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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55화 (1,254/1,826)

§ 나는 될놈이다 1255화

-화신님. 일단 교단의 전력부터 점검해볼게요.

“음.”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흐다엘이 어느 정도를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태현은 나름 자신이 있었다.

아키서스 교단은 태현이 판온 2에서 해온 궤적 그 자체였다.

피와 땀과 눈물이 섞여 있는 결정체!

망해 있던 교단을 이렇게 되살렸는데, 자부심이 없을 수가 없었다.

-일단 <폭풍과 우레의 악마 대군단>이 아직 있나요?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인데 그게 대체 뭐지?”

-아. 없어졌나요? 이런. 쓸 만한 친구들이었는데.

아흐다엘은 매우 아쉬워했다.

예전 신들이 살아 숨 쉬던 시절, 아키서스한테 사기당한 악마들로 만들어진 부대였다.

한 마리 한 마리가 고귀한 혈통을 갖고 있는 강력한 부대!

“…….”

“…….”

옆에서 듣고 있던 이세연과 이다비는 미묘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면 <지옥의 화염을 다루는 악마 군단>도, <냉기의 숨결을 뿜는 악마 군단>도 없겠네요?

“애초에 교단에 악마 군단이 없어.”

-그런…! 와, 너무 심한데요.

아흐다엘은 진심으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키서스 교단이 이렇게 약해졌을 줄이야!

-그러면 <징집된 파이토스의 성기사들>은 있나요?

“…파이토스 교단 성기사잖아?”

-에이. 화신님.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아흐다엘은 ‘알 거 다 아시는 분이 왜 이러세요’라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신의 전사들도 쓸 만하면 빌릴 수 있잖아요.

<징집된 파이토스의 성기사들>은 옛날 옛적, 파이토스 교단의 영웅들을 아키서스가 꼬드겨서 묶어 놓은 집단이었다.

한 명 한 명이 파이토스 교단에 이름을 남긴 영웅들이었지만 아키서스의 꼬드김 앞에서는 무력했던 것이다.

“…그런 애들도 없는데.”

아흐다엘은 차례대로 살벌한 군단 이름을 말했지만, 태현은 전부 다 없다고 말했다.

아흐다엘은 진심으로 슬퍼했다.

-저런. 화신님. 정말 힘들겠네요. 이런 것들 없이 어떻게 교단을 운영하셨나요?

“그치?”

태현은 반색했다.

NPC 중에 아키서스 교단 운영의 고충을 알아주는 사람은 흔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대륙의 왕궁마다 교단 신전은 설치되어 있죠? 왕족들 중에 아키서스 신도들도 있고요?

“…아니. 그 정도까지 회복하진 못했는데.”

아흐다엘의 기준은 옛날 신화 시절에 맞춰져 있었다.

아키서스가 가장 명성 높은 선신들 중 하나였고, 아키서스의 강력한 전사들이 악마들과 싸우던 시절!

하지만 그건 고대 제국보다도 예전 시절이었고, 아키서스를 포함해서 다른 신들이 떠난 이후에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하물며 아키서스 교단은 망한 적도 있는 교단.

‘나름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망한 기분이 들지?’

[카르바노그가 화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위로합니다.]

-저런. 괜찮아요. 화신님. 그럴 수도 있죠.

아흐다엘은 천사답게 화신을 매우 응원했다.

태현이 교단 부활을 못 하고 혼자서 놀고 있었어도 ‘뭐 그럴 수도 있죠 화신님’ 하며 응원해 줬을 것!

그게 태현을 더 마음 아프게 만들었다.

‘차라리 구박을 해…!’

-왕족들 중에 아키서스 신도들이 있었다면 붙잡아서 설득하려고 했는데 말이에요. 아쉽게 됐네요?

“설득을 어떻게… 아니다. 의미 없는 질문을 했군.”

<아키서스의 대군세-아키서스의 화신 퀘스트>

아키서스의 천사, 아흐다엘은 옛날 옛적, 신화 시절 악마들을 두렵게 만들었던 아키서스의 대군세를 추억한다.

수많은 악마들과 다른 신의 전사들이 그 밑에서 싸우던 위대한 대군세!

아흐다엘은 화신이 그 군세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길 원한다.

아흐다엘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군세 세 개를 완성시켜라!

보상:?, ????

[현재 은빛 검 기사단은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현재 수도 기사단은…]

[현재 아키서스 성기사단은…]

[현재 아키서스 사제단은…]

[현재 아키서스 화염단은…]

[……]

태현이 동원 가능한 전력들이 좌르륵 나오면서, 전부 다 기준 이하라는 메시지창이 떴다.

실로 엄격한 아흐다엘의 기준!

물론 태현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 입맛이 썼다.

‘기준이 상당히 높은 모양인데.’

[<아키서스 포병대>가 조건을 만족시킵니다!]

[군세 세 개 중 한 개가 완성되었습니다!]

-앗. 화신님. <아키서스 포병대>는 괜찮은 것 같네요.

“그렇지?”

태현은 반색했다.

<아키서스 포병대>는 태현이 초창기부터 열심히 한푼 두푼 모아 키운 전력이었다.

드워프들도 구하고, 거인들도 구하고, 마계의 악마들도 잡아 오고….

[<아키서스 포병대>가 <아흐다엘의 인정> 버프를 추가로 받습니다!]

[모든 공격력이…]

[……]

[……]

파아아앗!

‘오…!’

천사가 괜히 천사가 아니었다.

난이도는 어려웠지만 그걸 깨자 확실하게 들어오는 보상!

[카르바노그가 생각하기에 다른 교단 천사들은 더 쉽게 보상을 줄 것 같다고 말합니다.]

‘…….’

태현은 슬프게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다른 교단은 난이도가 좀 쉬운 퀘스트가 나왔을 것 같은데….

-화신님의 능력이라면 더 사악하고 강력한 군세들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겠죠? 믿겠어요!

“아니… 솔직히 <아키서스 포병대>보다 더 사악하고 이상한 놈들을 만들 수 있나?”

그게 가능해?

그러나 아흐다엘은 진심으로 태현의 능력을 믿고 있었다.

아키서스의 화신인데 그 정도는 하겠지!

-그리고 화신님. 제가 보기에 교단에 아직 부족한 게 많아 보여요.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흐다엘의 말이 맞았다.

아키서스 교단은 부활했지만, 아직 고위 NPC가 너무 적었다.

대주교, 상급 주교, 성기사단장, 상급 성기사….

이런 고위 NPC들이 든든하게 교단의 허리를 지탱해 줘야 좋은 교단 아니겠는가.

-제 생각에는 이게 다 다른 교단의 견제 때문 같아요.

[?]

카르바노그가 의아해했다.

아니….

교단이 오랫동안 멸망해 있다가 부활해서 그런 건데 왜 다른 교단 때문이야 그게?

“흠. 그럴듯한데?”

태현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아흐다엘의 말에 솔깃했다.

[카르바노그가 저런 속삭임에 넘어가지 말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태현은 이미 아흐다엘의 말에 반쯤 넘어가 있었다.

과연 교단의 천사답게 좋은 말만 해주는구나!

-다른 교단 놈들이 방해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렇게 영웅들이 적게 모였겠어요? 아키서스 님의 교단이라면 이것보다 열 배는 더 많이 모였어야 해요.

“확실히….”

-하나씩 모아나가죠. 화신님. 다른 교단 놈들이 방해하면 같이 찢어발기고!

아흐다엘은 주먹을 쥐며 외쳤다. 그 목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정말 다른 교단이랑 부딪히면 박살 낼 거 같다!

[카르바노그가 옛날 천사들은 살벌해서 무섭다며 벌벌 떱니다.]

[퀘스트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후손…>을 아흐다엘이 추가로 내줍니다.]

[아흐다엘이 퀘스트 진행을 추천합니다!]

아흐다엘은 일단 하늘섬 위에 있는,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후손>부터 깨라고 조언했다.

지금 당장은 아키서스의 뛰어난 전사들을 늘리는 것이 좋았다.

-다른 교단 놈들이 또 방해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찾으셔야 해요, 화신님!

“알겠어. 그보다 상처는 괜찮나?”

-아직 좀 더 회복이 필요해요.

“골짜기에서 쉬는 게 어때?”

아키서스 신앙이 가장 모여 있는 곳인 데다가, 붙잡힌 악마들한테서 마력과 피와 고기도 뜯어낼 수 있는 곳이었다.

태현의 설명에 아흐다엘은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화신님!

[아흐다엘이 골짜기에서 상처를 회복합니다!]

[아흐다엘이 골짜기에서 머묾으로 인해 골짜기에 추가 버프가 들어갑니다.]

[<아키서스 천사의 축복>이 골짜기에 추가됩니다!]

‘앗. 골짜기 미쳐 날뛰겠네요.’

이다비는 메시지창을 보는 순간 미래를 직감했다.

저런 버프 한 번 터질 때마다 골짜기는 미쳐 날뛰는 사람들로 폭발하곤 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한 번 더 올 거 같다!

그것도 역대급으로!

천사의 버프면 절대 약한 수준이 아닐 테니….

사람들이 아주 밑천까지 긁어서 상자를 까려고 하지 않을까?

-그런데 화신님. 주교가 너무 없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주교가 원한다고 하늘에서 떨어지진 않잖아.”

-능력 있는 모험가한테 퀘스트를 시키죠?

“그럴 수도 있나?”

-이 <부러진 주교의 지팡이>를 받으면 전직 퀘스트를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아흐다엘은 머리 세 개를 동시에 돌려가며 주변의 플레이어들을 쳐다보았다.

이세연은 깜짝 놀라서 손을 저었다.

“저, 저는 흑마법사라서.”

류다영과 류태수도 마찬가지였다. 아예 다른 직업인 둘은 당황해서 아니라고 외쳤다.

그러면 남은 건 이다비뿐!

“…저 이미 사제인…?!”

[<부러진 주교의 지팡이>를 받았습니다!]

[<아키서스의 황금 주교> 전직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

이다비는 갑자기 데자뷰가 느껴졌다.

지금 직업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전직했던 거 같은데…?

* * *

“아니, 두 분. 혹시 최상윤 선수와 정수혁 선수 아니십니까?”

아키서스 사제, 삶은계란이 말을 걸자 둘은 고개를 들었다.

“우리를 알아?”

“아이참. 두 분은 절 몰라도 저야 두 분을 잘 알죠. 얼마나 유명하신데.”

“좀 쑥스럽습니다.”

“이거 좋아해 줘서 고맙….”

“그리고 저는 파워 워리어 소속이거든요.”

“아.”

“아하.”

둘은 곧바로 납득했다.

어쩐지 플레이가 좀 그렇더라!

“혹시 파워 워리어 소속이면 우리를 좀 도와줄 수 있을까?”

“네. 안 그래도 그러려고 온 겁니다. 두 분이 레이스에 관심이 있어 보여서요.”

최상윤은 자기 탈것을 꺼냈다. <적토마>라고 이름을 지어준, 아름다운 붉은 말이었다.

“내 탈것, <적토마> 정도면 괜찮지 않나? 왜 자꾸 꼴찌를 하는지 모르겠어.”

삶은계란은 정색하고 말했다.

“이건 쓰레기입니다.”

“…….”

“…….”

“여러분들은 레이스의 기초도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물론 말이 좋아보이긴 하겠죠. 안정적이고 달리기도 좋고 몰기도 쉬워 보이고 추락도 안 하니까. 하지만 이 하늘섬 레이스에서 지름길도 못 달리는, 못 나는 탈것은 최악입니다! 절대 고르시면 안 돼요!”

“그… 그렇구나.”

“제 탈것인 흰 독수리는 어떻….”

“독수리는 쉽게 지치는 데다가 날개 내구도가 약합니다! 빵점!”

엄격한 평가에 둘은 당황했다.

최상윤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런데 있잖아. 우리는 스킬 퀘스트 때문에 여기 왔다지만, 너무 플레이어들이 많지 않나? 아무리 재밌고 보상이 후해도 좀 심한데.”

“엇. 보상을 모르십니까?”

“응? 우승하면 상자랑 골드랑 이것저것 주는 거 아니었나?”

“아니요. 그거 말고. 여기 스파다 시는 매월 레이스 최다우승자가 영주 자리를 받습니다.”

“…….”

“…….”

둘은 입을 떡 벌렸다.

아니, 미친….

그게… 말이 돼?

“지금까지는 계속 NPC들이 압도적이긴 한데, 그거 처음 뚫어보겠다고 플레이어들이 도전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그거 말고도 레이스가 재밌긴 하죠. 보상도 짭짤하고요.”

“그… 그렇군. 생각보다 심오한데?”

“드디어 이 레이스를 조금이나마 이해하셨군요.”

삶은계란은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레이스가 심오하고 복잡하다는 걸 깨닫는 게 첫 단계였다.

“하늘섬 레이스의 탈것은 뭐가 좋느냐. 이건 전부 다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러면 말도 좋….”

“말은 구리고요. 제가 추천하는 건 기계공학 탈것입니다.”

“기… 기계공학? 폭탄 타라고?”

“저런. 기계공학은 폭탄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니엘 님이 여러분들을 도와주실 겁니다.”

“다니엘… 님이 누군데?”

“엇. 모르십니까? 무려 골짜기 출신 기계공학 대장장이인데.”

“…….”

“…….”

정수혁과 최상윤은 겁에 질린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골짜기 출신 기계공학 대장장이라는 건 즉….

검증받은 미친놈이란 소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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