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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59화 (1,258/1,826)

§ 나는 될놈이다 1259화

“아니. 지금 나는 만들어주려고 온 게 아니라 그럴 시간이 없다.”

태현은 부드럽게 거절했다.

실제로 지금 여기 온 건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후손을 찾기 위해서였지, 가루다 전사들에게 기계공학 무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싫다! 싫다! 무기 만들어줘라!

-우우우! 인간 모험가! 무기 내놔라! 안 비킬 거다!

가루다 전사들은 과연 뛰어난 전사들이었다.

바로 길바닥에 드러눕더니 가지 못하도록 길을 막아버렸다.

“…….”

베어버릴까?

[카르바노그가 베어버리는 순간 전쟁이라고 경고합니다!]

가루다 왕국에서 가루다 전사를 베어버리면 도발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상금 걸리고 싶지 않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

‘하지만 이놈들을 보라고.’

가루다 종족이 날개 달리고 강한 전사 종족이라고 게시판에서는 말이 많았지만, 태현이 보기에는 그냥 날개 달린 오크들이었다.

하는 짓이 비슷하다!

“태현 님. 검 뽑으시면 안 되는 거 알죠?”

이다비가 경고하듯이 말했다. 보고 있던 류다영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김태현 선수가 설마 여기서 검을 뽑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

속마음을 들킨 태현은 움찔한 다음 말했다.

“후. 그래. 설득해서 지나가야지. 지금 내가 바쁘니….”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설득에 성공합니다!]

[가루다 전사들이 물러납니다!]

“자. 평화롭게 해결했지?”

“역시 태현 님이에요.”

-우우우! 인간 모험가! 무기 내놔라! 안 비킬 거다!

한 무리를 물러나게 만들자마자 새로 찾아오는 가루다 전사 무리!

“…….”

“태현 님! 참으세요! 릴렉스!”

* * *

“하늘을 위협하는 사악한 몬스터 가레도프를 사냥해 왔습니다!”

[가루다 왕국 내에서 평가가 조금 오릅니다!]

[가루다 전사들의 친밀도가 조금 오릅니다!]

-너무 오래 걸렸어!

-게다가 방식도 너무 조잡했어. 대기하다가 은신해서 잡다니. 그게 전사의 방식인가? 도둑놈이나 하는 방식이지!

“아니 제 직업이 도적인데….”

-뭐?? 도둑놈이라고? 허! 도둑놈이 가루다 왕국에 들어오다니!

[가루다 전사들의 친밀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

플레이어는 정색했다.

직업 갖고 차별하다니 이건 너무하잖아!

파티에서 차별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태현 파티 말고도, 고렙 이상 플레이어들은 꽤 많은 숫자가 가루다 왕국에 와 있었다.

하늘섬은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지만 가루다 왕국은 레벨업하기 좋은 곳이었던 것이다.

포악한 미발견 몬스터들과 던전들이 우글거리는 곳!

…하지만 가루다 전사들은 쉽게 친해지기 힘든 놈들이었다.

뭘 보여줘도 ‘별로군’, ‘하찮군’, ‘네가 그러고도 전사냐?’ 소리만 하니까 없던 혈압도 치솟았다.

“크으으윽… 진짜 죽이고 싶다!”

“야. 네가 참아. 그리고 싸우면 네가 져. 여기 놈들 레벨이 살벌하잖아.”

“…….”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되는 분노조절!

“어? 진짜? 야, 큰일이야!”

“??”

“김태현이 왔다는데?”

“진짜?!? 김태현이!? …근데 그게 왜 큰일이냐?”

“습, 습관이 되어가지고….”

태현이 나타나면 일단 겁먹고 봤던 일이 많아서 버릇처럼 외치고 본 것!

“김태현도 가루다 왕국 왔나… 경쟁 치열해지겠네.”

“끄응….”

랭커들은 앓는 소리를 냈다. 마계의 문이 열렸을 때가 생각났던 것이다.

수많은 플레이어들과 랭커들이 도전했지만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을 낸 건 태현이었다.

아예 악마 공작의 성까지 뺏어 오지 않았던가!

후발주자들도 나름 영역을 넓히고 새 마을을 찾아가며 이것저것 했지만, 태현만큼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었다.

이번에도 태현이 늦게 와서 관심이란 관심은 다 받아 가면 속이 매우 쓰릴 것 같았다.

“걱정 마라. 김태현도 늦게 오면 불리한 건 마찬가지야. 이제까지 활약한 건 다 먼저 찾거나 혼자 발견했을 때 이야기고. 가루다 왕국에서는 그게 불가능하지.”

“그렇겠지? 김태현 구경이나 가보자. 소문에 한국 대표팀끼리 같이 다니고 있다더라.”

랭커들도 월드컵은 기대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못 본 선수들도 나라를 빛내기 위해 튀어나오는 대회!

보통 고렙쯤 넘어가면 서로 질투하거나 견제가 심해서 관심 있다는 티도 별로 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도 않을 정도로 궁금했던 것이다.

“저기 저쪽에… 어?”

“??”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길가에 왜 가루다 전사들이 다 드러누워 있냐??

* * *

“가루다 전사들. 저놈들 설득 좀 해줘.”

-훗. 알겠습니다.

태현을 따라온 가루다 전사들은 드러누워 있는 동족들에게 외쳤다.

-비켜라!

-싫다!

-큿. 어쩔 수 없지. 실패했습니다.

“…….”

[…….]

‘기대한 내가 멍청했지….’

같은 동족이라고 서로 말을 들어줄 정도로 뜨뜻미지근한 종족이 아니었던 것이다.

개인주의 그 자체!

-비켜라, 뭐하는 거냐!

[<회색 구름의 도시>의 족장, 갈리고덴이 나타납니다!]

[갈리고덴이 <가루다의 우렁찬 울음>을 사용합니다!]

[강력한 충격을 받습니다!]

[회피에 성공…]

“크윽!”

“아오!”

“저 시끄러운 사이렌 같은 놈…!”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NPC인데도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일단 워낙 지위가 높은 탓에 쉽게 접근하기 힘든 것도 있었고….

그리고 나올 때마다 자꾸 광역기로 소리를 지르면서 나오는 게 가장 컸다.

보통 레벨 높은 NPC가 나오면서 공포로 위압 걸거나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아예 저렇게 데미지를 주는 놈은 없었던 것이다.

레벨 낮은 플레이어는 그냥 마을 안에서 죽을 수도 있다!

-역시 족장님이시다. 저 우렁찬 소리를 보아라!

“누가 조류 아니랄까 봐….”

“닭 울음소리 비슷하지 않냐?”

“그보다 왜 저렇게 김태현한테 몰려 있냐? 설마….”

플레이어들은 불안함을 느꼈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김태현! 매너 플레이하자!’

‘네가 맨날 좋은 것만 빼먹어서 우리는 영상 찍기가 힘들다!’

‘시청자들이 내 방송에 안 오고 파워 워리어 보러 가잖아!’

플레이어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마중 나온 가루다 전사들은 태현을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오, 위대한 전사여! 자네가 한 업적은 이 하늘에도 그 소문이 자자하오!

[갈리고덴이 당신을 인정합니다!]

[도시에서 <가루다 왕국의 투기장>을 이용 가능합니다!]

[도시에서 <가루다 왕국의 대장간>을 이용…]

[도시에서 <가루다 왕국의 비행 마굿간>…]

[……]

우호적인 태도에 태현은 안심했다.

이제까지 가루다 전사들 데리고 다니면서 퀘스트를 깬 보람이 있구나!

“별 것 아니었습니다. 그런 사냥은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

-?

태현과 갈리고덴은 서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대한 전사여. 내가 말한 건 당신이 만든 무기였소.

“…….”

아니….

그렇게 몬스터 잡아왔더니 몬스터 잡은 업적 말고 무기 만든 업적에 찾아왔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여기 왕국에도 솜씨 좋은 대장장이들이 있지만 당신 같은 무기는 만들지 못했소.

“저는 강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온 거지 무기 만들러 온 거 아닙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태현은 정색하고 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이미 친밀도도 크게 올려놓은 상태였고, 저런 부탁을 거절한다고 해서 아쉬울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냥 빨리 아키서스 성기사단장 후손 찾으러 가자!

[카르바노그가 역시 화신은 진상들 상대하는 데에는 도가 텄다고 감탄합니다.]

-그래도 조금만 만들어주고 가면 안 되겠소?

“안 됩니다. 저는 전사이지 대장장이가 아닙니다.”

태현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했다.

스킬만 보면 사실 대장장이라고 우겨도 되긴 하는데….

-어떻게 해도 안 되겠소?

“설마 가루다 왕국을 위해 열심히 싸운 전사를 힘으로 협박하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태현은 바로 스킬 장전했다.

만약 잡으려고 하면 일단 빠져나간다!

가루다 전사들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그 정도 자신은 있었다.

파티 멤버들이 누군데….

-여기 있는 도시 근위대들에게 그 무기를 만들어준다면 공적치 포인트는 물론이고 도시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도시 부족장의 지위를 주겠소. 거기에 모험가들이라면 탐을 내지 않을 수 없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던전들의 위치가 기록된 지도와, 가루다 전사들의 지원 등을 주겠소. 그뿐만이 아니라….

[갈리고덴이 <도시 부족장>의 지위를 약속합니다!]

[갈리고덴이 <회색 구름의 도시>의 숨겨진 시설들에 대한 이용 권한을 약속합니다!]

[갈리고덴이 비밀 던전들의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약속합니다!]

[……]

[……]

[갈리고덴이 미친 듯이 퍼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갈리고덴의 근위대를 무장시켜라-최고급 기계공학 퀘스트>

최고급 기계공학의 경지에 도달한 당신은 대가답게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기계공학의 정수가 담겨 있는 장비를 제작하는 것은 당신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업적이 되리라.

회색 구름의 도시에서 복무하고 있는 근위대 전원을 무장시킬 수 있는 기계공학 장비를 만들어라!

전부 다 만든다면 당신의 이름은 전설로 남으리라!

보상: ?, ???

“…….”

“…….”

“…….”

태현 일행은 동시에 침묵했다. 방금까지는 ‘그래도 저걸 받을 순 없지’라고 말하던 사람들도 다 입을 다문 것이다.

…거절하기에는 너무 훌륭한 조건!

저 미공개 던전 지도 하나만 받아도 지금 이 가루다 왕국에서 본전은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 플레이어들이 던전 하나 찾으려고 얼마나 삽질을 하고 있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태현 님…!”

“이건 어쩔 수 없었어. 이다비. 미안.”

“미안해하실 건 없는데, 태현 님 혼자서 하실 수 있겠어요?”

이다비는 걱정스러워했다.

지금 여기는 태현을 도와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골짜기면 미친ㄴ… 아니, 대장장이들이 많았고 이런저런 동원이 가능했다.

하지만 여기는 태현 혼자서 제작을 해야 했다.

제작 퀘스트라고 만만히 볼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다비의 걱정은 오히려 태현에게 불을 붙였다.

“후. 이다비. 날 뭘로 보고… 내가 판온 1 때 뭐라고 불렸는지 모르니?”

“미친놈?”

“미친 대장장이?”

“전부 다 틀렸습니다. 김태현 선수와 그렇게 같이 다녔으면서 정확한 명칭을 모른다니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다들! 가장 처음으로 붙여진 별명은 ‘정신 나간 대장장이’였습니다. 이제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미친 대장장이나, 미친놈으로 변화가….”

류태수의 설명에 다들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판온 최고 대장장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앗. 그것도 있었네.”

“생각해 보니 그것도 있었던 것 같군요!”

이세연과 류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저런 별명도 있었던 것이다.

류다영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PVP면 몰라도 대장장이는 제작으로 승부를 가리는 직업으로 알고 있는데… 최고를 가릴 수 있는 겁니까?”

“뭐… 대장장이들 중에서 가장 강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

‘판온 최고 대장장이’라는 거창한 별명은 제작도 제작이지만 그 강렬한 PVP 실력 때문이었다.

다른 대장장이들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전투력!

[카르바노그가 왠지 불길하다고 말합니다. 날개 달린 오크 놈들이 일 많이 시킬 것 같다고 말합니다.]

‘걱정 마라. 카르바노그. 많이 시켜봤자지.’

[카르바노그가 화신의 당당함이 매력이긴 한데 이럴 때는 괜히 더 무서워진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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