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52화
[치명타가 터집니다!]
[골라돈이 추가 데미지를…]
[……]
[가루다 전사들 사이에 <아키서스의 성스러운 몽둥이>에 관한 소문이 퍼집니다. 가루다 전사들이 추가적으로 아이템을 구하러 올 수 있습니다.]
태현은 착실하게 명성을 쌓아나갔다.
폭탄 창부터 시작해서 성스러운 몽둥이까지!
‘아니. 성스러운 몽둥이는 어디다 쓰려고….’
일회용이잖아!
[카르바노그가 폭탄 창도 만만찮게 1회용이라고 말합니다.]
-꿀… 꿀꿀. 내가… 잘못한 거 같다!
[골라돈이 굴복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아키서스의 성장>으로 인해 불불이가 <아키서스의 몽둥이 찜질 소환>을 배웁니다!]
[불불이가 희박한 확률로 <아키서스의 몽둥이 찜질 소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레벨 업 한 건 좋은데 불불아 너 지금 뭐하는 거니!?
[카르바노그가 불불이 인성 교육도 좀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퀘스트 깨는 것도 좋지만 이러다가 불불이가 성장하고 나서가 두려웠다.
대체 얼마나 사악한 드래곤으로 자라날 것인가!
-캬오?
불불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천사 같은데.’
[카르바노그가 레드 드래곤 종족의 지랄맞은 성격을 얕보지 말라고 합니다.]
‘…….’
카르바노그가 직설적으로 말하긴 했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레드 드래곤은 드래곤 중에서도 가장 성격 화끈하고 급한 놈들이니까!
“후. 어쩔 수 없군.”
“왜 그래?”
“앞으로 불불이 앞에서는 좋은 말, 좋은 행동만 보여줘야겠어.”
“…….”
“태현 님. 그건 무리 아닐까요?”
이다비도 곧바로 대답할 정도의 난이도!
* * *
-꿀꿀. 내가 뭘 해주면 마계로 돌려보내줄 건가?
“녀석. 이제야 규칙을 좀 파악했구나.”
아키서스식 규칙을 파악한 골라돈의 모습에, 태현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무례한 악마들과 만나 그들을 혼내고 감화시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아키서스에게 주어진 과업 아닐까?
‘이러다 나중에 악마들이 떼로 몰려와서 감사장이라도 주는 거 아닌가 모르겠군.’
[카르바노그가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합니다.]
“네가 마계에 나올 때 그냥 나오진 않았겠지. 누구의 도움으로 나왔나?”
-꿀꿀. 아다드 님이 보냈다.
악마 공작 아다드!
지금 빙결공 푸르네우스와 손을 잡고 태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악마 공작 중 하나였다.
마계에서도 한 번 붙었고, 아다드가 불러낸 군세를 태현이 박살 내버린 것으로 인해 원한은 이미 두둑하게 적립되어 있는 상태.
성을 뺏긴 빙결공 푸르네우스와 부하와 군세를 잃은 악마 공작 아다드 중 누가 더 빡쳐 있을지는 카르바노그도 답해줄 수 없는 난제였다.
[정말 어렵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역시 아다드가 보냈나.’
태현은 혀를 찼다.
사실 이건 불공평한 싸움이었다.
물론 이제까지 손해는 아다드만 보긴 했다. 부하들이 다 박살 나거나 붙잡혔으니까.
하지만 아다드는 자기 영역에서 팔팔하게 살아 있었고, 손해를 바로 회복할 수 있었다.
계속 꾸준히 대륙으로 부하들을 보내면 태현은 맞기만 해야 했다.
불리한 입장!
‘아. 마계 가야 하나? 퀘스트 마저 깨야 하는데.’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도 깨야 하고, 왕국 관련 퀘스트도 깨야 하는데….
지금 마계를 갈 수가 없다!
다른 공작, 구시렉의 도움을 받는 것도 일단 마계에 가야 가능한 일이었다.
“혹시 아다드한테 불만 없나?”
태현은 슬쩍 물었다.
이미 온갖 음해와 거짓말이 장전되어 있는 상태였다.
어떻게든 아다드를 괴롭히려는 수작!
물론 상대는 충성스러운 수하일 테니 한 번에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의심이라도 불러내면 성공이다.’
-꿀꿀. 아다드 님이 성격이 오만하고 포악하고 부하들을 많이 괴롭히긴 한다.
“…….”
[…….]
묻자마자 튀어나오는 불만!
태현은 잊고 있었다.
악마 종족은 원래 이런 놈들이라는 것을!
[이러니까 맨날 아키서스한테 아키서스당하는 거 아니냐고 카르바노그가…]
“골라돈. 네가 여기 나타난 걸 내가 어떻게 미리 알았는지 아나?”
-꿀꿀. 모르겠다.
“바로 아다드가 말해줬어.”
-꿀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아다드 님이 아무리 멍청해도 그렇지 아키서스한테 그런 걸 말해주지는 않는다.
“…….”
골라돈은 의외로 똑똑했다. 그러나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네가 섬기던 랄그갈이 어디 갔는지 알아?”
-꿀꿀. 모르겠다.
“아다드가 계속되는 실패에 분노해서 어둡고 깊고 배고픈 곳에 가둬버렸지. 랄그갈은 그런 곳에 갇힌 거야.”
-꿀꿀!
골라돈은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랄그갈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아다드가 그런 짓을 했다고?
-꿀꿀. 못 믿겠다!
“이걸 봐. 랄그갈이 날 믿고 맡겨준 물건이다.”
태현은 <랄그갈의 사악한 맹독>을 꺼냈다.
랄그갈이 에랑스 왕국의 귀족과 왕족들을 중독시켰을 때 가서 해결하고 챙겨놨던 아이템!
-꿀꿀…!
[골라돈이 커다란 충격을 받습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
[……]
[설득에 성공합니다!]
“알겠어? 아다드는 다시 널 죽이려고 할 거야. 이미 넌 눈 밖에 난 셈이지.”
-꿀꿀…!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내가 먼저 배신하기 전에 감히!
“…….”
악마들의 배신감은 좀 색다르긴 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좋은 방법을 가르쳐줄까?”
-꿀꿀. 알려다오! 귀담아듣겠다!
“일단 돌아가서 충성하는 척을 해. 그리고 기회를 봐서 <랄그갈의 사악한 맹독>을 아다드한테 먹여.”
-꿀꿀…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나?
“골라돈. 악마 공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그 위험한 짓을 할 수 있어야 악마 공작이 될 수 있는 거지. 너도 악마 공작 할 수 있어!”
야 너도 악마 공작 할 수 있어!
악마한테 긍정적인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모습에 카르바노그는 감탄했다.
“골라돈. 이 지팡이가 뭔지 아나?”
태현은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를 꺼냈다.
마계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마계를 지배하려고 했던 악마왕의 지팡이!
악마라면 환장할 수밖에 없는 미친 아이템이었다.
…물론 가짜였지만 말이다.
-꿀꿀…?! 설마!
“그래. 그 설마다! 이게 바로 그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다.”
-꿀, 만져보게….
“어허.”
태현은 슬쩍 지팡이를 다시 집어넣었다. 가짜인 만큼 오래 보여주면 안 됐다.
“골라돈. 이 지팡이가 갖고 싶다면 해내는 거다. 알겠냐? 가서 맹독을 몰래 먹인 다음 연락해라!”
-꿀꿀. 알겠다! 해보겠다!
[굶주린 악마, 골라돈을 설득해서 일시적으로 부하로 삼았습니다!]
[골라돈은 당신이 내린 임무를 충실히 해낸 후 보고할 것입니다.]
[골라돈의 충성도가 최대치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려갈 수 있습니다.]
[……]
[……]
“맞다. 골라돈. 가기 전에 부탁 하나만 하자.”
-꿀?
“네 몸에서 고기 몇 근만 빌려줄래?”
-…….
골라돈은 처음으로 정색했다.
* * *
[<최상급 골라돈의 삼겹살>을 얻었습니다!]
[<최상급 골라돈의 삼겹살>을 얻었습니다!]
[……]
[……]
-꿀꿀. 대체 얼마나 가져가는 거냐!
“아니. 손 한 번 댔는데 이게 아이템이 많이 나오는 거야. 오해라고.”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골라돈이 싫어해도 피할 방법은 없었다.
살벌한 가루다 전사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니까.
태현은 능숙하게 골라돈의 살코기를 빌려갔다.
아키서스의 효과로 몇 배로 가져가는 건 물론이고!
[굶주린 악마, 골라돈이 마계로 도망갑니다!]
[퇴치에 성공합니다! 주변 NPC들의 만족도가 크게 오릅니다!]
[……]
[퀘스트를 클리어 했습니다.]
[가루다 전사들이 만족합니다!]
-좋은 사냥이었습니다!
“그래. 이걸로 만족했다니 다행이군.”
가루다 전사들이 만족한 것 같자 태현도 안도했다.
이제 한동안 방해를 하지 않겠지?
[가루다 전사들이 낸 소문이 가루다 왕국에 퍼져나갑니다!]
[당신의 명성이 점점 더 올라갑니다.]
[<가루다 귀족의 호기심>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폭탄 병기를 도입하라-가루다 제식 무기> 퀘스트가…]
[……]
‘아니 이 새끼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해줬더니 퀘스트를 더 갖고 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후예-가루다 공주의 비밀>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
그래도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후예를 찾는 퀘스트가 안 나오진 않았다.
다행히 챙겨준다!
‘…근데 가루다 공주는 누구냐?’
[누군진 몰라도 아키서스 엮여 있는 거 보면 별로 멀쩡한 사람은 아닐 거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 *
“정말 즐거웠습니다!”
“오늘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친구들한테 꼭 자랑하겠습니다! 판온 대회에서도 응원할게요!”
“역시 김태현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군. 정말 훌륭해!”
“?”
“???”
태현을 칭찬하던 랭커들은 고개를 돌렸다. 뭔가 이상한 놈 한 명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차오. 넌 왜 여기 있냐?”
“맞아. 아직도 여기 있네. 빨리 꺼져.”
“네 음식 필요 없어. 배부르다고.”
바로 들어오는 구박!
차오는 울컥했지만 참았다. 태현이 골라돈에게서 얻어낸 재료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이럴 때는 아부라도 해야 한다!
사실 원래 계획은 좀 달랐었다.
-김태현. 골라돈을 잡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다. 레벨 높은 몬스터의 원하는 부산물을 얻어내려면 매우 높은 요리 스킬이 필요하지. 요리 스킬이 없다면 제대로 된 재료를 얻어내지 못할뿐더러 그 등급이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여기 마침 뛰어난 요리사가 있….
-길마님. 김태현이 그냥 고기 얻어낸 것 같은데요.
-…….
차오가 놓치고 있는 게 있었다.
김태현은 요리 스킬도 높다는 것을!
-저 자식은 대체 전투 직업인 놈이 요리 스킬이 왜 그렇게 높은 거야!?
-영지 플레이어들 대접해 주려고 요리를 그렇게 해서 올린 거 아닙니까? 베풀어 준 만큼 돌아온….
-너 지금 나 놀리냐?
-그, 그럴 리가요.
“김태현. 그 고기를 아주 비싼 값에 사겠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가격을 제시….”
“길마님. 김태현 지금 탈것 타고 날아가고 있는데요.”
“…야! 야!!! 야 이 자식아! 퀘스트 뺏으려는 거 아니지??? 돌아와! 듣고 있는 거 안다! 돌아오라고!”
“길마님. 그러다 진짜 돌아오면 다 뒤지는 거 아닙니까?”
“…….”
* * *
[팔라노 성에 도착했습니다!]
[정체를 들킬 경우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에랑스 왕국.
왕자들이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아직 많은 곳들이 평화로웠다.
차오는 제대로 된 위치를 말해주지 않았지만 찾는 건 쉬웠다.
‘여기군.’
요리사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곳을 쫓아가면 되니까!
“그, 수상쩍은 요리 퀘스트 받는 곳이 어딥니까?”
“아 그 미친놈들이요?”
“…….”
“…….”
잘못 온 거 아냐?
류다영이 뒤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거 이상한 퀘스트 아닙니까?”
“무슨 소리. 동생아.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 김태현 선수는 절대 실수를 하지 않으니까. 실수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다 의도된 거야.”
“…….”
태현은 움찔했다.
아니….
나도 실수 하는데…!
[카르바노그가 이제까지 모든 게 다 계산되어 있었던 거냐며 소름 끼쳐 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세연은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류태수가 시즌 도중에 김태현 찬양 노래 부를 때는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매우 웃겼던 것이다.
‘김태현이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태현의 저런 모습은 처음 봤다. 저것만으로도 류태수를 데리고 온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