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261화 (1,260/1,826)

§ 나는 될놈이다 1261화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은 간부의 언어능력에 쑤닝은 감동했다.

“뒤져 이 새끼야!”

“길마님! 참으셔야 합니다! 요즘 이러시면 영상 올라갑니다!”

“크으으윽…!”

자기들끼리 뭉쳐서 굴러갈 때는 상관없었지만, 이제 길드 동맹은 여러 기업에서 투자 받으면서 굴러가는 사업이었다.

쑤닝이 간부 멱살 잡고 폭언하다가 영상이라도 올라가면 순식간에 욕을 먹고 투자자들한테 ‘미쳤나?’ 하는 소리가 날아오는 것이다.

쑤닝은 간신히 분노조절에 성공했다.

“바꿔! 비싼 돈 주고 대회 열었는데 해외 놈들이 잘나가는 꼴 보려고 열었냐? 내가 무슨 소리를 듣겠어!”

“예!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제가 조사해 왔습니다. ‘드디어 정신 차렸나?’, ‘와 길드 동맹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길드 동맹이 잘못 올린 거 아님?’ 같은 소리가 나왔습니다.”

“…이 새끼 대체 누가 간부로 올린 거냐?”

쑤닝은 기가 막혔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얼굴도 낯설었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그에 따른 간부 숫자도 많긴 했다.

덕분에 몇몇 초창기 멤버를 제외하면 의외로 교체가 잦았는데….

그걸 감안해도 너무 낯설었던 것이다.

“쑤닝 님. 저 녀석은 자쉬안입니다.”

“자쉬안이고 자취안이고 뭐 어쩌라고?”

“…저번에 투자하신 회장님 아들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바로 간부 자리 앉혔잖습니까.”

“…….”

쑤닝은 그제야 기억이 돌아왔다.

투자자들이 길드 동맹에 거금을 투자하면서 ‘허허 우리 자식이 그렇게 판온을 좋아하는데 길드에 좀 넣어주겠나??’, ‘길드에 들어갔는데 간부 자리 정도는 주겠지?’ 같은 말을 하는데 그걸 누가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예! 저희 길드 동맹에서 맡아서 키우겠습니다! 랭커 정도야 쉽게 될 겁니다!

…라고 했던 것이다.

“…자, 자쉬안. 진정해라. 생각해 보니 네 조사도 쓸모가 있다.”

“앗.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그래.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중요한 건 마음이지.”

처음 보는 쑤닝의 관대한 모습에 간부들은 감탄했다.

돈은 쑤닝도 분노조절하게 만드는구나!

“감사합니다. 제가 안 그래도 김태현 팬이라, 김태현이 솔깃해할 만한 조건이 뭔지 잘 압니다.”

“…….”

‘저거 검 뽑는 거 아니냐?’

‘말려야….’

쑤닝은 그래도 또 참는 데에 성공했다.

“빠드득… 빠득. 그래… 후. 빨리 정정보도 해.”

“…어, 길마님.”

“왜?”

“지금 정정보도 하면…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이거, 그리고 김태현한테도 이미 이렇게 도착했을 텐데요. 김태현도 이렇게 알고 있을 겁니다.”

“…으아아아아악!”

“!??”

“길마님이 미쳐 날뛰신다!!”

“자쉬안 뒤로 빼돌려!”

자쉬안은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간부들에게 끌려갔다.

“왜 저러십니까?”

“길마님은 가끔 저러시니 익숙해져라! 참. 아버지한테 이 일은 비밀이다?”

* * *

‘내가 너무 오만했나?’

태현은 오랜만에 후회했다.

[창에 귀환 효과를 넣습니다!]

[시도가 실패합니다!]

[창에 귀환 효과를 넣습니다!]

[매우 낮은 확률의 제작에 성공합니다!]

[창에 날개를 답니다!]

[시도가 실패합니다!]

[행운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작업이 중단되지 않습니다.]

[창이 파괴되지 않습니다.]

낮은 확률의 1단계를 계속 뚫어서 간신히 성공하면, 거기서 2단계를 또 성공시켜야 했다.

다행히 태현의 행운과 스킬 레벨 덕분에 2단계에서 실패한다고 처음부터 해야 하는 일은 매우 적었지만, 그래도 어려운 건 변함이 없었다.

1단계 통과하고 2단계 통과하고 3단계 또 통과하고….

그리고 가장 어이가 없는 건 이렇게 난이도를 올린 건 태현 본인이라는 점이었다.

‘아니. 물론 내가 좀 방심하긴 했지만 맨 처음에 그렇게 성공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이거 아키서스가 수작 부린 거 아니야?’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의 화신이 그런 소리 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맨 처음에 작업 진행할 때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단 말인가.

땅, 땅, 땅-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아니… 됐다.”

가루다 대장장이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섰지만 태현은 한숨을 쉬며 거절했다.

이미 쓰라린 맛을 본 것이다.

[가루다 대장장이의 기계공학 스킬이 낮습니다!]

[기계공학 장비를 제작할 때 페널티를 받습니다!]

“…….”

가루다 대장장이들은 고급이나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들을 갖고 있는, 대단한 대장장이 NPC들이었지만….

기계공학 스킬이 낮으면 이걸 제작할 때 방해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면 옆에서 응원이라도 하자!

-좋은 생각이다! 응원! 응원!

‘아오. 날개 달린 오크 놈들 진짜.’

오크들은 험악하게 생기기나 했지 가루다 전사들은 멀쩡한 외모를 갖고서 저런 짓을 하니 더 악질이었다.

[백 개를 완성합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가루다 왕국 내 평판이 오릅니다!]

[당신의 대장장이로서의 명성이 더욱더 올라갑니다. 가루다 왕국의 다른 족장들도 당신을 찾을지 모릅니다!]

‘…변장하고 다녀야겠군!’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칭호, 하늘대장장이를 얻습니다!]

결국 태현은 퀘스트를 클리어 해냈다.

아무리 빡세더라도 태현이 못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수많은 경험으로 단련된 대장장이 기술!

-아니, 벌써 완성했단 말인가?!

-훨씬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다음부터는 좀 더 많이 맡겨도 되겠군.

“…….”

[카르바노그가 검 뽑으면 퀘스트 무효된다고 외칩니다!]

“대장간에서 만나서 힘들었고 앞으로 다시는 서로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우리도 만나서 반가웠어.

-너 같은 대장장이를 만나다니 대장장이로서 기쁜 일이었지.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친밀도가 매우 높…]

[가루다 대장장이들이 알아서 감동합니다!]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포장해주는 화술 스킬과 친밀도!

태현은 ‘너희 오크 같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그건 정말 포장이 안 될지도 몰랐으니까.

“보상이나 내놔.”

바로 짧아진 말!

그러나 가루다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보상을 얻었습니다!]

[<도시 부족장>의 지위를 얻었습니다!]

[<회색 구름의 도시>의 숨겨진 시설들에 대한 이용 권한을 얻었습니다.]

[<회색 구름 지하 고문실> 이용이 가능합니다!]

[<회색 구름 지하 감옥> 이용이 가능합니다!]

[<회색 구름 가루다 암살자 길드> 이용이 가능합니다!]

[……]

‘아니. 뭐 이리 흉흉해…?’

쓸 만한 거는 안 보이고 좀 다 이상한 건물들만 있다!

[하늘섬의 비밀 던전 위치가 추가됩니다!]

‘후.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태현은 만족했다.

그 고생을 한 보람이 있다!

이런 던전 위치를 얻어내기 위해 그 고생을 했던 게 아니겠는가.

‘여기 던전 돌면서 명성, 평판 작업하고 보상 챙기면 되겠군.’

하늘섬 미공개 던전들이면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장비나 보상들이 가득할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 우리 왕국의 만인장!

-만인장인데 비행 괴수 카오제다차도 못 잡았지만 그래도 만인장은 만인장이지!

-암! 족장님께서 만인장이라고 임명해 줬으니까 더럽고 치사해도 만인장이지!

“…??”

데메르 교단 사제도 빡치게 만들 법한 가루다 대장장이들의 도발에, 태현은 의아해했다.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런 욕을 먹는 거지?

“으으….”

영웅 직업 <가루다 왕국 만인장>, 보두앙은 이를 갈았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소속인 그는 신진 랭커에 들어가는 유명한 플레이어였다.

남들보다 빠르게 가루다 왕국에 들어와 영웅 직업 전직 퀘스트를 깨고 전직에 성공한 덕분에, 최근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스타에게는 스타만의 고충이 있는 법.

보두앙은 가루다 왕국에서 플레이하는 덕분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비행 괴수, 카오제다차를 잡는 데 실패했습니다!]

[가루다 부족들이 매우 실망합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모든 가루다 사람들이 당신을 조롱하고 비웃습니다!]

처음에는 ‘뭐 그래도 이 정도 페널티는 감당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만날 때마다 ‘어이! 카오제다차도 못 잡은 만인장!’, ‘아니! 카오제다차도 못 잡은 만인장 아니신가!’ 이러니, 듣는 사람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냥 정신줄 놓고 다 공격해 버리고 싶다!

“…무기나 주십시오….”

-그래! 카오제다차도 못 잡았지만 그래도 무기는 써야지. 암.

-낯짝 두꺼운 것도 능력이지. 우리 만인장 낯짝 두꺼워서 좋겠네!

[카르바노그가 저 만인장 우는 거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눈가에 반쯤 눈물 맺힌 거 같은데….’

“뭐… 뭘 보는 거냐?!”

보두앙은 분노해서 외쳤다. 대장간 안이라 NPC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잘 보니 플레이어였다.

여기 어떻게 있는 거지?

“어… 미안하게 됐군. 내가 부끄러운 모습을 본 건가?”

“…시끄러워! 닥치지 못해?!”

보통 태현 앞에서 저딴 식으로 굴면 ‘오냐 네 모가지에 검을 박아서 닥치게 만들어주마’ 같은 반응이 나왔을 테지만, 태현은 정말 드물게 자비를 베풀었다.

상대가 창피한 것도 이해가 가는 것이다.

‘음. 나름 레벨 높아 보이는데 저런 모습 남한테 보여지면 창피하긴 하겠지.’

랭커들 중에서 이미지 관리에 매우 신경 쓰는 플레이어도 많았다.

스킬 한 번 쓸 때도 각도 맞춰서 쓸 정도!

얼핏 보면 우스워 보였지만, 이것 또한 프로로서의 자기 관리였다.

수많은 랭커들이 경쟁하고 있는 지금, 남들보다 더 인기 있으려면 철저한 이미지메이킹과 자기관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태현은 방금 있었던 영상을 녹화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이다비한테 선물해 줘야지!

‘이다비가 좋아하겠는걸?’

“넌 여기 어떻게 들어온 거냐! 쉽게 들어올 만한 곳이 아닌… 김, 김태현?!”

보두앙은 태현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오. 놀랍군.’

태현은 감탄했다.

건방지던 자세가 0.1초만에 슬쩍 공손한 자세로 바뀐 것!

거만하게 벌린 다리가 좁혀지고 오만하게 열려 있던 어깨가 공손하게 닫혔다.

“…김태현이 나왔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설마 이런 대장간까지 들어올 줄이야….”

“나도 그렇게 될 줄은 몰랐긴 해.”

“…후. 그래. 김태현 당신이라면 여기 들어올 만하지. 인정한다.”

-카오제다차도 못 잡은 만인장 놈이 뭘 인정해?

-낯짝이 아다만티움인가 우리 만인장은? 카오제다차도 못 잡았으면서 어디 이 위대한 하늘대장장이한테 까불어?

-조용히 입 다물고 무기나 받아갈 것이지.

“…….”

보두앙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태현은 안쓰럽다는 듯이 혀를 찼다.

“거 퀘스트를 얼마나 실패했으면 저렇게 구박을 받나.”

“실수 하나 했을 뿐인데 이런 또라이 같은 종족은 처음 본다…!”

“그냥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나가지 그래?”

“무기 받아야 해서 안 돼. 가루다 종족의 무기만 써야 한다고.”

보두앙에게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전직한 대가로 여러 제약이 따르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가루다 종족의 무기만 써야 하는 것!

-카오제다차도 못 잡은 만인장. 여기 그쪽한테 과분한 무기 있으니까 감사히 받아가게.

-카오제다차도 못 잡았는데 이런 무기를 준다는 게 너무 싫지만 어쩔 수 없지. 받아가게.

‘다 죽었으면 좋겠군.’

보두앙은 그렇게 생각하며 앞으로 나섰다.

…태현이 만든 무기가 쌓여 있는 곳으로!

“…잠깐. 안 받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설마 당신 정도 되는 사람이 날 견제하는 건 아니겠지?”

[카르바노그가 저거 그냥 무기 가져가게 하라고 말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