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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49화 (1,248/1,826)

§ 나는 될놈이다 1249화

그냥 받을까?

…그러나 그러기에는 양심이 살짝 아팠다.

“골드를, 우리가, 그쪽한테, 주고, 고용하겠다는, 뜻이다. 이해가 가나?”

최고급 화술 스킬을 써도 상대가 말귀를 못 알아먹으면 방법이 없었다.

랭커들은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 친구. 김태현한테 돈 받고 같이 파티 플레이라니. 꿈만 같아.”

“나, 나도 긴장되는데 이거.”

‘저것들 랭커 맞아?’

‘하는 꼬라지가 무슨….’

레스토랑 길드원들은 어이가 없었다.

랭커씩이나 되서 저게 무슨 풋내기 같은 모습이란 말인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태현은 랭커 중의 랭커, 랭커들의 스타!

신진 랭커들이 괜히 롤모델로 삼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던칸. 진정해.”

“나는 매우 진정하고 있어. 오, 잠깐만. 저 사람들 혹시 사기꾼 아닐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어엇. 그럴듯한데.”

생각해 보니 태현은 사칭범들도 많이 나왔다.

-내가 김태현인데~

-내 닉네임을 봐. <개또라이대장장이>잖아. 이게 누구겠냐? 김태현밖에 없지!

-판온 1 때 내가 산을 손가락 하나로 무너뜨렸단 말이야. 뭐? 그런 영상 못 봤다고? 그건 나한테 당한 랭커들이 영상을 내리게 한 거지.

태현이 정체를 공개하기 전에도 나왔고, 공개한 후에도 나왔다.

하지만 그런 사칭범들의 최후는 비참했다.

…보통 태현에게 원한을 가진 원수들이 찾아왔던 것이다.

-김태현 개자식아 죽어라!

-으아악! 저 김태현 아니에요! 저 김태현 따라한 거예요!

-…그래도 재수없으니까 죽어 이 자식아! 화풀이라도 해야겠다!

-으아악! 괜히 따라했어!

꿩 대신 닭이라고 그런 원수들은 사칭범이라도 잡고 싶어했다.

“…이 멤버에, 이 펫들이 어떻게 다 사칭이겠어?”

이세연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그러게. 저것도 말이 된다.”

“오. 명수. 나 너무 헷갈려.”

“그걸로 왜 고민하는 거냐!”

차오가 소리쳤다.

“지금 골드를 받았으면 골드 값을 해야지!”

“아 거 더럽게 떽떽대네. 돌려주면 될 거 아냐. 선금 받은 거 돌려주고 만다.”

“저 플레이어 짜증 난다 매우. 우리 동네였으면 등 뒤에서 쐈다.”

차오는 싸늘한 반응에 당황했다.

“잠… 잠깐. 기다려봐라. 2배를 주겠다.”

“엇. 2배?”

“아니 골드 없다면서?”

랭커들은 기뻐하기 전에 분노했다.

그렇게 값을 후려쳐놓고 갑자기 2배라니.

양심 없냐?!

태현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골드 얼마 받기로 했… 와. 진짜 많이 받는데?”

“100 파워 워리어만큼 받네요.”

“그런 슬픈 계산법 하지 마(세요)….”

태현과 이세연은 동시에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 한 명이 받는 값의 100배니 확실히 랭커들이 왜 따라다니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그만큼 못 주는데. 이런.”

“앗. 괜찮습니다. 절반만 주셔도 됩니다.”

“오히려 저희가 드리겠습니다.”

“야…!”

차오는 더욱 더 분노했다.

뭐 저런 놈들이 다 있단 말인가.

자기한테는 악착 같이 돈을 긁어가려던 놈들이, 김태현한테는 돈을 주고 같이 하려고 하고 있었다.

“사람 차별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그야….”

“넌 차오고 저분은 김태현 님이시잖아.”

“그보다 너 왜 아직도 거기 있냐? 안 꺼져?”

“…….”

차오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갑자기 태현을 보고 외쳤다.

“김태현! 얼마면 되겠냐!”

“!?”

* * *

물론 어림도 없었다.

차오나 <레스토랑> 길드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태현을 돈으로 살 정도는 아니었다.

길드원들도 그걸 알았기에 다급하게 외쳤다.

“길마님. 정신 차리십시오!”

“기둥 뿌리 뽑고 싶습니까??”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드디어 미쳐 버린 겁니까? 하긴 평소에 하던 짓 보면….”

급한 상황이 되자 길드원들의 본심이 튀어나왔다. 태현은 감탄했다.

원래는 저렇게 말 잘하는 놈들이었구나!

“그… 그렇군. 확실히 김태현은 좀 무리겠지. 너 방금 나보고 미쳤다고 하지 않았…?”

“그보다는 지금 골라돈 퀘스트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길마님!”

은근슬쩍 화제까지 돌리다니.

길마를 갖고 놀고 있었다.

태현은 궁금해져서 물었다.

“너 이름이 어떻게 되지?”

“가이셉이라고 합니다.”

“골라돈 퀘스트가 뭐지?”

“그건….”

[퀘스트가 공유되었습니다.]

“야 이 미친놈아! 그걸 말해주면 어떡해!”

“하지만 말 안 해주면 저희를 죽일 거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동굴 속의 수상쩍은 현자-에랑스 왕국 요리 퀘스트>

팔라노 성 뒤의 동굴 속에는 비전 스킬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현자가 있다.

이 현자를 만족시킬 만한 음식을 바친다면 현자는 강력한 비전 스킬을 내려주리라!

보상: ?, ???, ????

비전 스킬은 판온 스킬들 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몇몇 NPC들만 알고 있는 강력한 스킬이었다.

비전 검술 스킬이나 비전 마법 스킬 같은 건 어느 누구나 갖고 싶어했다.

사실 태현도 갖고 싶다!

‘검술 직업도 마법 직업도 아니라서 갖고 있는 게 얼마 안 된다고.’

오죽하면 게임 초기에 얻은 검술을 계속 쓰고 있었겠는가.

그나마 <아키서스 검법>이 나와줘서 망정이지….

하지만 쓸 만한 광역기나 공격 스킬 같은 건 여전히 탐났다.

[그리고 마법도 잊지 말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이 퀘스트는 뭔가 이상했다.

“이 퀘스트 이상하지 않아?”

“그러게. 나도 처음 보는데.”

태현 파티는 수군거렸다.

에랑스 왕국 퀘스트긴 했는데….

뭔가 좀 많이 수상쩍었던 것!

애초에 퀘스트에 <수상쩍은>이 들어가는 것부터가 많이 이상했던 것이다.

“비전 스킬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역시 이상해.”

“전혀 이상한 거 없다!”

차오는 자기가 열심히 하고 있는 퀘스트를 욕하자 화가 난 모양이었다. 이상한 퀘스트가 아니라고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에랑스 왕국 팔라노 성 근처에서 발견된 동굴 던전에서 나온 퀘스트인데, 여기 수상쩍은 현자가 음식 바치는 걸 좋아해서 요리사들이 모였단 말이야. 평범한 요리로는 만족 절대 안 하는 NPC라 점점 난이도가 높아져가는데 우리 길드 말고 나머지는 다 탈락한 거지. 알겠냐? 매우 멀쩡한 퀘스트야!

“그래서 악마 고기를 잡아 오라고 했다고?”

“아니… 저건 멧돼지처럼 생겼으니까….”

차오도 살짝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어져 있었다.

길드원들도 태현의 말에 꽤 많이 불안해진 모양인지 수군거렸다.

“그러게. 악마 고기 잡아오라고 하는 게 수상한데….”

“저거 가져다 바치면 갑자기 변신해서 악마 되는 거 아냐?”

잘 구워진 고기를 바쳐라, 잘 만들어진 케이크를 바쳐라, 잘 만들어진 만찬을 바쳐라, 이런 퀘스트부터 시작해서 눈치 못 챘는데….

생각해 보니 ‘저기 저 아탈리 왕국에 골라돈이란 악마가 그렇게 맛있다더라 놈 잡아서 고기 갖고 와라’는 좀 이상했다.

왜 눈치를 못 챘지?

“그러니까 동굴 안에 있는 놈이 이거 바쳐라, 저거 바쳐라 하면서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서 악마 고기 잡아다 바치라고 하는데 이상함을 눈치 못 챘다는 건가?”

“머리가 없나 봐요. 태현 님.”

“착한 이다비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너희는 정말 심각한 거야.”

태현은 정색했다.

갑자기 <레스토랑> 길드원들은 숙연해졌다.

어쩐지 선생님한테 혼나는 분위기!

태현은 그들을 진심으로 훈계했다.

‘…근데 우리 왜 혼나고 있냐?’

‘그, 그러게?’

* * *

“일단 골라돈 잡고 가서 확인해 보자. 궁금해지네.”

“…세 분은 원래 이렇게 퀘스트를 합니까?”

뒤에서 듣고 있던 류다영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 한 번 하러 왔다가 남의 영웅 등급 퀘스트를 물 흐르듯이 뺏는 플레이!

“아니. 이건 예외적인 경우지.”

“태현 님. 사실 대부분 이랬던 거 같기도 한데….”

말하던 태현은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이다비에게 물었다.

“이다비. 그런데 쟤 나한테 말하는 게 더 딱딱해지지 않았냐?”

“그야 태현 님의 플레이를 봤으니 좀 거리감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이다비는 이런 부분에서 은근히 냉정했다.

할 말은 하는 것!

“그리고 원래 이세연 씨 팬은 태현 님을 별로 안 좋아해요.”

“…쟤 이세연 팬 아니랬어.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고.”

“사실상 그게 팬 아닌가요?”

“그렇게 따지면 날 노리는 수많은 원수들이 다 내 팬이 되는데.”

“…….”

이다비는 갑자기 시선을 피했다.

-캬오. 캬오.

“앗! 저기 골라돈이네요!”

아무런 방해도 안 받을 때 <신의 예지> 스킬은 강력한 탐지 능력을 자랑했다.

골라돈 놈이 재빨리 땅속으로 들어가서 도망친 다음 튀어나와도 쫓아가는 강력한 능력!

“김태현 선수! 말씀드렸듯이 놈의 레벨이 상당히 높습니다. 기본 500은 되는 거 같습니다.”

“흠.”

“그 정도면 뭐….”

“괜찮겠네.”

“!??!?!”

태현, 이다비, 이세연의 반응에 다들 경악했다.

아니 레벨 500이 뭐 호구로 보여요?

하지만 레벨 1000 되는 적들 상대로 온갖 미친 짓을 벌이다 보면 레벨 500은 상대적으로 선녀 같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가루다 전사들까지 있었다. 순식간에 달려들어서 두들겨 패면 되리라.

“그런데 저런 악마가 이유 없이 나타나지는 않을 텐데. 이 근처에 뭐 있는 거 아니야?”

“어허. 이세연. 아탈리 왕국이 얼마나 치안에 힘쓰고 주민 만족도에 힘쓰는 왕국인데.”

태현은 정색했다.

아탈리 왕국을 멀쩡하게 돌리기 위해서 태현이 얼마나 많은 투자와 희생을 해왔던가!

얻는 골드는 족족 다 영지 수입에 돌리고 세금은 최저로 내리고 몬스터들 닥치는 대로 잡아주고….

안 그러면 불만도가 쭉쭉 올라가니 어쩔 수가 없었다.

세금을 미친 듯이 걷는 오스턴 왕국이면 모를까 여기에는 그런 불만이 있을 리가 없….

-그르륵! 꿀꿀! 랄그갈 님! 어디 계십니까!

“…….”

-꾸르륵! 랄그갈 님! 랄그갈 님!

“…….”

태현과 이다비는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 이세연은 그 모습에서 바로 눈치를 챘다.

“너희 저 랄그갈이란 악마하고 관계 있는 거 맞지?!”

* * *

<아키서스 허기의 던전>.

태현이 아스비안 제국에서 갖고 온, 사악하고 위험한 던전이었다.

안에 있는 몬스터가 위험한 게 아니었다.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게 위험했다.

아무것도 없는 대신 포만감은 쭉쭉 줄어드는 던전!

던전 자체를 부수거나 탈출할 방법 없이 들어가면, 아무리 강한 악마나 괴물이라 하더라도 이 안에 그대로 갇혀버리는 것이다.

오죽하면 교단들이 이 던전을 탐냈을까!

…그리고 이 던전 안에는 랄그갈이 갇혀 있었다.

워낙 사납고 무서운 놈이라 그냥 가둬버린 다음 잊고 있었는데….

“그렇군.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저런 악마가 튀어나오지는 않는군.”

“맞아요. 모든 퀘스트에는 다 원인이 있….”

“거기 둘. 쓸데없이 말 돌리지 말고 방법이나 이야기해.”

이세연은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와서 말했다.

왜 저런 악마가 나왔나 했더니….

“…그냥 공격하면 되지 않나요?”

류다영이 손을 들고 물었다.

“아. 보통 레벨 높은 악마들은 사기적인 권능 스킬들을 갖고 있거든.”

악마 전문가 태현이 친절하게 말해줬다.

이 파티에서 가장 많은 악마들을 상대해 본 사람!

“역시 김태현 선수십니다. 악마 놈들은 누가 진짜 악마인지 알게 될 겁니다.”

류태수는 박수를 치며 찬양했다. 그 미묘한 칭찬에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거 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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