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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54화 (1,253/1,826)

§ 나는 될놈이다 1254화

케인이 그러는 동안, 최상윤과 정수혁은 하늘섬을 돌고 있었다.

“역시 국대고 뭐고 자유인 게 편하지 않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최근 발견된 판온의 영역 중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

그냥 주변을 도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가루다 전사들이 습격…]

“아오. 모기 같은 놈들.”

가루다 전사들이 하늘에서 달려드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하늘섬은 평화로웠다.

게다가 하늘섬에서 싸워야 할 길드들은 지금 다들 저 대륙으로 내려가서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으니….

여유롭게 판온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하늘섬은 현재 가장 인기 좋은 곳이었다.

“케인이 그렇게 열심히 훈련한다던데 뭘 하는지 궁금하긴 해.”

“엄살 아닙니까?”

“에이… 진짜 힘들어 보였는데.”

캡슐 밖으로 나오면 ‘엉엉 나 힘들어’ 하며 징징대는 케인이었다.

하지만 정수혁은 냉정했다.

그것도 위장일 수 있다!

“그나저나 NPC는 찾았나?”

“이쪽에 있다고 하니 한 명씩 말 걸어보죠.”

태현처럼 사기적인 스킬들이 없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퀘스트를 했다.

NPC 한 명 잡고 물어보고, 대답 안 해주면 NPC가 시키는 퀘스트 하면서 친밀도 올려서 다시 물어보고….

“선배님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매번 태현이한테 의지하면 버릇 나빠진다고.”

솔직히 태현이 있을 때 편하긴 했다.

NPC가 버티는 꼴을 못 봤다!

협박과 회유와 설득으로 전부 다 뚫어버리니 퀘스트 속도가 몇 배는 빨라지는 것이다.

태현이 남들보다 레벨 낮은데도 혼자서 퀘스트 잘 하고 다녔던 데에는 이런 화술 스킬도 한몫했다.

[하늘섬 검술의 달인, 오랑곤을 발견합니다!]

“오오. 찾았다! 빨리 검술 스킬 배우고 마법 스킬 배우러 가자!”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둘은 지금 하늘섬을 돌면서 쓸 만한 스킬들을 배우고 있었다.

스킬 작업!

판온에는 강력한 스킬들을 갖고 있는 NPC들이 많았다. 이런 NPC들을 만나면서 스킬 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잠깐만. 잠깐만.”

“예? 왜 그러십니까?”

“저 NPC 눈깔이 좀… 이상한데.”

“???”

정수혁은 최상윤의 말에 의아해했다.

“멀쩡하지 않습니까?”

“아니. 좀 달라.”

“어떻게 이상한 겁니까?”

“…골짜기 사람 같은데.”

“…….”

욕이잖아!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러시면 안 됩니다.”

“에이… 알겠어. 말 걸어볼게.”

최상윤은 헛기침을 하며 오랑곤에게 다가갔다.

-뭐냐? 경주에 돈을 걸러 왔나? 뭘 좀 아는 모양이군.

“…예?”

<하늘섬 레이스에서 승리해라-비전 검술 스킬 퀘스트>

검술 달인, 오랑곤은 경주를 즐기고 돈을 사랑하는 멋진 검사다.

“그냥 도박 중독자 아닙…?”

“쉿. 조용히 해.”

…그런 그는 검술을 아무에게나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면 경주에서 3번 우승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라!

보상: ?, ???, ????

최상윤은 왜 오랑곤을 골짜기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깨달았다.

…도박중독자 맞잖아!

“아오. 뭔 또 레이스야?”

“그래도 별로 어려운 퀘스트는 아니지 않습니까? 간단하게 해봅시다.”

둘 다 나름 랭커.

탈것도 있고 운전에 자신도 있었다.

어떤 건지는 몰랐지만 질 생각은 없었다.

“하늘섬 호수 경기장, 하늘섬 호수 경기장… 저기군.”

“사람 적었으면 좋겠습니다.”

“적으면 경기 안 돌아가는 거 아냐? 그래도 적당히 있어야… 헉.”

[하늘섬 호수 경기장에 입장하셨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달려! 달려! 달려!”

“화살 쏴서 떨어뜨려! 막아! 막아!!”

“아! 거기서 뺏기면 어떡해!!”

엄청나게 모여 있는 사람들! 전부 다 플레이어들이었다.

최상윤과 정수혁은 당황했다.

이렇게 인기가 좋았었나?

“뭐, 뭐야 이거?”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하늘섬 레이스는 하늘섬에서 가장 뜨거운 콘텐츠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건 거의 투기장 수준의 인기!

드넓고 구불구불한 맵에 온갖 독특한 장애물들이 설치되어 있고, 플레이어들은 각자 준비해 온 탈것을 갖고 와서 그 맵을 질주해야 했다.

물론 순수하게 운전 실력만으로 겨루진 않았다.

-흑마법사의 시야 제약!

-전사의 폭풍 질주!

-궁수의 갈고리 화살!

-아키서스 사제의 자리 재배치!

경기장에 입장하면, 캐릭에 맞춰 경기장 전용 스킬들이 따로 주어졌다.

이 스킬들을 사용해서 견제하고 이기는 것도 자유!

당연히 운전도 운전이지만 스킬 사용 실력도 필요했다.

“방금 이상한 스킬 하나 있지 않았냐?”

“못 본 걸로 합시다!”

그뿐만이 아니라 경기장 전용 아이템도 있었다.

-연쇄 파편 폭탄!

-추적하는 투척 창!

“아! 투척 창 맞았습니다! 1위인 삶은계란 선수! 순식간에 4위 뒤로 밀려납니다! 아키서스 사제라는 직업으로 수많은 경쟁자를 쓰러뜨린 삶은계란 선수가 이렇게 밀려 나나요! 아닙니다! 삶은계란 선수!! 다시 아키서스 사제의 자리 재배치!!! <자리 재배치>를 아껴놓고 있었습니다!!”

“게임을 운빨로 하고 있어요!!”

야유가 쏟아졌지만 삶은계란 선수는 무시하고 달렸다.

비난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

수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생중계를 하고 있는 상황.

삶은계란 선수는 자리 재배치를 사용해서 순식간에….

꼴등이 됐다.

“…….”

“기대한 내가 멍청했지.”

최상윤은 혼자 중얼거렸다.

순간 진짜 1등하나 했잖아!

* * *

“보상 아이템도 좋고, 인기도 장난이 아니고….”

“플레이어들끼리 골드도 거는 것 같습니다.”

“야. 이거 만만치 않을 거 같은데.”

최상윤은 걱정했다.

캐릭 특성에 맞게 스킬 준다는데, 최상윤은 검사.

검사는 이 경기장에서 별로 유리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저도 걱정입니다.”

“근데 네가 나보다 나을 거 같아.”

“??”

“넌 아키서스 마법사잖아. 좋은 스킬 받을 수도 있어.”

“…<자리 재배치>가 좋은 스킬입니까?!”

방금 그거 써서 중위권이 꼴등 되는 걸 봐놓고!?

“없는 것보단 낫지! 아까 경주 보니까 전사 스킬은 그냥 부스터 켜거나 옆에 붙은 놈들 넘어뜨리거나 하는 정도더라.”

“…역시 선배님 절친답습니다.”

“갑자기 태현이 얘기는 왜?”

최상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욕을 먹은 걸 눈치 못 챈 것이다.

“어쨌든 둘 다 나가겠지만 나보다는 네가 낫지 않을까 싶은데.”

“좋습니다. 한 번 해봅시다!”

[꼴찌로 통과했습니다.]

[꼴찌로…]

[꼴찌로…]

“…….”

“…….”

야 이거 장난 아니다!

지금 경주에 출전하는 놈들은 다 이 레이스를 몇 번이고 뛴 사람들이라, 고일 대로 고여 있는 괴물들이었다.

탈것부터 여기에 맞춰 나온 인간들!

“탈, 탈것부터 구해야겠는데?”

* * *

“요즘 오빠가 사기당한 게 아닌가 걱정이 돼.”

“무슨 사기?”

유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친구, 김예리의 오빠라면….

케인!

‘사기당할 게 있나?’

계속 숙소에서 훈련만 하고 있을 텐데?

“법무팀한테 부탁해서 조사해 줄까?”

“아,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김예리는 기겁했다.

예전에는 자기가 유성 그룹 손녀인 걸 최대한 안 밝히려고 했던 유지수였는데, 요즘은 그냥 대놓고 쓰려고 하고 있었다.

애가 밝아진 건 좋은데 무서워!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대표팀 후보로 뽑혔다고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럴 사람이 아니거든.”

“…….”

유지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가족인데 너무한 거 아니니?

“그래서 대표팀 사칭하는 사람한테 속은 거 아닐까 싶어서….”

“…후보로 뽑힌 거 맞을걸…?”

유지수가 듣기로 케인은 후보로 뽑힌 게 맞았다.

“정말?! 왜??”

김예리는 동생답게 정말 예리한 평가를 하고 있었다.

듣자마자 ‘왜’가 나오다니!

“그럴 만한 선수라서…?”

“정말로? 믿기지가 않네.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가족인데 좀 믿어줘야 하지 않을까?”

“나 말고 부모님도 안 믿으셨어.”

“…….”

유지수는 슬쩍 화제를 돌렸다.

“저기가 그 비전 스킬 궁수가 있는 탑이야.”

“그렇구나.”

지금 유지수는 친구를 도와주고 있었다.

랭커가 직접 도와주는 것만큼 초보자한테 도움 되는 일도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김예리도 유지수의 영향을 받아 궁수를 키우려고 하고 있었으니, 더더욱 도와주기 좋았다.

‘하지만 절대 타이럼 레인저는 추천하지 말아야지.’

진정한 우정!

진정한 우정은 친구한테 타이럼 관련 직업을 추천하지 않는 데에 있었다.

“?”

유지수는 의아해했다.

분명 이 외딴 산의 탑 앞에 오면, <탑지기 앙콜라스>라는 뛰어난 궁수 NPC가 나와서 모험가를 시험해야 했는데?

“앙콜라스 님 안 계세요?”

“앙콜라스는 지금 새로운 신앙을 받아들이느라 바쁘다.”

웬 근엄하게 생긴 늙은 기사가 나와서 말하자, 유지수는 대놓고 수상쩍어했다.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이거 이상한 퀘스트 같아.”

“왜? 무슨 일인데?”

“원래 멀쩡했던 NPC가 안 나오는 거 보니, 붙잡혀서 협박을 당하거나 제거를 당했을지도….”

“…너무 과한 생각 아니야?”

“아니야. 이런 건 미리 걱정을 해둬야 해.”

유지수 본인은 부정했지만, 유지수는 태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게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활과 화살부터 꺼내는 걸 보면 특히!

“무슨 신앙이죠?”

유지수는 대답에 따라 공격할 생각이었다.

사디크, 살라비안, 이데르고, 파이토스 등등일 경우 공격한다!

“아키서스 신을 받아들이고 있지.”

“…….”

“…….”

<아키서스의 활잡이-탑지기 앙콜라스 퀘스트>

탑지기 앙콜라스는 친구의 방문으로 새로운 신앙을 받아들이고 있다. 당신도….

“아니….”

“앗. 좋은 거 아니야?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직업이면?”

“…아니야!”

“!?”

유지수의 정색에 김예리는 당황했다.

어라?!

* * *

“천사들이 각 교단에 와 있으면 대륙 상황이 좀 나아지려나?”

-글쎄요?

아흐다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각 교단의 천사들은 악마보다 낫긴 한데, 딱히 엄청 선량하지는 않거든요. 저를 제외하면 다들 성격도 더럽고 속도 좁다고 봐야 해요.

“…?”

“???”

아키서스의 천사가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말에 태현과 이다비는 당황했다.

아니?

아키서스의 천사보다 성격 더럽고 속이 좁으면….

그게 천사가 맞나?

그건 그냥 악마가 아닌가?

-왜 그러세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긴, 각 교단의 천사들이라면 자기 교단을 위해 움직이겠지.”

-서로 다른 교단을 공격할 수도 있고….

“흠. 그것도 그렇겠지.”

-아키서스 교단을 공격할 수도 있긴 하겠군요.

“…….”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 보니 그게 가장 가능성 높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도 이제까지 다른 교단들 도우면서 쌓은 우정이 있는데 설마 그렇게 공격을 하겠어?”

-천사들은 그런 거 잘 몰라요. 그냥 공격하자고 할 것 같은데요.

천계에 있던 천사들은 대륙에서 태현이 해준 일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아키서스라고? 그냥 일단 공격해둬야 하지 않을까?

이 정도 수준일 것!

-하지만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화신님. 그걸 막기 위해 제가 이렇게 왔으니까요.

“어… 굶주린 혼돈 막기 위해서 왔다고 하지 않았나?”

-물론 굶주린 혼돈도 막아야 하지만 일단 다른 천사 놈들이 감히 아키서스 님의 신전을 노리는 것부터 막아야지요!

아흐다엘의 말을 듣고 있던 이세연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과연 대륙의 영웅들이 힘을 모아서 굶주린 혼돈을 막아낼 수 있을까?

…그냥 자기들끼리 싸우다 멸망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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