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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50화 (1,249/1,826)

§ 나는 될놈이다 1250화

“들어보니 스킬 무효화시키는 권능을 갖고 있던데.”

“짜증 나는 놈이네.”

이세연은 질색했다.

이세연 같은 네크로맨서한테 저런 무효화 스킬을 쓰는 보스 몬스터는 상성이 안 좋았다.

재수 없게 휘말리면 기껏 소환해놓은 언데드 군단이 다 날아가는 것이다.

“가루다 전사들을 먼저 붙일까?”

“그러는 게 나을 것 같아. 위에서 눈 가리고 혼란 저주 걸고, 그 다음 가루다 전사들 들어가고.”

“폭탄 써서 스턴 걸게.”

“터뜨리기 전에 말해. 물리 방어력 내려서 데미지 극대화시킬 테니까.”

태현과 이세연은 순식간에 계획을 짜나갔다.

차원이 다른 속도!

마치 똑같은 사람 둘이 있는 것처럼 막힘이 없었다.

원래 파티 플레이, 그것도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들어가기 전에 상당히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서로 다른 플레이어들이 합을 맞춰서 싸워야 하니 당연한 것이다.

각자 직업을 대략적으로 말하고, 쓸 수 있는 스킬들 말하고, 장비와 방어력 따지고….

그런 다음에 하나씩 맞춰가면서 계산을 하는 것이다.

너는 튼튼하고 HP가 높으니 탱커 역할을 맡아서 앞에 서줘라, 나는 여기 가운데에서 원거리 딜을 넣고, 그리고 스킬 연계는 뭐 이 정도만 하고….

그런 정도가 한계였는데, 태현과 이세연은 1초도 쉬지 않고 바로 연계 계획을 끝냈다.

류태수와 류다영은 눈을 깜박거리며 옆에 서 있었다.

…어, 어라?

“주, 주장님. 미리 준비하신 겁니까?”

“뭘?”

“이 레이드….”

“지금 준비하고 있잖아.”

“…!”

류태수도, 그리고 류다영도 솔직히 감동했다.

이게 초일류인가?

초일류 선수가 되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가?

‘나는 아직 멀었구나!’

‘정말 대단해…!’

둘이 보기에 태현과 이세연의 합은 초일류끼리만 가능한 영역이었다.

물론 딱히 초일류여서 가능한 건 아니었다.

다른 뛰어난 선수들도 이러진 못했다.

둘이 서로의 견적을 너무 잘 내서 그렇지….

“전체에 회피 걸어주는 광역 축복기 언제 쓸 거야?”

“그러는 너는 언데드들 소모시켜서 HP 전체 회복시켜주는 스킬은 언제 쓸 거지?”

“신성 영역 선포하고 장판 까는 스킬은 언제 쓸 건데?”

“너도 후계자 선포하고 언데드 계속 일어나는 장판 까는 스킬 언제 쓸 거….”

“아 좀! 둘이 그런 걸로 경쟁하지 마요!”

그 착한 이다비가 성질을 냈다.

별 쓰잘데기 없는 걸로 경쟁하고 있어!

[카르바노그가 동감합니다!]

* * *

-크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미친놈들인가 봐.”

“가루다 종족이 좀 또라이라던데….”

신진 랭커들은 가루다 전사들의 울부짖음에 기겁했다.

뭐 저런 또라이 같은 종족들이 있냐?

섬 왕국의 엘프들보다 더 폭력적인 거 같다!

-악마 놈! 죽어라!

-놈의 두툼한 가죽에 창을 꽂아버리겠어!

[가루다 전사들이 <비행 낙하> 스킬을 사용합니다!]

[가루다 전사들이 <가루다 상급 창술>을 사용합니다!]

[가루다 전사들이…]

[……]

콰콰콰콰콱!

가루다 전사들은 그 전투력이 살벌했다.

레벨도 높은데, 날개 달린 종족이란 특성을 이용해서 훨씬 더 변칙적인 공격이 가능했던 것이다.

“저걸 보니 날개도 꽤나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날개 달린 종족으로 변환해 보게?”

“아니. 그건 너무 리스크가 크고….”

종족 변환은 분명 강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지만, 동시에 위험한 방법이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페널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것이다.

-가루다 종족으로 변한 덕분에 기존 검술, 마법 스킬 다 못 씁니다!

…같은 페널티라도 뜨면 눈물 흘리면서 게임 접어야 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기존 검술 마법 스킬 못 써도 그렇게 치명타는 또 아닌 거 같고….’

[카르바노그가 정신 차리라고 말합니다.]

“내가 할 생각은 없는데, 나중에 케인 놈 날개 달아볼까 생각했지.”

“점점 더 기괴해지는 거 같은데….”

이세연은 상상도를 그려보며 질색했다.

안 그래도 지금 괴X몬처럼 생겼는데 거기에 날개까지 달리면 좀….

어린애들이 싫어하는 판온 선수 1위를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인기보다 성능 아니겠어?”

“하긴 그건 그래.”

‘동의하지 마십시오 주장님…!’

류태수는 속으로 절규했다.

그건 동의하지 말아야지!

김태현 선수한테 ‘인기도 중요해!’라고 말해줬어야지!

퍼퍼퍽! 퍼퍽! 퍼퍼퍽!

가루다 전사들은 사방에서 날아들며 골라돈을 미친 듯이 두들겨 패고 찔렀다.

그러나 골라돈도 만만치 않았다. 두꺼운 털과 가죽으로 방어하며 울부짖었다.

-꾸르르르륵! 꿀꿀! 이 새대가리 놈들!

[골라돈의 앞구르기가 시전됩니다!]

[충격파가 터져 나갑니다!]

그 이름과 별개로 위력은 살벌했다. 주변 땅이 그대로 박살 나며 충격파가 터져 나갔다.

거의 지진 계열 마법 수준!

“…레벨 500이 아닌 거 같습니다 김태현 선수!”

“흠. 그래 보인다. 2차 공격 들어가자.”

태현의 멘탈은 너무 단단해서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았다.

이 정도 난관은 별로 놀랍지도 않은 것이다.

-죽어라 악마 놈아!

가루다 전사들은 창을 들었다. 그런데 그 창에는 뭔가 좀… 특이한 게 들려 있었다.

“???”

“야… 너 설마….”

이세연은 경악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설마??

[<폭탄이 달린 미치광이의 강철 창>을 만들었습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불안정한 아이템을 만들었습니다. 폭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현재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위험이 줄어듭…]

[……]

[……]

대장장이 기술, 기계공학 스킬 두 개를 키운 태현이었다.

이 스킬을 더욱 더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론에 도착했다.

-역시 대장장이 기술과 기계공학 스킬 두 개를 같이 쓰는 아이템을 만들어야 해!

이를테면 폭탄이 달린 창, 폭탄이 달린 칼, 폭탄이 달린 지팡이, 폭탄이 달린 오토바이 등등!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가 점점 미쳐가는 거 같다고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태현은 지극히 제정상이었다.

스킬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가끔 광기의 길을 걸어야 하는 법!

[대장장이 기술로 제작할 때 기계공학 폭탄을 추가하면 매우 불안정해집니다!]

[……]

[……]

그냥 폭탄보다 폭탄이 장착되는 장비는 훨씬 더 제작 난이도가 높았다.

이른바 고인물의 콘텐츠 같은 것!

태현은 몰랐지만, 사실 ‘그 골짜기’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오가고 있었다.

-더욱더 강한 폭탄, 더욱더 커다란 폭탄, 온갖 독한 물질이 들어 있는 폭탄… 이게 기계공학의 진정한 길일까?

-잠깐. 독한 물질이 들어 있는 폭탄은 금지시켰잖아? 언제 만들고 있었어?

-…어쨌든 이게 진정한 길일까?

-이 자식이 혼자서 만들고 있었구나! 치사하게!

-니들도 만들고 있었으면서!

-아니, 김태현 님이 알게 되면 화내실 텐데….

또라이들아 이상한 폭탄 좀 그만 만들어!

…라고 할 게 분명했지만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무시했다.

-새로운 길이 있다. 장비와 폭탄을 융합시키는 길이. 나한테 퀘스트가 내려왔다. 검에 폭탄을 장착시켜서….

-아니, 검에 폭탄을 장착하면 그냥 일회용 아닙니까? 별로 안 어려울 거 같은데.

-터지고 나서도 계속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어, 무기에 폭탄을 장착하는데, 폭탄이 터지고 나서도 무기는 멀쩡해야 하고, 새로 폭탄을 다시 장전하면 또 쓸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

-…….

-그냥 만들던 폭탄이나 만들면 안 될까요? 이번에 폭탄 크기 5cm 올리는데 성공했는데.

-6cm의 벽을 넘고 싶은데….

대장장이들과 별개로, 태현은 태현 나름대로 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두 스킬을 합쳐서 올릴 수 있는 길!

그 결과….

[스킬, <기계공학 장비 제작>을 얻었습니다!]

<기계공학 장비 제작>

기계공학의 원리가 들어간 장비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매우 불안정하고 고난이도의 작업으로서, 만들어지는 아이템의 위험도를 올립니다. 목숨을 아끼십시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폭탄이 달린 미치광이의 강철 창> 제작법이 기록됩니다!]

[……]

그리고 그 시도가 지금 <폭탄이 달린 미치광이의 강철 창>이었다.

“이세연, 저주 걸어줘!”

“아무리 생각해도 창 끝에 폭탄 다는 건 좀 아닌 거 같거든!? <어둠의 방패 깎아내기>!”

[저주가…]

[……]

[……]

-꾸에에엑!

저주가 연타로 날아가자 골라돈이 울부짖었다. 그 틈을 타 가루다 전사들이 날아갔다.

-아키서스의 노래!

태현은 추가적인 버프를 사용했다.

피눈물을 흘리면서 수련한 결과 도착한 최고급 스킬의 경지!

최고급을 찍었으니 이제 그 효과를 볼 때였다.

게다가 <아키서스의 노래>를 얻었으니….

‘지금 좋은 곡은 흠, <악마 공작의 굴욕>이 버프에 좋겠지?’

태현이 궁리하는 사이, 아키서스의 노래는 그 힘을 발휘했다.

[<아키서스의 노래>가 아키서스를 믿었던 위대한 영웅을 불러냅니다!]

[에랑스 왕국의 17대 왕, 음흉왕 잘레르가 유령으로 소환됩니다!]

“??!?!?!?”

“너 뭘 소환하고 있는 거야!??!”

류태수와 류다영이 뒤에서 당황하며 말렸다.

“당연히 계산하고 소환하셨을 겁니다!”

“…이세연 선수. 아무리 그래도 김태현 선수가 계획 없이 소환하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요.”

둘의 옹호에 태현은 살짝 미안해졌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아키서스 직업 스킬들은 좀….

많이 랜덤이었던 것이다.

-아키서스의 화신이여! 나를 불렀는가! 나는 위대한 왕, 잘레르다. 내 도움을 하찮은… 아니, 왕이잖아?

소환된 왕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 왕관을 쓰고 있다니!

세상의 종말인가?

-에랑스 왕국은 아니겠지? 제발 에랑스 왕국은 아니라고 해주게.

“에랑스 왕국입니다.”

-안 돼에에에에에에!

“사실 아탈리 왕국입니다.”

-휴. 다행이야. 아탈리 왕국이라면 그래도 상관없지.

“…….”

[…….]

태현과 카르바노그가 정색했다.

뭐가 괜찮아 이 자식아!

“아니 그보다 그쪽도 아키서스 믿었던 분이면서….”

-나는 음, 내가 원해서 믿은 게 아니고….

잘레르는 수염을 비비 꼬며 겸연쩍어했다.

-내가 좀, 경쟁하는 형제들이 많았는데 이 형제들을 이기려면 날 도와줄 세력이 필요했고 날 도와줄 만한 세력이란 게….

“하하. 그만 말하셔도 됩니다.”

[카르바노그가 안 봐도 알겠다며 고개를 젓습니다!]

태현과 카르바느그는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감하고 있었다.

아키서스 교단이 아키서스했구나!

-내 비록 유령이지만, 몇 가지 마법을 쓸 힘은 충분히 갖고 있네. 계약에 따라 자네의 노래를 도와주겠네!

“어. 그런데 폐하. 혹시 왕관하고 검 어딨는지 아십니까?”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음흉왕 잘레르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왕관하고 검? 그거야 내 후손들이 갖고 있겠지.

“보통 어디에 보관하십니까?”

-국왕만이 탈 수 있는 페가수스가 있는데….

[에랑스 왕국의 페가수스에 관한 정보가 지도에 추가됩니다!]

-…잠깐. 그걸 왜 묻지?

잘레르는 그제야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그는 매우 후회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필이면 아키서스 교단의 화신한테 이걸 말해주다니!

최고급 화술 스킬의 힘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잘레르는 매우 자책했다.

“하하.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국왕을 만나는 일이 그리 흔치 않잖습니까.”

-흐으음….

잘레르는 매우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러는 사이 밑에서는 미친 듯한 폭발이 쾅쾅 터져 나가고 있었다.

-이햐호! 키햐!

-뒤져라! 이 창 너무 좋은데??

[가루다 전사들 사이에 대장장이로서의 명성이 퍼져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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