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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48화 (1,247/1,826)

§ 나는 될놈이다 1248화

“그, 길드 동맹하고 친한 요리사 길드 있잖아요.”

“?”

“태현 님이 요리에 독 타서 쫓아낸 길드요.”

“아아!”

“?”

“???”

“?????”

뒤에 있던 이세연, 류태수, 류다영은 황당해했다.

뭐에 뭘 탔다고?

“아직 판온을 하고 있었군.”

“나름 잘나가는 길드라서 그사이 접지는 않았을 걸요.”

“인사나 해야겠네.”

“앗. 그건 별로 좋은 생각 같지 않은….”

이다비는 당황했다.

태현은 선의의 인사를 해도 상대방 쪽에서 그걸 좋은 뜻으로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았다.

보통 선전포고로 인식하겠지!

* * *

차오는 씩씩대며 랭커들을 쳐다보았다.

비싼 골드 줘가면서 고용했더니 생각보다 너무 못했던 것이다.

“저놈 하나 못 잡냐?!”

“말했잖아! 놈이 생각보다 스킬이 많고 강하다고. 안 죽게 보호해 줬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감, 감사? 비싼 돈 받았으면 그 값을 해야지! 저놈이 도망쳤는데 또 언제 나오겠어!”

“기다리다 보면 나오겠지!”

랭커들은 짜증을 냈다.

하여간 이래서 제작 직업들은!

그렇게 입으로 잘 떠들면 직접 싸울 것이지, 저렇게 뒤에서 종알거리기만 하니 열이 받았다.

“차, 차오 님. 진정하시죠.”

“맞습니다. 이거라도 드시고….”

뒤에 있던 다른 요리사 길드원들이 차오를 말리며 마실 걸 건넸다.

비싼 녹차를 마시며 차오는 간신히 진정했다.

[왕국의 찻잎으로 만든 최상급 녹차를 마셨습니다!]

[……]

[……]

“그쪽만 먹냐?”

“돈 주고 사!”

“내 참 더러워서….”

랭커들은 투덜거렸다.

그들이 골라돈을 놓친 건 사실이었지만, 그들이 실수를 하거나 방심을 해서는 아니었다.

몬스터가 생각보다 강하고 스킬이 많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는 아무리 랭커여도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뒤로 물러서서 시간을 끈 다음 다시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레스토랑 길마 놈은 ‘니들이 방심해서 그렇지! 이런 무능한 놈들!’이라며 펄펄 날뛰었다.

-재수 없는데 그냥 갈까?

-그래도 돈 받은 게 있는데 최대한 노력해 줘야지. 사건사고 게시판에 글 올리면 귀찮아진다.

-에이….

랭커들은 그래도 양심이 있었다.

태현이었다면 ‘내가 무능한지 안 무능한지 너희들을 PK하면서 가르쳐 주마’라며 다 베어버렸을 테지만, 그들은 아직 게시판의 여론을 신경 쓰는 선량한 영혼이었던 것이다.

“골라돈이 쓴 스킬이 좀 특이했지?”

“저주 달린 거 다 풀고, 우리 스킬도 일시해제 시키더라. 꽤 사기적인 스킬이던데.”

“그거 조심해야겠네. 거리 좀 두고….”

탁-

그러는 사이 태현 파티가 땅에 착륙했다. 랭커들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어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오랜만이다. 레스토랑 길마… 어… 음….”

말하던 태현은 머뭇거렸다. 이다비가 뒤에서 급히 속삭였다.

“차오요.”

“차오요.”

“요는 빼셔야죠.”

“아. 차오.”

“…풉!”

차 마시고 있던 차오는 마시던 걸 내뿜었다.

처음에는 누구인가 싶었는데, 저 특유의 드래곤에, 장비를 보니….

김태현이잖아!!

“김, 김태현!”

“그래. 잘 지냈냐? 저 뒤의 플레이어들은 길드 동맹 랭커들인가?”

“무슨 소리를!”

“절대 아니거든!”

랭커들은 발끈했다.

누굴 길드 동맹 취급이야!

“아니 그보다, 진짜 김태현입니까?”

“가짜 김태현도 있나? 김태현은 맞는데.”

“오… 오오오…!”

“진짜 김태현이래!”

랭커들은 수군거렸다.

아탈리 왕국에서 플레이한다지만 정말 김태현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사,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됩니까?”

“뭐 그래도 상관 없긴 한데….”

“야! 나 영상 좀 찍어줘!”

“나도! 나도!”

태현이 말하기도 전에 랭커들은 우르르 달려와서 옆에서 포즈를 잡았다.

스타를 만난 팬의 기분!

“저는 이명수고, 저 친구는 던칸, 저 친구는 힐안함입니다.”

“마지막은 사제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랭커들이 하라는 사냥은 안 하고 태현만 둘러싸고 놀자 차오는 분노했다.

“뭐하는 거냐! 놈을 쫓아도 모자랄 시간에!”

“아. 좀 기다려봐.”

“우리도 할 건 하고 살아야지.”

랭커들은 차오가 분노해도 태연했다.

이 정도는 기본적인 권리 아니겠는가!

사건사고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해해 줄 것이다.

-랭커 놈들 비싼 골드 주고 고용했는데 파티 사냥하는데 자꾸 다른 짓 합니다. 아주 나쁜 놈들입니다.

└저런, 그 랭커 놈들이 누구인가요?

└진짜 나쁜 사람들이네.

└도중에 쉴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게 아니겠지.

-랭커 놈들 비싼 골드 주고 고용했는데 김태현 만났다고 멈춰서 딴 짓 합니다. 아주 나쁜 놈들입니다.

└그건 좀…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잠깐 만나서 사진 좀 찍을 수 있지 그거 가지고 너무 그러지 맙시다.

└완전 악덕이네.

“진짜 길드 동맹 소속이 아닌가보네?”

“아닙니다! 그런 오해를!”

랭커들은 치를 떨었다.

길드 동맹이라니!

그 모습에 차오도 살짝 울컥했다.

“야, 길드 동맹으로 오해 받는 게 뭐가 어때서?”

“닥쳐 좀. 길드 동맹 랭커들도 길드 동맹인 걸 부끄러워 한다더라.”

“맞아. 요즘 촌스럽게 누가 길드 동맹 소속이냐? 요즘은 여기 김태현 님처럼 혼자 노는 게 트렌드라고.”

“…?”

“???”

태현, 이세연, 이다비 등 파티 전원 당황!

“트… 트렌드였어?”

“처음 알았는데요?”

“나도 처음 알았어요.”

신진 랭커들 사이에서는 길드 동맹 같은 대형 길드가 구닥다리 취급을 받고 있었다.

굳이 저런 곳에 들어가서 거들먹거리는 것보다, 자기 관리 잘하면서 선수로 명성 높이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훨씬 더 이미지도 좋고!

“김태현 저놈이 뭐가 이미지가 좋다고! 단체로 독약이라도 처먹었냐!”

차오는 분노해서 일갈했다.

태현한테 맺힌 게 많은 그였다.

세상사람 모두가 태현의 팬이라도 혼자 악플을 달 수준!

뒤에서 보고 있던 류다영이 무기를 꺼내더니 갑자기 스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류태수가 기겁해서 말렸다.

“뭐하는 거니 동생아!”

“…저렇게 모욕하는데 안 싸워?”

류다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짧게 말했다. 그 말에 류태수는 충격을 받았다.

그러네?

“…네가 맞는 말을 했다!”

“맞는 말은 무슨 맞는 말이야! 말리기나 해!”

이세연은 어이가 없어서 타박했다. 싸울 상황도 아닌데 무슨 짓이란 말인가.

태현 파티가 무기를 꺼내자 차오는 제정신이 돌아왔다.

분노해서 떠들었지만 생각해 보니 태현 앞에서 깝쳐서 좋은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물… 물론 김태현이 인기가 좋긴 하지.”

“왜 갑자기 그러냐? 독약이라도 처먹었냐?”

태현이 비아냥거리자 차오는 울컥했다.

이 자식이 진짜….

“너, 너희들. 골드 받았으니까 김태현이 공격해도 도와주겠지?”

“뭔 개소리세요?”

“머리에 총 맞았냐? 우리가 골라돈 잡는 거 도와준댔지 김태현하고 싸운댔어?”

“…….”

랭커들은 1초도 고민 안 하고 즉답했다. 차오는 이를 갈았다.

이 못된 놈들 같으니…!

“길, 길마님. 지금은 깝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김태현한테 사과하죠.”

“…미안하다. 김태현. 내가 잘못했다.”

“뭘 잘못했는진 모르겠지만 사과한다니 받아주도록 하지. 목 마르고 배 고픈데 마실 거랑 먹을 거 갖고 와라.”

“…???”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삥을 뜯는 솜씨에 차오는 자신도 모르게 음식을 꺼내고 있었다.

* * *

“골라돈이 그렇게 세?”

“장난 아닙니다. 보통 악마가 아닌 거 같아요.”

말하던 랭커들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이, 이세연 씨 아닙니까?”

“저건 류태수고… 이다비에… 헉, 한국 대표팀 아냐?!”

“한국 대표팀인가 보다!”

랭커들은 눈치가 빨랐다. 이 정도 되는 멤버들이 같이 다니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대표팀 멤버!

다른 나라도 국가대표팀 멤버끼리 파티 맺고 돌아다녔다.

각종 영상 올리면서 홍보도 가능했지만, 무엇보다 팀워크가 향상되는 것이다.

태현은 레스토랑 길드원들이 내오는 차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향이 괜찮군.”

“감…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차에는 큰 문제가 있어.”

“죄… 죄송합니다?”

“바로 이제서야 내가 마실 수 있었다는 점이 그렇지.”

“감,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이걸 일찍 마셨을 경우 네 실력이….”

“그만해 좀.”

이세연은 태현의 손등을 치며 말했다.

그냥 정보를 얻으면 됐지 뭔 헛짓이란 말인가.

“이게 재밌는데… 어쨌든 그래서 왜 같이 다니는 거지?”

“골드죠 뭐.”

지금 레스토랑 길드는 길드 동맹과 손을 잡은 상태가 아니었다.

거의 남남인 수준!

길드 동맹이 자기 일로 바빠서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하자, 거기에 불만을 품은 차오가 이탈한 것이다.

덕분에 빌려오던 랭커도 다 돈을 주고 고용해야 했다.

“이야. 그런 뒷사정이 있었군.”

[왕국의 찻잎으로 만든 최상급 녹차를 마셨습니다!]

[처음 먹은 음식으로 지혜가 영구적으로 오릅니다!]

언제나 남이 망한 이야기는 재밌는 법.

게다가 안주로 마시고 먹는 것도 효과가 좋았다.

최고급 재료를 최고급 솜씨로 요리하니 안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왕국의 비전으로 만든 최상급 초코 쿠키를 먹었습니다!]

[처음 먹은 음식으로 행운이 영구적으로 오릅니다!]

퉷!

태현은 정색하며 쿠키를 뱉어냈지만 이미 행운은 오른 상태였다.

“이거 누가 만들었어?”

“내, 내가 만들었는데….”

“이 자식이 감히….”

“뭐야. 독 탔어?!”

태현의 반응에 이세연도 분노했다. 그녀는 지팡이를 차오에게 겨눴다.

“안, 안 탔어! 내가 미쳤다고 독을 탔겠어!? 나도 목숨이 소중한데!”

“하. 김태현 하나 잡고 같이 죽으면 이득이라고 생각했겠지.”

“아니야!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쑤닝도 아닌데! 믿어줘!”

이세연은 차갑게 비웃었다.

상대의 말은 조금도 듣지 않는 태도였다.

그 모습에 이다비가 살짝 쫄아서 속삭였다.

“이세연 씨 화나니까 되게 무섭네요.”

“쟤는 원래 저랬어.”

둘의 대화에 길드원은 속으로 생각했다.

‘네 옆에 있는 사람이 더 무섭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세연보다는 김태현이 좀 더 무서운 사람 같은데….

“김태현. 독은 괜찮아?”

“독은 아니고, 행운 스탯이 올라서.”

“그렇구나. …응?”

이세연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내가 원하는 스탯이 아니었거든.”

“거, 거 봐! 독 안 탔다고 했는데 왜 못 믿는 거냐! 랭커면 다냐!!”

차오는 기세등등해져서 이세연에게 따졌다.

하지만 차오는 아직도 착각하고 있었다.

김태현 때문에 묻혀서 그렇지, 이세연도 판온 1 때 만만찮게 살벌한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착각하게 만든 게 잘못이지 어디서 입을 놀려? 가만히 안 있으면 바로 로그아웃 시켜버릴 테니까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

아니 뭐 이런 김태현 같은….

차오는 속으로 이세연을 욕했다. 뻔뻔하기가 김태현 같았다.

“맞아. 그러니까 평소에 요리에 이상한 걸 타지 말고 정성껏 대접했어야지.”

‘네가 할 소리냐!’

김태현이 거들자 더 열이 받았다. 물론 레스토랑 길드가 이것저것 수작질을 많이 부리긴 했지만….

너보단 아니야!

“어쨌든 길드 동맹 소속도 아니고, 골드 때문이면… 혹시 우리가 고용해도 같이 골라돈 잡을 수 있나?”

“?!”

“잠… 잠깐…!”

차오는 당황해서 말리려고 했다. 지금 사람 눈앞에서 뭐하는 짓거리?

그러나 랭커들은 흥분해서 차오의 입을 막았다.

“계속 이야기해 보십쇼!”

“우리가 골드 내면 같이 잡을 수 있는 겁니까?”

“아니. 골드를 준다고….”

“그렇군요. 우리가 골드를 그쪽에 주면 된다! 이 말씀이시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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