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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60화 (1,259/1,826)

§ 나는 될놈이다 1260화

“어쨌든 혼자서 할 수 있으니까, 다들 도시 구경이나 하고 있어. 간단하게 훈련해도 좋고.”

“음. 마침 가루다 왕국 좀 보고 싶긴 했는데….”

이세연은 살짝 흔들렸다.

확실히 다른 랭커들도 다 가루다 왕국에 찾아와서 이것저것 하고 있다 보니, 궁금하긴 했던 것이다.

“그래도 너만 두고 어떻게 가?”

“그냥 잘 가면 되지 않나?”

“…그래. 그러면 되겠네!”

미안한 마음을 싹 사라지게 만드는 태현의 화술에 이세연은 감동했다.

정말 배려심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태현 님. 도움 필요하면 부르세요.”

“괜찮다니까. 이번 기회에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나 올려야겠어.”

태현은 일행을 먼저 보냈다.

-따라오십시오. 대장간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재료는 다 제공해 주겠지?”

-물론입니다.

‘오. 좀 챙겨가야겠군.’

[카르바노그가 실로 알뜰하다며 감탄합니다.]

가루다 왕국은 하늘섬 위의 새로운 영역인만큼 희귀한 재료들이 많이 나왔다.

같은 등급의 강철보다 몇 배는 가벼운 하늘 강철, 바람 속성이 강력하게 담겨 있는 돌개바람석 등등….

이런 재료들을 잔뜩 챙겨두면 나중에 또 쓸 일이 생겼다.

게다가 하늘섬 재료들은 아직 거의 풀리지 않은 상태 아닌가.

가루다 왕국 창고에 있는 최상급 재료들을 싹 챙기면….

-정말로 무기를 만들어주는 것인가!

-오오… 모험가! 정말로 감동이다!

소문을 들은 가루다 전사들이 가루다 왕국의 대장간, <회색 구름 대장간>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기왕 하게 된 이상 태현은 최대한 이익을 뽑기 위해 마음을 먹었다.

“너희 같은 뛰어난 전사들을 위해 무기를 만들어주는 건 대장장이로서 영광인 일이지.”

-역시…!

-뭘 좀 안다니까!

[최고급 화술 스킬을…]

[칭호…]

[명성이 매우 높…]

[가루다 전사들의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보스 몬스터들을 쓰러뜨리고, 명성 스탯도 높은 태현은 가루다 전사들이 좋아할 만한 조건을 모두 갖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기 만들어준다고 하자 가루다 전사들의 친밀도가 폭발!

[가루다 전사들이 아키서스 신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회색 구름의 도시>에 아키서스 신전을 건설 가능합니다!]

“!”

친밀도를 넘어 아키서스 교단까지 관심을 가져주는 가루다 전사들!

태현은 반색했다.

아니, 뭘 이런 걸 다?

“좋다. 너희들에게 아키서스가 무엇인지 알려주도록 하지!”

-오래 걸리나?

-오래 걸리면 좀….

“…….”

가루다 전사들은 매우 솔직했다.

신 믿는데 오래 걸리면 그냥 안 믿을 놈들!

하지만 태현은 이제까지 언제나 유연하게 맞춰서 포교를 해온 사람이었다.

상대가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준다!

“아키서스 교단은 매우 간단한 걸로 유명한 교단이지. 그냥 믿기만 하면 돼. 별다른 절차도 필요 없어.”

-오오…!

-아무리 그래도 아무 절차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 기도 같은 것도 안 해도 되나?

“그냥 속으로 하면 되지 뭘 따로 하나? 정 기도하고 싶으면 창 휘두르는 동작을 기도 동작이라고 생각하라고.”

[카르바노그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심하지 않냐며 당황해합니다.]

전도가 좋다지만 교단의 전통이고 뭐고 전부 다 파괴하는….

아, 생각해 보니 아키서스 교단은 전통이 없었지?

“갈리고덴 님. 신전을 짓고 싶은데 좀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태현은 갈리고덴을 불렀다.

상대가 아쉬울 때 최대한 많이 받아내야 하는 법!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신전 제작 약속까지 받아낼 생각이었다.

-별로 어렵지 않소.

“오. 감사합니다.”

-저기 건물들 중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쓰시오.

“…?”

태현은 당황했다.

“주인 없는 건물들입니까?”

-주인이야 있소.

“그런데 들어가서 신전으로 쓰란 겁니까?”

-원래 주인을 이기면 상관없지 않겠소?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세상에 뭐 이런 곳이 있냐!

집주인을 쫓아내면 그냥 써도 된다니. 이 무슨….

“뭐 풍습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1초 만에 납득하고 적응하는 태현!

생각해 보니 태현이 남 쫓아내서 쓰는 걸 허락해 준다는데 굳이 따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다비. 이다비. 돌아다니면서 신전으로 쓰기 좋은 건물 있으면 말해줄래?

-네? 그럴게요. 그런데 그건 왜요?

-응? 당연히 신전 건물로 쓰려고.

-아. 그렇군요. …네?

* * *

“좋아. 그러면 제작에 들어가 볼까.”

-역시 전사라면 창 아니겠습니까? 몇 번을 폭발해도 끄떡없는 단단한 창을 만들어주십시오.

“흠. 뭐 어렵지 않지.”

새로 시작한 스킬, <기계공학 장비 제작>의 제작법 중 하나가 바로 <폭탄이 달린 미치광이의 강철 창>이었다.

이 제작법을 좀 더 발전시키던가, 아니면 이대로 만들어도 될 것이다.

[가벼운 하늘강철을 사용해서 아이템을 만듭니다! 추가 효과가…]

[……]

[……]

-모험가. 나는 투척도 가능했으면 좋겠다.

“어렵지 않지.”

[투척용 창으로 개조합니다!]

[추가…]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매우 높…]

[……]

용도를 바꾸거나 효과를 추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태현 정도의 스킬을 갖고 있다면 별로 힘들지 않았다.

바로 투척용 효과를 추가!

-그리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한 번 시도는 해보지.”

[창에 귀환 효과를 넣습니다!]

[매우 낮은 확률의 제작에 성공합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앗. 되네?’

태현은 된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솔직히 실패하면 ‘실패해서 안 된다’라고 하려고 했는데!

-멋지게 날개도 달아줬으면….

-폭탄도 더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가루다 전사들은 진상 중의 진상이었다.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면서 옆에서 계속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종알종알!

더 놀라운 건 태현이 그때마다 다 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도에 성공합니다!]

[제작에 추가 효과가 붙습니다!]

[……]

[……]

‘아니. 오늘 너무 운이 좋은데?’

태현이 행운 스탯이 높다지만 이게 만능은 아니었다.

제작할 때 너무 무리한 시도를 하면 실패하는 건 마찬가지인 것이다.

오늘 그런 시도가 몇 번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팍팍 성공하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완성합니다!]

[<되돌아오는, 폭탄이 달린, 거장의 가벼운 하늘강철추적투척창>이 완성됩니다!]

[이는 가루다 왕국에서도 흔히 보기 힘든 걸작입니다!]

‘와. 오늘 뭔가 되긴 하는군.’

태현은 뿌듯한 마음으로 하나를 마무리 지었다.

[창을 백 개 완성하십시오!]

“…….”

태현은 멈칫했다.

잠깐만….

뭐라고?

[카르바노그가 그러니까 적당히 잘 만들었어야 했다고 한숨을 쉽니다.]

“…아니. 여기 대장간의 버프 효과와 재료 버프 효과가 좋아서 잘 만들어진 걸 수도 있다. 또 만들어보면 의외로 잘 만들어질 수도….”

[창에 귀환 효과를 넣습니다!]

[시도가 실패합니다!]

[행운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작업이 중단되지 않습니다.]

[창이 파괴되지 않습니다.]

[창에 귀환 효과를 다시 넣습니다!]

[시도가 또 실패합니다!]

[……]

“…….”

[……]

* * *

“이세연 씨. 신전으로 쓰기 좋은 건물이 뭐가 있을까요?”

“저는 아직도 그 질문이 이해가 안 가는데….”

이세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전으로 쓸 만한 자리 있으면 말해줘’나 ‘신전으로 쓸 만한 빈 건물 있으면 말해줘’도 아니고, ‘신전으로 쓸 만한 건물이 있으면 말해줘’라니.

무슨 뜻이지 대체?

류다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주장이 건물을 뺏어서 쓰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니, 동생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류다영 선수. 김태현을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

류다영은 살짝 시무룩해졌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은 훨씬 더 친해 보였으니 다른 사람들 말이 맞을지도….

“저 건물 크고 넓어서 사람들 들어가기 좋아 보이는데 뭐하는 건물이죠?”

“투기장이네.”

“투기장… 한 번 가보죠? 연습도 할 겸.”

“김태현 나올 때까지 투기장이나 도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하늘섬의 투기장은 또 색다른 맛이 있으리라.

일행은 투기장 안으로 발을 디뎠다. 그러는 사이 이다비는 메모했다.

‘음. 이 건물 신전으로 괜찮을 거 같아.’

* * *

-꿈을 꿈으로만 끝내지 마라! 재능 넘치는 판온 플레이어들이여!

-이제까지 방구석에서 ‘내가 뛰어도 저것보단 잘 뛰겠다’라고 해왔던 플레이어들! 당당하게 도전해라!

-레벨이 낮아도 상관없다! 장비가 약해도 상관없다! 순수한 실력만 본다! 올스타 슈퍼플레이어!

중국 거대 대기업들이 후원하고, 길드 동맹 쪽에서 주최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오디션 대회!

그 홍보가 시작되자 판온 게시판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와, 중국 놈들 진짜 돈 많네. 선수 선발 대회를 저렇게 크게 한다고?

-저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실속 없을 거 같은데.

-홍보 효과도 있는 거겠지. 진짜 규모 봐라. 가슴이 웅장해진다.

-야. 관심 가지지 마라. 어차피 중국 놈들 잔치인데.

└왜 그렇게 배배 꼬였냐? 그냥 재밌으면 보는 거지.

-내가 틀린 말 했냐? 중국 플레이어들만 뽑아다가 중국 게임단에 집어넣겠지.

-아니야. 해외 게임단들도 여럿 기회 준다는데.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저기서 돋보이면 다른 나라 게임단들이 안 데려가겠냐?

-!

-게다가 소문에 김태현이 심사위원 쪽에 있다더라.

-김, 김태현이???

믿을 수 없는 소문에 게시판이 술렁거렸다.

태현이 심사위원 쪽으로 나온다는 건, 설마….

잘 보일 경우 팀 KL 입단이 가능하단 건가?!

-팀 KL 드디어 로테이션 바꾸냐???

-팀 KL도 선수 추가할 때가 됐지. 솔직히 지금 팀 KL만큼 로스터 빈약한 곳이 어딨냐? 후보 선수 하나 없이 시즌 뛰는 팀이 어딨어!

-사장님… 저는 밥도 잘 하고 청소도 잘 합니다! 케인 대신 저를 뽑아 주십시오!

-근데 중국 놈들이 머리에 총 맞지 않고서야 해외 플레이어들 참가를 허락해 주진 않을 것 같은데….

-에이, 무슨 욕을 먹으려고?

-걔네가 언제부터 욕 먹는 거 신경 썼다고 그래?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군.

하지만 사람들의 예측은 다시 한번 빗나갔다.

-전 세계 플레이어 모두 참가 가능!

-진짜???

-와, 뭐지?

-홍보 효과 때문이겠지! 자기네 플레이어들만 나오면 누가 그걸 보겠어!

-중국이지만 이건 인정한다.

게시판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반응에 쑤닝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홍보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온갖 곳에서 이 대회를 다루고 있었다.

‘김태현 놈을 어떻게든 모시고 온 보람이 있군!’

반응을 읽던 쑤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만. 이거 중국 플레이어들만 참가 가능한 오디션 아니었나? 왜 전 세계 플레이어들이 참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지? 오타인가?”

“어… 길마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신 거 아닙니까? 전 그렇게 들었는데요?”

“…….”

쑤닝은 갑자기 싸늘한 느낌이 등뒤를 스치고 지나가는 걸 느꼈다.

“야, 이거 발표하기로 한 간부 놈 누구야? 데리고 와.”

1분 후.

간부는 벌벌 떨며 쑤닝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그냥 별생각 없이 넣었다고?”

“아, 아니… 길마님께서 그러셨잖습니까. 김태현 놈이 솔깃하게 조건을 짜라고… 중국 쪽에서만 뽑으면 별로 흥미 없을 거 같아서 전 세계 쪽에서 뽑는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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