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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62화 (1,261/1,826)

§ 나는 될놈이다 1262화

“내가 왜 널 견제하냐?”

태현은 순수한 마음으로 물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보두앙은 당황했다.

원래 너무 당연한 걸 물으면 사람이 민망해지기 마련.

“…그, 그걸 내 입으로 말하라고?”

“그럼 네 입으로 말하지 여기 누구 다른 사람 있냐?”

-카오제다차도 못 잡은 놈이 아주 건방은….

“…그냥 내가 말하겠다!”

보두앙은 다급히 말을 끊었다.

“봐라. 김태현. 내가 말하기는 좀 민망하지만 나는 나름 신진 랭커에서 이름 높은 플레이어다.”

“신진 랭커?”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예 신진 랭커가 뭔지 모른다는 태도에 보두앙은 말문이 막혔다.

“그게 뭐냐? 젊은 랭커 같은 건가? 십 대라도 돼?”

“아, 아니. 그러니까 나이가 젊다는 게 아니라. 이전까지의 랭커들과 좀 다르다, 이런 의미로 많이 쓰이는, 그런….”

말하면서 보두앙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김태현 앞에서 ‘제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데’라고 말하는 게 생각보다 매우 민망했던 것이다.

내면에 잠들어 있던 수치심이 폭발!

설명을 들은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 신진 랭커라는 건 그러니까 판온에 사람 많아지면서 새로 등장한 후발주자 랭커들 이야기하는 거였군?”

“바로 그거야!”

보두앙은 무릎을 쳤다.

“예전의, 대형 길드에 들어가서 남들 쫓아내고 통행료 받고 좋은 던전에서 몰이사냥만 하는 식으로 레벨업을 하는 기존 랭커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랭커! 그게 바로 나 같은 신진 랭커인… 젠장.”

“?”

말하던 보두앙은 다시 한번 민망해졌다.

생각해 보니 김태현 앞에서 이런 거 자랑하면 김태현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와 저놈은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고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쓰는군!

…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냥 대형 길드 안 들어가고 따로 노는 랭커들 있다.”

“아… 케인 같은 아싸들인가.”

“그래. 케인 같은… 아싸가 뭐지?”

‘아니. 케인이라고 말했는데 화를 안 내다니?’

태현은 놀랐다.

보통 화를 내던데?

하지만 보두앙은 태현이 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케인=나름 대단한 랭커!

대충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쨌든 견제하는 거 아니니까, 무기는 추천하지 않는다.”

“…음….”

보두앙은 고민에 잠겼다.

솔직히 다 믿어지진 않았지만, 태현은 그래도 최상위권 랭커 중 하나.

그런 사람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좀 찜찜했다.

-아 뭐하냐 카오제다차도 못 잡은 놈아!

-빨리 안 가져가면 넌 깃털도 없어!

[가루다 대장장이들이 화를 냅니다!]

[빨리 무기를 들지 않으면 친밀도가 하락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가져가면 될 거 아닙니까.”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가루다 대장장이들의 무기는 그들의 자존심입니다. 무기를 파괴할 경우 친밀도가 내려갑니다.]

[다른 무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뛰어난 활약을 할 경우 평판과 친밀도가 올라갑니다!]

[가루다의 이름을 위해 싸우십시오!]

“저런… 가져가지 말라니까. 난 경고했다.”

태현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보두앙은 살짝 불쾌해져서 대답했다.

“내 레벨이 너보다는 낮긴 하지만 나도 랭커다.”

“…….”

태현은 멈칫했다.

쟤 레벨 설마 200도 안 되나?

“레벨이 몇이지?”

“298.”

“…그렇군!”

“그러니까 내 레벨 낮다고 너무 무시하지 말란 거다.”

“맞는 말이야.”

“??”

보두앙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나를 무슨 쓰던 무기만 쓸 줄 아는 놈으로 아는 모양인데, 나도 컨트롤 잘하고 실력 있다. 봐라. 이 무기를 다루는 걸 보여주지.”

“아니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

태현은 답답했다.

성능 떨어지는 남의 무기를 잘 다루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냥….

뒤질까 봐 걱정해 주는 건데…!

“허수아비를 띄워주십시오!”

-니가 직접 해라 이 카오제다차도 못 잡은 놈아.

-어디서 건방지게 명령질이냐!?

[가루다 대장장이들이 요청을 거절합니다!]

[건방진 요청으로 친밀도가 내려갑니다!]

“…….”

보두앙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태현은 안쓰러워하며 말했다.

“그래도 연습장에 허수아비 정도는 내보내 줄 수 있지 않나?”

-하늘대장장이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착각하지 말라구. 딱히 네가 좋아서 해주는 거니까.

[<가루다 허수아비>가 연습장에 소환됩니다!]

“고… 고맙다.”

“아냐. 네가 케인 같아서 해주는 거니 걱정하지 마라.”

“…? 고맙다.”

보두앙은 아이템을 착용했다.

[<되돌아오는, 폭탄이 달린, 거장의 가벼운 하늘강철추적투척창>을 착용했습니다!]

“????”

아이템 이름이 왜 이리 길지?

‘효과가 많이 붙어서 그런가?’

아이템 앞에 <빠른> <가벼운> <날카로운> <마력이 담긴> 이런 것들이 붙는 건 그 아이템에 추가 효과가 붙었다는 걸 의미했다.

이런 게 많이 달려 있을수록 좋은 아이템!

[<하늘의 투척> 스킬 사용 가능…]

[<돌아오는 창> 스킬 사용 가능…]

[<연속 폭파> 스킬 사용 가능…]

메시지창들이 많이 나왔지만 보두앙은 다 읽지 않았다.

원래 이런 무기는 쓰면서 배우는 거니까.

필요한 기능은 쓰다 보면 알게 되어 있었다.

“간다!”

쾅!

[하늘강철추적투척창 안에 장전된 폭탄이 폭발합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잠시 움직일 수 없습니다!]

보두앙은 연습장 안에서 비틀거리며 멈칫했다.

갑자기 폭발해 버리는 창!

“뭐… 뭐 왜 터져?! 중국산이냐!?”

“저런. 길드 동맹 놈들이 저걸 들었어야 했는데.”

태현은 중얼거렸다.

길드 동맹이 들었다면 분노의 칼을 갈았을 것!

-카오제다차도 못 잡은 전사는 저 정도인 것인가?

-후… 실망이 크군. 왜 저런 게 만인장이….

[가루다 대장장이들 앞에서 계속해서 실패할 경우 친밀도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

보두앙은 기겁해서 창을 들었다. 지금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이 새로 얻은 무기로, 어려운 연속 스킬을 사용해서 뭔가 보여줘야 했다.

간다!

“<가루다 만인장 창술>, 첫 번째 공격!”

한 점에 연속해서 공격을 찔러 넣을 때마다 데미지가 올라가는 연속공격스킬!

보두앙은 이 스킬로 데미지를 뽑아내 뭔가 보여줄 생각이었다.

[하늘강철추적투척창 안에 장전된 폭탄이 폭발합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기계공학 장비 사용> 스킬의 레벨이 오릅니다!]

“이… 이건 뭐야 또??”

다시 튕겨나가면서, 보두앙은 새로 생긴 스킬에 경악했다.

<기계공학 장비 사용> 스킬이라니.

판온에서 이런 ‘사용’에 특화된 스킬은 꽤 드문 스킬이었다.

난이도 있는 무언가를 사용할 때 올라가는 스킬!

레벨을 올리면 고대 스크롤을 부작용 없이 쓸 수 있는 <고대 스크롤 사용> 스킬.

레벨을 올리면 고대 마법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고대 마법장치 사용> 스킬.

이런 스킬들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기계공학 장비 사용>이라니. 이건 뭔 처음 듣는…?

[기계공학 장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장비 제작 스킬이 오릅니다.]

‘오. 좋군.’

태현은 만족해했다. 그러는 사이 보두앙은 무기를 확인하고 경악했다.

뭐 이딴 미친 무기가 다 있어!?

“김… 김태현! 네가 만든 거냐 이 무기?!”

“아니. 어떻게 안 거지?”

“너 말고 누가 있단 말이냐!”

보두앙은 기가 막혔다.

공격할 때마다 일정 확률로 폭발 확률이 있고, 재수 없으면 들고 있는 사람도 데미지를 입히는 무기라니.

물론 데미지야 세겠지만 이딴 무기를 누가 쓴단 말인가?!

“이런 무기를 대체 왜 만든 거냐!?”

“가루다 애들이 만들어달래서 만들어줬다. 그리고 내가 말렸잖아.”

아…!

그래서…!

보두앙은 태현의 깊은 뜻을 그제야 눈치챘다.

[가루다 대장장이들 앞에서 계속해서 실패했습니다. 친밀도가 내려갑니다.]

[평판이 내려갑니다.]

“아… 안 돼! 어떻게 올렸는데! 김태현, 이 무기를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는 거냐!? 제발 알려줘라!”

“기계공학 스킬을 익히면 부작용이 줄어들지.”

“…그거 말고는?! <기계공학 장비 사용> 스킬로는 안 되나?”

“아. 뭐야. 사용 스킬도 떴어? 그렇게 난이도가 높았나?”

[카르바노그가 화신이 만들어놓고 그딴 소리 하지 말라고 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이미 충분히 높은 태현은 저런 사용 스킬이 필요 없었다.

제작자의 특권!

“사용 스킬 있으면 계속 써서 그 스킬 레벨 올려. 부작용 줄겠네.”

“…그거 말고는?”

“그거 말고는이라니. 뭐 얼마나 날로 먹고 싶은 건데? 너 랭커 맞냐?”

태현의 말에 보두앙은 갑자기 확 부끄러워졌다.

맞는 말이었다. 자기가 언제부터 저렇게 약한 사람이 되었단 말인가.

‘난 아직도 멀었다!’

…물론 눈앞의 태현이 저런 미친 무기만 만들지 않았어도 이런 쓸데없는 스킬을 올릴 필요는 없었지만, 보두앙은 폭발 몇 번 겪은 탓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사람이 원래 폭탄 몇 방 맞으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이다.

“…내가 잘못했다. 사과하겠다. 김태현. 역시 난 너에 비하면 멀었다.”

“기계공학 스킬 이야기라면 뭐 굳이 따라올 필요가 있나 싶은데?”

“아니 기계공학 스킬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전체적으로….”

보두앙은 당당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히려고 했다.

지금은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당당하게 이 시련을 해결하고 나서 국가대표팀으로 태현을 만나리라!

“지금 네가 보기에는 내가 많이 부족하겠지. 이해한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두고 봐라. 김태현. 내가 반드시 이 무기를 잘 다뤄서 네 그 판단을 바꿀 테니까. 월드컵에서 만나자!”

-아 그만 종알거리고 무기나 좀 다뤄 이 카오제다차도 못 잡은 놈아!!

“…….”

* * *

초보자 시절로 돌아간 듯이, 허수아비 앞에서 폭발창질하는 보두앙을 보며 태현은 쯧쯧 혀를 찼다.

‘난 이만 가도 되겠지?’

원인 제공해놓고 슬쩍 떠나려는 화신의 양심에 카르바노그는 감탄했다.

아키서스 그 자체야!

“맞다. 김태현.”

“설마 무기 더 만들어달라는 말 같은 건 꺼낼 생각도 하지 마라.”

“…아니… 고마워서 말 해주려고 한 건데.”

“아. 그래?”

태현은 안심했다.

보두앙이 갑자기 미쳐가지고 ‘김태현, 장비를 더 만들어다오! 뛰어넘고야 말겠다!’이럴까 봐 긴장했던 것이다.

“여기 가루다 왕국에도 비전 스킬을 갖고 있는 NPC들이 여럿 흩어져 있다. 나는 만인장으로 전직하고 나서 이 스킬들을 모으고 있었는데, 보답으로 공유해 주겠다. 마침 이 근처기도 하고.”

[지도에 위치가 추가됩니다!]

<가루다 검술의 달인-비전 검술 스킬 퀘스트>

회색 구름의 도시 투기장에는 이상한 소문이 하나 있다.

아주 뛰어난 가루다 검사가 투기장 안에 숨어 있다는 소문!

이 가루다 검사를 만나서 인정을 받는다면 비전 검술 스킬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의하라. 이 가루다 검사는 미쳤다는 소문이 있으니….

보상: ?, ???

‘음. 그냥 무시하고 아키서스 성기사단장 찾으러 갈까….’

[?!]

어지간하면 비전 스킬에 환장하는 태현이었지만, 가루다 왕국의 매운 맛을 보니 살짝 약해졌다.

저기 갔다가 또 미친놈 만나면 또 미친 짓을 해야 하는 거 아냐?

[카르바노그가 물러서지 말라고 응원합니다!]

‘그래. 카르바노그. 비전 검술 스킬을 놓칠 수는 없지. 물론 미친 짓은 나 혼자 해야 하지만.’

[카르바노그가 시선을 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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