나서 아키서스 성기사단장 후손 이야기 해야 하는데, 공주도 고도로발 같다면 질문 던지자마자….

-난 아키서스 같은 거 모른다!

…같은 반응이 나오겠는데?

‘끄응. 공주 만나서 생각하고 일단 비전 검술부터 배우자.’

태현은 류다영과 류태수를 불렀다.

일단 둘 다 검술 스킬을 쓰는 플레이어였으니, 비전 검술 스킬이 도움이 되리라.

“부르셨습니까!”

“미쳤어? 싸우던 걸 멈추고 나오면 어떡하자는 건데?”

류다영은 황당하다는 듯이 류태수를 차갑게 질책했다.

지금 투기장에서 한창 잘 싸우던 도중 갑자기 류태수가 ‘헉 김태현 선수가 부른다!’ 하더니 항복을 때려버린 것이다.

같이 싸우던 류다영 입장에서는 이게 웬수인지 오빠인지 구분이 가기 힘들 정도였다.

“동생아.”

“…왜!”

“김태현 선수가 부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류다영의 목소리는 더욱더 차가워졌다.

태현이 부르는 것까지는 이해가 갔다.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를 수도 있지.

하지만 하던 건 깨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분명 지금 당장 오지 않으면 후회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부른 거겠지.”

“김태현 선수도 여기 온 지 별로 안 됐어.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겠어? 이상한 소리 하지 좀 마. 김태현 선수도 부담일 텐데.”

“…….”

듣고 있던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전 스킬 관련으로 불러서 정말 다행이다!

‘쓰잘데기없는 이유로 불렀다가는 류태수가 작살이 났겠군….’

“흥. 봐라. 김태현 선수가 말해줄 테니까. 무슨 이유로 부르신 겁니까?”

“비전 검술 스킬 가르쳐준다고 해서 불렀는데.”

“…….”

“…….”

류태수와 류다영은 동시에 침묵했다.

너무 황당했기 때문이었다.

비전 검술 스킬을 이렇게 쉽게??

희귀한 비전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는 일단 NPC를 찾는 건 물론이고, 그 NPC한테 인정을 받기 위해 이런저런 퀘스트를 깨야 했다.

그리고 나서야 간신히 배울 수 있는 것!

“…정말 비전 검술 스킬을 배울 수 있습니까?”

류태수는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류다영은 그 반응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건 안 믿은 거잖아.”

“아, 아니. 믿었지. 믿었는데 비전 검술 스킬 때문에 부른 건 몰랐지!”

류태수가 변명하는 사이 류다영이 다시 물었다.

“정말 비전 검술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겁니까? 비전 검술 스킬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근데 가르쳐준다는 걸 내가 뭐 거절할 수는 없잖아.”

그건 그래!

NPC가 퍼주겠다는데 그걸 또 거절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잘 배우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스킬입니까?”

* * *

[고도로발이 당신의 검술을 시험합니다!]

[검술 스킬이 높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업적….]

[…….]

[행운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영향을 받습니다.]

[노래 스킬이 높습니다. 추가….]

[대장장이 기술….]

[기계공학….]

[…….]

‘이거 괜찮은 건지 모르겠군.’

메시지창이 나오자 태현은 긴장했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달리, 태현은 해낸 업적과 갖고 있는 스킬이 너무 많았다.

태현의 특성에 맞춘 검술이 뭐가 나올지 도저히 예상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토끼 관련된 검술이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검을 휘두르면 오러가 토끼 모양으로 허공에 흩뿌려지는 검술!

‘…불길한 소리 하지 말고!’

[그게 왜 불길하냐며 카르바노그가 투덜댑니다.]

“으음. 감사합니다. <끝없이 흐르는 피의 검술>이라니.”

“파이토스의 검술 스킬이 이미 있긴 하지만, 이 <떡갈나무 검술> 스킬은 쓸 만해 보입니다.”

광전사인 류태수에게는 <끝없이 흐르는 피의 검술>.

파이토스 성기사인 류다영에게는 <떡갈나무 검술>.

둘 다 시련을 통과해야 얻을 수 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아 보였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

류태수와 류다영이 검술 스킬이 결정되자 태현의 기대는 살짝 더 부풀어졌다.

과연 뭐가 나올까?

[고도로발이 <가루다 예언의 거울>을 사용합니다!]

[<가루다 예언의 거울>이 당신이 가진 잠재력을 비춥니다.]

[검술 스킬이 결정됩니다!]

[<광기의 폭발 검법> 스킬을 얻기 위해 시련이 진행됩니다.]

[시련을 통과하십시오!]

“…….”

[…….]

뭐의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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