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258화 (1,257/1,826)

§ 나는 될놈이다 1258화

“함정 아냐?”

“!”

누군가 꺼낸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그럴듯했던 것이다.

“모두 나가지 마! 도시에서 나가면 공격 받는다.”

“근데 도시 안에서 계속 지낼 수는 없잖아요?”

“그러면 나가서 죽던가. 잘 됐네. 나가봐라. 있나 없나 확인 좀 해봐야겠다.”

“…갑자기 도시가 좋아졌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벌벌 떨며 도시 안에서 버텼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밖으로 나가 이것저것 하고 싶었지만, 두려움이 몸을 감쌌던 것이다.

덕분에 다른 요리사들만 신이 났다.

“와, 여기 입장료 안 받는데??”

“돌아오기 전에 빨리 이용하자!”

“재료 다 채집해! 평소에는 못 캐게 한다고!”

* * *

[<아키서스 천사의 축복>이 골짜기에 추가됩니다!]

“!”

“!!”

골짜기의 플레이어들은 메시지창에 흠칫 떨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골짜기 초보자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 메시지창이 뭔지도 모르나, 신입? 이 메시지창은….”

“크아아아아아아아!”

설명하기도 전에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수백 명도 넘는 플레이어들이 울부짖으며 내달리고 있었다.

-막아! 막아!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영지 밖으로 추방하겠다! 질서를 지켜라!

“영지 밖으로 추방되더라도 이번 기회는 놓칠 수 없다!”

“비켜라! 내가 이용하겠다!”

플레이어들은 아키서스 성기사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내달렸다.

이 메시지창은 골짜기에 대대적인 버프가 들어올 때나 나오는 창.

슈퍼의 90% 할인 찬스처럼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이번 기회에 미뤄뒀던 걸 해야 한다!

“젠장, 벌써 사람이 수백 명이 넘어!”

“고블린 만능 제작기는 포기한다!”

고블린 만능 제작기는 언제나 인기가 좋았다.

0원으로 대박을 노릴 수 있는 곳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골짜기에는 제작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비켜! <아키서스의 특수 기도 신전>으로 가야 해!”

“난 이번에 종족 제대로 못 뽑으면 그냥 접어야 한다고!”

돌연변이로 종족을 랜덤하게 만드는 <아키서스의 특수 기도 신전>.

“재료 다 꺼내라! 오늘 내가 반드시 <아키서스를 믿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망토>를 만들고 말겠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좋아! 가자!”

고블린 장로가 세우고 골짜기의 행운으로 추가 보너스를 받는 <황제의 재봉소>.

“대장장이들 전부 대장간으로! 전부 대장간으로 집합! 갖고 있는 거 다 써서 오늘 만들어야 한다! 메시지창 끝나기 전에 만들어야 해! 접속 안 한 새끼 빨리 접속하라고 해!”

“오늘 데이트 날이라고 합니다!”

“길드에서 쫓겨나기 싫으면 당장 접속하라고 해! 이 자식이 지금 생각이 있는 놈이야 없는 놈이야! 지금 한낱 데이트가 중요해?!”

“길마님! 악마의 대장간으로 모였습니다!”

“…야 이 미친 자식아 드워프 대장간으로 모여야지 왜 악마의 대장간으로 모여!? 돌았냐!!”

태현에게 은혜를 받은 드워프들이 와서 세우고, 태초의 불과 행운의 힘을 받는 <드워프 대장간>.

다른 도시에서는 찾기 힘든 독특한 효과를 갖고 있었기에 수많은 대장장이들이 들락날락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드워프 NPC들과 친해지면 각종 퀘스트와 스킬까지 받을 수 있는 곳!

…기계공학 대장장이들과 악마가 있는 <악마의 대장간>과는 절대 착각하면 안 됐다.

경험 없고 어린 대장장이들이 <악마의 대장간>에 갔다가 사악한 힘에 타락하곤 했던 것이다.

“음식 재료가 부족해! 그렇게 많았는데!”

“음식 재료 싸게 구합니다!”

“중앙 광장에서 아키서스의 가마솥으로 대량으로 요리합니다! 공짜 요리 드시고 싶은 분 오세요!”

광장에 있는, 일명 아키서스의 가마솥.

여기는 레벨 낮은 요리사도 차별하지 않았다.

“제가 스킬 레벨이 좀 낮은데 요리해도 되나요?”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사람 많아서 한 명 못해봤자 티도 안 나요!”

초보자도 따뜻하게 환영하는 풍습!

그 따뜻함에 초보 요리사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보통 다른 곳에 가면 ‘아 뉴비 꺼지세요 ㅡㅡ’나 ‘중급 이하는 요리 금지’ 같은 소리가 나오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재료 솥에 넣고 젓기만 하면 됩니다! 엄청 크니까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와. 냄새가 정말….”

말하던 초보 요리사는 멈칫했다.

어라?

고약한데?

“???”

이거 요리 맞아??

“잠깐! 거기 뭐하는 거야!”

“초보자를 왜 데리고 가! 이리로 오세요!”

저 멀리서 다른 요리사들이 급히 달려오더니 초보 요리사의 손을 잡고 근처의 가마솥으로 끌고 갔다.

그러자 <괴식 요리> 요리사들은 분노해서 소리쳤다.

“우우우! 너무한 거 아니냐!”

“우리도 신입을 받게 해줘라!”

“니들이 받는 신입마다 도망치게 하니까 이러는 거 아냐!”

“안 쫓아내는 걸 고맙게 여겨 이것들아!”

그랬다.

초보 요리사에게 친절하게 굴었던 건 <괴식 요리> 요리사들!

초보 요리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괴식 요리>로 빠져들 뻔했던 것이다.

“저 사람들 부름에 속지 마세요.”

“하, 하지만 친절하셨는데요.”

“악마는 원래 친절한 법이에요!”

신입을 뺏기자 <괴식 요리> 요리사들은 눈물을 흘렸다.

“크윽… 요리는 성능이지 왜 맛을 추구하는 거야!”

“니들은 한약에 설탕 타먹냐!”

‘뭐라는 거야 미친놈들이….’

이제 더 이상 골짜기는 랜덤 상자만 여는 곳이 아니었다.

수많은 제작 직업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굴러가는 도시!

[고블린 만능 제작기에서 <황금 아키서스 동상>이 나왔습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축하합니다!

…물론 여전히 상자와 랜덤 뽑기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아키서스 교단 NPC들은 이런 부분에서 서비스가 철저했다.

뽑기에서 성공한 플레이어는 사방팔방에 광고해 주면서 치켜세워주는 악랄한 전략!

펠마스가 생각해낸 방식이었다.

[<아키서스의 특수 기도 신전>에서 검은 날개를 얻었습니다!]

-오오오! 축하합니다!

-이 악마 같은 날개를 보십시오, 모험가들이여! 아름답지 않습니까!

“어… 사제분들이 악마 같다고 칭찬해도 됩니까?”

-뭐 어떻습니까? 여기서 일하는 악마들도 있는데.

[<황제의 재봉소>에서 제작에 실패…]

[<황제의 재봉소>에서 제작에 실패…]

[희박한 확률을 뚫고 <황제의 재봉소>에서 제작에 성공합니다! <아키서스를 믿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망토>가 완성됩니다!]

“세, 세상에! 진짜 만들어지다니!”

“저희도 만들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오늘이 되는 날은 정말 되는 날인 모양이다!”

재봉사들은 감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제작 성공 확률이 1%도 안 되는 옷이 드디어 성공하다니!

“이거, 김태현 선수한테 바칩시다!”

“그럴까? 그럴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이 정도 되는 옷이라면 김태현 선수도 좋아하겠지?”

“그렇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 정도 되는 옷이라면 김태현 선수 말고 입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

태현이 들었다면 정색했을 소리였지만 이 자리에는 태현이 없었다.

[가마솥에서 추가 효과가 일어납니다!]

[일주일 동안 가마솥 안의 음식이 끊기지 않고 다시 차오릅니다!]

“!!!”

[<드워프 대장간>에서 희박한 확률을 뚫고 <불완전한 위대한 울음의 검>이 만들어집니다!]

“!!!!!”

영지 곳곳에서 수많은 대박작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태현도, 이다비도 예측 못했던 상황!

그만큼 천사의 버프가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 * *

“하늘섬은 되게 평화롭네요.”

“요즘 레이스가 인기라는데 한 번 보고 가시겠습니까?”

“오빠.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류다영은 류태수를 타박했다.

“죄송합니다. 오빠가 이상한 소리를 했습니다.”

“아니… 한 번 말할 수도 있지. 너무 그러지 마.”

“…?”

류다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혼내셔도 됩니다.”

“혼을 내다니. 내가 뭐라고 쟤를 혼내?”

“???”

류다영이 의문에 가득 찬 표정을 짓자 이다비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제가 알기로는… 김태현 선수는 이런 부분에서 철저해서 선수들이 나태하면 혹독하게 정신을 차리게 만든다고 들었는데….”

“네? 그 정도는 아닌데요?”

물론 태현이 한 번 던전을 돌거나 사냥을 시작하면 미친놈처럼 날뛰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파티원들을 배려해 주는 사람이었다.

몇몇 게임단들은 선수에 대한 배려심 하나 없이 수익을 위해 이리저리 출연시키고 내보내는데 태현 정도면 엄청나게 배려해 주는 것!

“케인 선수 인터뷰를 봤는데….”

“아. 케인 선수 인터뷰는 무시하셔도 괜찮아요.”

“!?”

이다비가 단칼에 자르자 류다영은 당황했다.

오기 전에 케인이 했던 인터뷰를 보면서 ‘아, 그렇구나. 이 정도로 혹독하게 하니 그런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가?’ 하며 마음을 다잡았던 류다영이었다.

[가루다 왕국의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회색 구름의 도시>를 발견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가루다 전사들은 대륙 왕국처럼 모여서 살지 않았다.

거대한 구름 덩어리를 도시나 성 삼아서 그 위에 지내는 것이다.

그런 덩어리 수십 개가 합쳐진 것이 가루다 왕국!

“가루다 왕국, 말은 많이 들었는데….”

이세연도 최상위권 랭커이니, 가루다 왕국에 대해서는 계속 듣고 있었다.

미발견 던전도 많고 강한 몬스터들도 많고 퀘스트들도 많다고!

물론 이세연이야 이제 와서 새로운 직업을 찾을 생각은 없었지만 흥미가 가는 건 사실이었다.

“가루다 전사들이 거의 악신 교단 수준으로 난폭하다고 들었습니다.”

“생각처럼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요.”

이다비는 파워 워리어 탐험가들이 보고해 준 정보들이 있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마치 곰팡이 같아서, 어디든 간에 피어나는 재주가 있는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인정만 받으면 들어와서 돌아다녀도 크게 신경을 안 써요. 여기 있는 분들은 다들 레벨이 높잖아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300을 넘겼거나 300을 바라보고 있는 수준!

…태현은 아니었지만, 태현은 가루다 전사들에게 이미 인정받았기에 별로 상관없었다.

“왕국 안에서는 좀 편하게 있어도 되는 건가?”

“네. 그럴 거예요.”

탁-

“?”

콰콰콰콰콰쾅!

콰쾅! 콰콰쾅!

-이 <조잡한 폭탄 창>의 힘을 받아라!

-어리석은 놈 같으니. <잘 만들어진 이중폭탄회전창> 을 이길 수 있을 거 같으냐?

-크윽. 분하다! 어디서 그런 무기를?!

“…뭐하냐??”

태현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가루다 전사들의 축제 기간입니다!]

[가루다 전사들은 서로의 강함을 시험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겨룹니다. 그들의 대결을 구경하십시오!]

축제 기간이라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건 상관이 없었다.

다들 레벨이 높아서인지 공격을 해도 쉽게 죽지 않았으니까.

근데….

‘왜 기계공학 장비를 들고 싸우는 거지?’

[그야 화신이 유행시키지 않았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새로운 모험가인가? 꽤 강해 보이는군. 가루다 왕국에 들어올 자격이 있을 정도로.

[가루다 전사들이 당신의 강함을 인정…]

[……]

이다비가 예상했던 대로 일행은 쉽게 시험을 통과했다.

그러나 태현은 달랐다.

-아니?! 저 모험가다! 저 모험가!

-뭐? 이 무기를 고안한 게 저 모험가란 말이야?

-놓치지 마라! 내가 가겠다!

싸우던 가루다 전사들도 갑자기 정지하더니 태현을 향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가루다 전사들이 당신의 무기를 선망합니다!]

[퀘스트, <가루다 전사들을 위한 무기…>가 시작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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