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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56화 (1,255/1,826)

§ 나는 될놈이다 1256화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다니엘은 상냥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매우 온건한 태도였지만 그게 둘을 더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미친놈들 중에서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장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실을 둘은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큰일 났다. 보통 미친놈이 아니야.

-하, 하지만 저렇게 친절해 보이시는 분입니다만….

-원래 저렇게 친절해 보이는 놈이 더 위험한 놈이야! 도망칠 준비해야겠다. 조심해. 기괴한 기계공학 아이템 쓸 수 있어.

-알, 알겠습니다.

다니엘은 품속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둘은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

그러나 다니엘이 꺼낸 건 폭탄이 아니었다. 그건 조그만 모형 로켓이었다.

“뭐지 저게?”

“소형 폭탄 아닙니까?”

“아닙니다.”

“헉. 우리 말을 들었어.”

“큰일 났습니다. 이제 절대 우리를 그냥 놔주지 않을….”

“아,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착한 다니엘도 슬슬 짜증이 났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폭탄을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골짜기에 있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분들은 존중하지만, 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단 말입니다.”

“무슨 다른 길? 혹시 다른 종류의 폭탄을 말하는 건가?”

“신성 폭탄? 마법 폭탄? 독구름 폭탄?”

“…….”

다니엘은 품속에서 주섬주섬 폭탄을 꺼냈다. 호신용으로 갖고 다니는 폭탄이었다.

“히이익!”

“자꾸 헛소리하면 던질 겁니다.”

“진… 진정해. 우리도 폭탄을 좋아한다고.”

다니엘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저는 폭탄 이외의 아이템을 만드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골짜기를 떠난 거고요. 못 믿으시면 이 주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한테 물어보십시오. 제가 탈것을 만들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말에 둘은 솔깃했다.

어라?

진짜인가?

-골짜기에서도 감당 못 하는 미친놈이라서 쫓아낸 거면 어쩌지?

-근데 골짜기는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안 쫓아내지 않습니까?

-논리적이군. 맞는 말이야.

최상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군. 미안. 오해해서.”

“괜찮습니다. 그런 오해 자주 받습니다.”

사실 다니엘도 그런 오해를 편리하게 이용하곤 했다.

-이 비리비리한 제작 직업 자식이 어디서 건방지게! 뭐하는 놈이길래 감히….

-골짜기 출신 기계공학 대장장이입니다.

-…이러실 자격이 충분하셨군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좀 흥분했나 봅니다. 하하.

보통 제작 직업은 어지간해서는 싸움에서 숙이고 다녔지만,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달랐다.

동료가 당하면 우르르 찾아가서 폭탄 테러를 가하는 살벌함 때문이었다.

한 번 찍히면 진짜 인생 피곤해진다!

그렇다고 보복을 하기에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골짜기에 있었고, 골짜기는….

김태현의 영지였던 것이다.

“흠흠. 그래서 기계공학 탈것이 이 레이스에 좋다는 거야?”

“그렇죠. 물론 탈것마다 장단점이 있으니 기계공학 탈것이 완벽한 건 아닙니다.”

하늘섬 레이스는 파면 팔수록 심오했다.

덩치 큰 대형 탈것들은 공격에 취약하고 지구력이 약했다.

덩치 작은 소형 탈것들은 공격을 피하기는 좋았지만 무게가 낮아 부딪히거나 장애물을 뚫을 때 불리했다.

날개가 있으면 지름길을 달릴 수 있었지만 동시에 공격에 취약해졌고….

날개가 없으면 그 반대였다.

“기계공학 탈것의 장점은 일단 지구력이 필요 없다는 겁니다. 안정적이거든요. 게다가 상황에 맞춰서 커스텀이 편합니다.”

다니엘은 열정적으로 떠들었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폭탄에 대해 떠드는 것처럼!

‘역시 골짜기 출신이 괜히 골짜기 출신이 아니야.’

최상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탈것들은 맵이나 상황에 따라 새로 구하고 바꾸고 해야 하는데, 기계공학 탈것은 새로 고치면 되거든요.”

“오오… 들을수록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단점은 뭡니까?”

“재수 없으면 터집니다.”

“…….”

“…….”

최상윤과 정수혁은 정색했다.

“물, 물론 그 정도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보통은 작동 오류나 불량 정도에 그칩니다.”

“최악의 경우 터진다는 거잖아! 그러다 죽으면 어쩌려고!”

“어차피 경기장 안인데 죽어도 됩니다! 경기만 탈락하는 건데!”

“아. 그건 그렇군.”

생각해 보니 사망 페널티는 별 상관이 없었다.

‘어, 그렇게 따지니까 괜찮아 보이는데?’

기계공학 탈것들은 지구력에 제한이 없고 각종 저주에 면역인 대신, 공격을 받을수록 오작동 확률이나 불량 확률이 늘어났다.

재수 없으면 터질 수 있다지만 다른 탈것들도 죽을 수 있으니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렇게 좋은데 왜 기계공학 탈것이 별로 안 보이지? 역시 기술자가 없어서인가?”

대장장이 기술, 그중에서도 기계공학 학파는 판온에서 정말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스킬트리였다.

유명하고, 그 장점이 분명한데도, 배우는 사람은 정말 딱 정해져 있는 수준!

이런 스킬은 진짜 보기 드물었다.

지금 기계공학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은 골짜기 정도밖에 없었고, 그러면 그 기계공학 대장장이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보통 여기서 그만두고 나오거나, 아니면 물들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이다.

“예. 만드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아하. 그래서….”

“잠깐. 삶은계란 플레이어도 안 탔던 것 같습니다?”

정수혁은 예리하게 깨닫고 말했다.

삶은계란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지금 다니엘 선생님의 로켓은 좀 불안정한 탓에….”

“…….”

“…….”

둘은 정색했다.

물론 제작 직업은 계속해서 만들고 만들어서 스킬 레벨을 올려야 점점 품질이 좋아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야 품질 나쁜 물건이 나오더라도, 그걸 누군가 써줘야 만든 사람한테 추가 경험치가 들어가지 않겠는가.

…문제는 기계공학의 경우 품질 나쁜 물건을 쓴다는 게 목숨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삶은계란이 안 탄다는 게 매우 괘씸했다.

‘저런 케인 같은 놈을 봤나?’

“그쪽은 왜 안 타?”

“그야 저는 지금 레이스에서 성적 좋은 상황인데 탈것을 바꿀 수는 없지 않습니까?”

삶은계란도 할 말이 있었다.

지금 꾸준히 레이스 상위권 드는 강자인데 갑자기 탈것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건 아쉬운 게 없는 사람이 해야 했다.

“…우리 같이?”

“예!”

최상윤은 한 대 때리려다 말았다. 말은 더럽게 얄미웠지만 틀린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성적 나오는 놈보다 아직 아무 성적 없는 우리가 하는 게 맞긴 한데….’

최상윤은 입맛을 다셨다.

“여러분께서 타시면 저는 최선을 다해서 만들겠습니다!”

“주변에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최선을 다해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쩝. 알겠어. 해보자고.”

“오오…!”

“이런 걸 받아들이는 건 케인 씨 정도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방금 이상한 말 하지 않았냐?”

“기분 탓 아닙니까?”

최상윤과 정수혁은 다니엘을 돕기 위해 기계공학 탈것을 타고 레이스에 출전하기로 결심했다.

초반에는 많이 불리하더라도 점점 나아지겠지!

“랭커 분들이 타준다면 제 스킬 레벨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겁니다.”

“혹시 랭커가 타고 폭발해서 죽을 경우에도 추가 경험치 받습니까?”

“안 받습니다.”

“휴. 받을 줄 알았는데.”

“…….”

* * *

“혹시 하늘섬에 가서 계속 퀘스트를 진행해도 괜찮을까?”

“난 상관없어. 하늘섬은 레벨업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세연은 말끝을 흐렸다.

‘김태현 옆에 있으면 온갖 흉악한 적들이 몰려와서 레벨업하기 좋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약간 좀 실례되는 말 같았던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류태수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같이 플레이하는 게 즐거워서 아닙니까? 주장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세연은 당황해서 외쳤다.

“이렇게 팀으로 플레이하면서 서로 팀워크 올리고 합을 맞추는 게 즐겁지 않습니까? 다른 대표팀들은 막 자기들끼리 자리다툼하느라 싸움도 잦은데….”

“아. 그런 소리였어?”

“그러면 뭐 다른 소리가 있습니까?”

“…됐고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

이세연의 말에 류태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저도 찬성입니다. 지금 같은 난이도만 유지되면 안 따라갈 이유가 없으니까요.”

류다영도 말했다.

이세연이 느낀 건 류다영도 느끼고 있었다.

-김태현은 기본적으로 난이도 높은 곳만 골라 다닌다!

당장 평화로운 왕국에서도 골라돈 같은 악마를 상대했는데, 하늘섬 올라가면 얼마나 강한 적들을 상대하게 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국대 팀으로서 협동심을 준비하고 레벨을 올리기에 충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팀 KL이 전원 랭커인 데에는 태현 덕분이 컸다.

남들이 흔히 하는 몰이사냥이나 던전 독점이나 그런 거 하나 없이 파티 전원이 랭커 달성!

…전부 다 태현이 끌고 다닌 퀘스트가 어마어마하게 난이도 높았던 퀘스트였기 때문이었다.

정작 본인인 태현은 레벨 200을 넘기는 것도 힘에 버거워했지만, 다른 파티원들은 신나게 레벨을 쭉쭉 올렸던 것이다.

아예 케인은 뒤에서 <김태현식 레벨업>이라고 할 정도였다.

좋은 던전이나 사냥터를 찾는 대신, 난이도 높은 퀘스트를 깨고 적들을 만들어서 찾아오게 만드는 성장 방법!

…미친 소리 같지만 실제로 하고 있으니까!

“다들 찬성인가? 고마워라. 그러면 하늘섬으로 올라가봐야겠군.”

“저 자식들입니다!”

“?”

동굴 밖으로 나온 태현은 앞에 몰려 있는 플레이어들을 보고 의아해했다.

요리사 복장을 하고 있는 <레스토랑> 길드원들이 씩씩대며 태현 일행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놈들이 저희를 공격했습니다! 저희는 그저 순수하게 골드를 조금 뺏으려고 한 것뿐인데!”

“저건 케인보다 더 양심이 없는 것 같은데?”

태현은 감탄했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한 말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진심으로 할 수가 있지?

타고난 재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이. 너희들이 PK한 놈들이냐?”

“그렇다!”

태현이 당당하게 즉답하자 몰려온 플레이어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은 ‘저 아닙니다!’거나 혹은 ‘저 자식들이 먼저 괴롭혔어요!’ 같은 변명을 하지 않나?

‘저것들 뭐하는 놈들인데 저렇게 당당하냐?’

‘뭐 믿는 구석 있는 거 아냐? 레벨 높다거나….’

‘레벨 높은 전투 직업이 왜 이런 요리사들만 오는 동굴에 와? 시간이 썩어나냐?’

플레이어들은 이야기를 끝내고 입을 열었다.

“니들이 입힌 피해의 열 배를 배상하던가, 아니면 죽던가.”

“어쩔 수 없군. 우리가 입힌 피해의 열 배를 입혀주겠다.”

“그래. 잘 생각했… 응?”

푹푹푹!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으로 인해 혼돈 오염이…]

[……]

[……]

[악명 높은 플레이어를 쓰러뜨렸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

겁도 없게 태현 가까이 붙었던 플레이어는 그대로 로그아웃당했다.

이미 전적이 좀 있는 놈이었는지 오히려 오르는 명성!

“이, 이 자식이 미쳤나?!”

다른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설마 싸움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태현은 쯧쯧 혀를 찼다.

‘저렇게 안일해서야!’

맨날 협박만 하니 저렇게 사람이 안일해지는 것이다.

태현처럼 언제나 싸우다 보면 사람이 조금도 방심을 하지 않게 되는데!

“각자 위치로.”

이세연의 말에 류다영이 앞으로 뛰쳐나와 탱킹을 준비하고 류태수가 그 뒤로 빠졌다.

류다영을 뚫고 이세연이나 이다비를 노리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대신 막아 줄 생각이었다.

훌륭한 동작!

류다영이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이렇게 싸움을 거는 것도 레벨 업을 위해서야?”

“물론이지. 동생아. 이게 다 계획된 행동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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